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290)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290화(290/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290)
뭔가 속이 후련한 듯한 느낌이었다.
스승님의 봉분 앞에서 한참 동안 속풀이를 했던 리안은 가지고 온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좋은 술이네요. 왜 스승님이 좋아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리안이 봉분을 보며 말했다.
“아델란트로 터를 옮길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스승님, 여기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리안은 수풀 너머로 보이는 언덕 아래의 풍경을 보았다.
저 멀리서 해가 지는 모습과 노을이 붉게 쫙 퍼지는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지 않은가.
그 풍경을 바라보며 리안이 말했다.
“잘 지내십시오…….”
이제는 모든 것을 털어 버린 것 같다.
스승님이 함께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니까.
누군가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다.
기억이란 건 그 사람의 존재를 영원히 간직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게다가 리안의 몸속에 있는 힘, 그리고 리안이 사용하는 궁술.
이 모든 것이 스승님에게서 받은 것이지 않은가.
“또 오겠습니다, 스승님.”
마지막 인사를 남긴 리안은 수풀 바깥쪽에서 혼자 기다리던 애마에게 다가가며 가볍게 얼굴을 만졌다.
“돌아가자, 아델란트로.”
“히이이이잉―!”
크게 울며 대답하는 말을 보며 리안이 가볍게 녀석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리안이 아델란트로 돌아왔을 때.
“리안 님!”
“늦어 미안하다.”
“아닙니다, 당장 해야 할 일도 없는데요. 그보다…….”
디엘이 영주성 쪽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그에 리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지?”
“손님이 와 계십니다.”
“……손님?”
그 말에 어느덧 주변으로 모인 아이작과 다른 부대원들이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 자식들이…….
‘뭘 잘못 먹었나?’
마치 어린 개구쟁이의 모습을 보는 듯한 모습에 리안이 고개를 갸웃하며 영주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자신의 직무실로 걸어갔다.
손님이 왜 직무실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직무실로 들어갔을 때.
“……어?”
“오랜만에 뵙네요.”
단아하게 미소를 지으며 리안에게 인사하는 한 여인.
손님이라는 분이…….
“당신이었군요.”
그녀의 미소에 리안이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리며 말했다.
리안의 손님으로 온 사람.
바로 릴리스 공주였다.
* * *
“세상에…… 이렇게 순식간에 일이 진행될 줄이야.”
“나도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그러게나 말이야,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 설마…….”
플로랑과 대화를 나누던 제라드가 고개를 돌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신전 쪽을 바라보았다.
아델란트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델란트로 찾아왔다.
오늘은 바로,
“리안 님이 결혼을 하다니.”
“제엔장!”
어느덧 옆으로 다가온 카일이 부러움에 손수건을 들고 눈물을 훔쳤다.
“나는 언제쯤…….”
카일의 말에 제라드가 그를 보며 말했다.
“넌 있잖아?”
“무슨 개소리야?”
카일이 미간을 찌푸리며 제라드를 보았다. 그에 제라드가 조금 떨어진 뒤쪽에서 카일을 바라보고 있는 한 여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기. 아주 너를 열렬하게 사모하는 분이 계시잖아?”
“……눈 마주치지 마. 나보다 힘이 더 셀지도 몰라.”
“…….”
카일의 말에 제라드가 다시 그녀를 슬쩍 바라보았다.
벽 뒤에 숨어 있긴 했지만, 확실히 일반 여성과는 그 골격 자체가 달랐다.
냉정하게 평가해도 맨주먹으로 소를 때려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포스.
제라드가 침을 꿀꺽 삼키며 카일에게 말했다.
“어쨌든 잘해보라고.”
그 말과 함께 제라드는 다시 리안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리안.
“후아…… 신부님이 너무 예쁘시다.”
“여신이 따로 없네…….”
“아아, 리안 님…….”
리안이 결혼하는 모습에 아델란트에 있던 처녀들이 못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그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결혼식이 그저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리안은 릴리스를 보았다.
볼모가 되어 아르티안 왕국으로 향하는 마차에서 처음 본 그녀.
차가운 얼음 공주 같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생각과는 달리 굉장히 속이 깊으며 현명한 사람이었다.
볼모로 적국에 와있었지만, 오히려 그렉 왕자보다 더 당당하며 기품 있는 면모를 보여 주었다.
리안이 릴리스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이 결혼이 왕국과의 정략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물어본 것이다.
하지만 리안의 물음에 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결혼은 제가 원해서 하는 거랍니다.”
릴리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리안에게 말했다.
그녀 역시 처음 리안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볼모로 끌려가던 자신을 유일하게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해 주었던 그의 첫 모습.
그리고 아델란트로 온 이후에도 그는 자신을 볼모로 온 힘없는 공주가 아닌, 멜라디온 왕국의 릴리스로 대우해 주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은 아니었다.
바로 아델란트에서 그가 보여 주었던 성실함 그리고 용맹함.
단순히 지휘관이라 하여 모든 부하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 아델란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리안을 존경하며 사랑했다. 그리고 리안 역시 그들에게 항상 옳은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노력했고 언제나 좋은 성과를 안겨 주었다.
그의 인성과 성실함 그리고 능력.
그 모든 것이 릴리스의 마음을 빼앗은 것이다.
그런 릴리스의 말에 리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엔 이르다.
서로가 조금 더 알아 가야 할 것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날이네요, 오늘.”
리안은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릴리스에게 전했다.
리안의 말처럼…….
“그러네요.”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었다.
* * *
한 달이라는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 것 같았다.
무언가 빠르게 정리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고, 또 정리를 해야 하는 것들에 집중해야 하는 때였다.
“이제 바로크 왕국과의 외교가 시작된다고 하더군요.”
“그런가?”
리안은 디엘의 보고에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크 왕국과 전쟁이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다.
그사이 양쪽 진형은 전쟁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며 각자의 국가를 안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고 판단했는지, 전쟁에 대한 외교를 시작하려는 듯했다.
물론.
‘바로크 왕국의 입장에선 지옥 같은 시간이겠군.’
지금 그들의 분위기가 어떠한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전쟁에서 패배한 왕국이 가지는 리스크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니까 말이다.
몇 년 전 있었던 멜라디온 왕국과의 전쟁에 비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 당시엔 각국의 피해도 그리 많지 않았을뿐더러, 멜라디온 왕국은 지형의 일부를 내어 주는 것으로 끝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속은 쓰리겠지만, 왕국을 재건하며 운영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바로크 왕국은 얘기가 다르다.
이미 죽은 병사들의 피해만으로도 왕국의 전력이 휘청할 정도로 크나큰 피해를 입었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들도 죽었고, 그 이상의 경지에 있던 벤제민이 죽었으니까.
그것만으로 바로크 왕국은 더 이상 대륙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휴전 요청을 하며 잃은 전력을 다시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수에만 쏟아도 부족한 재정적 지원이 외교를 통해 타 왕국에 흘러 들어간다면…….
“많이 힘들 겁니다. 어쩌면 향후 오십 년 이상은 회복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녀석은 잘할 거야.”
리안은 반의 모습을 떠올렸다.
비록 적이었지만 자신의 유일한 호적수가 될 수 있는 자.
녀석의 강함과 그 우직함이라면 기울어 가고 있는 바로크 왕국을 다시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전장에 설 것이다, 녀석은.
그때가 되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하지만 이내 그의 생각을 지운 리안이 디엘을 보며 말했다.
“그보다 내가 부탁한 건?”
“준비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감행하실 겁니까? 식을 올린 지도 얼마 안 되지 않았습니까.”
“언제까지 쉬고만 있을 순 없잖아?”
디엘의 말에 리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아르티안 왕국과 멜라디온 왕국은 확고한 혈맹이 되었다.
냉정하게 리안을 사위로 가진 멜라디온 왕국은 아르티안의 가장 큰 실세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프 더 레코드이긴 하지만, 리안이 결혼을 하는 순간 궁에서 제법 큰 술렁임이 있었다고 한다.
아르티안의 에단 왕조차 이제는 멜라디온에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인간을 초월한 힘을 지니고 있던 대륙 최강의 벤제민을 쓰러트린 리안 아델란트이다.
그는 혼자서 능히 왕국의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하물며 오천이 넘는 애로우헤드 부대가 그와 함께한다.
이미 리안과 함께하는 애로우헤드 부대는 그 자체만으로 국가급 무력을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리안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만히 있어선 안 돼. 오히려 왕국 내에서 우리를 불안한 시선으로 볼 이들이 있거든.”
“……에휴.”
리안의 말에 디엘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앤거스 필라 백작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안전장치가 없는 애로우헤드 부대를 그냥 두기엔 너무나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하물며 릴리스 공주와 결혼을 한 리안이 만에 하나라도 멜라디온 왕국으로 향한다면, 아르티안 왕국은 끝이라고 말이다.
요지는 리안에게 목줄을 채워야 한다는 것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단박에 의견이 기각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리안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우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준비하자.”
“……휴우, 그보다 이제 슬슬 출발하셔야 합니다.”
“그래야지. 이번 논공행상이 끝나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줘.”
“……예.”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느라 어수선한 분위기였기에 논공행상도 제법 밀리게 되었다.
그리고 사흘 후.
“최고 공로자는 리안 님입니다.”
수도에서 열리는 논공행상에 디엘이 말했다. 그에 리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부족한 것이 없는데 더 받아야 하나?”
“그 말을 아델슨 님께 했다간 혼이 날 겁니다. 최근 아델란트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재정적으로 빡빡하다며 제게 얼마나 불평을 하시는데요.”
“흐흐흐, 설마. 돈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디엘을 놀리는 것이 좋아서 그러는 걸 거야.”
“예? 그럴 리가요.”
디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하지만 리안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디엘에게 말했다.
“그럼 설마 아델슨 님께서 돈이 부족하다고 우는소리를 하실 분인가?”
“그건…….”
생각해 보면 최근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 행진을 터트리면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들었다.
그저 나가는 돈이 엄청나게 많아서 그런가 생각을 했는데…….
“아, 아니 이분이!”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저 아델슨의 말이기에 무조건 수긍을 했었을 뿐.
이윽고 씩씩거리며 나가는 디엘을 보며 리안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후우.”
리안의 시선이 북쪽 저 먼 곳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