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232)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232화(232/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232)
쾅―!
쿠르르르릉!
두 사람의 검과 창이 격돌하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거의 90도에 가까운 비탈진 언덕에서 흙과 돌이 무더기로 쏟아 내리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압!”
“으아아아―!”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오로지 서로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잠깐이라도 녀석에게서 눈을 떼는 순간 어떤 공격이 날아올지 예측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자가…….’
격돌과 함께 뒤로 튕겨난 테일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검을 쥔 손을 보았다.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합을 나누었던지 찢어진 손바닥에선 제법 많은 출혈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만큼 한 번 한 번의 격돌이 격렬했다는 뜻일 터.
하지만 놀란 것은 테일을 상대하고 있는 플로랑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평범한 부대장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과거 멜라디온 왕국의 마르셀과의 전투 이후 플로랑은 미친 사람처럼 훈련에 매진했다.
또다시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반드시 부대원들을 지킬 수 있도록 죽을힘을 다해 훈련하고 배움을 청하며 강해졌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다.
이제는 가히 오러 상급 유저라고 해도 부정할 수 있는 이가 없을 정도로 오러의 사용이 능숙해졌다.
또한 단순히 창술만으론 용병들 중 최강의 창술을 지닌 디아날과도 동수, 혹은 컨디션에 따라 조금 앞설 정도로 뛰어난 수준이었다.
그런데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녀석이 자신과 동급이라는 사실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과연 세상은 넓고…… 바로크 왕국엔 괴물들이 드글드글하다는 건가.’
비슷한 나이에선 왕국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자부하고 있었는데, 꾸욱.
플로랑이 창을 쥔 손에 힘을 주며 가볍게 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곤 플로랑이 입꼬리를 이죽대며 녀석에게 말했다.
“어이, 초조해 보이는데?”
“곧 뒤지면 말도 할 수 없을 테니 멋대로 떠들어라.”
“흐흐흐, 아까부터 뒤쪽을 힐끔거리며 쳐다보고 있잖아. 계획이 틀어진 거지?”
이미 베나트를 비롯한 소수의 부대원들이 이 녀석들을 지나 뒤쪽 땅굴을 작업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녀석들 입장에선 다소 불안할 수도 있는 입장.
하지만 테일은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플로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작 십여 명이 넘어간 걸로 뭔가 바꿀 수 있을 것 같나?”
“당연히 바꿀 수 있지. 저들은 정예 중에 정예니까.”
“그래 봐야 아르티안 수준의 정예겠지. 우리 왕국에선 흔하디흔하게 널린 수준이다. 게다가 지금 뒤쪽에서 작전을 펼치는 녀석들은 바로크 왕국 내에서도 정예라 할 수 있지. 네놈들 따위가 개입했다고 우리 계획이 틀어질 것 같나?”
“응, 이미 틀어진 것 같아.”
플로랑은 계속해서 테일을 도발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도발할 수밖에 없었다.
괴물 같은 녀석과 상대하느라 호흡이 돌아오지 않을 정도로 체력이 바닥나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한 호흡이라도 돌아올 때까지 녀석을 잡아두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그때,
“……힘든가 보군.”
쿵!
플로랑의 다리를 힐끔 바라본 테일이 먹잇감을 노린 맹수처럼 플로랑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녀석의 다리가 떨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던 과묵한 녀석이 이런 잔꾀를 쓰려 하다니.”
“개새끼.”
설마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달려들 줄이야.
욕을 더 내뱉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었기에 플로랑은 이를 악물며 테일을 향해 다시 창을 휘둘렀다.
쩌엉―!
“큭!”
위에서 내려찍는 테일의 공격을 막아낸 플로랑이 뒤로 튕겨 나가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플로랑!”
“플로랑, 괜찮나! 큭!”
세무트와 제드론이 플로랑을 보며 소리쳤지만, 그들 역시 플로랑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네놈 눈에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걸로 보이나?”
“다른 놈 신경 쓰기 전에 네놈 걱정이나 하시지!”
세무트와 제드론이 상대하는 이들 역시 바로크 왕국의 정예.
테일과 함께 북쪽 정벌을 이루고 온 실력자들 중 실력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내 제드론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그런데 어쩌냐, 우리가 이긴 것 같은데.”
“뭐라?”
쑤아아아아악―!
퍽!
“……컥!”
제드론과 상대하던 녀석은 갑자기 어깨에 박힌 화살에 휘청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에 플로랑은 안도의 숨을 토하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너무 늦었지 않습니까, 바루스님.”
“놈들을 모두 쳐라―!”
부대원들과 도착한 바루스의 명령에 애로우헤드 부대원들이 성난 표정으로 바로크 왕국의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수적 우위에서 밀린 바로크 왕국의 병사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빠르게 모이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서 테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리를 사수한다. 들어오는 적만 확실하게 공격하도록.”
“예―!”
그나마 테일의 입장에선 좁은 길목이 천운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비록 이미 지나간 녀석들이 몇몇 있다곤 하지만, 그 녀석들만으론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본대만 잡아 둔다면,
‘곧 성벽은 무너진다.’
이미 이고엘타님도 움직이고 있을 테니, 지금 이 병력을 제외하고 요새의 옆 벽으로 지원 나갈 병력은 없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루스였다.
정면에서 바로크 왕국의 스피어 마스터가 치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병력을 빼서 이곳으로 온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정리하고 돌아가야 한다.
“플로랑, 괜찮나?”
“예, 아직 할만합니다.”
“전 부대원들은 들어라.”
“예―!”
바루스의 말에 자리에 있던 애로우헤드 부대원들이 대답했다.
모두가 흉흉한 눈빛.
지금의 상황에 대한 급박함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에 바루스가 말했다.
“단번에 뚫고 녀석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저항하는 녀석이 있다면…….”
바루스가 검을 뽑으며 맹수처럼 녀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조리 도륙해버려라.”
그와 함께 좁은 길목에 대치하던 바로크 왕국과 아르티안 왕국의 병사들이 격돌하기 시작했다.
* * *
“온다!”
병사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고엘타가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리안이 소리쳤다.
그와 함께 리안 역시 쥐고 있던 활의 시위를 당기며 화살에 오러를 주입했다.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그 과정은 굉장히 매끄럽게 이어졌지만, 문제는 녀석의 공격을 어디에서 막더라도 그 충격파가 성벽에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문에 아이작과 함께 있는 것이지 않은가.
리안은 뛰어오른 이고엘타를 보았다.
뒤로 젖힌 몸과 꺾인 허리가 마치 고무와 같이 탄력적인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의 손에 쥐어진 창이 작게 진동을 하는 그 순간, 우우우우우웅―!
마치 벼락이 떨어지는 것만 같은 위압감이 주변으로 퍼져 나오며 엄청난 기운이 그의 창끝에 집중됐다.
“부서져라.”
그의 나지막한 중얼거림과 동시에,
쑤아아아아아아아악―!
이고엘타의 손을 떠난 창이 에르칼 요새를 향해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팽팽하게 당겨 있던 화살이 리안의 손을 떠났다.
지이이이이이이잉―!
마치 공기를 찢는 듯한 파공음.
에르칼에 있던 부대원들이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강한 초음파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허공에서 격돌하는 화살과 창.
콰아아아아앙―!
고위급 대마법사의 마법이 폭발하는 것처럼 엄청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사방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모, 모두 몸을 낮춰라!”
“방패를 들어!”
쿵!
충격파가 퍼지는 순간, 바로크 왕국의 병사들은 급히 자세를 낮추며 방패를 들었다.
그리고 에르칼에선,
파밧―!
성벽 위에 서 있던 아이작이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두 자루의 검을 교차했다.
이대로 충격파가 성벽에 고스란히 닿는다면 그 충격만으로도 무너질 수 있는 상황.
“흐아아압―!”
아이작은 강한 기합과 함께 태풍처럼 밀려드는 강렬한 충격파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푸아악―!
그 순간 밀려오던 충격파가 십(十)자 모양으로 갈라지더니 아이작이 휘두른 검풍에 밀려 소멸했다.
하지만 충격파 자체의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아이작의 검풍과 부딪쳐 소멸하면서도 주변에 제법 큰 영향을 끼쳤다.
쩌적― 쩌저저저적!
멀쩡하던 요새의 벽에 미세한 금이 생기며 갈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성벽 위에 있던 애로우헤드 부대원들은 그저 침을 꿀꺽 삼켰다.
마스터들의 격돌.
그것은 자신들이 함부로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디엘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마스터의 전투엔…… 범인의 책략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소꿉놀이라는 건가…….’
아무리 제대로 된 준비를 한들, 마스터라는 초인들의 앞에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거대한 성벽을 세우면 뭐하겠는가.
저런 괴물이 창 한 번 던진 것만으로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지 않는가.
“디엘.”
“……예?”
잠깐 딴생각을 하던 디엘은 리안의 부름에 급히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그에 리안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집중해, 전쟁 중이야.”
“아, 알겠습니다.”
“부대원들에게 전투 준비를 일러라. 이제 저들이 이곳으로 들어올 테니까.”
“아직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녀석이 작정하고 성벽을 무너트리려고 한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차라리 그 틈을 노려 녀석에게 확실한 피해를 입히는 게 오히려 가능성이 높아.”
두 번째 격돌.
하지만 이번 격돌로 리안은 확실하게 그와 자신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단순히 경험의 차이라기보다는 오러의 힘을 얼마나 정교하게 압축하며 사용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고엘타는 비록 창의적이진 않았지만, 극한으로 압축된 오러를 빠르게 사용함으로써 보다 강한 힘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그 증거로 방금 자신이 쏜 화살과 격돌한 충격파가 에르칼 쪽으로 밀려오지 않았는가.
‘괴물들이 사는 곳의 최상층에 있는 녀석이니까 당연한 일이겠지.’
그저 힘 대 힘으로 싸운다면 리안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대다.
하지만 때문에 그를 돌파할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도 있었다.
바로 지나치게 강한 힘으로 인한 자신감이다.
리안은 바로 그의 자신감을 역으로 이용하여 노려볼 생각이었다.
게다가 이쪽은 혼자가 아니지 않은가.
“어디 다가올 수 있으면 다가와 봐라.”
이제는 네놈이 지키는 쪽이어야 할 것이다.
리안은 자신의 옆에 수십 개의 화살이 꽂힌 화살통을 내려놓고는 한 번에 3개의 화살을 집으며 시위를 당겼다.
그그극―!
목표는 이고엘타를 중심으로,
끼릭.
리안이 시위를 비틀며 화살에 오러를 집중했다.
비록 녀석만큼 압축된 오러를 사용할 순 없지만,
푸아아아악―!
퍼퍼퍽―!
“……!”
“미, 미친!”
“피, 피해!”
세워놓은 방패를 뚫는 것으로도 모자라 일직선상에 놓인 병사 열댓 명을 그대로 뚫어 버린 리안의 화살.
오러가 압축된 그의 화살 공격에 이고엘타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감히 자신을 무시한 채 병사들을 향해 공격을 한단 말인가?
‘성벽 방어를 포기한단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방어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병사들의 수를 줄이려고 하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제법 머리를 쓰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조금 더 속도를 올려야지.
파밧!
자신에게 공격이 집중되지 않는다면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 주어진다.
녀석이 쏘는 화살이 아니라면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모두 진격한다! 이대로 성문을 부수고 안으로 진입한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
이고엘타의 명령과 함께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에르칼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거리.
다소 무모한 진격이긴 했지만, 총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언덕 전체가 울리며 바로크 왕국의 병사들은 마지막 돌진에 모든 힘을 가했다. 그리고, 타다다다닥―!
빠르게 성문 쪽으로 이동하던 이고엘타가 창을 뒤로 뻗으며 오러를 집중했다.
저까짓 나무로 만들어진 문 따위.
자신의 창 한 방이면 그냥 무너져 내릴 장식품과도 같다.
하지만 이고엘타가 성벽에 거의 도달하는 그 순간.
쒜에에에에에엑―!
“……!”
갑자기 성벽에서 누군가 뛰어내리며 그대로 이고엘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인영에 이고엘타는 한눈에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놈―!”
상당히 빠른 녀석이긴 하지만 아직은 여물지 않은 녀석이다.
강한 힘으로 튕겨낸 다음 성문을 먼저 부순다.
머릿속으로 계산이 끝난 이고엘타가 짐승처럼 눈빛을 번뜩이며 아이작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순간,
휙―!
“……!”
이고엘타는 허공을 가른 창을 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녀석이 공격을 피했기 때문이 아니다.
워낙 날쌘 놈이기에 당연히 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문제는 녀석이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자신을 지나 아군 병사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뭣?”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
자신을 막지 않는다는 건가?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이대로 자신을 버리고 가는 이 상황을 대체…….
하지만 이내 이고엘타의 표정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이런 개자식들이!”
놈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제야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