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221)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221화(221/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221)
“여, 영주님-!”
시각이 꽤 늦은 밤이었다.
리안은 갑작스레 자신을 찾아온 디엘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야?”
“궁에서 전령이 왔는데…… 바로크 왕국 측에서 에르칼과 관련된 내용으로 전언이 왔다고 합니다.”
“에르칼과 관련된 내용이라니, 무슨 말이지? 자세하게 설명해 봐.”
“여기…… 서찰을 한번 읽어 보시겠습니까?”
디엘은 전령에게서 받은 서찰을 리안에게 건넸다.
디엘 역시 전령에게 대략적인 내용만 자세히 알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리안은 디엘이 건낸 서찰을 곧장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하?”
이내 리안의 눈빛이 살벌하게 번들거렸다. 그에 디엘이 물었다.
“무슨 내용입니까?”
“우리가 에르칼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크 왕국의 영향 때문이라고 하는군.”
“예? 설마 트루빌리아 정벌에 대한 영향이라고 말하는 겁니까?”
“그런 것 같다.”
“이거 미친놈들 아닙니까?”
리안의 대답에 디엘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소리쳤다.
물론 바로크 왕국이 트루빌리아를 정벌하기 시작하며 그 주변 흉족들과 대규모 전쟁을 벌인 사실을 알고 있다.
그것으로 인하여 트루빌리아 주변 흉족들이 자신들의 거점을 잃고 사방으로 밀려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트루빌리아와 에르칼의 거리는 말로 쉬지 않고 일주일 넘게 달려야만 하는 거립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억지예요.”
“…….”
리안도 알고 있다.
이 상황이 억지라는 것을 말이다.
바로크 왕국은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에르칼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일까.
“녀석들이 원하는 것이 뭘까?”
“……우선은 정보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바로크 왕국에서 우리 왕국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아직까지 모르니까요.”
“사람은 보냈나?”
“예, 전령과 함께 발이 빠른 병사를 보냈습니다.”
“그럼 일단은 기다려 보자고.”
뭔가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었지만, 리안은 자리에 앉아 다시금 서찰을 읽어 내려갔다.
이제 에르칼과 관련하여 왕국에서도 어떠한 움직임을 결정을 해야 하는 때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바로크 왕국이라…….
뭔가 불현듯 불길한 기분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니겠지.’
리안은 애써 불안감을 감추며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고요한 침묵과 함께 심각한 분위기가 어깨를 짓누르는 회의장이었다.
이윽고 에단이 들어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회의를 시작하겠소. 먼저 부름에 답해 준 헤베론 경에게 고맙다는 말부터 전하네.”
“아닙니다, 폐하. 이런 위중한 상황에 오히려 이 늙은이를 불러 주어 감개무량할 뿐입니다.”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소.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지. 우선 바로크 왕국에서 전달된 내용이 정확하게 무엇이오?”
에단의 물음에 정치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 있던 헤베론이 곧장 대답했다.
“우선 저들이 원하는 것은 이번 에르칼 정벌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오?”
그 물음에 다른 이들의 시선이 헤베론에게 집중되었다.
그에 헤베론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에르칼을 포함한 에르칼 동부 지역 전체의 소유권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 순간 듣고 있던 세일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표독스럽게 일그러진 그녀의 표정에 몇몇 이들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세일라 백작의 특징이지 않은가.
하지만 상대의 의도가 너무나 명백한 이 상황에 세일라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폐하, 저들이 원하는 것은 에르칼이 아니옵니다. 이건 그냥 전쟁을 하자는 바로크 왕국의 의도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에르칼을 내준다 해도 말이오?”
“장담컨대 우리가 에르칼을 내주는 순간 저들은 다른 명목을 들이대며 더 큰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애초에 에르칼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억지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폐하. 그들의 말처럼 에르칼 정벌에 있어 트루빌리아의 영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억지라 사료되옵니다. 게다가 지금은 파르콘티움의 승리로 인하여 왕국 간의 불가침조약이 맺어진 상황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폐하.”
세일라의 말에 다른 대신들도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그에 에단이 옆에 있던 헤베론을 슬쩍 쳐다보았다.
헤베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옵니다. 하지만 우선은 이것을 거절했을 때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를 먼저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렵구려.”
에단의 목소리엔 근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원래 외교라는 것이 강대국의 요구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긴 하나, 어느 정도의 ‘상식’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경우는 명분도 너무 미비한 상황인데 요구하는 것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바로크 왕국의 명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전에 섣부르게 움직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들이 진정으로 전쟁을 원하는 것이라면 아르티안 왕국에선 절대로 피해야 하는 일이다.
최근 몇 년, 바로크 왕국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린 탓에 대륙에는 전쟁이 없었다.
그 시간 동안 아르티안 왕국은 물론 멜라디온 왕국도 각국의 국력을 성장시키는 데 모든 신경을 집중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크 왕국과의 크나큰 차이를 완전히 좁힐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세일라 백작.”
“예, 전하.”
“만에 하나 바로크 왕국과 우리 왕국이 전쟁을 벌인다면 그 전력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승산이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여 보고하시오.”
“……알겠습니다.”
“헤베론 경, 이번 바로크 왕국과의 외교를 전담해 주시오.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니 먼저 서찰을 보내 그들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것이 좋겠구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헤베론이 대답하자 에단이 자리에 있던 신하들을 보며 말했다.
“어쩌면 우린 지금, 에르칼 원정의 승전보를 울리기보다 당면한 위기를 먼저 해쳐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사태가 완전히 정리되기 전까진 촉각을 곤두세우고 바로크 왕국과의 외교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예, 전하-!”
답답한 불길함이 여전히 남아 있는 회의였지만, 그런 와중에도 아르티안 왕국의 대신들은 어떻게든 상황을 이겨 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멜라디온 왕국에도 슬며시 흘러들기 시작했다.
* * *
“벤제민이 그런 수를……?”
예상치 못한 바로크 왕국의 움직임에 멜라디온 왕국 역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벤제민의 패악적인 정치야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정도 용납 가능한 선에서 움직였는데,
“이건 아무리 그라고 해도 너무 억지이지 않은가.”
물론 북쪽 땅에 대해선 외교의 기준이 없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국경을 넘어 북쪽 땅을 차지한 것은 바로크 왕국만이 유일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이번에 벌어지는 이 일들이 바로크 왕국이 아르티안 왕국과 멜라디온 왕국에게 엄중한 경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북쪽 땅은 탐내지 말고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흐음…….”
신하의 말에 멜라디온 왕국의 왕인 수노크 멜라디온은 작게 숨을 토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도적인 행보에 좀처럼 그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나…….’
바로크 왕국이 정말로 에르칼을 탐내는 것인지, 아니면 그 너머로 다른 것을 탐하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그리고 아르티안 왕국은 바로크 왕국에서 던진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자신들이다.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소용돌이 안에서 멜라디온 왕국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지 그것이 중요하다.
그에 따라 아르티안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렉…… 아니, 릴리스에게 연통을 넣어 지금 상황을 파악해 보라고 하게나. 현명한 아이니까 그 말만 전하여도 내 의중이 무엇인지 알 거네.”
“알겠습니다.”
이윽고 신하가 물러나자 수노크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며 작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 * *
저벅저벅.
왕의 알현실로 향하는 발걸음에 다소 조급함이 깃들었다.
평소답지 않게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왕의 알현실로 향하던 반을 보며 복도에 서 있던 한 사내가 앞을 막았다.
“넷째 왕자님 아니십니까, 지난번에 뵙고 또 뵙는군요.”
“자네는…….”
사내를 보며 반이 걸음을 멈췄다.
지난번 벤제민을 만나고 돌아서면서 스치듯 보았던 자였다.
좀처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자인데, 이렇게 빠른 시일 안에 두 번이나 만날 줄이야.
하물며 이번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신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반이 걸음을 멈추자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미천한 창술을 지닌 소인이 넷째 왕자님께 인사드립니다.”
“……왕국 최고의 창술을 지닌 분께서 미천한 창술이라니요. 겸손한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너무 낮추는 것은 보기 좋지 않습니다.”
바로크 왕국 최강의 창술사.
스피어 마스터, 이고엘타.
반이 굳은 표정으로 말하자 이고엘타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이것 참, 영광이군요. 왕국의 미래라 할 수 있는 반 왕자님께서 이리 극찬을 해 주시다니.”
“수련으로 인해 좀처럼 왕궁에 오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자주 보는군요.”
“폐하의 부름이 있어서 말이지요.”
“……아버지께서요?”
반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러나 이자와 계속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반이 슬쩍 목례를 하며 다시 왕의 알현실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는 바로 그 순간.
“아르티안 왕국과 관련하여 전하께 상소를 올리시려는 거라면 소용이 없을 겁니다.”
우뚝.
순간 반이 멈칫하며 다시 그를 보았다.
묘하게 올라간 입꼬리.
“대체 아버님께선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이지?”
“만나 보시면 알게 되시겠지요. 그럼 전 이만.”
묘한 미소를 지으며 떠나는 이고엘타를 보며 반은 석연치 않은 듯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반은 곧장 걸음을 빠르게 옮겨 왕의 알현실로 향했다.
똑똑.
“반입니다, 폐하.”
“……들어오거라.”
허락과 함께 반은 문을 열고 알현실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는 벤제민이 있었다.
반이 물었다.
“아르티안 왕국으로 전령을 보냈다 들었습니다.”
“그래, 무슨 문제가 있더냐?”
몸을 돌려 반을 보며 말하는 벤제민.
그의 담담한 목소리와 은은하게 배어 든 입가의 미소를 보며 반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윽고 반이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전에 했던 대화 그대로다.”
“그대로라 하시면…….”
“아르티안이 에르칼을 정복하는 데 있어 순수하게 그들의 힘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지 않느냐. 당연히 우리의 힘을 빌렸다면 우리 역시 응당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지.”
“정당성이 너무 부족합니다, 폐하. 강국의 횡포라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반은 물러나지 않았다.
작금의 왕국은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강압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의 말에 벤제민은 턱을 매만지더니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강국의 횡포라…….”
그리고 말을 흐리던 그가 반에게 말했다.
“강국이기에 횡포를 부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느냐?”
“……예?”
“너무나 길지 않았더냐, 이 평화의 시간이.”
그리 크지도 않은 대륙이 대체 몇 개로 쪼개어져 있단 말인가.
이제 북방으로의 진출도 시작되었으니, 더욱 강맹한 힘이 필요한 시기다.
게다가 때마침 적절한 명분도 있지 않은가.
벤제민이 몸을 돌리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반이 물었다.
“하나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허락하마.”
“만약 아르티안이 요구에 순순히 응한다면…… 그곳에서 멈출 생각이 있으십니까?”
“…….”
그 말에 벤제민이 반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지만, 이내 벤제민이 말했다.
“네가 말하지 않았더냐.”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강국의 횡포라고 말이다.”
그와 함께 그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가득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