The Genius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천재 (1)
매니지먼트 하람의 카페테리아.
아침 일찍부터 출근한 김성운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간밤에 올라온 글들을 샅샅이 훑는 중이었다.
핸드폰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넘나들며 반응을 살핀다.
반대 손엔 샷 5개짜리 모닝커피가 들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1팀장이 혀를 내둘렀다.
“야, 그 정도면 사약 아니냐?”
“전혀 안 쓴데요?”
“네 혀가 사약 먹고 이미 죽었나 보다.”
“오히려 달달하네요.”
“······.”
1팀장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갤 젓는다.
“배우 키우는 맛이 짜릿하다 못해 감전됐나 보다. 제정신이 아닌 거 보니.”
이에 웃으며 커피를 홀짝이던 홍보팀장이 그럴만하다는 듯 덧붙였다.
“제정신이면 이상하죠. 배우가 나날이 커가는데. 거기다 해외에서까지 인지도가 쑥쑥. 솔직히 저희도 누가 뒷말한 것처럼 특정 배우를 콕 집어 밀어주는 건 아니지만, 재밌긴 해요. 승결 배우 홍보하는 게.”
끄덕거린 1팀장이 여전히 핸드폰에 시선을 박아두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김성운에게 말했다.
“이 시점이 더 중요한 거 알지? 떠오르는 신예, 믿고 쓰는 배우. 그렇게 자리 잡기 코앞이잖아. 이때 잘해야 해. 작품도 신중히 고르고, 사생활도 잘 관리하고.”
사실 해외 인지도로만 따지면 이미 웬만한 톱배우는 저리 가라 할 정도긴 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경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
이제부터가 진짜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변곡점이었다.
“지금부터가 매우 중요하긴 하죠.”
홍보팀장도 그 점에 동의했다. 특히 사생활 관리에 대한 부분에서.
누구보다 그 사실을 몸소 겪은 그녀였다. 홍보팀이 괜히 수습팀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지.
전혀 안 그럴 것 같던 배우가 갑자기 연예인병 걸려 홱가닥 하는 게 비일비재한 이 바닥이니까.
관심과 성공. 둘 중 하나만 얻어도 사람이 변하기에 충분한데, 두 개 다 얻으면 변하는 정도가 아니라 미치기도 한다.
물론······.
“근데 승결 배우가 그러는 건 영 그림이 안 그려지네요.”
“언젠 그려져서 미리 알았나.”
“알죠. 그런데도 믿고 싶어지는 게 정말 오랜만이라 그렇지.”
곧바로 받아치는 홍보팀장에 1팀장도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주억였다.
“그래, 미리 안 좋은 생각하지 말자. 나도 그 친구 지난번에 박혜정 작가 미팅 때 본 게 전부긴 하지만, 2팀장이 얘기하는 거 들어보면 갑자기 이상한 짓하고 그럴 것 같진 않아.”
김성운이 피식 웃으며 사약··· 아니, 커피를 입에 콸콸콸 부었다.
단숨에 잔을 비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결인 이상한 짓 절대 안 할 겁니다. 그리고 다음 작품도 악의 링 같은 대작 찍어서 떠오르는 신예 자릴 굳힐 거고요. 걔 목표 들으셨잖아요.”
자신감 넘치는 말을 던지고서 2팀 사무실로 향하는 김성운.
그를 지켜보던 1팀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아무리 믿어도 그렇지. 저렇게 플래그를 잔뜩 세우고 가면 어떡하냐.”
이에 홍보팀장이 키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 그녀를 1팀장이 붙잡았다.
“그거 다 마시고 가.”
“···왜요?”
1팀장의 시선이 그녀의 손에 들린 커피잔에 닿았다.
“뭘 왜야. 또 컴퓨터에다 뿌릴까봐지.”
“윽, 팀장님!”
#
김성운은 곧장 2팀 사무실으로 향했다.
그곳엔 두 사람이 있었다. 정민우와 백승결.
자신이 회의에 들어간 사이, 정민우가 백승결을 픽업해 왔다.
‘승결이한테 로드 한 명이 더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런 생각을 하던 김성운이 사무실 회의 테이블 위에 잔뜩 쌓인 도넛 박스들을 보고 픽 하고 웃었다.
“2팀엔 민우 말고는 전부 로드나 마찬가진데 너무 많이 사 온 거 아냐?”
“냉동실 비어있던데 얼려뒀다가 조금씩 드세요. 그리고 나머진 홍보팀 직원분들 가져다드리면 될 것 같은데요?”
“오, 그러자. 다들 좋아하겠다.”
그때 프린트기와 씨름하던 정민우가 씩 웃으며 다가왔다.
“아, 팀장님. 아까 최영기 실장님도 있었거든요? 근데 승결 씨 보더니 괜히 무슨 일 있는 척하면서 나가시더라고요.”
그에게 쌓인 게 많은 정민우라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표정이 밝다 못해 발광한다.
사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영기 실장과 가장 많이 부딪히고 스트레스받은 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민우였으니까.
툭, 툭. 김성운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그리고 다시 백승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 참. 어제 감독님들이랑 별일은 없었어? 밤새 인터넷에선 별일이 많긴 했던데.”
“반응이 좋나 보더라고요.”
“좋은 정도가 아니지. 근데 이건 어차피 이따 홍보팀 가면 듣기 싫어도 듣게 될 테니 그렇다 치고, 어제 있었던 일들 좀 풀어봐.”
김성운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백승결을 보았다.
그러자 백승결이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냈다.
‘악의 링’ 마지막화를 보며 감독들이 어떤 반응을 했고, 본 후엔 어떻게 감탄을 했는지.
입꼬리가 또다시 들썩인다.
뮤튜브에서 리액션 영상이 왜 그렇게 인기인가 했는데, 이젠 알 것 같다.
자신이 자랑스러워하는 작품과 배우가 칭찬을 받으니 덩달아 신이 났다.
그러던 중, 한참 동안 어제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던 백승결이 아주 조심스레 새로운 화두를 꺼냈다.
그의 말을 듣고 김성운이 갸웃거리며 물었다.
“안원상 감독 신작?”
“네.”
“거기 특별출연을 하고 싶다?”
백승결이 사뭇 진지해진 얼굴로 끄덕였다.
“엄청 심란해하시던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흐음, 특별출연··· 특별출연···.”
잠시 되뇌던 김성운이 말을 잇는다.
“괜찮을 것 같네. 감독과의 인맥도 인맥이지만, 어쨌든 아직 긴가민가해 하던 시장에서 널 대원군이라는 영화에 픽한 것도 그분이고, 게다가 안원상 감독이라면 분명 좋은 영화일 테니까.”
거기까지 말하고서 책상을 가볍게 툭 친다.
“오케이, 그래. 특별출연하면서 숨 좀 고르면 되겠다. 우리가 봐야 할 대본이······ 저렇게나 많아.”
사무실 한쪽 구석에 잔뜩 쌓여있는 대본들.
이쯤 되니 백승결도 더 이상 전부 읽는 건 힘들다고 판단한 걸까?
예전처럼 막 기분이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혹시, 대본 말이에요.”
“응, 왜? 솔직히 이젠 다 읽기에 너무 많지?”
김성운이 지레짐작하고 묻자, 백승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더 받아와도 돼요?”
아··· 부족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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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음에 김성운의 표정이 벙쪘다.
그가 대본이 쌓인 곳을 다시 한번 훑는다.
그리고 날 본다.
저길 봐. 이미 저렇게나 많은데 더 받겠다고?
대략 이런 표정이랄까.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는 거야?”
“아뇨, 아직은 없는데. 혹시 생기면 가져와도 되나 싶어서요.”
사실 있다. 제목만 없지.
아, 대본도 아직···.
이렇게 사실대로 말하고, 독립 영화감독의 작품이라고까지 하면 좋아할 리가 없겠지.
‘악의 링’처럼 애초에 엄청난 작가, 감독, 자본의 삼위일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적어도 대본은 있어야 설득이 가능할 테니까.
내 말에 김성운이 대수롭지 않게 끄덕거렸다.
“물론 되지. 언제든 가져와. 같이 보면서 얘길 해보자. 그리고······.”
머릴 긁적이며 대본 쪽으로 다가가는 김성운.
“홍보팀 다녀와서 싣자.”
그가 도저히 당장 옮기긴 싫은지 걸음을 돌렸다.
자연스레 목장갑을 들고 일어나던 정민우가 빙그레 웃으며 얼른 앉았다.
그길로 우린 홍보팀으로 향했다.
미국 다녀온 이후로 처음 들르는 거지만, 역시나.
이분들은 한결같다. 한결같이 텐션이 하이다.
“미국 썰 좀 풀어줄래요?”
“2팀장님한테 듣긴 했는데, 뭐랄까······ 알잖아요. 막 재밌으신 스타일은 아닌 거.”
“그, 다 들리는데.”
“어머. 내가 승결 씨한테 전음(傳音)을 보낸다는 게 그만. 죄송해요.”
“그런 것도 가능합니까?”
“더한 것도 가능하죠. 어떻게, 매화향 한번 뿌려드려요?”
“대체 요즘 뭘 보시는······.”
실시간으로 김성운이 기 빨리는 현장을 목격 중이다.
뒤이어 ‘악의 링’ 총 시청시간이 드디어 3천만을 넘겼다는 것과 전 세계 8개국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에 대한 자축이 이어졌다.
순식간에 홍보팀이 떠들썩해진다. 내가 사 온 도넛이 축하 케이크로 둔갑했다.
이번엔 난가···.
이러다 다음엔 헹가래도 당할 것 같다. 그것도 분명히 영상으로 찍어서 자료로 만들겠지.
한바탕 소란이 지나고서, 홍보팀장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대로라면 20개국에서 1위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 같아요. 여러 나라에서 이제 막 홍보가 시작되고 있으니까, 금방이죠.”
그들의 목표도 어느새 멀티온 ‘전당’에 있었다.
어디 선정 100인, TOP200 이런 걸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최고의 기삿거리이자 홍보라며.
“근데 문제는 미국이란 말이죠. 이 상승 흐름을 만든 게 미국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파급력 때문이고. 역설적으로 1위 하기엔 가장 어려운 나라예요.”
“인구가 많은 만큼 작은 호응에도 큰 효과가 있었지만, 그래서 더욱 큰 호응을 얻기엔 힘든 거군요. 경쟁자도 많고.”
김성운의 말에 그녀가 끄덕거렸다.
“그래도 요즘 아주 영어로도 이메일이 엄청 와요. 그만큼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거니까. 분명 좋은 소식이······.”
“와, 왔어요!”
한창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직원이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외쳤다.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고, 홍보팀장이 물었다.
“뭐가 와?”
그러자 직원도 우리 쪽을 본다.
휘둥그레진 눈이 다시 한번 확인하려는 듯 모니터로 갔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입이 열렸다.
“좋은 소식이요! ‘USA 투데이’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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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투데이.
우리가 흔히 아는 뉴욕 타임스보다도 읽는 사람이 많은 미국 최대의 일간지였다.
다른 신문들과는 다르게 문장을 단순하게 쓰는 편이라 인터넷 잡지 수준이라는 비평도 많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일반인들에는 더욱 친숙하다고.
그래서인지 배우나 가수들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일간지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런 곳에서 인터뷰라······.’
신문에 실린다고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그 한켠에 들어간 것 자체로 수많은 기사가 파생된다는 게 중요했다.
그 파급력이 대단한 거지.
그래서였다. 결국, 다음에 당할 줄 알았던 헹가래를 오늘 당한 것은.
예상했던 대로 영상까지 찍더라.
······홍보팀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걸음을 옮겼다.
코너를 돌며 두리번거렸다. 이쯤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한참을 돌다가 도착한 E 블록.
그곳엔 수많은 영어 서적들이 꽂혀 있었다.
아예 자리를 잡고 서서 책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김성운은 인터뷰를 위해 통역사를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나는 솔직히 직접 의사소통을 하고 싶었다.
인터뷰하는 쪽을 편하게 해주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보다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에서 현태 형 가방을 사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잖나.
신승찬이 도와주기야 했지만, 그럼에도 꽤 어려움이 있었다.
한 다리를 건넌다는 건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직원이 가방을 두어 번 가져오고 나서야 내가 원하는 걸 내왔지.
형태가 명확한 가방조차 그런데, 형체가 불분명한 연기에 대해 이야길 하려면 어떨까.
‘결국, 통역사가 있어도 내 생각이 오롯이 전달되긴 어려울 수 있다는 거지.’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서점을 찾았다.
영어 실력이 생각만큼 늘지 않는다면, 그땐 통역사를 쓰면 될 일이니까.
‘······늘지 않는다면 말이지.’
씩 웃으며 깔려있는 책들을 쭉 훑었다.
그러고 얼마나 살펴봤을까.
마침내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이거 괜찮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