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01)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01화(101/200)
#101화
포마드로 단정하게 가르마를 한 머리.
귀하게 자란 부자집 도련님의 얼굴이었다.
검은색으로 반짝이는 비단 한복은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
한동안 서로 시선을 교차하던 그들.
이석 회장이 입을 열었다.
“자네가 윤정훈인가?”
“당신이 천지회의 숨겨진 수장인가?”
“하하하, 수장? 그런 건 아래 것들이 하는 것이야. 나는 천지회의 주인이다.”
자신감 가득한 표정이었다.
조명이 반사된 그의 얼굴이 반짝거렸다.
“미친놈이 분명하군.”
정훈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석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지 곧 평정을 찾았다.
“재미있는 자군.”
덤덤히 말한 다음 그는 박현철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앉았다.
박현철은 저쪽으로 물러나 무릎을 꿇고 있다.
주군을 만난 신하처럼 예를 갖췄다.
지금은 21세기, 조선 시대가 아니다.
‘미친놈 장단에 맞춰 주는 건가? 다 제정신이 아니군.’
정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다.
사법고시를 통과한 수재가 사이비 종교 집단처럼 저런 행동을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말을 들어 보니 내가 나올 줄 알고 있었던 건가?”
“물론,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었을 뿐.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습관이 있거든.”
“보지 않고 믿어야 하는데, 이거 영, 믿음이 부족하군.”
“쯧, 처음엔 장난이었는데, 진짜구나. 확실히 제대로 미친 게 분명해.”
정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석은 눈은 웃고 있었지만, 얼굴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온갖 특혜와 비리로 스타그룹을 성장시킨 주제에 한 나라의 왕처럼 구는 게 역겹다.”
정훈은 이석을 보며 일갈했다.
“잘못 알고 있어. 반대야, 반대. 천지회가 스타그룹을 만들고 그것이 폐허가 된 이 나라를 일으켰지.”
“정부의 온갖 특혜를 받아 내고, 남의 회사를 약탈하듯 가로챈 주제에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가로채다니, 원래 주인에게 가야 할 것이었다. 이 나라는 천지회의 보호와 스타 그룹의 관리 아래에 있어야 해. 역사가 증명하지 않나?”
“도둑질을 거창하게 포장하네. 그래서 대한은행을 부실 은행으로 포장하고 이번엔 카드사인가?”
“그것까지 알고 있었나? 이쯤 되면 우리 조직에 스파이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해야 할 지경이야.”
이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멍청한 놈, 냄새가 나는 곳에 천지회 놈들이 있는데, 스파이는 무슨.”
“무엄하다.”
박현철이 호통을 치자 이석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만, 자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야.”
박현철은 대답도 없이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정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석을 한심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얼굴 봤으면 이만 가 볼게.”
주변에 있던 자들의 품에 있던 칼이 다시 빛났다.
예리한 그들의 칼날이 정훈의 심장을 노릴 기세였다.
하지만 그는 서늘한 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석을 보고 웃기만 했다.
“조용히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좋은 말로 할 때 칼 집어넣으라고 해. 너만 준비한 게 아니야. 내가 아무런 준비 없이 여기 왔을까?”
“마지막으로 제안하지. 천지회로 들어와. 내 밑에서 나를 도와 이 나라를 바로 세워야지.”
“뭐? 썩어 빠진 너희 밑으로 들어오라고?”
“우리는 네가 생각하는 부패한 집단 아니야.”
정훈을 그의 눈빛에 더욱 분노했다.
‘단단히 미친 게 분명해.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그의 눈에는 거짓이 없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실한 신념이 가득했다.
“부패가 아니라니, 개소리 집어치워!”
정훈은 일갈했다.
“우리는 질서를 유지하는 것뿐이야. 우리의 질서가 나라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보면 모르나? 폐허가 된 나라를 선진국까지 올려놨어. 이 천지회가 이룩한 것이야!”
그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 모든 업적을 자신들의 것으로 찬양하는 뻔뻔함을 믿을 수 없었다.
“개소리를 일삼아서 개새끼인 줄 알았더니 미친 걸 보니 미친놈도 맞구나. 내가 반드시 정신이 들 때까지 패 주마!”
정훈은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 입 참 재미있구나. 내 밑에서 천지회의 일원으로 일하거라. 아니라면 찢어 죽일 수밖에 없어.”
“글쎄, 누가 먼저 찢을 수 있을지 한번 두고 볼까?”
이석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천천히 입술이 움직였다.
“마지막이다. 질서를 세워 나라를 이끌어야지.”
“질서? 네놈의 질서 때문에 무수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멍청한 놈! 몸에 옷을 맞춰야지, 옷에 몸을 맞추다니…….”
“흠, 그럼 어쩔 수 없지.”
이석이 손을 들자 주변을 둘러싼 남자들의 품에 있던 날카로운 단도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보내 주겠다. 네 동료들도 함께 보내 줄 테니 쓸쓸해하지 않아도 돼.”
정훈은 자신을 보고 비웃는 그를 보았다.
“내가 아무런 준비 없이 여기 왔을 것 같나?”
정훈이 손을 들었다.
-퍽
거실의 거대한 유리창이 깨지며 주먹만 한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퍽, 퍽, 퍽
빠른 속도로 날아온 돌멩이에 맞은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경호원들은 이석을 감싸고 있었다.
***
‘너무 쉽게 생각했나?’
갑작스러운 그의 정훈의 공격에 당황한 이석.
경호원들이 몸을 던져 자신을 보호했기에 상처 하나 없었다.
그대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윤정훈이 일어서서 집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처단하라.”
“피하시지요. 전하. 저희가 마무리하겠습니다.”
박현철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래. 산 채로 잡아 오게. 살려 달라고 빌 때까지 살갗을 벗겨야겠어.”
섬뜩한 눈길로 박현철에게 명령했다.
***
정훈은 쓰러진 자들을 피해 다혜를 데리러 갔다.
어둡고 긴 복도를 지나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다혜가 와락 안겼다.
“가자!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응.”
“힘들었지?”
“아니. 괜찮아”
정훈은 다혜를 데리고 문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자마자 서슬 퍼런 칼날이 자신의 목을 노렸다.
살짝 피한 후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손끝에 이빨이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충격을 받은 남자는 뒷걸음치며 그대로 쓰러졌다.
이석의 경호원들이 어두운 복도에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어리석은 것들. 소모품인 줄도 모르고 목숨 바쳐 충성하다니.’
정훈은 주먹을 꽉 쥐고 다혜에게 말했다.
“뒤에 있어.”
정훈은 앞으로 걸어갔다.
날카로운 칼날이 자신의 몸을 노렸지만 허락하지 않았다.
한 명,
한 명,
상대의 급소에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이 남았다.
정훈은 온몸의 힘을 끌어 올려 그의 얼굴에 정통으로 주먹을 꽂았다.
뭉개진 얼굴.
그의 입에서 폭포처럼 피가 쏟아졌다.
다혜의 손을 잡고 거실로 가자 박현철만 있었다.
“당신들의 질서는 철저하게 부숴 주겠습니다.”
“어리석은 놈. 수백 년을 이어 온 질서이자 이 나라의 근본이다. 네 놈 하나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야!”
“나와 다혜가 만드는 세상을 똑똑히 지켜보세요.”
다혜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그녀는 박현철을 향해 천천히 절하며 마지막 작별을 알렸다.
“아빠, 그동안 고마웠어요. 그런데 전 그 옛날의 아빠가 보고 싶어요. 당신은 제 아버지가 아니에요.”
“멍청한 것. 내가 누구를 위해서 살고 있는데……. 너도 이제 내 딸이 아니다. 우리의 인연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박현철은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손끝만이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다혜와 밖으로 나갔다.
정훈도 그녀를 따라갔다.
밖에는 막 경호원들을 제압한 박창수가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회장님.”
“네, 모두 잡았습니까?”
“절반 정도 놓쳤습니다.”
“피해는요?”
“……상대가 생각보다 강했습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박창수의 눈에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작지 않은 희생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피해를 최소화하세요.”
“네, 사로잡은 자들은 어떻게 할까요?”
“천지회 주인 곁을 지키던 최정예입니다. 입을 열지 않을 겁니다. 일단 인천 창고에 억류해 놓으세요. 저들의 규모를 파악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곽현수의 전화를 받았다.
“도련님, 이제 이쪽도 정리할까요?”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백여 명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닙니다. 조폭들인 것 같아서 쉽게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다시는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금요일 밤이 깊어 갔다.
레전드 컴퍼니가 있는 빌딩의 옥상을 향하던 조직폭력배들.
백여 명에 이르는 그들은 뒤에서 들이닥친 습격으로 위로 도망쳤지만,
내려오던 곽현수에 의해 도망치지 못했다.
.
곽현수는 그들이 지금까지 함부로 과시했던 힘을 제거했다.
약자를 괴롭히고 무고한 시민을 위협하던 그들은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힘을 잃었다.
한편 다혜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정훈의 품에 안기며 쓰러졌다.
생에 있어 가장 큰 감정의 동요가 있었던 하루였을 것이다.
할머니는 그녀를 자신의 침대에 눕히도록 했다.
그리고 다혜의 옆에서 그녀의 손을 한동안 꼭 잡고 있었다.
그녀는 40도가 넘나드는 고열에 밤새워 뒤척였다.
정훈도 할머니도 그녀의 곁을 지키며 이겨 내길 기도했다.
동이 트는 새벽.
다혜 곁을 지키다 잠깐 졸던 정훈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느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그녀의 손길을 느끼며 가만히 있었다.
다혜는 강한 여자다.
다시 강인하게 일어설 것을 확신했다.
***
지옥 같은 금요일을 보낸 다음 토요일은 집에서 꼬박 휴식을 취했다.
다혜를 위해 직접 죽을 만들었다.
할머니도, 고성댁 아주머니도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눈에 웃음이 가득했다.
불린 쌀을 참기름에 달군 냄비에 넣고 볶은 다음 물을 붓고 오래 끓였다.
아주머니가 옆에서 일일이 가르쳐 주셨다.
그래서 맛은 보장되었다.
정훈은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 잠든 그녀 곁에 죽을 두고 나왔다.
아직은 음식보다 잠이 더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날 저녁 박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장례식장에 있었다.
화신 주류 직원 몇 명이 사고로 운명을 달리 했다고 에둘러 보고했다.
다음 날 오전에 정훈은 빈소를 찾아 그들의 명복을 빌었다.
부의금으로 10억을 넣었다.
남은 가족들의 일자리와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의 장학금과 대학 학비를 보장했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
일요일 오후에 신화그룹 사옥 현장 둘러본 다음 사무실로 갔다.
빌딩을 청소하느라 많은 사람이 있었다.
사무실에는 모두 출근해 있었다.
그룹 전산을 관리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다들 무사하시네요.”
“네!”
“너무 시시하게 끝난 거 같아 좀 아쉽지만…….”
차영미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이번엔 그냥 넘어가고 다음에 제가 제대로 복수할 수 있도록 준비할게요. 너무 아쉬워 마세요.”
“네.”
“월요일부터는 그룹 전체 시스템 제대로 돌아갑니까?”
“물론이죠. 업무에 지장 없도록 세팅했습니다.”
“보안 프로그램도 업그레이드했어요. 다시 들어와도 아무것도 못 할 거예요.”
천진혁이 거들었다.
모두의 표정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들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했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정훈은 창밖을 보며 다짐했다.
‘이제 방어는 없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천지회가 노리는 AR 카드.
업계 1위의 카드사.
그들이 가져가도록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미래 금융이 그것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
“이게 지금 말이 됩니까? 연체율이 14퍼센트? 이희도 사장님 대답 좀 해 보세요.”
“죄송합니다. 회장님.”
AR 그룹의 대회의실에 있던 계열사 사장들은 머리를 숙인 채 침묵을 지켰다.
카드 회원들의 연체율이 몇 달 전부터 치솟기 시작했다.
수천억의 부실이 생길 수 있었다.
자칫하다간 그룹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책을 말씀해 보세요.”
“일단 그룹 자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룹에서도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습니다. 신뢰의 AR그룹입니다. 국민들과 주주들에게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이희도 사장의 말에 대부분의 계열사 사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뢰 하나로 대한민국 재계 3위까지 올라온 AR 그룹이었다.
구창훈 회장은 카드사 하나 때문에 수십 년을 지켜온 신뢰를 잃어버릴 수 없었다.
선대 회장님들이 쌓아 올린 신용이었다.
“채권단과 약속 잡아요.”
“네, 회장님.”
고개를 숙인 이희도 사장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