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305)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305화(305/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305)
아델란트에서 보는 밖의 풍경은 언제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전에는 몬스터로 인해 상당히 많은 피해가 있던 땅이라 들었지만, 흑색 오크 타쿠만의 꾸준한 관리로 이제는 그런 위험은 아예 사라졌다.
“…….”
바깥의 풍경을 보고 있던 릴리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떠난 지도 벌써 삼 개월이 지났다.
척박한 북쪽 땅에서 삼 개월이라…….
그곳의 상황을 담은 소식이라도 전해졌으면 하건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그저 마음만 답답할 뿐이었다.
똑똑.
그때 누군가 노크를 하며 들어왔다.
세일라였다.
“또 창밖을 보십니까?”
“어서 오세요, 세일라 님.”
릴리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세일라를 맞았다.
리안이 아델란트를 떠난 이후, 그래도 간간이 자신을 찾아 주며 대화 상대를 해 주는 세일라였다.
세일라가 자리에 앉자, 릴리스는 그녀가 좋아하는 차를 내왔다.
“걱정하고 있는 표정이 다 드러나는군요.”
“애써 마음을 다스리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염려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염려요? 누굴 말입니까?”
“공작님이지요.”
세일라의 말에 릴리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세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올해 들은 말 중 가장 재미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릴리스가 세일라에게 물었다.
“그럼 세일라 님께선 공작님이 걱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예, 함께 따라간 병사들은 많이 걱정되지만, 공작님 걱정은 전혀 들지 않는군요.”
세일라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릴리스를 보았다.
이해는 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얘기를 듣는다고 한들, 그것이 너무나 터무니없으면 과장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니까 말이다.
하지만 전장에 선 리안을 실제로 본 이들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걱정이었다.
세일라가 릴리스에게 말했다.
“릴리스 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조금의 과장도 없고, 조금의 겸손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입니다.”
“……예.”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리 서두를 길게 잡으신단 말인가.
릴리스는 차분한 표정으로 세일라를 보았다. 그리고 그런 릴리스를 보며 세일라가 말했다.
“이 하늘 아래, 그 어떤 존재도 공작님을 해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만약 신화 속에 나오는 드래곤이나, 신이 강림한다면 모를까.
그러면서 세일라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제 명예를 걸고 말씀드릴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릴리스를 보며 세일라는 그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 *
두두두두두두두두―!
땅이 떨려 온다.
마치 수만 명의 기마대가 달려오는 듯한 바닥의 진동에 방패를 쥐고 있는 왕국의 병사들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마치 해일처럼 몰려오는 흉족 전사들의 돌진.
저들과 충돌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버텨라! 어떻게든 버텨!”
“넘어지는 순간 그냥 뒤지는겨―! 모두 똥꼬에 바짝 힘을 주라고!”
누군가는 벌써 눈물을 줄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만큼 달려오는 흉족들의 기세는 엄청났으니까 말이다.
“크아아아아아아―!”
“우어어어어어―!”
그리고 충돌 직전, 그들이 크게 포효를 하며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어?”
“저게 뭐지?”
하늘로 솟아오른 화살 한 발이 이윽고 번쩍이며 수십 개로 갈라져 소나기처럼 대지를 강타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흉족 전사들의 머리 위로 재앙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 한 발 한 발에 흉족 전사들 서너 명씩 죽어 나가며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
손을 써 볼 틈도 없이 벌어진 상황에 언덕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데미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지?
“저것이…… 뭐지?”
“…….”
하지만 대답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이들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으니까. 게다가 생전 처음 보는 무언가에 말문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이었다.
‘공성 무기? 아니, 말이 안 된다. 어찌 이곳에 공성 무기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돌을 가득 채운 공성 무기를 사용한다고 한들, 저런 피해가 생기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돌덩이들이라면 어떻게든 전사들이 급소를 막으며 전진했을 테니까.
하지만 저 빛의 화살이 떨어진 장소는 그야말로 몰살이었다.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아 있지 않은 참혹한 광경에 데미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서둘러 길을 뚫어야겠군.”
저 빛으로 피해를 입은 곳은 전체 병력 중 아주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무려 십오만 명의 병력이다.
방금 전 공격이 무시무시하긴 했지만, 저런 공격을 난사할 수는 없을 터.
“후속타가 진행되기 전, 녀석들의 전방 진형을 완전히 붕괴한다.”
게다가 상대편의 병력과 뒤엉켜 있다면 아까처럼 광범위한 공격은 사용할 수가 없다.
데미안의 명령에 또다시 나팔이 크게 울려 퍼졌다.
뿌우우우―! 뿌우우우우―! 뿌우우우―!
짧게 끊은 나팔이 세 번 울리자, 흉족 전사들이 좌우로 넓게 펼쳐지며 동시에 왕국의 병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뒤엉켜 싸우는 전방의 광경은 그야말로 참혹한 전장 그 자체였다.
“크아아아아아―!”
쾅! 쾅! 쾅! 쾅! 쾅!
광전사처럼 포효하며 도끼를 휘두르는 흉족 전사들의 공격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진형을 갖춰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고, 옆에서 합공하는 왕국의 병사들도 만만치 않았다.
“죽어라, 이 야만인 새끼들아!”
푹―!
“컥―!”
옆에서 찌른 창에 옆구리가 꿰뚫린 흉족 전사가 비명을 지르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몸을 찌른 창을 움켜쥔 흉족 전사가 시뻘건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으, 으으……! 죽으라고오오!”
당장이라도 도끼를 휘두를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흉족 전사를 보며 창을 쥔 병사가 소리를 질렀다.
푸악!
이윽고 창을 뽑은 그가 비틀거리는 흉족 전사의 가슴을 향해 창을 찔렀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죽어 버린 흉족 전사.
그를 죽인 병사는 조금 전 녀석의 살을 뚫고 들어간 창의 감촉에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죽으면서도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잊히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뭐 해, 이 멍청아―!”
몸을 떨며 우두커니 서 있는 병사를 향해 다른 동료가 크게 소리쳤다.
그 외침에 경직되어 있던 병사가 움찔하며 정신을 차렸다.
“……아―!”
퍽―!
하지만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어느덧 날아온 도끼가 병사의 투구째 머리를 박살을 내 버린 것이다.
털썩.
방금 자신이 죽인 흉족 전사의 옆에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 병사.
그 모습에 다른 동료들이 크게 소리치며 앞에 있는 흉족 전사들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
절망과 절규과 뒤섞인 전장.
지옥도를 연상시키는 아수라장에서 병사들과 흉족 전사들은 서로를 향해 쉬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아이작.”
“예, 리안 님.”
“기동대를 이끌고 동쪽 문으로 나가 적의 허리를 끊어라.”
“알겠습니다.”
전장의 분위기가 이렇게 끓어오르는 시점, 녀석들의 눈에 다른 것은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공포와 분노로 인한 파괴 본능이 가득한 전장의 중심에 새로운 카드 하나를 던진다.
리안의 명령에 아이작이 곧장 기동대가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들 준비는 끝났나?”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아이작의 말에 자니엘이 대답했다. 그에 아이작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북쪽에서의 전투가 끝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스윽.
그리고 동문 바깥쪽을 가리키며 아이작이 말했다.
“저 바깥쪽에 십만이 넘는 적들이 있다. 혹시 두려운 자가 있나? 있으면 말해라. 이곳에서 포근한 침낭을 깔아 줄 테니, 그냥 쉬고 있어도 된다.”
“크크크크크크크크큭.”
“야야, 쫄은 놈들은 빨리 얘기하라고. 밖에 십만 명이 있다잖아.”
“얼른얼른 거수합니다!”
아이작의 말에 기동대원들 몇몇이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 누구도 두려움을 가진 이들은 없었다.
테론이 아이작에게 말했다.
“저흰 애로우헤드 부대의 기동대입니다.”
대륙에서 가장 강한 부대, 애로우헤드.
그 부대 안에서가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것이 바로 자신들이다.
그 말은 즉.
“이 대륙에서 우리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테론의 말에 모든 기동대원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에 아이작이 말했다.
“모두 같은 생각인가?”
“예, 그렇습니다아―!”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함성.
그에 아이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됐다.
짧은 대화를 통해 이들의 몸이 확실하게 불타오르고 있음을 확인한 아이작이 몸을 돌렸다.
이제부턴.
“우리 앞을 가로막는 모든 적을 섬멸하도록.”
“예―!”
그 대답과 함께 아이작이 이끄는 기동대가 전선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 * *
우가른은 데미안의 가장 최측근에 있는 부하이자, 실질적으로 이 군대를 지휘하고 있는 책사와도 같았다.
흉족 대부분이 전략 없이 그저 강한 힘을 앞세운 전투만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예전 일이다.
오랫동안 왕국과의 전쟁을 거치면서 흉족들도 흉족 나름의 진화를 계속해서 거듭하고 있었다.
우가른은 들끓고 있는 전장을 보며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곳을 보았다.
우가른만의 전장을 보며 표현하는 방식은 바로 그러했다.
‘……저곳인가.’
어느 한 곳, 치열하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적을 꿰뚫을 수 있는 곳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우가른은 곧장 신호를 알리는 부하를 바라보았다.
“중앙 병력을 왼쪽으로 이동시키고, 우측에 있는 병력으로 중앙을 메꿔라.”
뿌우우우우―! 삐―!
약간의 다른 소리를 내며 명령을 전달하는 나팔 소리에 우가른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있는 데미안의 다섯 번째 전사, 후론티칸을 보며 우가른이 말했다.
“대전사 후론티칸이여! 저곳이 보이는가?”
“말하라, 우가른.”
그는 흉흉한 눈빛으로 전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에 우가른이 왼쪽의 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에서 불꽃을 일으켜 주시오. 우리 쪽의 불꽃이 조금 더 강하게 타오른다면 순식간에 적을 불태울 수 있을 것이오.”
“……그러지.”
이내 등에 걸어 둔 두 자루의 곡도를 꺼낸 후론티칸이 곧장 전사들을 이끌고 우가른이 말한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미 분위기는 자신들 쪽으로 넘어온 상태다.
처음의 이상한 기술로 인해 전사들을 일부 잃긴 했지만, 이후 적들과 뒤엉켜 싸우고 있었기에 추가 피해는 없었다.
그저 힘과 힘.
욕망과 욕망이 부딪치며 거센 불꽃을 일으키고 있을 뿐.
그리고 우가른은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 한 장을 던졌다.
이 카드가 얼마나 커다란 불길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진 알 수 없지만.
‘이 지옥 불에 잡아먹히는 것은 왕국 놈들이다.’
저곳을 뚫고 이칼룬드 쪽으로 파고들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두두두두두두두두―!
멀리서부터 일어나는 먼지가 북방의 차가운 바람에 요란하게 흩날렸다.
이윽고 우가른의 시선이 이칼룬드의 동쪽 성문 쪽을 바라보았다.
“……저건?”
이칼룬드의 동문에서 튀어나온 기마대.
대략 오백여 명 정도 되는 수준일까?
기마대 오백이면 충분히 위협적인 전력이 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곳으론 이미 데미안 님의 다섯 번째 전사인 후론티칸이 이동했다.
‘저쪽도 전장을 읽는 자가 있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후론티칸이다.
데미안 님의 직속 전사 중 이렐타를 제외하곤 가장 빠른 검을 휘두르는 질풍 같은 자.
오히려 가진 파괴력까지 합한다면 이렐타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운이 없군.’
게다가 후론티칸은 기마대를 상대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우가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저들이 꺼낸 카드를 단번에 침몰시킬 수 있다면.
‘분위기는 완전히 우리의 것이 된다.’
우가른이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
이내 우가른의 얼굴에 절망이 깃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