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rcher Who Became a One-Man Army RAW novel - Chapter (96)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96화(96/320)
◈ 일인 군단이 된 천재 신궁 (96)
그저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하루하루가 칼날 위에 선 것처럼 날카로운 나날이었다.
“바이런 왕자 측에서 움직이고 있다지?”
“이미 병력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국왕의 병세가 더욱 좋지 않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이야. 아예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뜻이잖아?”
부관의 말에 세일라의 미간에 주름이 패었다.
왕자들 간의 세력 싸움으로 인해 이미 계속해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그림자 뒤에 숨어 있는 곳이어야만 했다.
자칫 지나치게 이를 드러냈다간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세력이 반대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마 1왕자가 바이런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건가……?”
지금까지 이 치열한 왕자들의 세력 싸움의 균형추를 맞춰 주는 것은 3군단이었다.
오로지 왕실 직속으로 현 국왕에게만 충성을 다하는 세력.
그리고 다른 세력이 있다면 1왕자가 거느리고 있는 4군단이다.
현재 바이런 왕자가 흡수한 세력은 1군단, 2군단, 5군단으로 총 세 개의 군단이다.
3왕자가 6군단과 7군단인 것을 생각한다면, 보다 앞서 나간다 할 수 있지만 다른 세력들의 눈치는 봐야 했다.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상황은 바뀔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움직인다는 건…… 이제 3군단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 말인즉, 1왕자가 거느리는 4군단의 세력이 2왕자에게로 기울고 있다는 뜻일 터.
“1왕자 측의 움직임은?”
“아직은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바이런 왕자 쪽에서 1왕자를 만난 것도 없고요.”
아직까지 전면전을 할 수 없기에 최대한 감시자들을 붙여 놓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그 은밀한 움직임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세일라는 이내 잘됐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다. 어차피 녀석들에게로 가는 시선을 분산시킬 시간도 필요했는데.”
리안과 아이작.
그들이 따로 움직이고 있는 동안 2왕자 측에서 두 녀석의 행방을 가능한 한 늦게 파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아이작 같은 경우 왕국 내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실버나이트의 승급 시험을 치르고 있기에 금방 소식이 전해질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왕자 측에서 과감하게 병사를 모으고 있는 탓에 아직까지는 다른 쪽으로 신경을 쓰지 못하는 듯했다.
“이 상황에서도 왜 그 녀석이 생각나는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일개 병사였던 녀석이 말이다.
그만큼 자신들의 입장에선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할 터.
세일라는 씁쓸한 미소를 애써 지우며 부관에게 말했다.
“에단 님께 간다.”
과감하게 나온다면 이쪽에서도 피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역으로 녀석들의 수를 줄일 수 있다면…….
“길버트 백작의 힘이 필요할 것 같군.”
“길버트 백작……이요?”
“그래.”
3왕자 에단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카드.
가급적이면 아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은 전술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초반엔 확실하게 박살을 내 줘야 몸을 사리겠지.”
녀석들의 입장에서 길버트는 그야말로 3왕자 측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을 할 터.
그런데 그런 인물이 가장 앞에 등장하게 된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곧 녀석이 약속한 시간이야.”
“……리안이 해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 그건 내가 장담할 순 없겠지. 다만…….”
세일라가 말을 흐리다가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녀석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녀석이 지금까지 내뱉은 말을 어긴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언제나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해냈던 녀석.
이번에는 어떤 일을 벌일지 조금은 기대도 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이번엔 조금 서둘러야 할 거다, 리안.’
* * *
퍽-!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듯한 저 둔탁한 소리.
젝스터는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처한 상황이었다.
“이,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저 개새끼……!”
제칼린의 물음에 롤프가 쌍욕을 내뱉었다.
정말 욕을 하지 않고서는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으득!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젝스터 역시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몇 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대충 봐도 죽은 숫자가 오십 명이 넘어갔다.
겨우 화살을 피해 요새가 있는 곳까지 올라간 녀석들도 결국 벽을 넘기 전에 저 괴물이 쏜 화살에 죽어야만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언덕 위를 오르던 부하들은 수풀 뒤쪽이나 낮게 올라온 바위 뒤로 몸을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었다.
머리통을 들어 올리는 순간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는 사람의 이성을 마비 시켰다.
그것이 아무리 이성이 상실되는 전장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녀석에게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최대한 산개해서 빠르게 올라간다.”
“전부 말입니까?”
“그래. 어떻게든 저 벽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결국 시간만 버리는 꼴일 테니까.”
“차라리 녀석들을 말려 죽이는 건 어떻습니까? 식량도 많이 없을 텐데.”
제칼린이 제법 그럴싸한 전략을 말했다.
안에서 버틴다고 녀석들이 몇 개월 동안 버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제칼린을 보며 젝스터가 말했다.
“어둠이 내렸을 때 저 녀석을 감당할 수 있겠어?”
오싹.
순간의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 안에 확실하게 있을 때 처리하는 것이 맞다. 저런 괴물이 어둠 속에 녹아 우리를 노린다면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닐 테니까.”
“……그렇군요.”
제칼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바로 오늘 해가 지기 전의 시간이 녀석들을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씨벌.”
롤프가 침을 꿀꺽 삼키며 욕을 내뱉었다.
미치광이같이 나서기 좋아하는 롤프였지만, 저 녀석이 쏘는 화살에선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밀고 나가야 한다.
주춤하면 죽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아래에 있는 블랙오거단만큼이나 놀란 이들이 또 있었다.
바로 리안의 주변에 있던 헤릴다와 화전민이었다.
‘활이…… 이렇게 무서운 무기였다고?’
언덕 아래에서 자신들이 있는 곳까지 전력을 다해 달린다면 몇 초나 걸릴까?
제법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1분 정도 시간은 걸릴 터.
그런데 백여 명의 녀석들이 뛰어 올라왔는데, 그 녀석들이 이곳까지 도착하기도 전에 서른 명 정도가 죽었다.
그리고 스무 명은 성인 키 정도밖에 되지 않는 벽을 오르기도 전에 죽었다.
“……이긴다.”
“이길 수 있다……!”
저런 사람과 함께 싸우는데 어떻게 질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고민을 해도 질 리 없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우아아아아아아아-!”
블랙오거단이 상당히 넓은 범위로 퍼지기 시작하며 동시에 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
다른 점이 있다면 넓게 퍼져서 올라오는 것도 그랬지만, 전부 갑옷을 벗은 채 방패처럼 들고 올라온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언덕 위로 올라 벽만 넘으면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이 거세게 터져 나오며 황소처럼 달려오는 녀석들의 기세에 사람들이 움찔했다.
조금 전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이 싹 사라질 정도로 위압감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족히 사, 오백 명 정도 되는 녀석들이 광전사처럼 달려드는데 두렵지 않다면 그건 감정을 상실한 인간일 터.
하지만 유일하게 단 한 명.
리안만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활을 들었다. 그리고 리안에게도 조금 달라진 것이 있었다.
“……조금 더 빨리 쏴야겠네.”
리안이 한 번에 세 개의 화살을 집었다.
넓게 퍼지긴 했지만, 갑옷을 방패 삼아 달려오고 있었던 것인지 녀석들의 움직임이 과감했기 때문이다.
처음처럼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올라오는 녀석들은 없었다.
“오히려 고맙지.”
차분하게 가라앉는 눈빛과 함께 리안의 마력이 반지에 깃들었다. 그와 동시에 리안은 시야가 확 트인 듯한 느낌이 들며 달려오는 녀석들의 표정까지 생생하게 보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우웅.
리안이 쥐고 있던 활이 작게 진동했다.
어느덧 그의 활에서 푸른색의 기류가 일렁였고, 쥐어진 화살에도 같은 색의 오러가 깃들었다.
‘막으려고 한다면 뚫으면 그만.’
그극-!
리안이 화살을 걸며 시위를 당겼다. 3개의 화살을 받치는 손가락이 똑바로 적을 가리켰다.
핑!
그리고 시위가 놓이며 화살이 뻗어 나가는 순간,
쑤아아아아악!
마치 주변의 돌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바람이 휘몰아치며 달려드는 도적들을 향해 쇄도했다.
퍼퍼퍼퍼퍽-!
“……!”
순식간에 들고 있던 갑옷을 뚫은 화살은 거기에 멈추지 않고 도적의 몸통까지 뚫으며 뒤에 있는 녀석을 노렸다.
단 세 발의 화살을 쏘았지만 죽은 것은 총 여덟 명이었다.
두 발은 각각 세 명씩, 한 발은 두 명.
“끄아아아아악!”
그나마 한 녀석은 살아남았는데, 리안의 화살이 녀석의 왼쪽 어깨를 맞히면서 어깨 부근부터 팔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것이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어깨를 물고 팔을 통째로 뜯어 버린 것처럼 치명적인 상처와 함께 녀석이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헤릴다, 전원 전투 준비. 전부 막는 건 불가능해.”
“예!”
리안의 말에 헤릴다가 크게 대답하곤 벽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다.
“모두 전투 준비! 녀석들이 벽을 넘는 순간 바로 꼬치로 만들어 버려!”
“알겠수다!”
“걱정 마쇼!”
헤릴다의 말에 사람들이 크게 소리치며 대답했다.
어느덧 꽉 움켜쥔 무기에 그들의 의지가 배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리안의 화살에 깃든 푸른빛을 보는 순간 젝스터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오, 오러……!”
“오, 오러라고?!”
앞으로 달려 나가던 롤프가 급히 발걸음을 멈추며 소리쳤다.
저 말도 안 되는 파괴력.
게다가 육안으로도 보이는 저 은은한 푸른빛.
오러였기 때문이다.
여태껏 활을 사용하는 이들 중 오러를 사용하는 녀석들을 본 적이 있었던가?
“이게 무슨 미친 상황이냐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연거푸 눈앞에서 벌어지니 현실 감각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제자리에서 활 하나로 순식간에 오십 명이 넘는 부하들을 죽였다.
그것만 해도 울화통이 터질 만큼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러라니.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어…….’
게다가 혼자 있는 녀석이라면 어떻게든 숫자로 찍어 눌러 볼 수라도 있다.
오러 유저라고 해도 결국은 사람이니까.
오러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들의 체력도 한계는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다.
화살에 오러를 두르는 저 괴물도 문제였지만, 지형적인 이점을 가진 상태에서 그를 지켜 줄 병력이 함께 있다.
그것이 비록 잔챙이라 할 수 있는 화전민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저들의 전투력은 가히 중대급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 도망쳐야 돼……!’
일단은 살고 본다.
그냥 후퇴를 해야 하나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도망치는 순간 녀석의 사냥이 시작될 것이 뻔하다.
활을 사용하는 오러 유저에게 등을 보인 채 도망치는 건 그냥 죽여 달라는 것과 같으니까.
게다가,
‘이 정도 인원이면 어쩌면 뚫을 수 있을지도.’
병합한 도적놈들까지 합치면 그 수가 오백 명이 넘는다.
이 인원을 녀석 혼자 감당할 수는 없을 터. 게다가 화살도 무한은 아니지 않은가.
“밀어붙여! 죽여라! 어차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건 저놈 하나밖에 없다!”
부하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 젝스터가 뒤로 슬그머니 물러섰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롤프를 향해 눈짓을 했다.
‘도망치자고?’
‘그럼 저 괴물에게 뒤질 거야?’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 짧은 순간 두 사람은 대화를 끝냈다.
롤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이곳에서 개죽음 당하는 건 사양이니까.
‘세력은 다시 만들면 되지만 뒤지면 그냥 다 끝장이지.’
그렇게 젝스터와 롤프가 뒤로 슬그머니 빠지는 순간이었다.
“……저놈이 대장인 건가?”
요새의 벽 위에 서 있던 리안이 눈빛을 반짝였다.
반지로 인해 강화된 시각으로 인해 녀석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명령을 내리다가 뒤로 빠지는 녀석.
“저 녀석들이구나.”
겁먹은 눈빛을 애써 숨기며 몸을 돌리는 젝스터와 롤프를 본 리안이 녀석을 응시하며 시위를 당겼다.
그그극.
지금까지와는 달리 끝까지 당긴 시위.
시위에 걸린 두 개의 화살이 파르르 떨렸지만 화살의 끝은 정확하게 젝스터의 등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핑-!
시위를 떠난 화살이 젝스터를 향해 맹렬하게 뻗어 나갔다.
푸악-!
순간 언덕 위를 달려가던 제칼린은 순식간에 자신의 양옆을 스쳐 지나가는 화살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자신이 반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칼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화살이 날아간 곳을 보았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려 버린 롤프.
“롤프!”
옆에 있던 젝스터가 소리쳤다. 하지만,
퍼억!
그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어?”
젝스터는 자리에 멈칫하며 천천히 고개를 내려 자신의 왼쪽 가슴을 보았다.
왼쪽 가슴에서 뭔가 서늘하면서 화끈거리는 묘한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내 두 눈으로 목격한 구멍에 젝스터가 황당하다는 듯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건 말도 안 되잖아?”
저런 거리에서 화살을 쐈는데 사람 몸을 관통…… 아니, 이건 관통의 수준이 아니다.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긴다고?
“……미친.”
털썩.
그 말을 끝으로 젝스터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미 시체가 되어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제칼린은 자신도 모르게 방패를 떨어트렸다.
쩔그렁.
그리고 그 순간,
“나느으으으으으으은-!”
온몸이 저릿저릿할 정도의 엄청난 목소리.
마력을 실은 리안의 사자후가 언덕 전체를 집어삼킬 듯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에 언덕을 오르던 이들이 움찔하며 제자리에 서서 리안을 보았다.
“애로우헤드 부대장, 리안이다.”
날카로운 눈빛.
앳돼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이곳 전체를 압도하는 존재감에 도적들은 그저 자리에 선 채 침을 꿀꺽 삼켰다.
“너희들의 대장은 죽었다.”
리안이 손가락으로 저 멀리 쓰러져 있는 젝스터와 롤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적들은 리안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보다가 이내 절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었다.
죽어 있는 그들의 시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
바로 자신들과 반대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살상은 원치 않는다. 무기를 버리고 모두 투항해라. 그렇다면 목숨만은 구제해 주겠다. 그리고 이 약속은…….”
한 템포 쉬고 숨을 내뱉은 리안이 다시 말했다.
“애로우헤드 부대의 명예를 걸고 약속한다.”
그리고 리안의 말이 끝나는 순간,
절그렁! 절그렁-.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모두 버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싸울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헤릴다는 황당함과 놀라움으로 뒤섞인 표정으로 도적들과 리안을 바라보았다.
“……끝났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헤릴다.
리안이 슬쩍 시선을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
“끝났다.”
약속은 지켰다.
리안의 말에 헤릴다의 눈에 처음으로 기쁨의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