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164)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164화(164/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164)
이상하다.
어느 순간 따라오는 적들의 추격이 조금 느슨해진 느낌이랄까?
더 이상 후방에서 들려오는 병장기 소리는 없었다. 그에 옆에 있던 디엘이 말했다.
“불안하십니까? 갑자기 적의 추격이 없어져서요?”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알기는 쉽습니다. 다만 좋은 건 아니지만요.”
“……어째서?”
“그만큼 상대가 이곳의 지형을 잘 알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이해할 수 없는 대답만 흘러나오고 있다.
이내 디엘은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우리가 도망치고 있는 이 방향은 절벽 쪽이거든요.”
“……!”
순간 리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나 곧 차분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
방금 디엘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쫓을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어차피 도망칠 수 없는 절벽 쪽이니 확실하게 잡아먹겠다는 뜻이겠지.
“리안, 뭔가 이상하지 않나?”
“후방에서 더 이상 전투 소리가 들리지 않네. 적들이 쫓지 않는 것 같은데?”
이상함을 느낀 것은 레이먼과 바루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말에 리안이 옆에 있던 디엘을 보았다.
때마침 디엘을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 난 것이다.
리안은 레이먼과 바루스를 보며 말했다.
“두 분, 인사하십시오. 갑작스럽게 나타나긴 했지만 지금 소개합니다.”
“제가 직접하겠습니다, 부대장님.”
디엘은 레이먼과 바루스를 보고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부부대장이신 레이먼 대위님과 바루스 대위님이시죠? 저는 이제 갓 애로우헤드 부대로 입대한 애로우헤드 부대의 책사, 디엘입니다.”
“책사?”
“이제 갓 입대했다고?”
레이먼과 바루스는 순간 멈칫하며 리안을 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란 말인가.
리안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애로우헤드 부대의 책사 디엘입니다. 앞으로 두 분께서 많이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책사라니.”
“으음…… 자네가 결정한 일이니 뭐라고 할 순 없지.”
워낙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세히 얘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레이먼과 바루스는 우선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리안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적들의 추격은 더 없는 것 같은데.”
이유를 알지 못하는 레이먼과 바루스는 조금은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상황을 알고 있는 리안은 디엘에게 물었다.
“방법은 있는 거겠지?”
이 방향이 절벽 쪽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택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리안의 물음에 디엘이 말했다.
“혹시 붉은 이리라 불렸던 산 민족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붉은 이리?”
리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생전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 말에 반응한 것은 바루스였다.
“예전에 멜라디온 왕국에 있었던 소수 부족을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이미 멸족해서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그들에 대한 건 왜 묻는 건가?”
오래전, 멜라디온 왕국의 영토를 터전으로 삼고 있었던 붉은 이리.
아주 한때이긴 하지만 멜라디온 왕국에서 공포의 대명사로 알려질 정도로 그들의 영향력은 엄청났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름조차 제대로 아는 이들이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
바루스의 물음에 디엘이 말했다.
“이곳이 붉은 이리가 활동했던 곳이었죠. 그리고 그들이 짧지만 악명을 떨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이 산을 제 터전과 같이 자유자재로 활용했다는 거죠.”
디엘이 말에 리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레이먼과 바루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디엘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붉은 이리는 적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짧은 전성기를 누린 것에 비해 멜라디온 왕국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그 공격을 피하고 역으로 반격할 수단을 만들어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덧 디엘이 말한 절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높이가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뛰어내린다면 반드시 죽을 수 있는 높이였다.
디엘은 절벽 옆쪽에 있던 커다란 바위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무언가를 찾고 있는 디엘의 모습에 리안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발견한 디엘이 입꼬리를 올렸다.
“여길 부숴야 합니다.”
“카일!”
“예!”
쿵!
리안의 외침과 함께 카일이 양손에 들고 있던 방패를 버리고 도끼를 움켜쥐었다.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오른 카일이 몸을 크게 젖혔다.
“크아아아아아!”
사람보다 더 큰 거대한 바위를 향해 날아오른 카일의 안광이 번뜩였다. 그리고 그 바위를 향해 도끼를 휘두르는 순간, 쩌어어엉-!
강한 파쇄음과 함께 카일의 도끼가 바위 깊숙이 박혔다.
쩌적-! 쩌저저적!
그리고 도끼를 비틀며 빼는 순간, 바위가 쩍 하고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 모습에 애로우헤드 부대원들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다음이었다.
“저, 저게 뭐야?”
“……통로?”
바위가 부서진 직후 바닥으로 이어진 기다란 통로를 보며 리안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리안의 옆으로 다가온 디엘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붉은 이리들이 사용했던 피난의 수단입니다. 원래 그 문을 열고 닫는 그들만의 기술이 있었을 텐데, 제가 그런 것까진 몰라서…….”
“대, 대단한데? 이런 걸 어떻게 안 거야?”
리안은 진심으로 놀라며 물었다. 그에 디엘이 혀를 쏙 내밀며 작게 웃었다.
“과거에 대륙에 영향력을 끼쳤던 다양한 부족에 대해 관심이 많거든요.”
‘대단하다.’
그런 지식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런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건 다른 문제이지 않은가.
하지만 칭찬은 나중에 충분히 해도 된다.
리안은 서둘러 레이먼과 바루스를 보며 말했다.
“아이작과 부대원들을 데리고 먼저 출발하십시오. 저는 가장 마지막에 가겠습니다.”
“몸도 성치 않은 분이 무슨 소립니까!”
“같이 가시죠.”
레이먼과 바루스가 강하게 얘기했지만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후방에서 전투를 치른 헤릴다와 그 부대원들을 챙겨서 함께 가야 한다.
“디엘, 안내를 부탁한다.”
“걱정 마세요.”
강경한 리안의 태도에 레이먼과 바루스는 어쩔 수 없이 디엘과 함께 먼저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로 들어가기 전,
“리안 님!”
“……?”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디엘을 보며 리안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디엘이 다가오며 리안에게 말했다.
“마지막에 이곳 통로로 들어오실 때…….”
리안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이는 디엘.
그녀의 말에 리안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이윽고 디엘의 말이 끝나자 리안이 물었다.
“그렇게 해도 되는 거야?”
“예, 믿어 주십시오.”
“……알겠다.”
대화는 끝이었다.
이윽고 줄지어 들어가는 부대원들을 보며 리안은 빠르게 뒤쪽으로 이동했다.
“헤릴다!”
“부대장님.”
후방 부대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추격하는 적들의 수가 줄어들었다곤 하나, 치열한 전투의 흔적은 여실히 남아 있었다.
헤릴다는 리안을 보며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했다.
“쫓아오던 녀석들이 점차 속도를 줄이는 듯하더니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이 앞이 절벽이라 확실하게 끝낼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절벽이요?”
헤릴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앞이 절벽이라면 더 이상 도망칠 수 있는 곳이 없단 말이지 않은가.
리안은 헤릴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새로온 책사가 묘수를 썼다. 지금 비밀 통로로 이동하고 있으니 우린 후방에서 아군들이 비밀 통로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함께 간다.”
“예.”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야 하지만 헤릴다는 단 한마디의 불평도 없었다.
그런 헤릴다를 보며 리안이 말했다.
“항상 모진 일만 시켜서 미안하다.”
진심이었다.
중립 지역에서 온 헤릴다의 부대는 난전이나 궃은 일은 언제나 도맡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릴다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불평도 하지 않았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리안의 말에 헤릴다가 고개를 저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지금의 환경을 제공해 주신 것만으로 저희는 리안 님께 평생 갚을 수 없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맙다.”
헤릴다의 말에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리안은 곧장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잠깐 여유를 두고 있지만, 녀석들이 곧 들이닥칠 수 있다.
“서둘러서 이동한다!”
천 명이 넘는 인원이 서너 명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폭의 통로로 들어가야 하기에 시간이 꽤 지체될 수밖에 없다.
조급한 마음에 리안은 서둘러 부대원들을 재촉하며 소리쳤다.
* * *
남아 있는 병력의 수는 삼천 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여전히 녀석들을 압도할 만큼의 숫자이긴 하지만 참담할 정도로 많은 수가 줄어든 것이다.
부대원들의 피해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마르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잃은 것이 너무나 많다.’
오천 명의 부대원들은 그야말로 한 명 한 명이 정예병이라 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마르셀과 함께 전장을 헤쳐 나간 영웅들인 것이다.
그중 삼분지의 일을 잃었고, 가장 오랫동안 자신의 옆을 지켜 주던 벨릭스 역시 크게 다쳤다.
하지만 그랬기에 더더욱 물러날 수가 없었다.
그만큼 훗날 녀석은 자신들에게 위험한 존재가 될 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후우…… 이제 마지막인가.”
게다가 이제 거의 끝자락에 도달했다.
절벽으로 밀어 넣은 그들을 완전히 끝장내면 되니까 말이다.
마르셀은 이동하는 부대원들을 보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마, 마르셀 님!”
앞에서 부대원들을 통솔하고 있던 간부 한 명이 급히 마르셀을 향해 달려왔다.
그에 마르셀이 그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큰일 났습니다! 적들이 이상한 통로를 통해 절벽 아래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
절벽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그의 말에 마르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윽고 당황한 마르셀이 소리쳤다.
“속도를 올려 놈들을 잡는다! 진형 유지는 필요 없다! 서둘러 놈들을 쫓아!”
“예! 속도를 올려라! 적들이 도망치고 있다! 서둘러-!”
다른 간부들의 외침에 명령이 빠르게 하달됐다. 그에 마르셀의 부대원들이 절벽 쪽으로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그물망에 잡힌 물고기를 어떻게 죽여야 할까 고민을 하던 찰나, 그물망에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한 것이다.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부대원들을 앞세운 마르셀이 절벽 쪽으로 이동했을 때,
“네놈드으으으을-!”
커다란 구멍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애로우헤드 부대원들을 보며 마르셀이 크게 소리쳤다.
그와 함께 몇몇 간부들이 부대원들을 이끌며 그들을 향해 튀어 나갔다.
“놓칠 것 같으냐!”
“이 자식들, 어디 쥐새끼처럼 도망치고 있느냐!”
그들이 채 다가오기도 전, 창을 쥐고 있던 리안이 오러를 방출하며 그들을 향해 휘둘렀다.
쿠아아아앙!
“으아아아악!”
“내, 내 다리! 끄아아아악!”
“오러다! 모두 조심해!”
오러를 다루지 못하는 일반 병사들에게 있어 오러는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이다.
일반 검이나 창 따위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절대적인 힘 앞에서 그들이 멈칫했다.
그나마 한 번 정도라도 버티려면 두께가 10cm가 넘는 방패가 필요한데, 보통의 사람들은 그런 방패를 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윽고 그들의 걸음이 멈칫하자 리안이 작게 숨을 토했다.
조금 전 수준으로 오러를 방출하는 건 리안에게도 상당히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써 시간은 확실하게 벌었다.
게다가 녀석들의 시선도 끌지 않았던가.
리안은 적의 병사들 사이에 있는 마르셀을 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리안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마르셀의 표정이 표독스럽게 일그러졌다.
‘웃어? 감히!’
순간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며 이성이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애써 분노를 억누른 마르셀이 소리쳤다.
“쫓아라! 놈들을 놓치지 마라!”
저 통로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눈앞에서 녀석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위험이 있더라도 함께 위험하겠지.
마르셀의 외침에 그의 부대원들이 서둘러 움직이자 리안도 통로 쪽으로 들어가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 통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길이는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지금은,
‘디엘을 믿는 수밖에…….’
그녀가 통로 안으로 들어가기 전 리안에게 했던 말.
[가능하다면 마지막까지 남아 적들을 최대한 안으로 유인해 주세요.]그런 요구를 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끝까지 가 보자고.’
리안은 바로 뒤로 따라붙은 적 병사들의 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