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50)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50화(50/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50)
애로우헤드의 첫 번째 전투는 비엘토나의 병사들에게 상당히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수년 만에 이룬 첫 번째 대승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인물을 꼽는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아이작이었다.
작은 체구였지만 두 자루의 검을 들고 흉족 전사들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휩쓸고 다니는 모습은 일반 병사는 물론 간부들에게도 엄청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아이작 부부대장 역시 대단했지요. 리안 부대장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병사들 중에서 쌍검술을 익혀 보겠다고 교본을 찾아보는 병사들도 있습니다.”
“그래요?”
호멜의 말에 리안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 몰랐지만, 애로우헤드 부대가 비엘토나의 병사들에게 끼친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컸던 것이다.
호멜은 작게 미소 지었다.
“긍정적인 효과가 크게 퍼지고 있습니다. 다들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조금 먼 미래까지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호멜이 걸음을 멈췄다.
그에 리안이 함께 멈추자 호멜이 리안을 보며 말했다.
“이게 전부 리안 부대장 덕분입니다.”
“…….”
너무 낯짝에 대고 칭찬을 하니 묘하게 쑥스러운 느낌이었다.
리안은 애써 민망함을 감추며 고개를 저었다.
“함께했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희로선 고맙죠. 그리고 오늘 만날 병사들은 지난 전투에서 리안 부대장의 궁술에 크게 감명을 받은 병사들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모닥불에 앞에 둘러앉아 얘기를 하던 때, 리안이 부탁했던 것이다.
활을 다룰 수 있는 이들 중 애로우헤드 부대 소속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이다.
계속해서 궁수들을 구하려 했던 리안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비엘토나는 실로 한 달에 십여 번의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활을 다루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풍부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리안은 호멜을 따라 병사들이 있다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훈련장에 도착했을 때,
“이 병사들이 전부 절 만나고 싶어 하는 병사들입니까?”
리안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호멜에게 물었다.
호멜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개해 드리죠.”
호멜은 군기가 바짝 든 표정으로 서 있는 병사들을 한 명씩 호명했다.
서른 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었는데, 리안의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있었다.
호멜에게 호명을 받은 인물들은 모두 크게 대답했다.
그리고 짧은 소개가 끝나자 리안은 그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았다.
‘제법 군기가 잘 들어 있는데?’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눈빛만 봐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리안이 말했다.
“만나서 반갑다. 애로우헤드 부대의 부대장, 리안이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안의 말에 병사들이 너도 나도 인사했다. 그에 리안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대들은 얼마 전에 있었던 전투에서 내게 감명을 받았다고 했는데…… 날 볼 수 있었나? 숨어서 쏜 탓에 제대로 보지 못했을 텐데.”
그것이 사실이다.
모습을 드러내고 싸우는 아이작과 달리 리안은 초반에만 부대를 지휘하다가 나무 위를 옮겨 다니며 숨어서 적들을 저격했으니까 말이다.
그때, 왼쪽 목 부근에 굵직한 흉터를 가진 남자가 리안에게 말했다.
이름에 가브라고 했던가?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다른 병사들에겐 보이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저희들에겐 오히려 그렇게 실시간으로 은신 장소를 이동하면서 저격하는 모습이 너무나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맞습니다, 정말…… 리안 님의 활이 그 악귀 놈들의 머리에 꽂힐 때마다 싸우는 것도 순간적으로 잊을 정도로 넋을 놓고 볼 뻔했습니다.”
가브의 말에 다른 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성벽에 몸을 방어한 채 공격하는 자신들도 제대로 적들을 맞히기가 힘들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엉켜 싸우고 있는 아군이 다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안은 달랐다.
신중하면서도 빨랐고 또한 과감했다.
리안이 화살을 쏠 때마다 악귀 놈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은 묘한 희열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의 말에 리안을 따라온 제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들은 보지 못했지만 자신이 본, 특히 며칠 전에 도주하면서 흉족을 쓰러트리는 모습은 가히 신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애로우헤드 부대의 궁수 분대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제라드가 앞에 서 있는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그에 그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리안과 함께 온 제라드가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단한 자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리안은 제라드의 말에 조금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제라드.”
“예?”
“빠져 있어.”
“……예.”
이 녀석, 언제부터 이런 캐릭터가 되어 버린 거지.
하지만 나쁘진 않다.
부대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활발한 모습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니까.
제라드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서자 리안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럼 간단하게 실력부터 조금 볼까?”
리안의 말에 그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쒜에에에에엑-! 퍼억!
쿵! 퍽!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과녁에 꽂히는 화살을 보며 호멜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잘해 주고는 있었지만, 아무런 표정 없이 지켜보고 있는 리안 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가 없군.’
진지하게 봐주고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아무런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은 지켜보고 있는 호멜의 입술을 바짝바짝 마르게 했다.
그리고 어느덧 마지막 병사까지 모두 끝나자 리안이 그들을 보았다.
“모두 끝났나?”
“예, 옙!”
가장 마지막에 쏜 병사가 대답하자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짝 짝 짝 짝 짝!
옅은 미소와 함께 박수를 치는 리안의 모습에 딱딱한 분위기가 조금은 해소되었다.
리안이 병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진지하게 테스트에 임하는 만큼 나 역시 진지하게 보았다. 다소 딱딱한 분위기에 본 실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다들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뭔가 씩씩한 녀석들이다.
그들의 대답에 리안이 과녁에 꽂힌 화살을 보았다.
움직이는 과녁도 테스트를 했지만,
‘전체적으로 실력은 괜찮은 편이다.’
호멜의 말처럼 배운 것이 아니라 실전을 통해 익힌 것이기 때문에 투박하거나 어설픈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게다가 병사들의 나이가 다른 곳보다 조금 많은 편이었다.
평균을 낸다면 대략 삼십 대 초반이랄까?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한 명이 눈에 띄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어린 편이었기 때문이다.
“저 병사만 나이가 조금 어려 보이는군요.”
“아, 필슨을 말하는군요. 저 녀석은 원래 군인이 아니었습니다.”
“예? 군인이 아니라면…….”
리안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에 호멜이 필슨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 비엘토나에 살던 영지민이었는데, 5년 전에 있었던 전투 이후 자진해서 입대했습니다.”
비엘토나를 지키기 위해 싸우던 이들에게 덮친 지울 수 없는 재앙.
5년 전 있었던 패배 이후 비엘토나는 많은 것이 변했다.
리안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바루스의 말도 안 되는 임기응변이 아니었더라면 비엘토나가 사라졌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때 영지민들 중 꽤 많은 수가 자진 입대했습니다. 그들이 이 비엘토나를 지키고 있는 거죠.”
“……그렇군요.”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앞서 파악한 것처럼 병사들의 궁술은 나쁘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누구 하나 뛰어난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다른 이들과 다른 저들의 장점이 있었다.
‘눈빛.’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전투를 경험했을까.
수십 번?
아니, 어떤 이들은 백 번이 넘는 실전 전투를 겪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투 기술은 물론 정신력까지 단련된 병사들이다.
병사 한 명 한 명이 굉장히 단단하게 여물었다는 것이다.
리안이 말했다.
“너희들의 실력은 잘 봤다. 홀로 익힌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실력이다. 모두 대단하다.”
리안의 말에 그들이 뭔가 으쓱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반대로 리안의 얼굴엔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전부 데리고 가고 싶지만…….’
현재 뽑을 수 있는 인원은 아홉 명밖에 없다.
리안은 아쉬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미안하다. 너희 모두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내게 주어진 권한으로는 아홉 명밖에 데리고 갈 수 없다.”
“괜찮습니다. 그저 리안 님께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리안 님 앞에서 활을 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그들의 말에 리안은 애써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애로우헤드 부대에 들어오게 된다면 이곳의 흉족을 토벌한 이후 이곳을 떠나야 하는데 괜찮은가?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사는 이들도 있을 텐데.”
문제는 그것이다.
지금 뽑는 인원들은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애로우헤드 부대에서 쭉 함께할 이들이어야 한다.
하지만 리안의 걱정은 기우였다.
“저 악귀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면 당장 목숨을 버릴 수도 있습니다. 저 녀석들만 사라진다면 그땐 기분 좋게 이곳을 떠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요!”
“저도 그렇습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병사들
그에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모든 결정은 끝났다.
그리고 리안은 이내 생각한 아홉 명의 병사들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레이슨! 포머른! 지크!”
리안에게 이름이 불린 병사들은 크게 대답하며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왔다.
그리고 이윽고 일곱 명까지 호명한 후 리안은 이들 중 가장 어린 필슨을 불렀다.
“필슨!”
“예? 아, 예-!”
잔뜩 긴장하고 있던 필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녀석이 앞으로 한 걸음 나오자 리안은 마지막 한 명을 불렀다.
“그리고…… 가브.”
“……!”
순간 가브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아니, 비단 그만이 아니라 다른 병사들도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머뭇거리는 가브를 보며 다른 병사들이 말했다.
“형님, 뭐 하십니까?”
“이름 불렸잖소! 얼른 대답해야죠!”
“아, 아…… 예-!”
다른 병사들의 눈빛에 진심 어린 축하가 깃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브 본인조차 뽑힐 것이라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 중 나이가 상당히 많은 측에 속하는 마흔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병사로서의 전성기는 한참 떨어지는 상황.
하지만 리안은 이전에 보았던 가브를 떠올렸다.
이들이 리안을 봤던 것처럼 크고 작은 전투에서 리안의 눈에 들어왔던 병사들도 존재했다.
그중 한 명이 가브였다.
‘나이 따윈 숫자에 불가하지.’
리안의 눈에 가브는 나이를 잊을 정도로 대단한 열정을 지녔으며 동시에 얼음 같은 냉정함을 가지고 있었다.
긴급한 상황에서도 주변 동료들을 챙기며 상황을 조치하는 것이 깔끔하면서도 침착했기 때문이다.
현재 능력만 본다면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 전부를 빼더라도 가브를 선택할 정도로 말이다.
‘오히려 그가 지원해 준 것이 행운이다.’
리안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가브의 앞에 섰다.
가브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리안을 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 어째서 제가…….”
“이름.”
“예?”
“이름.”
리안이 굳은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가브는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리안을 보며 이내 덜떨어진 표정을 감췄다.
가브가 오른 주먹을 말아 쥐며 왼쪽 가슴을 때렸다.
쿵!
“병장, 가브-!”
“가브, 현 시간부로 애로우헤드 부대의 궁수 분대를 이끄는 십인장으로 임명한다.”
“에에에에?!”
그 말에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제라드가 눈알이 빠질 정도로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탄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리안은 그 반응에 상관하지 않고 가브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그리고 그 손을 본 가브는 떨림을 간신히 억누르며 리안의 손을 잡았다.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앞으로 잘해 보자.”
리안은 작은 떨림이 느껴지는 그의 손을 꽉 잡은 채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