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197)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197화(197/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197)
“정말 이대로 놔둬도 괜찮을까요?”
빌커의 물음에 앤거스 백작은 들고 있던 와인 잔을 들어 올렸다.
영롱한 포돗빛이 핏빛처럼 반짝이는 것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앤거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만약 그 평민 출신 놈이 에르칼을 차지한다면 왕국의 권력은 단번에 기울어질 것이다.”
“그러니 무슨 조치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에르칼이 가지고 있는 지형적 특성을 생각한다면 이번 에르칼 원정은 승인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빌커의 말에 앤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빌커, 너는 에르칼이 어떤 곳인 줄 아느냐?”
“알다마다요. 동북 흉족 땅의 서쪽 요충지이지 않습니까. 에르칼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곳을 기점으로 흉족의 서부 지역까지 점령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르티안 왕국의 1/5에 달하는 영토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런 빌커의 말에 앤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만큼 중요한 땅이라 할 수 있지.”
“걱정이…… 되지 않으시는 겁니까?”
말과는 달리 너무나 여유로운 앤거스의 모습에 빌커가 물었다.
앤거스가 들고 있던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창문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에르칼…… 과거에도 그곳의 정벌을 한 번 계획했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비공식이긴 했지만.”
바로 2왕자 바이런이 있을 때였다.
보다 확실한 권력을 구축하기 위해 바이런이 시선을 돌린 것이 바로 북방 정벌이었다.
그리고 북방 지역 중에서도 에르칼을 후보로 놓고 검토를 진행했었다.
그때 북방 정벌 작전에 속해 있었던 것이 앤거스였다.
때문에 앤거스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에르칼을 노리기 위해 1차로 보낸 부대가 전멸한 것을 말이다.
“그곳에 간 인원이 무려 오천 명이었다.”
그중 살아 돌아온 이는 서른 명도 되지 않았고. 그것도 에르칼에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1차 진격은 왜 실패한 겁니까?”
그 물음에 앤거스의 눈빛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어느덧 진지해진 그의 표정과 함께 앤거스가 말했다.
“에르칼을 가기 위해선 반드시 그 협곡을 지나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 협곡을 끼고 있는 많은 흉족들로 인해 상당히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거든.”
그리고,
“그 협곡에는 귀신이 살고 있다.”
앤거스의 말에 빌커는 그저 말없이 침을 꿀꺽 삼킬 뿐이었다.
* * *
“……몬스터.”
“몬스터?”
텐카쿠의 중얼거림에 리안이 물었다.
분명 베나트의 보고엔 몬스터가 있다는 얘기는 없는데…….
텐카쿠는 고개를 저으며 리안에게 말했다.
“이곳 안 된다. 협곡, 돌자. 내가 함께 싸운다.”
“협곡을 넘는 건 불가능한가?”
“침투 부대에서도 클라이밍이 뛰어난 부대원들이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제 판단으로는 에르칼 쪽 협곡을 넘어서 이동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결국 이곳을 가로지르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건가?”
“시간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습니다.”
협곡을 가로지른다면 하루 만에 에르칼에 도달할 수 있다.
그들의 대화에 텐카쿠가 끼어들었다.
“이곳, 안 된다. 몬스터 있다.”
“무슨 몬스터? 이곳에 몬스터가 있다는 얘기는 없는데.”
“RHLAN, TPS WJSTK.”
옆에 있던 빌로딘이 리안을 보며 말했다. 흉족 말에 리안이 이해할 수 없어 텐카쿠를 쳐다보자,
“이곳, 강한 흉족 있다. 그를 몬스터, 부른다.”
흉족들 사이에서도 몬스터라 불릴 정도로 강한 흉족이라.
리안은 지도에 그려진 협곡 사이의 길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텐카쿠는 계속해서 만류했다.
“너 강하다. 하지만 몬스터, 더 강하다.”
“대체 어떤 녀석이기에 이 정도 반응인지.”
“제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봤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베나트가 리안을 보며 말했다.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것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직접 싸워 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데, 정찰에 이런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 되지.”
결국 시간으로 따진다면 협곡을 가로질러서 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텐카쿠의 이런 반응이라…….
리안이 신중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아이작이 말했다.
“몬스터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제가 맡겠습니다.”
“제 생각도 강행 돌파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어차피 전투를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이작의 말에 레이먼이 거들었다.
그에 리안은 지도를 바라보다가 디엘을 보며 물었다.
“네 생각은 어때?”
“정확한 정보 없이 뭔가 결정하는 건 힘든 상황입니다. 다만 또다시 정찰을 보내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없습니다.”
이미 원정에 대한 준비도 원활하게 흘러가고 있고, 무엇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것은 이쪽이었다.
지금도 날이 추워 원정에 좋은 날이라 할 수 없는데, 시간이 더 지연된다면 원정을 나중으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원정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예정대로 준비한다. 그리고 이 몬스터에 대해선 최대한 주의를 하며 작전을 진행해 보지.”
“예.”
“알겠습니다.”
“예!”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마무리되는 회의.
텐카쿠만이 다소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텐카쿠, 잠깐 나 좀 볼까?”
리안은 텐카쿠와 함께 영주 성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솨아아아아-.
어느덧 해가 지며 제법 쌀쌀한 바람이 볼을 스치며 지나갔다. 리안은 텐카쿠와 아델란트의 거리를 걸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리안이었다.
“불안한가?”
“몬스터 본 적 없다. 하지만 소문, 들었다.”
실제로 그를 본 적은 없었지만, 흉족들 사이에서 몬스터는 상당히 유명한 존재였다.
애초부터 텐카쿠가 협곡 사이의 좁은 길을 얘기조차 꺼내지 않은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걱정하지 마라, 다 잘될 테니까.”
“……그런가.”
리안의 담담한 말에 텐카쿠는 자신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적이었을 땐 말도 안 되게 두려웠던 녀석이었는데, 이리 같이 걷고 있으니 뭔가 동료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걸어가던 텐카쿠가 걸음을 멈추며 리안에게 물었다.
“리안. 우리 부족, 살고 싶다.”
“……?”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말하는 텐카쿠를 보고 리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 묻은 진지함은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만 같았다.
‘……이 녀석도.’
무려 이천여 명이나 되는 부족민들을 거느리는 부족장으로서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간절하게 자신의 부족민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바루스 님에게 잔뜩 혼이 나겠는걸……?’
흉족을 바라보는 왕국민의 시선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며칠 텐카쿠의 부족과 함께 아델란트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럴까?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지만,
‘이 녀석들도 그냥 똑같은…… 사람인 건가.’
리안의 마음에 흉족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흉족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심경의 변화가 조금씩 생기는 건 사실이었다.
“다 잘될 거다.”
“믿겠다.”
철천지원수라 할 수 있는 왕국민 리안과 흉족 텐카쿠.
두 사람은 그저 이 거짓말 같은 상황에서 말없이 아델란트의 거리를 함께 걸었다.
* * *
“흐아아아아-!”
“흐럇차-!”
원정 출정일이 가까워질수록 애로우헤드 부대원들의 열기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에르칼 원정이 왕국의 역사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말이다.
“카일, 힘을 빼라. 그러다가 원정 전에 동료들 다 죽이겠다!”
“으하하, 죄송합니다.”
레이먼의 외침에 카일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에 카일과 맨손 대련을 하고 있던 에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보기엔 제가 당하는 것 같지만, 이 녀석 때릴 곳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많이 풀립니다.”
“뭐야?”
“계속 해볼까?”
카일과 에런의 두 눈에 불똥이 튀기자 레이먼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쩌엉-!
그리고 그곳엔 카일과 에런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로 싸우는 두 남녀가 있었다.
“흐아압-!”
악에 받침 듯한 기합과 함께 헤릴다의 검이 디아날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희미하게나마 오러를 발현하는 헤릴다.
최근 한두 달 사이 그녀는 이전과는 몰라볼 정도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쩌엉-!
헤릴다의 거대한 검을 가볍게 튕겨 낸 디아날이 그대로 파고들며 왼 주먹으로 복부를 때렸다.
퍼억!
“꺽-!”
복부 오른쪽에 주먹이 꽂히는 순간, 헤릴다의 몸이 기역 자로 꺾였다.
숨이 턱 하고 막히며 정신이 나가는 것만 같은 충격.
하물며 오러가 깃든 주먹이었으니 내장이 전부 뒤집어지는 느낌일 것이다.
디아날은 쓰러지고 있는 헤릴다를 무심히 쳐다보며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쿵!
쑤아아아아악-!
“……!”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지는 강렬한 공격에 디아날은 본능적으로 뒤로 몸을 빼며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쾅!
쇠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가 버린 디아날의 검.
그에 디아날이 조금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씨익.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졌다.
조금 전 자신의 검을 날려 버린 헤릴다의 검에 오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느낌이다.”
“크, 큭!”
디아날의 칭찬이 있었지만, 헤릴다는 결국 버티지 못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내 천천히 고개를 든 헤릴다가 디아날을 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 감각을 계속해서 생각하면서 싸워라. 그럼 오러를 활성화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테니까.”
“예.”
어느덧 오러를 사용하게 되어 버린 헤릴다.
다소 무식하다 할 정도로 과격한 전투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랬기에 이렇게 빠른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다들 강해지고 있구나.’
한눈에 봐도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부대원들.
특히나 백인장 이상의 간부들은 과거 이글 중대 시절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북방 정벌이라.’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렐 정도의 위대한 업적을 향한 발걸음이지 않은가.
부대원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우려가 되는 것은 왕국의 병력 지원이 없다는 점이지만,
‘이 역시 이미 부대 내에서 계산했던 부분이고.’
이미 애로우헤드 부대는 역사상 둘도 없는 부대이지 않은가.
대륙 전체를 뒤져도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마스터급의 인물이 두 명이나 존재한다.
아마 군단급의 부대까지 모두 통틀어도 대륙에서 단일 부대로는 가장 강력한 무력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레이먼 님!”
그때 한 병사가 빠르게 훈련장 안으로 들어오며 레이먼을 불렀다.
그에 레이먼이 그를 보았다.
“무슨 일이지?”
“출정 전 마지막 회의에 참여하라는 부대장님 지시입니다.”
“그런가.”
이제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
에르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점검.
그에 레이먼은 회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가 회의장에 도착했을 때,
“오셨습니까.”
애로우헤드의 간부들과 더불어 텐카쿠를 포함한 흉족 간부 세 명이 자리에 있었다.
리안은 테이블 위에 펼쳐진 지도를 보며 각 간부들에게 준비 상황에 대해 물었다.
“준비 완료했습니까?”
“무기도 여분까지 확실하게 체크했습니다. 이번에 마이스터 윌터가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바루스의 대답에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정에서 돌아오면 따로 치하하도록 하죠. 그리고 레이먼 님, 부대원들 상황은 어떻습니까?”
리안의 물음과 함께 사람들의 시선이 레이먼에게로 향했다.
그에 레이먼이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출정을 해도 될 정도로 완벽합니다.”
그에 리안이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리며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쿵!
모든 준비가 끝났다.
“에르칼 원정, 출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