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292)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292화(292/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292)
“리안 아델란트, 앞으로 나오도록.”
에단의 말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리안이 천천히 단상으로 걸어 올라갔다.
이윽고 에단의 앞에 선 리안이 오른 주먹을 말아 쥐며 왼쪽 가슴에 대며 경례했다.
그에 에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지막은 이 전쟁을 종식시킴에 있어 가장 큰 공을 세웠고, 인간의 한계를 훌쩍 넘은 무력으로 오랫동안 대륙에 위협을 가했던 벤제민을 죽여 대륙의 평화에 이바지하였다.”
쉬지 않고 이어 나오는 에단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묘하게 심장이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홀로 부대원들을 이끌고 적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침투했고, 그 안에서 승리를 이끌어 낸 리안의 무용담이 장내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에단이 리안을 보며 말했다.
“리안 아델란트.”
“예, 전하.”
“그대가 처음 짐을 만났을 때를 기억하는가?”
“물론입니다.”
에단의 물음에 리안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어찌 그 순간을 잊을 수 있었겠는가.
전대 왕의 건강 악화로 인해 후계를 놓고 왕자들의 다툼이 있던 그때.
세일라를 따라간 곳에서 설마 3왕자였던 에단을 만날 줄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었으니까.
“그렇다면 그때 그대가 짐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작 백인장이었던 리안이 후계 구도에 있던 3왕자에게 내뱉은 그 건방진 소리를 말이다.
“대륙 최강의 대장군이 되겠다고 했었습니다.”
“잘 기억하고 있군.”
에단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리안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원래 그대에게 주어야 할 것들이었는데……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탓에 많이 늦었네. 짐이 사과하지.”
“아닙니다, 전하.”
왕이 된 이후, 리안이 승승장구할수록 그를 향한 칼날은 더욱 많아지며 날카로워졌다.
그 과정에서 에단은 상당히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고, 그를 밀어주기 위해 몸을 사려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에단이 장내에 있는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겠다.”
에단의 눈빛이 확고해졌다.
진지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인해 그를 보던 사람들 역시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순식간에 들떠 있던 논공행상의 장에 묵직한 긴장감이 슬쩍 감돌았다.
그에 에단이 말했다.
“리안 백작은 짐을 처음 만났을 때, 대륙 최강의 대장군이 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짐 역시 그에게 힘이 되어 주기로 했었지.”
스윽.
가볍게 시선을 돌려 사람들을 훑어본 에단. 그가 말을 이었다.
“때문에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그 누구도 이 선언에 반박할 수 없을 것이며, 반론하고 싶은 자가 있다면 지금 앞으로 나서라.”
지금 이 순간……!
“애로우헤드 부대는 대륙 최강의 부대이며, 부대를 이끌고 있는 리안 아델란트 백작은…….”
스윽.
에단이 리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조금 전의 위엄 있는 목소리와는 달리 따뜻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륙 최강의 대장군이니라.”
그리고 그 말에 리안은 다시 에단을 향해 경례를 했다.
지금의 선언이 틀리지 않았음을 맹세하는 듯한 굳은 결의.
그 눈빛에 에단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서기가 말했다.
“리안 아델란트 백작에게는 아델란트의 주변 영지 세 개를 하사하여 그에게 귀속시키며, 이는 자손 대대로 이어지는 땅임을 선언한다. 또한 현재 백작의 직위에서 공작의 직위를 수여한다.”
“어?”
“고, 공작?!”
순간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현재 아르티안 왕국의 공작은 가이엘 피트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유일무이한 자리였던 공작의 직위를 리안에게 하사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어서 리안 아델란트 공작에게는 금 천만 골드와 휘하 애로우헤드 부대원들에게는 금 일만 골드와 더불어 명예 귀족의 작위를 내리는 바이다.”
“……명예 귀족?”
“저게 무슨 말이야?”
“뭐긴 뭐야! 우리가 귀족이 된단 말이잖아!”
명예 귀족이라 해도 귀족은 귀족이다.
그 말에 장내에 있던 애로우헤드 부대의 간부들이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우, 우아아아아아아아―!”
“우아아아아아!”
그들은 자신들이 있는 자리도 망각한 채 아이처럼 크게 함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에 지적하는 이들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짝짝짝짝짝짝짝짝―!
모두가 한마음으로 박수를 쳐 주며 그들을 축하했다.
그만큼 애로우헤드 부대가 해낸 업적은 왕국의 역사를 새로 쓸 만큼 대단한 것들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요란하면서도 엄청났던 논공행상이 끝이 났다.
* * *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귀족이라니!”
아델란트로 돌아온 간부들의 말에 애로우헤드 부대원들은 그야말로 축제가 벌어졌다.
비록 작위는 없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귀족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비록 세습이 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귀족은 귀족이다.
“단장급 기사들에게만 수여된다는 명예 귀족을 우리가 받다니…… 흐흐흐흐! 어머니, 아들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몇몇 부대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보며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때.
“비켜라, 귀족 카일 님 나가신다.”
저 멀리서 우렁찬 외침과 함께 거대한 체구의 카일이 부대원들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그가 가까워질수록 부대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어깨에 사람 얼굴만 한 풍선이 든 것 같은 뽕과 형형색색의 화려한 상의.
그리고 팔과 다리는 흰색 쫄쫄이로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울끈불끈한 모습이었다.
과거 귀족들 사이에서 한때 ‘반짝’ 유행했었던 파티복이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카일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명예 귀족 카일 님, 등장이시다.”
하지만 그의 등장과 동시에.
“으, 으하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카일 부대장. 이게 무슨 꼴입니까, 크하하하하!”
주변에 있던 애로우헤드 부대원들이 폭소를 터트리며 카일을 보았다.
지금의 카일은 그야말로 오우거가 피에로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지 않은가.
“우와…… 이건 진짜 어떤 의미로 대단하다고 칭찬받을 만해.”
“카일 대장이 이렇게 뻔뻔할 줄이야.”
돌격대원들 중 몇 명은 엄지를 치켜들며 카일을 칭송했다.
물론 칭찬은 아니었다.
“카일 대장, 외형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체 그런 절망적인 옷은 어디서 구한 겁니까?”
“다, 닥쳐! 최고급 실크로 무려 2골드나 주고 맞춘 옷이라고, 이 하찮은 놈들아! 네놈들이 패션에 대해 알기나 해?”
“여러분, 여기에 2골드를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사가 있습니다. 구경 오십시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주변은 그야말로 웃음꽃이었다.
다만 카일만이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채 주먹을 우두둑거릴 뿐.
“오냐, 전부 다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 주마!”
“도, 도망쳐!”
“오우거가 폭주했다!”
날뛰는 카일을 보며 부대원들이 소리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에잉, 쯧쯧. 다들 이렇게 웃고 떠들고만 있을 때가 아닐 텐데?”
“……무슨 말이야?”
자리에 앉아 있던 제라드의 말에 카일은 물론 다른 부대원들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에 제라드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나도 잘은 모르는데…… 리안 님은 벌써 다음 플랜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다음 플랜?”
그 말에 부대원들이 관심을 가지자 제라드가 주변을 쓱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을 했다.
부대원들이 잽싸게 제라드 근처로 모여들었다.
“솔직히 지금 멜라디온 왕국이랑 우리랑 동맹을 맺었잖아.”
“그렇지, 리안 님이 멜라디온 왕국의 공주님과 결혼을 했으니까.”
“……진짜 아름다우시더라.”
“동의.”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제라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에이씨, 얘기 안 한다?”
“쏘리쏘리, 계속해 봐.”
“……한 번만 더 방해하면 끝이야. 어쨌든 그리고 지금 들려오는 정황상 바로크 왕국은 향후 50년 동안은 찌그러져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래서 리안 님의 다음 플랜이 뭐야?”
부대원들이 제라드를 재촉했다. 그에 제라드가 고개를 천천히 돌려 그들을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생각해 봐. 멜라디온 왕국과는 동맹이고 바로크 왕국은 납작 엎드려서 우리에게 죄다 양보하고 땅이며 돈이며 바칠 거란 말이지? 그렇다면 우리가 놈들을 칠 명분이 있냐?”
“……없지.”
대가리를 숙이고 있는 녀석에게 칼을 꽂을 수는 없다.
뭐든 전쟁이란 것은 나름의 명분이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에 제라드가 말했다.
“사실상 현재 상황으로만 봐도 우리 왕국이 대륙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거지.”
“아, 그래서 리안 님께서 뭘 계획하고 있다는 거야?”
사설이 너무 길어지자 부대원들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이에 제라드가 검지를 펴며 하늘을 가리켰다.
“……?”
“……위에 뭐가 있나?”
다른 부대원들이 하늘을 쳐다보자 제라드가 놈들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아이고, 이 멍청이들아! 하늘이 아니고 북쪽! 북쪽!”
“북쪽?”
“그래, 북쪽 땅이 남아 있잖아!”
제라드의 말에 그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에르칼을 점령했다곤 하지만, 그 위로도 광활하게 넓은 땅이 남아 있었다.
그와 함께 그들의 표정엔 어느덧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조금 전 시시덕거리던 장난기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에 제라드도 씨익 웃었다.
“북방 정벌이 다시 시작된다는 거지.”
* * *
평화란 좋은 것이다.
하지만 평화가 길어진다고 해서 모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있어야 할 장소가 사라진 것과도 같으니까 말이다.
“……왜 여기 혼자 계십니까?”
“그러는 너는?”
제법 석양이 아름답게 지고 있는 풍경이 보이는 언덕.
그 끝에 앉아 있던 디아날은 뒤쪽으로 다가오는 헤릴다를 보며 물었다.
그에 헤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뭐…… 심심해서요.”
“크크큭, 벌써 심심하다고?”
“그냥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랄까요……?”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치열한 생존의 삶에서 지내 왔던 헤릴다였다.
중립 지대에서 언제나 치열하게 싸웠고, 리안과 함께 애로우헤드 부대에 들어온 이후에도 그녀의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전장은 그녀에게 있어 일종의 보금자리와도 같았다.
피비린내 나는 죽음의 공간이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선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활력이 넘치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디아날도 마찬가지였다.
평생을 전투와 싸움으로 이어 오던 그에게 있어 바로크 왕국과의 전쟁은 그 끝을 볼 수 있었던 전장이었다.
하지만 그 전쟁이 끝난 이후,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두 사람의 가슴을 짓눌렀다.
헤릴다가 디아날의 옆에 앉았다.
“우리가 귀족이랍니다.”
“알고 있다.”
“믿기지 않습니다. 제가…… 귀족이 되다니.”
헤릴다의 말에 디아날이 그녀를 슬쩍 쳐다보았다.
흉터가 가득한 몸.
여자라 하기엔 다소 힘들 만큼 강한 힘을 지닌 그녀였지만, 지금의 헤릴다는 뭔가 공허한 눈빛으로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디아날이 말했다.
“이제 우리도 사람다운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다운 삶이란 것이 무엇이죠?”
“그냥 남들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농사짓고…… 밥 먹고…… 결혼해서 애도 낳고 뭐 그런?”
“흐흐흐흐, 그렇게 살고 싶으십니까?”
헤릴다의 물음에 디아날이 피식 웃었다.
그저 꿈에서나 한 번씩 상상했던 일이지 실제로 그런 삶을 꿈꿔 본 적은 없다.
자신의 손에 묻힌 피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디아날이 말했다.
“글세…….”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 방향을 잃고 길 위에서 서성이는 어린아이가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헤릴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말없이 지고 있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때로는 이런 여유가 좋다고 생각은 했지만, 벌써 공허함이 찾아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디아날 님! 헤릴다 님! 여기 계셨습니까? 한참 찾았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디아날과 헤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에 그들을 찾으러 온 사내가 말했다.
“리안 부대장님께서 간부 전원 소집하라는 명령입니다.”
“……간부 전원?”
그 말에 디아날과 헤릴다의 눈빛이 묘하게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