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114)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114화(114/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114)
레이먼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리안은 그런 레이먼의 표정을 이해한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너무 뜬금없는 소리였죠?”
“아니, 그건 괜찮은데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잠깐…… 떠나 있으려고 합니다.”
리안은 며칠 전에 만난 가이엘 피트 공작의 말을 떠올렸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빠르게 성장을 했을 수 있겠지만, 앞으로는 힘들 것이라는 그의 말을 말이다.
사실 부정하려고 해 보기도 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 ‘벽’이라는 것이 어느덧 리안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으니까.
리안의 말에 레이먼은 입을 꾹 다물며 고민했다.
사실 그에게도 지금의 리안과 비슷한 고민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먼이 리안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기간은 어느 정도로 두고 있나?”
“3년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3년이라……. 그럼 내가 애로우헤드 부대를 맡아 준다면 자네도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줄 수 있나?”
“레이먼 중대장님께서 제게 부탁을 해야 할 것이 있습니까?”
리안의 말에 레이먼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리안에게 말했다.
“이글 중대를 애로우 헤드에서 받아 주었으면 하네.”
“……예?”
이번엔 리안이 엄청나게 놀란 표정으로 레이먼을 보았다.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레이먼은 그런 리안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고민했던 부분이네. 뭔가…… 앞을 향해 쭉쭉 나아가는 애로우헤드 부대가 너무 부러웠었거든.”
목표가 있고 소신이 있는 애로우헤드 부대다.
그에 비해 이글 중대는 언젠가부터 그저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의미 없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문제는 아마도 지휘관인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명확한 목표가 없으니 부대도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능하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레이먼이 리안의 아래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레이먼에게 부대장의 자리를 줄 수는 없으니까.
레이먼은 그 역시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듯 단호하게 얘기했다.
“내 걱정은 말게. 게다가 바루스 대위도 부부대장으로 있지 않은가.”
“……저를 힘들게 하시는군요.”
“하하, 그 정도 부탁을 하려면 이 정도 고민은 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이미 위쪽엔 모두 얘기가 된 상태라 자네만 허락하면 된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네.”
레이먼이 호탕하게 웃으며 리안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이내 리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먼을 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럼 잘 부탁하네.”
레이먼이 내민 손에 리안은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리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 * *
아이작은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저벅저벅.
그때 아이작을 향해 리안이 다가갔다.
아이작이 고개를 들어 리안을 보았다.
“부대장님.”
“아직 고민 중이야?”
“……예.”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리안은 그저 씨익 웃으며 그의 앞에 앉았다.
“가야지.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어.”
“하지만 이곳에서도 더 열심히 훈련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로우헤드 부대를 오랫동안 떠나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강해져야 해.”
리안의 표정이 어느덧 진지하게 바뀌어 있었다.
자신과 만남으로써 아이작의 미래가 많이 변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었다.
자신 하나 때문에 어그러지기엔 아이작의 미래는 너무나도 찬란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제야 원래의 미래대로 아이작이 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반드시 녀석을 가이엘 공작에게로 보내야 한다.
“강해져서 돌아와, 아이작. 앞으로 너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그리고 나도 강해질 테니까.”
가이엘이 소개시켜 준다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알고 있는 궁수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리안이 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아이작이 리안에게 물었다.
가이엘 피트 공작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왕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검술을 지녔던 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의 제자로 들어가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리안은 아이작의 물음에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글쎄, 네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솔직히 몰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있어.”
“그게 뭐죠?”
“네가 하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하지 못할 거야.”
그 말에 아이작의 표정이 짐짓 진지하게 변했다.
잠깐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보겠습니다.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게요.”
“그래야지, 그게 애로우헤드 부대의 부부대장이지.”
그 말을 끝으로 리안은 가이엘에게 편지 한 장을 보냈다.
* * *
“클클클클,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 그래, 결정은 확실하게 내렸나?”
“예.”
서신을 받은 가이엘은 그야말로 단숨에 리안과 아이작이 있는 쿠르테인으로 왔다.
그만큼 가이엘 공작이 리안과 아이작을 생각하는 마음이 컸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가이엘의 물음에 리안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아이작 역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클클클클클, 그건 네놈이 하기에 따라 다르겠지. 그리고 너는…….”
가이엘이 리안을 보며 쪽지 하나를 주었다.
“그곳으로 가거라.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곳으로요?”
“흐흐, 네놈이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발악해 보거라.”
“…….”
그 말을 끝으로 가이엘은 아이작을 마차에 태웠다.
가이엘의 눈에는 앞으로 아이작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리안도 간단하게 짐을 싸고 가이엘이 준 쪽지에 적힌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부대장님, 다시 올 때까지 저희도 열심히 하고 있겠습니다.”
“다시 만날 땐 저희가 더 강해져 있는 거 아닙니까? 흐흐흐.”
떠나려는 리안을 보며 부대원들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가이엘 공작이 있을 땐 한마디도 못 하던 녀석들이.
피식.
리안은 그들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돌아왔을 때 자질이 없는 놈들은 모조리 퇴출이다. 죽을힘을 다해서 훈련해.”
지금부터 리안이 넘어야 할 여정이 어떤 것인진 알 수 없지만,
‘나도 강해져야지.’
강해질 수 있을까.
그런 불안감이 가득했지만, 그냥 가이엘 공작의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쿠르테인을 떠난 리안은 가이엘이 알려 준 곳으로 말을 달렸다.
제법 거리가 있는 곳이긴 했지만, 호기심으로 인해 가는 동안 지루할 틈은 없었다.
그저 하루라도 빨리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뿐.
그렇게 삼 일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며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왕국의 남쪽에 위치한 티엘라라는 마을이었다.
외진 곳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티엘라의 앞으로는 왕국 내에서도 험하기로 소문난 타이칸 산맥이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험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욱 심한 것이 그야말로 몬스터들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몬스터들이 자주 출몰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티엘라라는 지명만 있을 뿐,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은 없다.
‘이곳에 대체 누가 있는 거지……?’
리안은 마을의 형태만 남아 있는 티엘라로 들어왔다.
“여기에 누가 있다는 거지?”
리안이 마을에 들어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
갑자기 리안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날리며 자세를 낮췄다.
어느덧 주변 지형에 몸을 숨긴 리안은 식은땀을 흘리며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 방금 저기서…….’
“감이 좋은 녀석이로구나.”
“……!”
리안이 급히 활을 들며 화살 하나를 집었다. 리안이 시위를 걸려는 순간, 턱!
갑자기 다가온 한 남자가 손을 뻗어 리안의 오른 손목을 낚아챘다.
그야말로 귀신같은 움직임.
바로 옆에 선 사내가 다가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 것이다.
주륵.
리안의 볼을 타고 턱까지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잡힌 손목을 뿌리치려 했지만, 족쇄에 묶인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리안이 물었다.
“누, 누구십니까?”
“네놈이 가이엘 그 늙은이가 보낸 놈이냐?”
세상에.
아트리안 왕국 내에서 가이엘 피트 공작을 늙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죽은 왕은 물론 이제 왕위에 오른 에단조차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를 보는 리안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모습에 그는 퍽 재미있는지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흐, 놀란 표정이 꼭 화롯불에 발을 덴 멧돼지 같구나.”
“예? 화로…… 예?”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리안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는 계속 리안의 손목을 잡은 채 리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흐음, 감각은 제법 뛰어난 놈 같은데…… 이렇게 타고난 것이 없어서야.”
칭찬이야, 욕이야?
리안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누른 채 그저 말없이 그를 보았다.
우선은 이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적의가 없었고, 무엇보다 이 사람이 가이엘 공작님이 소개하려는 그 사람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참 리안을 보더니 이내 손목을 놓으며 물었다.
“그런데 참으로 재미있는 점이 있구나.”
“……뭐가 말입니까?”
“네가 익히고 있는 그 심법, 어디서 배운 것이더냐?”
갑자기 이건 왜 물어보는 거지?
리안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대로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거짓을 말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나.’
고민을 하던 리안이 말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배웠습니다. 왕국 무술 교관이셨거든요.”
“흘흘흘, 제법 거짓말에 익숙한 녀석이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네 아버지라는 녀석이 나와 관련이 있다는 뜻일 테니까 말이다.”
“그게 무슨……?”
“풍류 심법(風流心法). 네가 익히고 있는 마력 심법의 이름이다.”
“풍류 심법……?”
“그래, 이 몸이 만든 심법이지.”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풍류 심법?
이런 심법이 존재했었던가?
아니, 그런 것을 떠나서 발음조차 어색한 낯선 이름에 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존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내 이름? 아, 그러고 보니 소개도 하지 않았군. 내 이름은…….”
뒤이어 나오는 그의 말에 리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 * *
다그닥, 다그닥.
적막함이 흐르는 마차였다.
그런 적막 속에서 가이엘은 여유롭게 책을 보고 있었고, 맞은편에 앉은 아이작은 여전히 안절부절못했다.
뭔가 이 침묵에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저기…….”
“……?”
아이작이 용기를 내어 가이엘에게 말문을 열었다.
아이작의 말에 가이엘은 읽고 있던 책에서 시선을 떼고 아이작을 보았다.
“물어보거라.”
“리안 님께 소개시켜 준 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무영을 묻는 건가?”
“무영이요……?”
“아, 그 이름보다는 다크라는 이름이 조금은 익숙할 것 같구나.”
이곳에선 그를 다크라 불렀다.
원래 이름은 척무영.
“한때 한무제일궁이라 불렸던 자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