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238)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238화(238/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238)
아르티안 왕국의 남부에 위치한 윈더르트.
바다를 끼고 있어 항구가 발전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발전한 도시였다.
바로크 왕국과의 국경이 인접했기에 도시를 지키는 성벽은 높고 단단했다.
게다가 왼쪽으로는 멀지 않은 곳에 타이칸 산맥이 있었기에 용병들을 구하기도 쉬운 곳이었다.
여러 가지 조건을 보아 외세의 공격에도 방어하기가 용이한 곳이었지만, 화르르륵―!
지금의 윈더르트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서걱!
“끄아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그리고 도시를 뒤덮는 비명과 고함 소리.
처참한 살육이 이어지는 전장의 광경에 승전고를 울린 바로크 왕국의 칼말트온 장군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지나가야 하는 곳일 뿐이다. 포로도 필요 없으니 모조리 죽여라.”
바로크 왕국 내에서도 냉혈한으로 불리는 칼말트온 장군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지나치게 이성적이며 언제나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에 얼음장군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무를 숭상하는 바로크 왕국 내에서 오러 중급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도 장군의 칭호를 가질 수 있었다.
어찌 본다면 북쪽으로 군대를 이끈 이고엘타와 완벽한 정반대 성향.
개인의 무력보다는 파격적이라 할 정도로 뛰어난 전략과 그것을 실행시키는 담력.
칼말트온의 옆에 서 있던 부관 키밀슨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참혹한 윈더르트의 모습.
승리와 광기에 물든 병사들은 명령이라는 합리화에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
이번 전투로 아르티안 왕국의 병사들 중 만 명이 넘는 인원이 죽었고, 수천 명의 민간인들이 죽었다. 그리고 또 죽어가고 있었다.
거리엔 사람들의 시체가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점차 쌓여 가고 있었다.
하지만 승리를 거두었다고 하여 자신들에게도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르티안 왕국의 상클렌 장군이 이끄는 군대는 강했다.
바로크 왕국에선 다소 취약한 마법사 부대와 대규모 학살이 가능한 대인 병기에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윈더르트를 함락시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칼말트온 장군의 귀신같은 전략.
‘설마 자기 자신을 미끼로 쓸 줄이야.’
만약 실패했더라면 죽는 건 상클렌이 아니라 칼말트온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전투에도 패배하고 결과는 반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과감한 전략과 그것을 실행시킬 수 있는 담력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키밀슨은 아슬아슬했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그저 작게 숨을 토했다.
그리고 그때,
“키밀슨.”
“예, 장군님.”
“죽은 시체들을 성 밖으로 꺼내 벽을 쌓아라.”
“알겠습니다.”
도시 안에 시체를 방치해 뒀다간 전염병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칼말트온의 말처럼 성 밖으로 꺼내 벽을 쌓는다면 오히려 적에게 위압감을 줌과 동시에 또 하나의 벽이 만들어지게 된다.
안에서 방어하기에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이번엔 수성인가.’
냉정한 판단이며 가장 상식적인 작전이기도 했다.
그에 키밀슨이 이동하려는 순간,
“그리고.”
우뚝.
“……?”
키밀슨이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칼말트온을 보았다. 그에 칼말트온이 키밀슨에게 말했다.
“오백여 명 정도 정예병을 뽑아 특공대를 조직해 놓도록. 발이 빠른 이들로 구성해야 한다.”
“특공대는 왜 그러십니까?”
설마하는 불안감이 순간 스쳐지나갔지만, 키밀슨은 애써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물었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한다고 하지 않은가.
“성 밖에서 싸운다.”
“…….”
빌어먹을.
키밀슨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 *
윈더르트에 도착한 세일라는 앞쪽에 세워진 이상한 벽을 보았다.
높이는 고작 3미터가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옆으로 상당히 길게 늘어선데다 벽을 세운 것이 조금은 불규칙적으로 이상했기 때문이다.
“저게 뭐지?”
“냄새가…….”
그리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차 공기를 타고 넘어오는 역겨운 냄새.
이윽고 ‘그것’이 시야에 완전히 들어오자 세일라와 함께 온 병사들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 시체?!”
“저게 전부 다 시체라는 말이야?”
족히 일 이천 구 이상의 시체.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그에 세일라와 함께 있던 부관들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잔인한 놈들…….”
“어떻게 인간이 이런 짓거리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칼말트온이라…… 소문대로 잔혹한 자인 것 같군.”
상클렌 장군을 상대로 이런 대승을 거두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직전에 사용했던 작전만 보아도 총사령관인 자신을 미끼로 던져 상클렌을 유인하지 않았던가.
‘종이 한 장 차이…….’
하지만 세일라는 알고 있다.
그 종이 한 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십수 년 동안 노력하는 이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말이다.
단순히 배움을 통해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명을 갉아 경험하고 경험한 것들이 축적되어 그 얇은 차이를 만들게 된다.
스윽.
세일라는 윈더르트 쪽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제법 거리가 떨어진 상태이긴 했지만,
“……진형을 갖춰라, 이곳에서 진지를 구축한다.”
“예? 여기서 말입니까?”
부관으로 함께 온 카멜롬이 물었다.
우선은 저 시체 벽부터 치워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 그걸 떠나서 진지를 구축한다는 말이 무엇이란 말인가.
‘세일라 장군님은 윈더르트를 찾을 생각이 없으신 건가?’
괜히 진지를 구축하는데 병사들의 체력을 소비했다가 나중에 전투 때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
게다가,
‘윈더르트와…… 아직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걸까.
우선은 벽처럼 쌓여 있는 저 백성들의 시체를 화장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마치 카멜롬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 세일라는 고개를 저었다.
“먼저 진형을 갖추고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닉벨, 윈더르트 주변으로 정찰병들을 보내 혹시라도 도시 밖으로 나오는 적군이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알겠습니다.”
세일라의 명령에 닉벨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멜롬은 여전히 조금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명령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거리가 있는데 진형을 먼저 잡는다니…….’
물론 진형을 갖추는 것은 중요하다.
적이 언제 공격해올지 알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수성을 하는 입장이고, 거리 또한 제법 멀다고 할 수 있다.
뭔가 앞뒤 순서가 바뀐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까라면 까야지.’
카멜롬은 각 중대에게 명령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적장이 누군지 확인이 되는가?”
“길목에 있던 정찰병에 의하면 세일라 백작이 총지휘관으로 있다고 합니다.”
“세일라 백작이라.”
칼말트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르티안 왕국에 있는 장군 중 자신과 상성이 가장 안 좋은 자다.
가급적 세일라와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면 피할 수는 없겠지.
칼말트온이 키밀슨에게 말했다.
“특공대 조직은 끝났나?”
“거의 끝났습니다. 명령을 내리신다면 곧 출격이 가능합니다.”
키밀슨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특공대를 밖으로 내보낼 생각인가?
자신들은 이미 유리하게 전쟁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굳이 무리하게 밖으로 나가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칼말트온은 키밀슨과 완전히 다른 생각이었다.
애초에 자신들이 윈더르트 하나만 얻고자 전쟁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이곳을 방어하며 지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닌, 자신들을 막으러 온 저 군대를 부수고 아르티안 왕국의 영역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저 윈더르트는 한 번의 전투를 치른 이후 휴식을 취하는 공간일 뿐이다.
그리고 세일라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벌써부터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진지를 구축하려는 것인가.”
역시 껄끄러운 상대다.
보통이라면 윈더르트를 수복하기 위해 공격을 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세일라는 윈더르트를 되찾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이곳에서 자신들이 나오지 못하게 앞쪽에 진지를 구축하여 유리한 전장을 만드는 것이다.
어차피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자신들은 결국 떠나야 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면 진지가 만들어지기 전에 먼저 쳐야지.”
다행스럽게도 윈더르트는 보급이 풍족한 도시였다.
비록 상클렌이 패배하면서 일부 보급창고를 불태우는 바람에 소실이 있긴 하지만,
‘보름 정도는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남아 있다.’
게다가 이번 전투에서 녀석들을 격파할 수 있다면 사실상 남부의 전투는 거의 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원 병력을 무한으로 보낼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제 슬슬 그가 도착할 때고.’
칼말트온은 바로크 왕국의 왕인 벤제민을 떠올렸다.
소름 돋을 정도로 잔혹하면서도 치밀한 왕이었다.
설마 이런 한 수를 준비해두었을 줄이야.
생각을 정리한 칼말트온은 곧장 부대를 재정렬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장은 넓게 펼쳐진 평야.
그야말로 힘과 힘이 중요해지는 전투가 되는 것이다.
“그저 운이 없다고 생각해라, 아르티안의 세일라 백작이여.”
말도 안 되는 힘의 격차를 경험해 보도록. 뿌우우우우우우―!
이윽고 거대하게 울려 퍼지는 나팔소리와 함께 정렬하던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선물은 털고 가도록 하지.”
“예, 그것을 준비하라!”
칼말트온 장군의 말에 키밀슨이 크게 소리쳤다. 그와 함께 아르티안 왕국의 군대가 온 방향의 성벽 쪽으로 이동시킨 대인 병기에 화살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우선 나의 인사라네. 잘 받아 보시길.”
끄덕.
“발사아아아아―!”
쾅―!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밧―!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수백 발의 화살이 하늘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허허허…… 이건 생각지 못한 일이군요.”
“차라리 잘된 일입니다. 애초에 이번 일은 제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으니까요.”
아르티안 왕국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아펠이 말했다.
그에 헤베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의외로군요. 아펠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
아펠은 마차의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외교는 성공적이었다.
멜라디온 왕국은 바로크 왕국의 손을 잡지 않고 아르티안 왕국의 손을 잡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행되었던 일은 아펠에게 있어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헤베론의 말에 아펠이 짧게 대답했다.
아주 순간적이긴 했지만, 먼발치에서 보았던 릴리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
한참을 바깥을 쳐다보고 있던 아펠이 헤베론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음 마을에서 저는 따로 움직이겠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헤베론이 물었다.
이렇게 돌발적으로 움직이는 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베론의 물음에 아펠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후후, 그렇습니까?”
아펠의 말에 헤베론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 헤베론은 반대쪽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좋을 시기로군요.”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헤베론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