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130)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130화(130/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130)
벌떡!
리안이 활을 쏘는 순간,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벨제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항상 냉철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저, 전하. 왜 그러십니까?”
옆에 있던 신하들이 다급히 그에게 물었지만, 벨제민의 시선은 그저 리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설마……?”
의심이 확신이 되는 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설마설마했는데, 저것을 본 이상 더 이상의 의심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욱신.
마치 과거의 무언가가 떠오르는 듯 벨제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자신의 왼쪽 가슴에 손을 댔다.
옷 너머로 느껴지는 울퉁불퉁한 흉터 자국.
자신이 살면서 죽음에 가장 가까웠던 그날의 기억에 벨제민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지이이이이이잉-!
마치 공기를 압축시키는 듯한 소리와 함께 뻗어 나간 화살은 마치 차원을 꿰뚫을 것같이 날카롭고 빨랐다.
그리고 반이 날아오는 화살을 마주하는 순간,
‘……어?’
순간적으로 눈앞을 스쳐 가는 이상한 모습.
아주 어릴 적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한겨울, 검을 휘두르다가 손바닥이 찢어진 고통에 괴로워하며 소리 지르는 자신.
자신을 가르쳤던 검술 교관을 이겼던 첫날.
그리고 등등등.
지금까지 살아왔던 수많은 기억들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짧은 시간에 모두 보이는 듯했다.
쾅-!
“-!”
화살을 맞은 반의 몸이 그대로 경기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얼마나 강한 충격이었는지 튕겨 날아간 반의 몸이 바닥에 떨어지며 이십여 미터를 굴렀지만, 반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와, 왕자니이이이임!”
“왕자님-!”
순간 결투를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크게 소리쳤다.
반이 죽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장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신관들이 반을 향해 달려갔다.
“왕자님! 왕자님!”
가장 먼저 도착한 신관이 급히 신성력을 끌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때,
“……안 죽……었어.”
“와, 왕자님!”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반을 보고 신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반은 흉측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경기장 쪽을 바라보았다.
활을 당긴 자세 그대로 자신을 보고 있는 금발 머리.
리안의 모습에 반의 콧잔등에 주름이 깊게 패었다.
무서운 한 수였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이십오 년을 살면서 지금처럼 위협적이었을 때가 있었을까?
한순간이지만 정말 죽는다는 생각을 했다.
“…….”
반이 시선을 돌려 쥐고 있던 검을 보았다.
검면의 중앙에 선명하게 새겨진 구멍.
아마도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올리면서 방어를 한 탓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터.
‘아니.’
정확하게는 화살을 맞았더라도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녀석이 노린 것은 머리나 심장 같은 급소는 아니었으니까.
“감히……!”
날 상대로 손속에 자비를 두면서 싸웠단 말인가?
반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그 순간,
“쿨럭-!”
활을 든 왼팔을 내리던 리안의 어깨가 들썩이더니, 이내 리안이 시커먼 피를 토해 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리하게 오러를 운용하면서 육체의 한계에 도달한 탓에 몸의 내부가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리안 님!”
그 모습에 아이작이 경기장 위로 뛰어올라오며 리안을 부축했다.
이미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릴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리안은 입가에 피를 닦으며 반을 보았다.
비틀거리며 경기장 위로 올라오는 반.
리안보단 상황이 나았지만, 지금의 분위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리안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반이 관중석에 있는 벨제민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저의 패배입니다, 아버지.”
그가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바로크 왕국의 왕자로서 수십 년 만에 열린 파르콘티움에서 왕국에게 패배를 안겼다.
자신 있게 개입한 자신감과는 달리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에 벨제민이 말했다.
“그 책임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예.”
벨제민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리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대단한 궁술이로다.”
여간해선 다른 이를 칭찬하지 않는 벨제민이다. 때문에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이들 중 몇몇이 놀란 표정으로 벨제민을 보았다.
벨제민은 리안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대의 궁술은 누군가에 배운 것인가?”
“스승님이…… 계십니다.”
“그렇군.”
그 스승이 누구냐고 물어볼 법도 했지만, 벨제민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벨제민이 크게 외쳤다.
“이로써 바로크 왕국과 아르티안 왕국 간에 개최된 파르콘티움을 마치겠다. 우리의 어린 전사들을 상대로 멋진 결투를 보여 준 아르티안 왕국의 전사들에겐 큰 포상과 함께 이곳에 머무는 동안 편안한 휴식을 약속한다. 또한 그 시간 동안 양국은 임시 동맹을 맺으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불가침 조약을 추가로 체결하도록 한다.”
척!
그 말에 경기장 밖에 서 있던 마로크 남작 및 사신단 전원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마로크 남작이 크게 소리쳤다.
“왕의 자비에 아르티안 왕국을 대표하여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바로크 왕국에 무한한 영광이 깃들길 기원하겠습니다!”
“바로크 왕국에 무한한 영광이 깃들길 기원하겠습니다!”
뒤이어 사신단이 크게 외치자 벨제민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후우, 끝났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종료된 상황 속에서 리안은 작게 숨을 토하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리, 리안 님!”
긴장의 끈이 풀려 버린 것일까?
리안은 밀려오는 극심한 피로에 결국 버티지 못한 채 선 채로 기절했다.
* * *
무거운 침묵이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반은 의자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벨제민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바로크 왕국에 패배 따윈 없다.
대륙 최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엄을 보여야 했건만, 오히려 위신을 깎아 버렸다.
말 한마디로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으로써 반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었다.
벨제민은 그런 반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벨제민은 침묵했다.
이내 그가 반에게 말했다.
“네가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겠지.”
“그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원래라면 목숨값으로 갚아야겠지만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고…… 음, 좋다. 이거면 적당하겠군.”
벨제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지도를 보았다.
대륙의 전체가 그려진 지도였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바로크 왕국의 북쪽을 가리켰다.
“3년 주겠다.”
“…….”
벨제민이 가리킨 곳에 적힌 지명.
-트루빌리아-
바로크 왕국 북쪽에 있는 야만족의 땅이었다.
수십 년 동안 바로크 왕국과의 마찰로 인해 매번 주인이 변하는 분쟁 지역.
그런 곳을 온전히 왕국의 품으로 가지고 오시란다.
그것도 3년 안에.
“해내지 못한다면 이곳에 너의 자리는 없다.”
훗날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은 그런 것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잘못을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뿐이다.
“테일을 주십시오.”
“원하는 대로. 하지만 3년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돌아와야 할 것이며 3년 후에는…….”
쿵!
벨제민이 주먹으로 지도의 중앙을 가볍게 때렸다. 그리고 말했다.
“이 대륙 전체를 가질 것이다.”
대륙 정벌.
오랫동안 움츠리고 있었던 바로크 왕국이 다시 날개를 펴며 비상하는 날이 오는 것이다.
그 말에 반이 대답했다.
“……3년 후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반은 몸을 돌렸다.
이미 임무가 떨어진 이상 늦장 부릴 여유 따윈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녀석과 대화를 나눠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오히려 이게 낫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륙 정벌.
농담조차 허투루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다. 그렇다면 3년 후엔 녀석과 적으로 만나게 되겠지.
그리고 반이 떠난 방.
혼자 남은 벨제민은 찢어진 지도를 보다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
비록 파르콘티움으로 인하여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얻었으나, 얻은 소득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였다.
가장 큰 소득은 두말할 것 없이 저 멍청한 녀석이 다시 의욕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살아 있었단 말이지…….”
자신의 인생에 가장 섬뜩했던 순간을 만들어 준 녀석.
벨제민은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다시…… 녀석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
* * *
리안이 다시 눈을 뜬 것은 파르콘티움이 끝나고 꼬박 이틀이 지난 후였다.
이틀 동안 기절한 듯 잠만 자던 리안은 몸을 일으키다 미간을 찌푸렸다.
“으윽…….”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생각 이상을 심했기 때문이다.
‘……스승님이 알면 난리 나겠지.’
아마 한동안은 오러를 운용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당분간은 몸을 회복시키는 데만 집중하는 수밖에.
“리안 님!”
그리고 리안이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작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녀석과 함께 한 여성 신관이 함께 왔는데, 이내 리안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꼬박 이틀 동안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몸이 개운한 모양입니다.”
“농담할 여력이 있는 걸 보니 괜찮아 보이긴 합니다만…… 당분간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그녀를 속이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았다.
이내 리안을 치료하던 신관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물러났다.
그에 아이작이 리안에게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뭐…… 그럭저럭? 그보다 우리 전부 목숨은 건졌네. 그렇지?”
리안이 슬쩍 시선을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
문밖에 있어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도 숨길 생각이 없었는지 기척이 온전히 느껴졌다.
리안의 말에 녀석이 헛기침을 하더니,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아펠이었다.
“크게 다쳤다고 해서 말이지.”
“의외네, 네가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
리안의 말에 아펠이 입술을 꾹 닫았다.
지난번, 리안에게 했던 짓들이 있으니 말이다. 이내 그가 리안에게 말했다.
“예전 일은…… 사과하겠다. 무례를 용서해라.”
“…….”
설마 이렇게 담백하게 사과도 할 줄 아는 녀석이었을 줄이야.
녀석의 행동에 리안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아이작을 보았다.
아이작은 그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리안은 아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넌, 다친 덴 좀 어때? 눈 뜨고 기절했던데 말이야.”
“똑같이 기절한 놈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군.”
그 말에 리안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직일 때마다 전신이 비명을 질러 댔지만, 그래도 이럴 때일수록 몸을 풀어 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때,
“일어나셨군요.”
하녀 한 명이 들어오더니 리안을 포함한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세 분을 만나고자 하는 분이 계십니다.”
“우리를?”
“그게 누굽니까?”
* * *
“…….”
솔직히 예상외였다.
무(武)에 대한 깊이가 굉장히 깊고 진지한 바로크 왕국이기에 이번 파르콘티움의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바로크 국왕이 불가침 조약을 약속해 주었다곤 하지만, 돌아가기 전까지 상당히 불편한 관계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몸은 좀 괜찮나? 크으, 하긴 반을 그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이틀 정도 기절한 거면 대단한 거지.”
“아니야, 반이 쓰러졌을 때 화살을 한 방 더 날렸으면 끝났을걸? 사실상 반이 졌다고 봐야지!”
“그래, 그 자식. 괜히 패배 선언 당하기 싫어서 자기 입으로 먼저 얘기한 걸 수도 있어. 그럼 좀 있어 보이긴 하잖아, 흐흐흐.”
리안과 아이작, 아펠은 바로크 왕국의 젊은 전사들이 있는 곳에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글쎄다.”
아이작의 물음에 리안이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이내 아이작과 전투를 했던 카밀로는 상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들고 잔을 아이작에게 내밀었다.
“그저 파르콘티움이 끝나고 교류하자는 뜻에서 만든 자리다. 너무 경계할 필요 없어.”
그러자 아펠과 결투를 했던 페레디온도 절뚝거리며 다가와 아펠에게 말했다.
“이봐, 술은 좀 할 줄 아나?”
“고급 와인이라면 조금 마실 줄은 알지.”
“흐흐, 못 마신다는 뜻이네?”
페레디온이 웃음을 터트리자, 주변에 있던 바로크 왕국의 유망주들이 함께 웃었다.
그에 아펠이 발끈하며 페레디온을 보았다.
“해보자는 건가?”
“이번엔 술로. 물론 이번에도 내가 이길 것 같지만 말이야.”
그 말에 아펠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커다란 잔을 들었다.
커다란 맥주잔 안에 럼주 같은 것을 채운 잔이었는데, 아펠은 한 치의 주저도 없이 곧장 마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바로크 왕국의 유망주들이 크게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 자식! 상남자구만!”
“저걸 원샷하다니! 페레디온, 너도 보여 줘라! 지지 말라고!”
그에 페레디온도 아펠과 똑같이 잔에 담긴 술을 한 번에 비워 버렸다.
순식간에 달아오른 분위기와 함께 그동안 가지고 있던 바로크 왕국의 이미지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마실 수 있겠지?”
어느덧 옆으로 다가온 녀석이 리안에게 잔을 슬쩍 건네며 물었다.
‘……오늘 죽을 수도 있겠는데.’
차라리 싸우는 것이 더 나을지도.
그날 리안은 또다시 지옥문의 앞까지 갔다가 겨우 기어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