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199)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199화(199/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199)
‘저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에르칼 협곡의 모습에 리안은 묘하게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 베나트를 비롯한 정찰대가 이곳의 정찰을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다른 협곡에 비해 길이 굉장히 좁게 이어져 있으며, 벽을 타고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높게 솟아 있었다.
하물며 지형 자체도 굉장히 울퉁불퉁하여 움직이는 데 제약이 있을 것 같았고, 묘하게 어두운 느낌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을 주었다.
“저곳이로군요.”
리안의 옆에 있던 디엘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로 보니 더욱 위압감이 있어 보이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좁은 길목은 애로우헤드 부대원들이 모두 들어가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듯했다.
“부대장님, 우선 부대를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협곡 앞쪽에 임시 막사를 치고 살펴보도록 하지.”
“예.”
디엘의 조언에 리안은 협곡의 입구에서 대략 300여 m 정도 떨어진 곳에 임시 막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앞서 전투로 인해 부대원들이 피로해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협곡으로 진입하기 전 상황을 살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부대원들이 서둘러 임시 막사를 만들고 있을 때, 텐카쿠가 리안에게로 다가왔다.
“저곳, 몬스터.”
“싸워 본 적은 없다고 했지?”
“그래. 하지만 몬스터, 나보다 훨씬 강하다.”
“싸워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지?”
“본 적 있다.”
그것은 텐카쿠가 아직 부족을 이끌기 전이었다.
갑작스레 에르칼 협곡에 나타나 그 누구도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전사가 있다고 하여 한때 에르칼 근방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호승심 강한 많은 흉족의 전사들이 그를 향해 싸움을 걸었고, 수많은 전투가 벌어졌다.
“최고 전사 셋, 몬스터 이기지 못했다.”
당시 텐카쿠에겐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던 전투였다.
부족의 최고 전사들은 모두가 오러를 사용할 수 있었던 존재들.
그런 이들이 셋이나 덤볐는데 몬스터를 이기긴커녕,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또, 협곡 좁다. 많은 전사 안 된다.”
“알고 있어.”
이미 협곡 안으로 진입하는 순간, 그들에게 유리한 장소에서 싸우는 것과 다름없다.
최소한의 작전은 세우고 움직여야 한다.
타닥, 타닥.
추운 날씨에 피어오르는 모닥불이 크게 흔들린다.
임시로 지어진 막사가 바람에 흔들리는 듯했지만, 안에 있는 간부들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그래서 언제 공격할 생각이십니까?”
“제 생각엔 소수 인원을 뽑아서 진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레이먼의 물음에 디엘이 대답했다.
협곡의 입구가 좁은 것도 문제였지만, 만에 하나 벽 쪽으로 녀석들이 매복하고 있다면 적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인원이 많아진다는 것은 최악의 경우에 사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디엘의 말에 레이먼이 우려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리안을 보았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디엘의 의견이 조금 낫다고 생각해. 부대원들이 한 번에 많이 진입할 수 있는 길도 아니고, 무엇보다 매복이 있을 때 사상자가 많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
소수로 움직인다면 차라리 그런 공격을 회피할 수 있다.
그때 디엘이 말했다.
“리안 부대장님과 아이작 부부대장이 뚫지 못한다면 왕국 그 누가 오더라도 이 길을 돌파할 수 없습니다.”
어찌 본다면 오만할 수 있는 말.
하지만 디엘은 자신이 판단하고 있는 리안과 아이작의 가치를 정확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그리고 그에 다른 이들 역시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디엘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델란트보다 훨씬 추운 흉족의 땅이다.
기동력을 생각하여 식량도 많이 준비하지 않았기에 시간이 지체될수록 불리한 것은 자신들이었다.
지금은 간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길을 여는 것이 우선이다.
디엘이 밖으로 나가자 리안과 자리에 있던 이들 역시 곧장 준비하기 시작했다.
디엘이 부대 편성을 끝낸다면 그 즉시 출발할 테니까.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그래.”
리안은 자신에게 다가온 아이작의 말에 빙긋 미소를 지었다.
녀석을 보고 있으면 절대로 안 될 것 같은 상황도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하물며 지금의 상황은 이전의 걸어왔던 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루 안에 끝낸다.’
몬스터라는 녀석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막는다면 뚫고 지나갈 뿐이다.
그것이 애로우헤드 부대니까.
활과 화살을 준비하는 리안의 눈빛은 차분하지만 차갑게 번뜩이고 있었다.
* * *
차가운 금속 안으로 덧댄 가죽의 느낌.
이 감촉을 느낀 것이 얼마 만인가.
몬스터라는 닉네임이 생긴 이후 자신의 원래 이름은 사라졌다.
그저 에르칼 협곡의 몬스터라 불리며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 뿐.
남자는 주먹에 낀 건틀릿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하며 협곡의 입구 쪽을 보았다.
어느덧 협곡 안으로 진입하여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자들.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지도,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저 에르칼 협곡을 가로지르는 이 길로 들어온 이상 저들에게 죽음을 내려 줄 뿐.
자신은 에르칼 협곡의 몬스터니까 말이다.
“대장.”
“전투를 준비하라.”
몬스터는 자신의 뒤에 서 있던 부하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백여 명이 조금 넘는 숫자의 전사들이었지만, 에르칼 협곡의 지형상 적을 막기엔 충분한 숫자다.
협곡의 양쪽 벽이 높았지만, 워낙 험난하고 균형을 잡기 힘들었기에 아군도 적군도 전투 형태를 갖추긴 힘든 곳이었다.
그야말로 힘과 힘의 싸움이 존재하는 곳.
그곳에서 몬스터는 오랜만에 방문하는 적들을 보며 살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저들인 것 같습니다.”
“……몬스터, 저자다.”
정면에 보이는 흉족들의 모습에 아이작이 말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텐카쿠가 선두에 있던 거구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키가 2m는 가볍게 넘었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녀석의 어깨가 어지간한 성인 머리통보다 두 배는 되는 듯 거대했다.
거기에 우람한 몸통과 함께 주먹만 한 돌멩이가 박혀 있는 듯한 근육.
숨을 쉴 때마다 근육의 결이 쩍쩍 갈라졌고 거대한 해머를 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잘 벼려진 칼날을 보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아이작의 눈빛이 번뜩이며 그가 허리에 차고 있던 두 자루의 검을 잡았다.
“잠깐만.”
아이작은 자신도 모르게 뿜어져 나오는 투쟁심에 전투를 시작하려 했지만, 리안의 말에 멈칫하며 그를 보았다.
뭔가 리안의 표정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이 느낌…… 어디선가…….’
정확하게는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말도 안 되는 기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뭐랄까, 몬스터라 불리는 흉족을 처음 보는데 낯설지 않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싸우기 전,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저벅저벅.
“리, 리안 님!”
“부대장님!”
갑자기 흉족 무리의 앞으로 걸어가는 리안을 보며 아이작과 레이먼이 외쳤다.
리안은 개의치 않고 몬스터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이내 그에게 물었다.
“대륙어를 할 수 있나?”
“대륙인이었군. 그대와 나 사이에 해야 할 말이 있는가?”
차분하지만 살기가 진하게 묻어 있는 목소리.
목소리까지 들으니 뭔가 조금 더 확신이 드는 듯했다.
리안은 지난날 만났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몬스터에게 물었다.
“바쿤타와 무슨 관계지?”
그 순간 얼음 같이 냉정하던 몬스터의 눈빛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바쿤타는 리안이 카이젤 광산에서 구해 준 흉족이었다.
처음 바쿤타를 보았을 땐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고문에 가까운 상처를 온몸에 입었지만, 같은 부족의 전사들부터 챙겼던 그의 모습.
그리고,
‘서부 왕의 자리를 두고 다투었다고 했었지.’
비록 그 싸움에서 패배하여 밀려나며 끝내 카이잘 광산의 노예 신세가 되었지만, 어쨌든 그에 대한 존재감은 지금도 뚜렷하게 리안에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몬스터.
마치 바쿤타와 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닮은 외형이었다.
물론 분위기나 기세에선 차이점이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리안의 입에서 바쿤타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지?”
“멜라디온 왕국에는 카이잘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의 노예 포로로 잡혀 있는 것을 내가 구해 주었지.”
“노예…… 포로?”
“이제 내 질문에 대답해라. 바쿤타와 무슨 관계가 있나?”
그 물음에 몬스터가 잠깐 멈칫했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의 형이다.”
바쿤타의 동생인 몬스터.
어째서 그가 서부가 아닌 동부에 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리안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의문이 해소된 리안과 반대로 머릿속이 복잡해져 버린 몬스터.
그가 물었다.
“바쿤타는…… 어떻게 됐지?”
“북쪽으로 갔다는 것 외에 아는 건 없다. 그저 훗날 내게 빚을 갚겠다고 하더군.”
바쿤타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몬스터는 리안의 대답에 그저 입술을 꾹 다문 채 자리에 서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대장의 모습에 몬스터의 뒤쪽에 서 있던 흉족 전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언제나 적이 나타나면 보이는 그 즉시 죽음으로 인도했던 대장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가만히 있단 말인가.
알 수 없는 분위기였지만,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조용히 몬스터의 행동을 기다렸다.
그리고 에르칼 협곡에 흐르던 침묵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몬스터가 리안을 보며 말했다.
“바쿤타가…… 빚을 갚겠다, 그리 말했다고 했나?”
“그래.”
“그렇군.”
덤덤하게 대답하던 그는 이내 건틀릿을 낀 두 주먹을 올렸다.
“일기토인가, 아니면 전부 이곳에서 죽을 텐가.”
“이럴 줄 알았으면 나 혼자 올 걸 그랬네. 네가 지면 길을 열어 주는 건가?”
“전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간단해서 좋네.”
리안은 들고 있던 활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녀석과의 거리는 대략 20여 m.
예상컨대 녀석이 작정하고 뛴다면 1-2초 만에 거리가 좁혀질 터.
화살을 시위에 걸고 쏜다 하더라도 한 번이 끝이라는 것이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때 뒤에서 아이작의 외침이 들려왔다.
상대가 끼고 있는 무기만 보더라도 이 싸움은 아이작에게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안은 손을 휘휘 저었다.
어차피 이 싸움은 리안이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쿵!
바쿤타의 강한 발 구름과 함께 녀석의 신형이 대포처럼 리안을 향해 쇄도했다.
쑤아악-!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달려드는 몬스터의 움직임에 뒤에서 보고 있던 애로우헤드 부대원들은 말문이 턱 하고 막히는 듯했다.
저런 거구가 낼 수 있는 스피드라곤 예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
몬스터는 리안이 거리를 좁히는 순간 분명 뒤로 빠지며 거리를 벌릴 것이라 생각했다.
녀석이 들고 있는 무기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몬스터는 함께 달려드는 리안을 보며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면 승부를 하겠다고?’
감히 대륙인 주제에 자신과 힘 싸움을 하겠단 말인가?
으득!
냉정하게 굳어 있던 몬스터의 턱 근육이 꿈틀했다.
비록 바쿤타를 구해 준 은인이라곤 하나,
‘약한 자라면 아무런 의미조차 없지.’
몬스터가 주먹을 움켜쥐며 그대로 리안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부웅-!
푸른빛 오러가 맺힌 그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공간을 찢을 듯한 파공음을 터트렸다.
단 한 방만 허용하더라도 머리통이 박살 날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
몬스터의 공격을 피한 리안은 곧장 녀석의 품속으로 어깨를 집어넣었다.
“흡!”
펑!
짧은 기합과 함께 몬스터의 몸이 크게 들썩이며 뒤로 튕겨 나갔다.
설마 몸을 바짝 붙여 이렇게 강한 힘을 낼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큭!”
튕겨 나가던 몬스터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다시 리안을 보았다.
비록 방심한 탓에 공격을 한 번 허용했지만, 사실상 대미지를 입은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고개를 들어 리안을 보는 바로 그 순간,
“……!”
눈앞으로 날아오는 화살에 몬스터가 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핏-!
아슬아슬하게 볼을 스치며 지나가는 화살.
스친 상처에서부터 붉은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우우우우우웅-!
어느덧 멀찍이 거리를 벌린 리안이 활시위를 길게 당긴 채 몬스터를 보며 말했다.
“지금부턴 더 잘 피해야 할 거야.”
우우우웅-!
짙은 오러가 맺히고 있는 화살에 몬스터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딱딱하게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