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81)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81화(81/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81)
비엘토나에 도착한 아이작은 주변을 스윽 보며 말했다.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뭔가 굉장히 오랜만에 온 느낌이네요.”
“그러게.”
아이작의 말에 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주변을 보았다.
아이작의 말처럼 떠난 지 고작해야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사이 비엘토나 성엔 제법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 이상 방어의 목적으로만 벽을 높게 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출입이 가능한 성문이 추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벨로트라를 중심으로 남쪽에 있는 영지와 도시를 연결하여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있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는 듯했다.
게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강을 끌어오기 위해 수로를 만들고 있었고, 성 바깥쪽에는 곡식을 기를 수 있는 땅을 개간하고 있었다.
물론 이제 준비 단계일 뿐이다.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엘토나가 엄청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중 대부분은 얼마 전까지 창을 들고 싸웠던 병사들이다.
매일매일, 지옥 같은 전장 속에서 전투를 하던 이들이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서 얼굴에 웃음을 찾은 것이다.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
그 모습에 리안은 뭔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에 아이작이 말했다.
“이게 부대장님께서 만든 비엘토나입니다.”
“……모두가 함께 한 일이지.”
애로우헤드 부대가 비엘토나에 오면서 만든 결과.
리안은 그저 말없이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그때,
“리안 소위!”
멀리서 바루스와 호멜이 다가왔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바루스는 반가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대로 리안과 아이작을 안았다.
와락!
“하하하! 이렇게 빨리 볼 수 있을 줄이야. 둘 다 잘들 지냈나?”
“오랜만입니다, 대위님.”
“바루스 대위님을 뵙습니다.”
리안과 아이작이 바루스에게 인사했다.
그에 바루스는 두 사람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자,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내 처소로 가지. 호멜 소위, 나 대신 잘 부탁하네.”
“걱정 마십시오.”
호멜이 웃으며 돌아가자 바루스는 리안과 아이작을 데리고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자, 여기가 내 처소네.”
“오…….”
“와우.”
처음 비엘토나에 왔을 때 보았던 바루스의 처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때는 허름한 천막이었는데, 지금은 나무로 만든 제법 그럴싸한 집이었기 때문이다.
크기는 작았지만 필요한 건 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간 세 사람은 이내 의자에 앉았다.
“정말 반갑군. 그런데 이 먼 곳까지 무슨 일로 온 것인가? 분명 그대들도 큰 포상을 받았을 텐데.”
바루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비엘토나에 종전이 오면서 비엘토나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병사들 모두가 포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루스가 리안을 보며 말했다.
“분명 진급을 했을 것 같은데…… 아닌가?”
“대위로 진급했습니다.”
“저는 이제 중사입니다.”
“오오! 그럼 이제 동 계급이란 말인가?”
바루스가 놀란 표정으로 리안에게 물었다.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제가 한참 부족하죠.”
리안은 바루스를 보았다.
오랜만에 만난 바루스는 뭔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뭔가…… 가볍다기보다는 사람이 유쾌해졌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그것이 비엘토나의 평화로 인한 긍정적인 모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처소에 들어온 이후 그를 보고 있으니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두운 감정이 느껴졌다.
‘……뭐지?’
바루스에게서 느껴지는 이 어려움은.
유쾌하게 웃고 있는 저 미소 뒤편으로 뭔가 서글프게 갈망하는 무언가가 보이는 것 같았다.
리안이 물었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괜찮으십니까?”
“음? 아, 뭐…… 그렇지. 이제 평화가 찾아오지 않았는가.”
뭔가 어색하게 웃는 바루스는 이내 테이블을 톡톡 두들겼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침묵이 찾아왔다.
뭔가 초조해 보이는 듯한 표정과 행동.
리안은 가만히 그를 지켜보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잘 계시고 있었던 것이 아니군요.”
“…….”
그 순간 바루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피식.
바루스가 입꼬리를 올리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굉장히 씁쓸한 듯한 미소.
분명 입은 웃고 있었는데 눈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깊은 절망이 깃든 것 같았다.
리안은 말없이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긴 침묵이 이어지는 듯했지만, 이내 바루스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그의 입술을 비집고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흐흐흐…… 이 말을 하면 아마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날 보며 미쳤다고 할 거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그 물음에 바루스는 조금은 겁이 나는 눈빛으로,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리안을 보며 말했다.
“리안 소…… 아니, 리안 대위. 난 갑자기 찾아온 이 평화가 너무나도 숨 막히게 힘들다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작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바루스를 보았다. 그리고 반대로 리안의 눈빛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지금 바루스의 상황이 어떠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증후군인가?’
다른 식으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지만, 리안은 지금 바루스의 상황을 전쟁 증후군이란 단어로 정의했다.
오랜 시간 전장에서 피 튀기는 전투를 하며 모든 것이 그곳에 맞춰져 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조 현상도 없이 급격하게 생겨난 평화는 오히려 전장에 있는 것 이상으로 정신적인 병이 생겨나기도 한다.
지금 바루스가 그러했다.
“……힘드시겠군요.”
리안이 말했다. 그에 바루스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이해하는 건가?”
“예, 돌아가신 저의 아버지도 그러했었으니까요.”
이미 죽은 이를 팔아먹는 것이 좋지는 않지만, 설명하기엔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울컥!
리안의 말에 바루스의 눈에 눈물이 왈칵 고였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상황을 위로받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크흑! 크으으으윽!”
이내 두꺼운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바루스가 울음을 터트렸다.
갑작스러운 바루스의 모습에 아이작이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바루스와 리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바루스는 굉장히 냉정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의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아군을 위해 언제든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진짜 지휘관.
상당히 크게만 보였던 그가 이런 모습을 할 줄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리안은 그저 말없이 그를 기다려 주었다.
지금은 말 몇 마디가 그에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오길 잘했어.’
바루스의 반응을 보니 오히려 자신이 온 것이 바루스, 그에게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분 정도가 지나고 진정을 한 바루스가 눈물을 슥슥 닦으며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느덧 그의 얼굴엔 다시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이것 참, 못 볼 꼴을 보여 버렸군. 모른 척해 주시게.”
“바루스 대위님, 제가 왜 비엘토나에 왔는지 물으셨지 않습니까?”
차분한 표정으로 말하는 리안의 물음에 바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 먼 곳까지 말이야.”
“바루스 님을 모셔 가고 싶어서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뜬금없는 리안의 말에 바루스의 표정이 굳었다.
데리고 가다니, 어디로?
뒤이어 나온 리안의 말에 바루스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 * *
메인센의 보고에 드웨인 후작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패었다.
“전부 죽었다고?”
“……예.”
노기가 섞인 드웨인 후작의 물음에 메인센이 고개를 숙였다.
얼마 전 드웨인의 명령으로 쿠르테인으로 보낸 정찰조가 전부 죽은 것이다.
무력이 그리 강한 이들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은신이나 기동이 상당히 빠른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들이 전부 죽었다는 건 두 가지로 좁힐 수 있었다.
도망칠 수 없게 이미 함정을 파 놓고 기다린 후 죽였다거나 혹은,
‘도망칠 수도 없을 정도의 강자들이거나.’
어느 쪽이든 피해가 막심하다.
때문에 드웨인의 표정도 좋지 않을 터.
메인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3왕자 쪽에서 움직인 것일까요?”
“글쎄, 그건 단정 지을 수 없지.”
드웨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턱을 만지작거렸다.
최근 들어 3왕자가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나 분쟁에 있어선 소극적인 스탠스를 취했던 3왕자다.
그저 정찰을 위해 움직이는 인원을 제거하는 과감한 움직임을 보였을 거라곤 예측이 힘들었다.
‘혹시 제3의 세력이 있다는 건가……?’
지금까진 전혀 두각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혹시 1왕자 쪽에서 움직이는 것인가?
드웨인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이 되지 않아.’
이미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나 버린 1왕자다.
그가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서 바이런에게 대항할 이유가 없다.
“흐음…… 우선은 확실하게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겠군.”
“확실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쿠르테인으로 다시 사람을 보내라. 동시에 주변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그렇다면 어떤 세력이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만에 하나 3왕자 측에서 움직인 것이 사실이라면…….
‘이제는 자신이 있단 말인가……?’
그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건 나름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단 말이지…….”
점점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에서 드웨인은 그저 생각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일들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어떻게 되었는가?”
“모두 처리했습니다.”
“일단…… 시간은 번 셈인가?”
에단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이번 일만큼은 에단에게도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안심하는 듯한 에단을 보며 앞에 있던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왕자님. 이번에 조사하면서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었는데…… 마치 녀석들이 리안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드웨인 후작이라면 이미 리안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미리 봤을 수도 있겠지.”
“그래서 죽이려고 했던 것일까요? 비엘토나에서 말입니다.”
수하의 말에 에단은 침묵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단언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시 리안은 그렇게 큰 값을 투자해서 죽일 만한 가치도 없었을뿐더러…… 그가 정확하게 어느 방향으로 서 있는지 불분명했으니까.”
비엘토나의 일은 아마 이글 중대를 노린 계략에 리안이 함께 걸려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질 수 있겠지.”
만약 드웨인 후작이 리안의 상황을 알게 된다면 녀석을 죽이기 위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에단의 눈에 깊은 고민이 새겨졌다.
그 모습에 남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청년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요?”
“후후, 글쎄요.”
에단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세 달이 지나면 알게 될 터.
그 시간 뒤에 그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는 온전히 그의 몫일 테니까.
“용이 될지…… 아니면 그저 용이 되고 싶은 도마뱀에 불과할지…….”
오랜만에 지켜보고 싶은 자가 나타났다.
아쉬운 것은 그저 느긋하게 지켜만 볼 수 없는 지금의 상황뿐.
에단의 입가에 씁쓸한 호선이 작게 그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