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19)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19화(19/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19)
“다들 모여.”
분대원들을 모은 리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리안이 바닥에 지도를 펼치자, 분대원들은 덩달아 굳은 표정으로 리안을 보았다.
“우선……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한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린 지금 당장 이시스 강으로 출발한다. 지금 시간으로 따진다면…….”
리안은 허리에 걸고 있던 회중시계를 꺼냈다.
리안이 시계를 꺼내자 브랜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계도 있습니까?”
“저거 엄청 비쌀 텐데…….”
낡은 시계이긴 했지만, 분대원들은 제법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계란 물건이 상당히 고가니까 말이다.
하지만 리안은 개의치 않으며 이내 분대원들에게 말했다.
“본대가 출발하는 건 앞으로 여섯 시간 후. 여기서 이시스 강까지 본대와 함께 움직인다면 대략 이틀 정도 소요가 될 거야.”
물론 그마저도 휴식 시간을 최소로 줄이면서 서둘러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삼백 명의 인원이 한 번에 움직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갈 수 있는 길도 한정적이고.
“그래서 우리는 경로를 바꿔서 최대한 빠른 길로 이시스 강을 향한다.”
리안은 바닥에 놓인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본대가 움직이는 것과 달리 거의 일직선에 가까운 경로.
“여긴 산을 넘어야 하는데요?”
“둘러서 가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거리는 더 멀지만, 산의 경사나 지형이 어떤지 정확하게 모르잖아요.”
아이작의 의견에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지도에서 보는 것과 실제는 차이가 있으니까.
하지만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지형이 조금 험하긴 하지만 경사가 그렇게 가파르진 않아. 오히려 펠론 협곡의 경사가 더 가파른 느낌이랄까?”
“으음…… 그때 저흰 정면으로 들어갔던 터라 펠론 협곡이 얼마나 가파른지는 모릅니다, 분대장님.”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훈련을 대충 한 건 아니잖아. 충분히 할 수 있어.”
“예, 그런데 왜 우리만 먼저 출발하는 겁니까?”
아, 상황이 너무 급하다 보니 중요한 걸 설명하지 않았다.
카일의 물음에 리안은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시스 강을 가로지른다고요?”
“여길 어떻게 건너갑니까? 배도 못 띄운다는데…….”
“정말 길이 있는 겁니까?”
아이작의 물음에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찾기 위해 가는 거야. 지금 당장 출발할 테니까 바로 군장 싸. 이시스 강까지 30시간 안에 도착해야 하니까.”
“……맙소사.”
“이틀은 족히 걸어야 하는 거리를 30시간이라…… 하하…….”
모두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빠르게 군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동 속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만 준비했다.
“중간에 물은 산에서 수급할 수 있으니까, 수통은 하나만 챙겨라. 그리고 간부들만 먹는 소 육포도 받아 올 테니까 그걸로 챙기고.”
“크으, 역시 특별 작전이라 그런지 보급은 제대로 해 주는군요.”
“우리 작전에 전 중대원들이 걸려 있어.”
이시스 강을 건널 수 있다면,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이틀 정도 거리를 줄일 수 있다.
‘중대장님이 말하진 않았지만…… 이번 작전의 싸움은 시간 싸움이다. 무조건 시간을 줄여야 해.’
이미 리안은 이글 중대가 어떤 특별 임무를 띠고 있는지 예측하고 있었다.
뻔하다.
갑자기 이글 중대가 특별 임무를 띤 것도 그랬고, 살레론의 성으로 가는 것이 아닌 뒤쪽 평야에 매복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흉족들이 오기 전에 완벽하게 매복을 끝내야 한다.’
그것이 실패한다면 이글 중대는 그대로 허허벌판에서 흉족에게 도륙당할 것이다.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어.’
물론 어떤 시선으로 보든 이글 중대에게 편한 상황은 아니다.
어쩌면 왕국의 권력 싸움으로 인하여 버려지는 패가 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버려지기 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공적을 쌓는다면…….’
그건 일반적인 상황에서 쌓은 공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일 터.
“준비는 다 됐나?”
“예!”
“바로 출발하면 됩니다.”
불안감이 가슴을 때렸지만 외면했다.
지금은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어떻게든 맡은 임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뿐.
막사 밖으로 나오자 타일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리안에게 붉은 액체가 든 병 하나를 내밀었다.
“중대장님께서 주셨다.”
“이건……?”
“하급이긴 하지만, 힐링 포션이다.”
맙소사.
리안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힐링 포션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지만, 자신 같은 병사들이 감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대원들이 양껏 쓸 수 있는 양은 아니지만, 분명 도움이 될 거다.”
힐링 포션은 상처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을 주지만, 체력을 회복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리안은 조심스럽게 힐링 포션을 받았다.
“반드시 좋은 소식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무운을 비네.”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었다.
리안은 곧장 분대원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달빛이 밝은 것이 시작이 좋았지만, 분대원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 * *
이 시기의 살레론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쁠 수밖에 없었다.
성 전체에 내려 깔린 긴장감.
바쁘게 성벽을 보수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확신할 수 없었다.
“거기! 땅을 깊게 파야 한다니까?”
“에이! 내가 이래서 조금 따뜻할 때 땅을 파야 한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살레론은 평야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적의 진입을 막기 위해선 성의 바깥 테두리로 땅을 파고 장애물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해야지만 적이 성벽으로 올라오려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추울 때는 곡괭이를 사용해도 땅을 파는 것이 힘들 정도로 단단해진다.
곡괭이로 땅을 파고 있던 영지민들은 온갖 인상을 구기며 투덜거렸다.
어느덧 곡괭이를 쥐고 있던 손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감시하고 있는 병사 때문에 쉬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시각,
“어찌 이런 지원이란 말인가!”
살레론을 다스리고 있던 비에르탈 남작은 도무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고작 천 명이라니. 이곳 살레론이 왕국에서 어떤 위치인지 모르는 것인가?”
살레론은 북쪽에서 흉족들을 막아 내고 있는 요충지라 할 수는 없었지만, 북쪽 요충지를 이어 주는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 때문에 매년 겨울, 흉족들의 침공을 받아야 했지만 말이다.
어찌 됐거나 살레론이 무너진다면, 당장 흉족과의 가장 큰 전투지로 분류되는 두 곳의 보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지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
‘살레론을 정치 싸움의 카드로 쓰겠다는 건가?’
병으로 누워 있는 현재의 왕조차도 권력 싸움의 투쟁으로 북쪽은 건드리지 않았다.
북쪽의 흉족들이 왕국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면, 그 피해는 단순히 숫자로 표기할 수 없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대체…….
“영주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왕국에 다시 서신을 보내 추가 지원을 요청하셔야 합니다. 살레론이 어떤 곳인데 고작 천 명이라니요!”
“……이미 다섯 번이나 보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이 이것이야.”
이미 이천 명이 넘는 흉족이 살레론에서 오 일 거리에 도착했다는 서신을 받았다.
지금은 더욱 가까워졌을지도.
“이번엔…… 정말 위험할 수도 있겠군.”
비에르탈 남작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지랄 같은 정치에 줄이라도 조금 댔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올곧게 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데 말이다.
“남은 시간 동안 성 외곽 공사에 집중해라. 어떻게든 오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니까.”
시기가 시기인 만큼 흉족들의 공격은 그야말로 짐승처럼 거세다. 식량이 없어 그것을 얻고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그들이기에 그야말로 초가 모두 타기 직전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다.
장기전으로 갔을 땐 무조건 자신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밖을 보는 비에르탈 남작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감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 * *
사삭! 사사삭!
걸을 때마다 다리를 스치는 풀 소리와 함께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허억…… 허억…….”
오르지 못할 정도의 가파른 길은 아니었지만, 벌써 한 시간 넘게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리안은 뒤따라오는 분대원들을 보며 자리에 섰다.
“여기서 10분 휴식. 그 후에 바로 출발한다.”
“으악! 카일 죽는다!”
“후우…… 후우…… 후우…….”
벌러덩 누워 버린 카일과 같이 다른 분대원들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지도를 펼치며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리안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안 힘든가……?’
‘괴물인가…….’
리안을 보는 시선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경이로운 눈빛은 감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흐음…….”
빠르게 이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획한 길을 이탈하지 않고 제대로 가고 있는가도 굉장히 중요하다.
리안은 지도를 펼치며 주변을 살폈다.
‘한 번 실수하면 그대로 끝이야.’
약속까지 남은 시간은 넉넉하지만, 길을 잘못 들어선다면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끝날 수도 있다.
“후우…… 후우…….”
호흡을 애써 고르며 분대원들의 상태를 보았다.
모두가 상당히 지친 기색을 감추진 못했지만, 리안을 보는 눈빛만큼은 아직 팔팔하게 살아 있었다.
“모여.”
리안이 가볍게 손짓하며 지도를 가리켰다.
“힘들겠지만, 모두 조금만 더 힘을 내라. 대략 서너 시간 정도만 더 가면 여기에 마을이 있다. 크진 않지만 숙소는 있을 거다.”
“쉬는 겁니까?”
“운이 좋아. 가는 길목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은 위치에 마을이 있는 거니까.”
이렇게 된다면 마을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작전으로 인해 40시간 넘게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마을로 가서 제대로 된 음식을 섭취하고 4-5시간 정도 수면을 취한 후 바로 출발해야 한다.
‘무조건 도착하는 게 아니라, 도착하고 나서 해야 할 일들이 문제니까.’
적절한 체력 분배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저 무모하게 덤비다가 바스러지는 건 이미 수없이 보고 겪지 않았던가.
“다들 갈 수 있겠지?”
“분대장님도 가는데 저희가 못 갈 이유가 있겠습니까?”
“체력 훈련은 언제나 제가 1등이었습니다.”
브랜트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다른 녀석들도 덩달아 미소 지었다.
“이 자식, 저번에 훈련소 뒤에서 토하던데. 본 사람?”
“나 봤어. 아주 죽으려고 하던데? 흐흐흐.”
“무, 무슨 소리야! 누가 토를 해!”
한층 분위기가 밝아지자 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분위기가 다시 진지해지며, 분대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출발한다.”
해가 떠 있는 지금.
이 산을 완전히 넘어간다.
* * *
아래로 넓은 평야가 보이는 협곡.
그 위로 포진한 이천여 명의 흉족들과 가장 앞에서 그들을 이끄는 한 남자가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흐흐흐, 드디어 도착이다.”
이 척박한 협곡을 넘어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던가.
눈보라가 몰아치는 살인적인 추위에서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래를 보았다.
그리고 저 멀리 평야의 끝쪽에 보이는 희미한 무언가.
그들이 목표로 가지고 왔던 살레론이 드디어 포착된 것이다.
갈렐.
북쪽의 권력을 양분하는 데미안족의 세 번째 전사.
그 포악함과 폭력성은 이미 왕국에도 널리 알려질 정도로 유명세를 지니고 있었다.
갈렐이 뒤를 돌아 부하들을 보았다.
모두가 독이 가득한 눈빛.
지금 당장, 사람이라도 뜯어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들의 광기 어린 눈빛에 갈렐이 소리쳤다.
“이제에에에에! 조금만 더 간다면 눈보라를 막아 줄 따뜻한 집과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휘릭.
그리고 앞을 보며 가지고 있던 도끼를 내밀었다.
“그 외에 살아 있는 존재는 필요 없다. 모두 도륙하고 집어삼켜라.”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살레론을 향한 마지막 관문.
그들의 외침은 광기에 젖어 눈보라마저 뚫고 하늘 높이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