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265)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265화(265/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265)
“……후우.”
자욱하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방.
그 중심에 탁해 보이는 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던 벤제민이 길게 숨을 토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연기로 인해 시야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눈을 뜬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내뱉었던 호흡을 다시 들이마셨다.
꾸욱.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편 벤제민.
이윽고 그의 몸 주변으로 검붉은 색의 오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다른 연기와 섞이는 듯했다.
그리고 벤제민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크크크크크크크크큭.”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벤제민은 인내하고 또 참았다.
어쭙잖은 조급함으로 또다시 대의를 그르칠 순 없으니까 말이다.
이제는 녀석도 없다.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곤 하나 그의 생명이 끝에 다다른 것을 직접 보지 않았던가.
인간인 이상 그 상태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다.
‘하나…….’
세상일이라는 것이 그리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어쩌면 기적 같은 힘으로 목숨은 건졌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예전처럼 싸우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오직 ‘신’만이 가능할 터.
더 이상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이 하늘 아래 존재하지 않는다.
가이엘이 살아남았다곤 하나 그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저벅저벅.
정체를 알 수 없는 탕에서 나온 벤제민은 곧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미 기다리고 있던 하녀가 급히 벤제민의 몸에 가운을 둘렀다.
“반을 불러오거라.”
나오자마자 벤제민이 찾은 이는 바로 반이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녀석에게 찾아온 변화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다시 시작을 해야 할 때이지 않은가.
벤제민은 의복을 갖춰 입고 정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윽고 왕의 귀환을 들은 대신들이 빠르게 그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언하, 이리 무탈하게 나오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몸은 괜찮으십니까, 전하.”
벤제민이 부상으로 인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것은 최측근의 신하들만이 아는 사실이다.
그동안 벤제민이 자리를 비우며 꽤나 여러 가지 소문들이 돌았지만,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상 그런 것 따윈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함께 온 카펠라가 벤제민을 보며 물었다.
“전하, 지난 1년 전에 그만두었던 진격을 다시 시작하시는 겁니까?”
“카펠라 장군. 그동안 상당한 발전이 있었던 모양이오.”
1년 전 전쟁이 그에게 있어 상당히 굴욕적인 부분이 있었던 것일까?
다시 본 카펠라는 예전보다 훨씬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벤제민의 말에 카펠라가 말했다.
“두 번은 그럴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것이 무슨 말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에 벤제민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반은 왜 아직 오지 않았지?”
“그것이…… 아직은 전하를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무슨 말이지?”
신하의 말에 벤제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감히 이 왕국에서 자신의 말을 거역하는 이가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때 옆에 있던 카펠라가 벤제민에게 말했다.
“반 왕자님은 지금 지크리트 훈련장에서 홀로 훈련 중에 있습니다.”
“지크리트 훈련장?”
“송구하오나 걸음을 해 보시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
카펠라가 이리 말할 정도라니.
벤제민은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펠라를 보았다.
“같이 가지.”
“예, 전하.”
대체 녀석의 상태가 어떻기에…….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벤제민의 얼굴엔 묘한 기대감이 머물러 있었다.
* * *
쉭―! 쉭―! 쉭―!
검을 한 번 내지를 때마다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여섯 시간째.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반의 모습에 테일은 질리다 못해 경외심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더 대단한 것은 수천 번의 검을 휘두르는 동작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한 검격에 테일은 그저 말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하지만 검을 휘두르던 반이 이내 천천히 숨을 토하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에 테일이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리지 않으면 하루 종일 검을 휘두를 것 같은 기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테일의 시선이 훈련장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부터 누군가 다가오고 있는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설마?’
테일이 반을 힐끗 보았다.
이미 수건으로 땀을 닦은 녀석은 차분한 표정으로 훈련장의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자신보다 먼저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테일은 이내 훈련장으로 들어온 이를 보며 급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바로크 왕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그 행동에 반 역시 말없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예상치 못한 이의 방문.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반이 고개를 숙이며 있자 다가온 벤제민이 말했다.
“일어나라.”
“…….”
1년 만에 본 부자다.
하지만 반은 벤제민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응시했다.
예전이었다면 몸이 괜찮냐는 말 한마디 정도는 했을 텐데.
하지만 벤제민 역시 말없이 반을 보았다. 그리고 이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많이 변했구나.”
“시간이 꽤 흘렀으니까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반은 그 누구보다 노력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나날.
그와의 거대한 격차를 느낀 이후 단 하루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실이 지금의 반을 만들어 낸 것이다.
반을 본 벤제민은 그의 몸에 정제된 기운을 느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1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 정도 성장이 가능한 것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윈 상관없다.
가장 중요한 건 결과니까 말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반은 1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 말은 앞으로의 전쟁에 선봉장으로 설 수 있는 최상의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곧 부름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잘 준비하도록 하거라.”
“다시 전쟁을 시작하려는 것입니까?”
“이번엔 이 대륙 전체의 이름을 바로크로 바꿀 생각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확고한 의지.
그 말에 반은 그저 침묵으로 대답했다.
왕국을 위한 일은 무엇이든 하겠지만,
‘진정 이것이…….’
거의 1년 반 만에 본 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반은 복잡한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사락, 사락.
빛이라곤 천장에 박아 놓은 마력석으로 인한 작은 라이트 불빛 하나가 전부인 동굴.
불빛 아래, 스승님이 남긴 서책을 조심스럽게 넘기던 리안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벌써 몇 번째 정독.
이미 모든 것을 익혔지만, 이 책을 써 내려가는 스승님의 모습을 생각하니 쉽사리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스승님이 남겨 주신 선물.
정확하게는 서책에 남겨진 내용은 스승님 수준의 마력을 가지지 않고서는 사용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인간이…… 이런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는 건가.’
드래곤 하트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 아닌 이상 이렇게 방대한 마력을 가지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스스스스슥.
리안이 가볍게 옆으로 손을 뻗으며 마력을 집중하자, 바람 한 점 없던 동굴 안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어디서 불어온 것인지 리안의 손에 맺히는 작은 소용돌이.
이윽고 그것이 사라지자 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로써…….’
준비는 끝났다.
스승님이 남겨 주신 마력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든 리안은 벽에 걸어 놓은 자신의 활을 집었다.
얼마 만에 잡아 보는 활인가.
아니, 그것보다 동굴에 들어온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체감상으론 1년이 조금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밖으로 나가 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
리안은 스승님을 묻은 이후 처음으로 동굴의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혹여라도 마음이 흔들릴까 입구 쪽으론 시선조차 던지지 않았었다.
그렇게 상당히 시간이 지난 지금.
“…….”
동굴의 입구에 선 리안이 절벽의 위쪽을 바라보았다.
뭔가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
이곳에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온갖 상황에 머리가 복잡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동안의 수련은 리안을 변화시켰다.
능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말이다.
타닥!
리안이 바닥을 박차며 절벽의 벽을 향해 뛰어올랐다.
예전에도 이런 벽을 오르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았지만 지금은, 휘이이이이이익―!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결마저 이용한 리안의 움직임은 마치 새처럼 자유로웠다.
절벽의 벽을 몇 번 딛지도 않은 채 어느덧 끝까지 올라온 리안은 가장 먼저 스승님을 묻어둔 곳으로 향했다.
화장을 하는 자신들과 달리 동양에선 귀한 이를 이렇게 땅에 묻어 무덤이라는 것을 만든다기에 했던 것.
스승을 묻어둔 곳에 도착한 리안은 다시 그에게 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승님, 나중에 꼭 다시 오겠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끝낸 리안이 몸을 돌렸다. 이제는…….
“돌아가자.”
리안의 걸음이 아델란트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미친.”
디엘은 아델란트를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바로크 왕국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이 언제 다시 전쟁을 일으킬지 예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들은 잠잠했다.
지난 1년 동안 특별히 병력을 모은다거나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바로크 왕국의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마치 눈속임을 하고 있었다는 듯 엄청난 스피드로 병력을 집결시키기 시작했고, 각 귀족들의 사병도 차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엘은 베나트의 보고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십 만이라고? 정말 이 숫자가 확실해?”
“현재 확인된 병력만 그렇습니다. 혹시 모를 변수까지 생각한다면 이십오만 이상의 병력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병사의 수만 이십오만.
바로크 왕국 병사들의 수준을 생각해 본다면 냉정하게 자신들의 사십 만에 가까운 병력과 같은 전력이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거의 군대의 전력이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고 볼 수가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대규모 동원은 없었는데…… 이것들이 아주 작정을 했구나.”
그에 디엘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베나트에게 물었다.
“벤제민에 대한 소식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궁 내부 소식까지는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확실히 그건 베나트라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이 정도 규모의 병력이 움직이고 있다면,
“최대한 궁에 인접한 이들과 접선을 해 봐. 벤제민이 다시 나타난 것이 분명하다.”
그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질 수는 없으니까.
디엘은 종이를 꺼내 서둘러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도로 사람을 보내서 이 서신을 세일라 님께 전해. 서둘러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타이칸 산맥으로 떠난 조장들은 아직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연락이 온 것이 2주 전이었으니까요.”
“후우…….”
어려운 상황임은 틀림없다.
앞으로의 일들을 위해 다들 죽을 힘을 다해 준비하고 있지만, 그래도 쉽사리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그분이 있었더라면.
벌써 1년이 훌쩍 넘도록 소식 한 번 없지 않은가.
하지만 디엘은 애써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분이 없더라도 흔들리지 않기로 마음먹었지 않나.
“어떻게든 우리끼리라도 해보자고.”
“예!”
베나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 순간.
“디, 디엘 님!”
부대원 한 명이 다급하게 문을 열며 디엘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노크마저 잊을 정도로 다급한 표정.
디엘이 그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도, 돌아왔습니다!”
“……?”
누가?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디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