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241)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241화(241/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241)
“세일라 백작님.”
“……길버트 백작님. 그리고…… 앤거스 백작?”
실질적인 피해보다도 정신적인 피로감이 가득한 부대였다.
그 상황에서 세일라는 갑자기 지원군으로 찾아온 길버트와 앤거스를 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막사 안으로 들어온 앤거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세일라에게 말했다.
“왜 길버트 경은 백작님이고 나는 백작이오?”
“뒤에 님을 붙였는데 새는 발음이라 잘 안들렸나봅니다.”
“……재미없는 말장난도 할 줄 아는군.”
앤거스는 세일라를 보더니 이내 막사 밖으로 몸을 돌렸다.
“난 우선 내 사병들을 정렬시키겠소. 저들이 임시로 지낼 막사도 지을 테니 그리 알아두시오.”
세일라는 통보하듯 말하고는 나가 버리는 앤거스의 뒷모습에 그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길버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곳까지 오면서 속이 많이 쓰렸을 겁니다. 이번에 폐하께서 용단을 내리신 것 같았거든요.”
“함께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세일라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하자 길버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크게 당하진 않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소식을 듣고 상당히 걱정했었습니다.”
“……그저 면목이 없습니다. 이곳을 탈환하기 위해 왔는데 오히려 이렇게 역으로 당할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왕국 제일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세일라 백작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래도 백작님이기에 카펠라같은 괴물의 공격을 이 정도 피해로 막아 낼 수 있었던 거지요.”
“과찬이십니다.”
“그보다 적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길버트의 물음에 세일라는 작게 숨을 토하고는 막사 밖으로 나가 윈더르트 쪽을 바라보았다.
길버트는 세일라 옆에 서서 함께 윈더르트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물끄러미 윈더르트를 보던 세일라가 말했다.
“첫 교전 이후 움직임이 없습니다. 공격할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저들도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입장이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세일라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저들이 우리를 끝장내려고 했었더라면 이미 끝냈을 수도 있습니다. 최소 지금보다…… 훨씬 더 전선을 뒤로 물렸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겠죠.”
“……그렇다면 저들의 다른 목적이 있다는 말입니까?”
“예,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겠지요.”
“무엇을요?”
“당신을요.”
세일라가 길버트를 보며 말했다.
“정확히는 아르티안 왕국의 마스터가 이곳으로 오기를 기다렸을 겁니다.”
그게 아니고선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저들이 갑자기 부대 점검을 해야 할 이유도 없고,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유리한 상황에서 할 리 없지 않은가.
세일라의 말에 길버트의 표정이 굳어졌다.
“애초에 목적은 저라는 말이군요.”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분명 저들도 당신이 이곳에 왔다는 정보를 곧 입수하겠지요.”
앞으로 저들이 움직일 상황을 파악해야 하겠지만, 이상하게도 상대가 짜 놓은 덫에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세일라가 길버트에게 말했다.
“차라리 전선을 뒤로 완전히 물린 상태에서 수성을 하는 쪽이 어떻습니까?”
“가능하리라 생각하십니까?”
“…….”
길버트의 물음에 세일라가 침묵했다.
그의 물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곳에서 적을 앞에 두고 전선을 뒤로 물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녀석들을 윈더르트에서 막아 내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들이 뒤로 후퇴한다면 저들의 움직임을 쫓을 수 없을 것이다.
윈더르트를 기준에서 북상할 수도 있고, 아니면 서쪽으로 쭉 밀고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자국의 땅에서 저들을 ‘쫓아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후우.”
세일라는 망설이며 길버트를 바라보았다.
지금 상황에서 이곳을 전장으로 삼는다는 것은 길버트에게 너무 큰 짐을 짊어지우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가 아닌 것이 이토록 서러운 일인 줄이야.’
전장을 지휘하는 사령관이기에 마스터가 개입한 전쟁이 일반적인 전쟁과 얼마나 다른지 잘 알고 있다.
그랬기에 이런 회의감이 언제나 들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사라져 버리니까 말이다.
마스터,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전장의 판도를 바꿔 버릴 수 있는 초인들의 존재에 세일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제가 무대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상대가 바로크 왕국의 카펠라라고는 하나, 눈앞에 있는 이자 역시 아르티안 왕국의 길버트 레갈포나이지 않은가.
현재 아르티안 왕국 내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는 무장 중의 무장.
이 자를 믿지 않는다는 것은 왕국을 믿지 못하는 것과도 같은 뜻일 터.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그가 유리한 전투를 할 수 있게끔 전장을 만드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
세일라의 말에 길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는 결전을 시작할 때다.
세일라는 마음을 굳게 먹으며 간부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시작했다.
* * *
부대원들이 모두 정렬하고 출발 준비를 끝냈을 때,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남자는 뭔가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상관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상관은 개의치 않는 듯 걸어 놓은 투구를 꺼내 팔 사이에 끼우며 그를 보았다.
이제는 멜라디온 왕국 내에서 너무나 큰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는 남자.
마르셀 칼펜트라는 자신의 부관은 벨릭스를 보며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벨릭스,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르는 것인가?”
“알죠, 압니다만…….”
“너는 너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왕국의 대사를 결정하려는 것 같군.”
“아니, 그건 아니지만 저는 아직도 놈을 생각할 때마다 왼쪽 다리가 쑤셔 옵니다.”
부관인 벨릭스는 자신의 왼쪽 다리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행운으로 다리가 잘려 나가지 않았지만, 아주 조금만 운이 없었더라면 왼쪽 다리를 잃었을 것이다.
물론 부상 당시 마르셀의 엄청난 노력으로 겨우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예전만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최근에도 잠을 자다가 그때의 악몽을 꿀 정도니, 아르티안 왕국의 악감정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벨릭스를 보며 마르셀이 말했다.
“나 역시 그때의 일을 잊지 못한다.”
적의 함정에 빠져 부대원들을 잃었었던 그때의 지옥 같은 기억을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왕국 내에서 결정된 일을 번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그런 생각이 계속 든다면 너는 이번 전투에서 빠져라. 상부엔 내가 보고하고 불이익이 없도록 해 주마.”
“아닙니다. 마르셀님이 가는 곳에 제가 어찌 가지 않을 수 있습니까.”
“지금 상태의 너는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제가 경솔하게 말을 한 것 같습니다.”
“마음 역시 말이다.”
“예, 주의하겠습니다.”
벨릭스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마르셀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벨릭스, 우린 왕국의 미래를 위한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길이다. 그것도 어쩌면……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큰일을 말이다.”
“……예.”
안다, 알고 있다.
그랬기에 더욱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고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
그에 마르셀이 쐐기를 박았다.
“개인적인 감정은 완전히 넣어 두어라. 언젠가 미래에 그 일을 청산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좋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벨릭스를 보며 마르셀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부대원들이 정렬된 밖으로 나간 마르셀은 곧장 말 위로 몸을 실으며 부대원들을 보았다.
한 명 한 명이 정예병인 자신의 부대원들.
마르셀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우린 현 시간부로 곧장 아르티안 왕국으로 넘어간다.”
뭔가 평소와 달리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 하지만 마르셀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이 땅을 떠난다면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지.”
그만큼 이번 작전의 난이도는 그동안 행했던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위험한 길일 수도 있는 이 작전에 부대원들을 밀어 넣는 것 같아 미안하고 두려웠지만,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약속하겠다.”
그가 당당하게 부대원들에게 할 수 있는 말.
“너희들이 무엇을 하든 언제나 나도 함께 하겠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우아아아아아아아!”
덤덤한 목소리였기에 더욱 진심이 느껴지는 마르셀의 말.
그에 부대원들이 크게 함성을 지르며 화답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마르셀이 말했다.
“이동한다, 우리의 목적지는…….”
이어지는 마르셀의 말에 부대원 모두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 *
급변하는 상황만큼이나 작전을 지휘하는 궁 내부에도 칼날 같은 분위기가 휘몰아쳤다.
멜라디온 왕국에서 돌아온 헤베론은 쉴 틈조차 없이 곧장 에단의 호출로 왕궁으로 입성하였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헤베론 경. 그리고…… 미안합니다.”
“후후후, 아닙니다. 덕분에 요즘 제가 아직까지 팔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헤베론의 말에 에단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대한 미안함으로 인해 할 말이 더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일에 집중할 때니까 말이다.
에단이 헤베론에게 말했다.
“바로크 왕국의 이고엘타가 죽고, 또 다른 마스터인 카펠라가 윈더르트로 온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소.”
게다가 헤베론이 멜라디온 왕국과의 외교를 우호적으로 성공시킨 이 상황은 더더욱 이 계획의 근거를 탄탄하게 해 주었다.
에단의 말에 여유 있던 헤베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가 꺼낸 이 주제가 얼마나 무거운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에단이 헤베론에게 물었다.
“가능하다 보시오?”
“……적의 전력이 본국에 남아 있다곤 해도 온전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입니다. 게다가 주축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이고엘타가 죽었으니 혼란까지 겹쳤겠지요.”
“멜라디온 왕국에선 누가 움직였습니까?”
“마르셀 장군입니다.”
“마르셀이라…….”
멜라디온 왕국의 마르셀.
마스터는 아니었지만, 개인의 무력이 마스터에 근접할 정도로 뛰어났으며 그보다 더욱 대단한 것은 부대를 운용하며 지휘하는 능력이지 않은가.
과거 자신들과의 전쟁에서 수많은 공적을 세우며 명성을 쌓았고, 가장 최근에는 타르곤 장군을 죽이며 자국에게 크나큰 피해를 주었다.
적군이었을 땐 두려움의 대상이라 할 수 있지만, 동맹이 맺어진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든든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마르셀을 보냈다는 것은 그만큼 멜라디온 왕국도 이번 작전에 모든 사활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에 에단이 헤베론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에 걸맞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소. 누구를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소?”
세일라가 이곳에 있었더라면 이번 작전을 맡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윈더르트에 있는 그녀를 불러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하물며 상클렌도 죽은 이 상황에도 마르셀과 견줄 만한 인물이…….
“있지 않습니까, 폐하.”
“……또 그에게 의지를 해야 하는군.”
이러한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
그 생각에 에단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걱정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에단이 헤베론을 보며 말했다.
“내가 직접 그를 만나러 가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