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201)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201화(201/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201)
두두두두두두-!
에르칼 협곡을 가로질러 가니 그야말로 엄청나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빠르게 협곡을 가로지르는 리안은 어느덧 멀리서 보이는 에르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곳이…….’
바로 동부 흉족 땅의 서쪽 요충지라 할 수 있는 에르칼.
협곡에 둘러싸인 지형과 더불어 제법 높은 위치에 지어진 요새는 다른 조건을 빼고 보더라도 공략하기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에르칼에 근접했을 때 걸음을 멈춘 애로우헤드 부대는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의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디엘, 침투 부대 대장들과 함께 회의실로 오도록.”
빠르게 짓고 있는 임시 막사 중 하나를 회의실로 잡은 리안은 그곳에서 회의를 시작했다.
이전의 정찰조도 이곳까지는 온 적이 없었기에 지금부터 실시간으로 작전을 구상해야 했다.
“생각보다 에르칼로 올라가는 길목이 높습니다. 돌격대가 길을 연다고 해도 족히 5분 정도는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평지부터 시작해서 에르칼의 요새까지 오르막길만 대략 100여 m가 넘는다.
높이가 그리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경사가 심한 곳이 있었고 길이 굽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뚫고 나가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강철 같은 돌격대라 하더라도 제법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적의 전력부터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몬스터가 얘기했던 주술에 대해서도 신경이 쓰이고요. 만에 하나 오러를 방출하는 자가 있다면 돌격대의 피해가 너무 커질 수 있습니다.”
“제드론, 세무트와 베나트와 함께 에르칼의 옆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장소를 정찰해라. 그리고…… 시작은 내가 하겠다.”
“……예?”
리안의 말에 디엘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시작을 하겠다니, 어떻게?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전투를 해 왔던 제드론과 세무트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리안에게 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앞선 전투에서도 마력을 많이 소모하셨지 않습니까.”
“위험할 정도로 깊이 들어가진 않을 거다. 디엘의 말처럼 주술이란 것이 뭔지 확인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
“……예.”
세무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서자 리안이 디엘에게 말했다.
“디엘은 우선 적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것을 유심하게 파악하고 작전을 수정해 주길 바라.”
지금까지 북쪽 땅을 먼저 공격을 한 적이 없었기에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다.
지금부터 만들어지는 하나하나가 앞으로 왕국이 참고해야 할 자료이며 경험이 되는 것이다.
디엘은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리안을 보았지만,
“알겠습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자 리안은 밖으로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부대원들을 보았다.
그때 기다리고 있던 아이작이 다가왔다.
“리안 님, 회의는 끝났습니까?”
“그래, 우선 침투 부대를 이용해서 에르칼의 벽을 오를 수 있는지 확인 중이야.”
“제가 해야 할 일은 뭐죠?”
아이작은 당장이라도 출정할 수 있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며 리안에게 물었다.
의욕 넘치는 그의 모습에 리안이 실수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우선은 시작하더라도 나와 돌격대가 먼저 입구를 두드릴 거야.”
“이번에도 아예 성문을 날려 버릴 생각이십니까?”
아이작은 데벤톨리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리안에게 물었다.
리안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요새가 위쪽이라 쉽지 않을 것 같아. 게다가 주술이라는 것도 신경이 쓰이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해괴한 단어는 본능적으로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것에 겁을 집어먹을 리안은 아니지만, 과도한 자신감과 의욕이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앞선 경험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기동대는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출정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를 해 두도록 해. 결국 가장 중요한 때에 큰 활약을 해야 하는 것이 기동대니까.”
“알겠습니다.”
녀석의 대답은 언제나 든든하다.
아이작은 자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리안을 바라보았다.
“…….”
언제나 가장 큰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려고 하는 분.
이 정도 했으면 이제는 내려놓고 부하들에게 시켜도 될 텐데, 위험한 곳엔 늘 가장 먼저 가고 있었다.
“아이작 님, 왜 그러십니까?”
“자니엘.”
다가온 자니엘을 보며 아이작이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뭔가 평소와 달리 굳어 있는 듯한 아이작의 표정에 자니엘이 물었다.
“아이작 님답지 않게 걱정이 많으신 것 아닙니까?”
“……그런가?”
“예, 아이작 님께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시면 밑에 있는 저희들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까지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북방 정벌이지 않은가.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다들 말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조금씩 걱정을 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니엘의 말에 아이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바짝 긴장하라고 얘기해. 명령이 떨어지면 곧장…….”
단단하게 전장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으라는 말을 하려던 아이작.
아이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뿌우우우우우우-!
갑자기 에르칼 쪽에서 뿔피리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뿌우우우우우우우우-!
그것은 본격적인 전투의 서막을 알리는 소리였다.
커다란 뿔피리를 양손에 쥐고 분 붸울은 이윽고 아래에 보이는 왕국 군대를 보았다.
녀석들의 깃발을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아르티안 왕국의 군대라는 것이다.
그에 옆에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카탈린나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아르티안 왕국군 따위가…….”
이곳은 에르칼.
동부 흉족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이며, 서쪽으로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요충지라 할 수 있는 장소이다.
때문에 모데카일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에르칼에 배치했다.
그리고 그것이 카탈린나였고.
뿔피리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에르칼 협곡의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던 흉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그 땅의 크기가 워낙 큰 탓에 에르칼로 집결하는 데 꽤 시간은 걸리겠지만,
“저 멍청한 녀석들은 알까요? 녀석들이 이 땅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일족으로부터 적이 된다는 것을요.”
“알 것이다. 그랬기에 그동안 저들이 이 땅을 밟지 않았던 것이지.”
붸울의 말에 카탈린나가 말했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들어왔다는 것은…….
“만용인가, 아니면 용기인가.”
지금까지 아르티안 왕국이 북쪽 땅에 발을 들인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 몇 번의 시도 중 단 한 번도 그들이 성공한 적은 없었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그들은 더 이상 북쪽 땅을 밟지 않았는데…….
“에르칼의 협곡을 지나왔다는 건…… 어쩌면 몬스터가 우리를 등졌다고 봐도 되겠죠.”
“……글쎄.”
붸울의 말에 카탈린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카탈린나 역시 몬스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서쪽에서 넘어온 이방인.
녀석의 강력한 힘은 냉정하게 평가해서 에르칼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강했다.
왕조차 그의 힘을 인정했기에 에르칼 협곡을 막는 파수꾼으로 쓰지 않았던가.
때문에,
“만약 녀석이 진 것이라면?”
“……예?”
붸울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 역시 몬스터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몬스터가 패배를 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왕국의 군대가 이곳으로 들어온 건, 몬스터를 회유했거나, 혹은 그가 자신들을 배신했다고만 생각을 한 것이다.
카탈린나의 말에 붸울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녀석이 졌을까요? 협곡의 폭이 좁아 왕국군의 많은 숫자도 의미가 없을 텐데요.”
게다가 육안으로 봐도 왕국군의 수가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기껏해야 사오천 명 정도 되려나?
붸울의 말에 카탈린나는 고개를 저었다.
“만약의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해야지. 저들이 몬스터를 꺾고 온 녀석들이라면 얘기가 많이 달라지니까.”
“……알겠습니다.”
카탈린나의 말이 충분히 일리가 있기에 붸울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정말 몬스터를 꺾고 이곳으로 온 것이라면 지금까지 흉족 땅에 들어섰던 왕국 군대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말이다.
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카탈린나가 벽에 걸려 있는 완드를 들었다.
여간해선 사용하는 법이 없었지만, 이렇게 침입자가 생겼다면 어쩔 수 없지.
카탈린나가 완드를 들자 붸울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직접 나서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야지. 저들에게 여지를 남길 수는 없으니까.
이미 조금 전 뿔피리로 인하여 협곡 주변에 자리 잡고 있던 수천 명의 흉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두 모인다면 아무리 저들이 몬스터를 이겼다고 한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 확실한 것이 좋으니까.”
혹여라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마저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카탈린나는 손에 쥐고 있던 완드를 만지작거렸다.
마법 지팡이에 비해 비교적 길이가 짧았고, 괴이한 괴물의 머리와도 같이 생긴 형상으로 이루어졌다.
그 괴물의 입에 물고 있는 붉은 보석이 반짝이기 시작하자, 에르칼로 올라오는 길목에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카탈린나의 주술.
검은 연기가 뒤덮인 곳으로 들어온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안개 속에서 영원히 헤매게 될 것이다.
붸울은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주술에 감탄을 터트리며 말했다.
“오오오! 역시 카탈린나 님의 암흑 안개는 볼 때마다 더욱 신비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카탈린나가 만들어 낸 암흑 안개.
그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술 중 하나로 에르칼의 길목에 세워 둔 토템을 매개체로 올라오는 길 전체에 안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안개가 아니기에, 암흑 안개로 진입하는 순간 정신력이 약한 이들은 환영을 보게 되며 아군을 적으로 착각하게 되는 정신 이상 상태에 걸리기도 한다.
적들의 입장에선 얼마 되지 않는 이 요새까지 오는 것조차 힘든 일이 된다는 것이다.
“녀석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는지 한번 보자고.”
씰룩이는 입꼬리와 함께 카탈린나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
* * *
뿌우우우우우우우-!
뿔피리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는 순간 디엘은 곧장 리안에게로 달려갔다.
“부대장님, 부대장님!”
역시 자신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뿔피리를 불어 협곡 근처에 있는 모든 흉족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협곡의 규모가 워낙에 큰 터라 저들이 이곳에 모이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그래도 어려운 상황으로 변한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디엘의 부름에 리안이 고개를 들어 에르칼을 보았다.
뿔피리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에르칼의 요새로 올라가는 언덕 쪽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리안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겠지.”
안으로는 에르칼을 공격하여 점령해야 할 것이고, 바깥으로는 협곡 바깥에서 오는 흉족들을 막아야 한다.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미 각오하고 온 일이지 않은가.
에르칼 쪽을 쳐다보는 리안을 보며 디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달린 방법이 없잖아.”
어차피 고민은 충분히 했다.
이제는 내린 결정을 우직하게 밀고 나아갈 뿐.
리안은 결심을 굳힌 듯 디엘을 보며 말했다.
“그럼 시작하자.”
“……예!”
디엘의 대답에 리안은 부대원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