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232
외전11. 스타, 그 이후의 이야기(2) [완결]
“저 법무법인 다승의 우진혁 변호사입니다. 전에 인사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 대표 취임하셨죠. 축하드립니다.”
법무법인 다승. 프렌드엔터와 함께 하는 로펌 중 하나였다.
민우는 공동대표에 취임하긴 했으나, 아직 취임식을 하지 않은 상태.
하지만 다승에게 프렌드엔터는 가장 중요한 고객이었으니, 로펌의 변호사로서 프렌드엔터의 내부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진혁이라는 독특한 이름 덕에 민우가 변호사의 얼굴을 기억해 내었다.
“아, 기억납니다. 우진혁 변호사님. 하하. 여긴 어떻게? 방송국에 볼일이 있으신가요?”
“아뇨. 개인적인 볼 일이 있어서요. 아, 소영 씨. 여기 인사드려. 프렌드엔터 알지? 배우 우진혁님 소속사. 거기 대표님이셔.”
민영의 매우 솔직한 후배가 더할 수 없이 밝은 미소를 머금고는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MBS 아나운서 문소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와, 대형기획사 대표님이신데, 어떻게 이렇게 젊고 잘생기셨어요. 그냥 배우 하셔도 되겠어요. 호호.”
문소영이 동료들을 슬쩍 바라보며 어깨를 폈다. 내 남자 친구가 이런 사람들과도 친분이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
민우를 알고 있는 민영의 동기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민영에게 속삭였다.
“야, 민영아. 너 뭐야. 그냥 회사원이라며.”
“……”
회사원은 회사원이지.
민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 대표 된 거야.”
“와…. 김민영, 이 기만자….”
두 사람이 속삭이는 사이, 우진혁 변호사가 민우에게 물었다.
“근데 대표님은 여긴 어쩐 일로…. 회사 차가 아니신 거 보니까 업무차 오신 건 아닌 거 같으신데요.”
“하하. 저도 개인적인 일로….”
민우가 민영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옆에 섰다.
“여기가 제 여자 친구입니다.”
“네?!”
민영의 후배 아나운서들이 모두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민영을 쳐다보았다.
놀라움에 아무도 뭐라 말을 꺼내지 못하는 사이 우진혁 변호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우리 소영 씨 동료분이 대표님 여자 친구셨네요! 이야, 이거 인연이네요!”
기분이 좋아 보이는 우진혁 변호사와는 달리, 그의 여자 친구 문소영 아나운서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놀라움, 부러움, 그리고 질투심, 박살 난 자존심 등등이 어우러진 복잡한 표정.
“와, 민우 씨. 두 사람 완전 기만자예요.”
민영의 동기가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 기만자요?”
“저한테 그냥 회사원이라고 했잖아요.”
“아, 그게 회사원은 회사원인데…. 저 그냥 월급쟁이 사장이에요.”
민우의 말에 우진혁 변호사가 손을 휘휘 저었다.
“아휴, 대표님. 겸손하시네요. 지분이 상당하신데. 그냥 월급쟁이는 아니시죠. 하하.”
프렌드엔터 주식 5%의 시가가 2,500억에 달한다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5%의 지분은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지분이었다.
주식회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더 이상 주식 보유 사실을 비밀로 할 수 없다.
금감위와 거래소에 보고를 해야 하고, 이후 지분 변동 시는 공시도 해야 한다.
그 말인즉슨, 5% 이상의 주식 보유자는 실질적으로 기업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본다는 뜻이었다.
“대표님 차 정말 멋지네요. 역시 스포츠카 하면 P사죠. 이거 구하기도 쉽지 않은 모델일 텐데. 역시 대단하십니다. 대표님! 으하하!”
우진혁 변호사가 너스레를 떠는 동안 민영이 민우에게 조용히 물었다.
“진짜. 차 어떻게 된 거야.”
“아, 그게 진혁이 녀석이 나 대표됐다고 선물로….”
“진혁이가?”
“그러니까. 나도 너무 부담 돼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진혁이가 무조건 이거 타고 너 데리러 가라고 해서.”
“나? 나는 왜?”
“아, 그게…. 이따 얘기해 줄게.”
민우와 민영이 속삭이듯 얘기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을 슬쩍 바라보던, 민영의 후배 아나운서들이 민우를 향해 밝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희 민영 선배님 후배들이에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호호.”
“너무 잘 생기셨어요.”
너도나도 민우를 보고 환한 웃음을 보냈다.
그런 동료들을 보며 이제 더 이상 솔직하지 않은 후배 문소영이 애써 똥 씹은 표정을 감추고 있었고.
민우와 민영이 곧 동료들에게 인사를 나누고는 차에 올랐다.
부르릉―
12기통 엔진이 멋들어진 시동 음을 내는가 싶더니, 박진감 있게 도로로 빠져나갔다.
“와, 진짜 민영 선배 리스펙. 그니까 고등학교 친구가 자수성가 사업가가 된 거네요?”
“그냥 사업가가 아니잖아요. 진혁 님 소속사 사장님이신 거잖아요. 꺅! 그럼 민영 선배님께 부탁하면 진혁 님 볼 수 있을지도!”
진혁의 팬클럽 ‘컨스’의 회원인 아나운서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얘길 듣고 있던 우진혁 변호사가 끼어들었다.
“그냥 사장님이 아니죠. 우진혁 배우님하고 절친이시라던데.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셨대요.”
“네?”
민영의 동료들이 다시 한번 눈을 키웠다. 그때였다.
“자기야. 가자.”
“응?”
“빨리.”
속이 상할 대로 상한 문소영 아나운서가 뭘 계속 떠들고 있냐는 듯 남자 친구를 잡아끌었다.
“하하. 그럼 다음에 뵈어요.”
우진혁 변호사가 넉살 좋은 웃음을 남기며 여자 친구의 손에 끌려 사라졌다.
***
“그, 민영아.”
“어.”
민우가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맛있어?”
“응. 진짜 맛있네.”
“다행이다.”
다시 잠시 음식에 집중하는 두 사람, 곧 다시 민우가 입을 들썩였다.
“뭔데. 말해. 아까부터.”
참다 못한 민영이 물었다.
“아…. 그…. 내가 왜 너한테 먼저 고백 못 했는지 알지.”
대놓고 서로 얘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던 마음이었고.
민우가 말을 이었다.
“미안함이었고, 자존심이었고 그랬지.”
늘 빛났던 민영에 비해 초라했던 자신. 그런 자신이 민영을 만난다는 게 염치가 없었다. 그리고 자존심도 상했고.
“언젠가 어울리는 남자가 되면 그때 고백하자.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
어리석게도 너무 오래 민영을 기다리게 하고서야 깨달았다. 민영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자격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는 걸.
자격을 갖춰 사랑하겠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자격이 있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하기 때문에 더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게 맞는 순서였다.
“그래서 나 진짜 노력했다.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고맙긴 한데. 난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네가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민우가 민영을 향해 따뜻하게 웃었다.
“알지. 그래도 나 스스로 납득할 만큼은 되고 싶었어. 적어도 너한테 만큼은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사람.”
평소답지 않게 진지하게 말을 잇는 민우.
“그래서 스스로가 납득할 만큼의 위치에 서면 그때 꼭 하고 싶었던 게 있었거든.”
“꼭 하고 싶은 거?”
“응.”
“뭔데?”
민우가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 들었다. 부지런히 움직이던 민영의 포크가 멈췄다.
민우가 손에 쥔 작은 상자를 열었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보석을 품은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랑 결혼해 줄래 민영아?”
아직 채 넘기지도 못한 스테이크로 부풀어 있던 민영의 뺨이 씰룩거렸다.
커다래진 눈에 곧 눈물이 차올랐다.
“그동안 나한테 준 사랑, 열 배 스무 배로 갚을게. 그러니까 결혼해 주라.”
결국 민영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말았다.
겨우 겨우 입안에 있던 스테이크를 삼킨 민영. 그녀가 젖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가 마주 웃었다. 민우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
“지난 2020년 배우 우진혁 씨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이어 3년 만에 또 하나의 역사를 쓴 이봉춘 감독이 귀국했습니다.”
뉴스를 전하는 앵커의 표정이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이봉춘 감독의 영화 ‘타인의 존재’는 현지 시각으로 2월 27일 오후 5시 LA 디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장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 5개 부문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습니다.”
뉴스를 보고 있던 진혁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전 생에서는 3개 부문이었는데, 이번엔 두 개가 더 늘었다.
이전 생 같으면 가져야 했을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수상자라는 타이틀은 진혁이 가지고 왔으니, 상을 두 개 정도는 더 받아야 그나마 균형이 맞는 것이었을까.
“역시 감독님은 대단하시네.”
“너만 할까.”
영준이 피식 웃었다.
이미 아카데미 수상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물론이고, 진혁이 워낙 센세이셔널한 행보를 자주 보여준 까닭에, 국민들도 이젠 어느 정도 연예계에서 들리는 놀라운 소식에 적응된 듯 보일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 영화를 투자, 제작한 게 진혁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시상식에서 이봉춘 감독보다 더 주목을 받았던 게 제작자 진혁이었고.
진혁이 영준에게 물었다.
“후반 작업은 잘 돼 가?”
“뭐 100% 만족스럽진 않지만, 꽤 괜찮게 나올 듯.”
“어떻게, 칸 경쟁 부문 노려볼 만하겠어?”
“그거야 난들 알겠나. 심사위원 맘인걸.”
이영준의 입봉작이었던 독립영화에 이어, 상업영화로도 준수한 성적을 거둔 영준이었다.
주목 받는 신예 이영준 감독의 신작에 거는 기대는 이제 진혁만의 것은 아니었다.
“왜 약한 모습이야. 제2의 이봉춘 감독님께서.”
“아, 야. 하지 마. 부담스럽다.”
상업성과 예술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특유의 감성, 거기에 이봉춘 감독의 조카라는 이유 때문에 벌써부터 제2의 이봉춘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영준.
영준은 그 별명이 싫지는 않았다. 뭐니뭐니해도 자신을 영화의 세계로 이끌어 준 게 삼촌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봉춘이 워낙 엄청난 성공을 거둔 탓에 꽤나 부담되는 별명이기는 했다.
그렇게.
진혁과 영준이 근황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오빠!”
프렌들리걸스 장이현이 영준의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이내 화들짝 놀라는 이현.
“사장님! 안녕하세요오! 보고 싶었어요!”
“하하. 나 사장님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네.”
장이현은 진혁에게 사장님이라고 부르곤 했다.
대주주일 뿐 사장은 아니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대주주면 대장이신 거잖아요. 그러니까 사장님이죠.’라고 하면서.
이현이 진혁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 사장님 오빠.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엄청 보고 싶었어요.”
“이현이는 여전하네.”
“어, 그거 뭐예요? 좋은 거예요?”
“좋은 거지. 여전히 활기차고 예쁘다는 뜻이야.”
장이현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여전히 특이하고 라는 말은 생략되어 있었다.
물론 그 특이함 덕에 여자 아이돌이 젊은 영화감독하고 공개 연애를 하고 있으니, 영준에게는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었지만.
다행히도 팬들도 그런 이현을 전부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특이하기는 해도 절대 사고를 치지 않는 그녀.
특이함이 늘 팬들에게 예상치 못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쪽이었으니.
남자 팬들조차도 두 사람의 공개연애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진혁이 이현과 영준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그래도 빨리 결혼식을 하지.”
진혁의 엄마 김선화가 진혁에게 말했다. 서연과 약혼을 한 지 벌써 1년.
아직도 결혼식 얘기가 없는 두 사람이 조금은 답답해지고 있는 김선화였다.
“저 녹음 끝내고, 서연이 이번 촬영만 좀 마무리되면 같이 얘기 나누기로 했어요. 걱정 마세요. 엄마.”
사실 진혁과 서연은 결혼식이 그리 급하지는 않았다.
활동이 많이 바쁜데다가 이미 마음으로는 서로 결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쪽이었으니.
양가에서도 당연히 사위, 며느리로 알고 있는 분위기였고.
결혼식을 해도 가족들과 친지, 가까운 지인과 친구들만 불러 조촐히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식 자체가 그렇게 큰 의미는 아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결혼식을 하지 못하고 결혼한 김선화는 아들과 며느리만큼은 어찌 되었든 빨리 제대로 된 결혼식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촬영 끝날 때까지 기다릴 거 뭐 있어. 빨리하면 되지. 길게 걸릴 얘기도 아닌 거 같은데.”
“아이고, 여보. 지금까지도 잘 기다려놓고 뭘 그렇게 서둘러. 애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우봉수가 아내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많이 기다려서 그래요. 나도 빨리 며느리 좀 맞고 싶어서.”
“서연이는 이미 며느리 아니었어? 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다르지.”
진혁이 부모님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서연이하고 최대한 빨리 얘기해 볼게요. 저희도 계속 미룰 수는 없으니까요. 걱정 마세요.”
“그래. 내일 떠날 거 채비는 다했어?”
“채비랄 게 있나요.”
진혁은 이제 개인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탓에 몸만 움직이면 되었다. 필요한 건 비행기 안에 전부 갖춰져 있었으니.
하지만.
“그래, 그럼 이거만 잘 챙기면 되겠다.”
김선화가 바쁘게 싸고 있는 건, 각종 음식과 반찬들. 진혁은 미국에서도 충분히 한식을 먹을 수 있다고 얘기를 했으나.
‘그래도 그거하고 집밥하고 같아? 서연이가 내 반찬 좋아하니까 같이 먹어.’
꼭 바리바리 싸줘야 마음이 편한 한국 엄마의 마음이었다. 물론 실제로 서연은 김선화의 음식을 엄청 좋아하기도 했고.
다음 날.
진혁의 전용기가 LA를 향해 날았다.
10시간 뒤 LA공항.
“피곤하지 않으세요?”
현지 매니저가 진혁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진혁이 헬리콥터에 오르며 말했다.
“진짜, 두 분 보고 있으면, 저도 빨리 결혼해야지 싶습니다.”
투투투투―
날아오르는 헬리콥터.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금세 착륙 준비를 해야 했다.
차량으로 이동하려면 LA 다운타운을 관통해야 하는 곳이라 교통 상황에 따라 몇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서연의 촬영 장소.
하지만 헬리콥터로는 단 10분 만에 이동이 가능했다.
투투투투―
헬리콥터가 착륙장에 안착했다. 진혁이 헬리콥터에서 내리자마자 반갑게 웃고 있는 서연의 모습이 보였다.
서연에게 다가가 꼭 끌어안고는 가볍게 입맞춤을 하는 진혁. 서연이 진혁의 품에서 진혁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뭘 밥 한 끼 먹자고 여기까지 들러. 바로 뉴욕으로 가지.”
“지금 안 보면 한 달은 못 볼 텐데. 어떻게 그래.”
서연은 촬영차 유럽으로 떠나고, 진혁은 앨범 작업을 위해 뉴욕으로 향하는 일정.
앨범 작업과 기타 업무를 마친 후 진혁이 유럽으로 이동해서 휴가를 함께 보내기로 했으니, 거의 한 달은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셈이었다.
서연이 물었다.
“뭐 먹으러 갈까?”
“햄버거? 너 좋아하잖아.”
“와. 그렇긴 해도 이 타이밍에는 좀 너무한데.”
“농담이지. 내가 좋은 곳 예약해 놨어. 가자.”
서연이 진혁의 품에서 나와 팔짱을 꼈다.
두 사람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걸음을 맞춰 걸었다.
***
한 달 뒤. 스위스.
웅장한 알프스 산맥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 같은 성이었다.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정원.
그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2층 테라스에 주변의 모든 풍광을 들러리로 만드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세린이었다.
날이 갈수록 미모가 더욱 빛을 발하는 그녀.
세린의 아름다운 머릿결이 따스한 바람에 샤르르 흩날렸다. 턱을 괸 채 풍경을 바라보는 세린의 모습은 그 자체로 명화.
세린이 곧 고개를 돌려 펜으로 뭔가를 끄적였다. 그리곤 다시 테이블 위에 켜둔 노트북으로 시선을 옮겼다.
세린의 입가에 햇볕보다 따스한 미소가 걸렸다.
“세린아. 뭐 해?”
서연이 커다란 머그잔을 들고 테라스로 나왔다.
진혁이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휴가를 보내기 위해 작은 성을 리모델링한 호텔 하나를 전세 냈다.
유럽 촬영을 마친 서연과 아시아 투어를 마치고 바로 유럽으로 날아온 세린이 가장 먼저 도착해서 이틀 밤을 같이 보냈고.
이제 오늘 민우, 민영, 영준이 진혁의 전용기 편으로 함께 들어올 예정이었다.
“아, 그냥….”
세린이 서연을 향해 빙긋 웃었고, 다가온 서연이 테이블 위에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뒤에서 세린을 끌어안으며 노트북 모니터로 시선을 향하는 서연.
“보자.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응?”
서연의 눈이 커다래졌다.
“우와. 이걸 가지고 다녀?”
“응. 그냥. 가끔 보고 싶은 때가 있어서.”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명성고 연극제에서, 노래방에서, 청소년 가요제에서.
하이스쿨2 촬영장을 지나, 진혁의 첫 예능이었던 도전 고교 퀴즈 왕 촬영장,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식까지.
진혁, 서연, 세린, 민영, 민우, 영준.
모든 사진에서 여섯 친구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물론 가끔 찡그린 표정이 잡힌 사진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운 고등학생들.
“벌써 10년이 넘었네.”
“응.”
서연의 시선이 세린이 뭔가를 끄적여 놓은 메모장으로 향했다.
“와. 이건, 가사 같은데?”
“맞아. 그냥 풍경도 좋고, 날씨도 좋고. 어쩐지 옛날 생각이 나서 가사 한번 써 봤어.”
“와. 친구야. 여기까지 와서 일을 하냐. 어디 한번 보자.”
세린이 적어놓은 가사를 보던 서연이 뭐가 뭉클한지 살짝 눈물을 글썽였다.
“예쁘다. 가사.”
“그래? 다행이다.”
“근데, 제목이 뭐야. 이 노래?”
“제목은…. 지금 생각 중이었는데. 아마도….”
세린이 펜을 들어 메모장에 큰 글씨로 제목을 적어 내려갔다.
[그 시절, 아름다웠던 우리의 날들]“어때. 괜찮을 거 같아?”
“와. 영화 제목 같다. 좋아. 나는.”
서연이 세린을 향해 빙긋 웃을 때였다.
“서연아! 세린아!”
익숙한 목소리가 알프스 산맥에 메아리치듯 울렸다.
“어? 애들 왔다.”
민우와 민영, 진혁과 영준이 정원에서 두 사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친구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내려가자.”
“응.”
서연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
세린이 모니터 화면을 잠시 응시하는가 싶더니, 이내 화면을 닫고 일어섰다.
잠시 후. 시끌벅적해진 1층 정원.
“오느라 고생했어.”
“고생은 무슨. 이야, 근데 여기 진짜 끝내준다. 벌써부터 여기 눌러앉고 싶네.”
“하하하. 그럼, 그러든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정원에 울려 퍼졌다.
알프스 산자락에 깃든 따스한 햇살이 친구들을 더욱 환하게 비춰주었다.
– 외전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