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2)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2화(12/200)
#012화
정훈과 은수는 말을 멈춰야만 했다.
적막한 교실, 반 친구들 모두 그들을 보고 있었다.
재시험과 관련된 이야기를 모두 들은 것이 분명했다.
아이들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나가자.”
힐긋거리며 보는 아이들의 눈을 뒤로한 채.
은수는 정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우리 담임 새끼 졸라 비겁한 새끼야. 내가 말 안 했는데…….”
은수 말에 따르면 최동수는 평소에도 우리 뒤에서 고아 새끼라고 험담을 했다.
그리고 돈 없고 가난한 학생들을 무시하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보육원 선배들도 사람을 대놓고 차별한다고 조심하라고 했었다.
가진 것 없고 불쌍한 녀석들은 그에게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이었다.
별것도 아닌 것으로 화를 내고 폭력을 일삼았다.
어떻게 대해도 자신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함부로 대해도 그것을 두고 자신에게 항의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근본이 글러 먹은 차별주의자였다.
“그런 놈이, 니가 재시험에 통과하는 걸 보고만 있을 것 같아? 분명히 더러운 짓을 할 거야.”
항상 화내지 않던 은수가 처음으로 흥분했다.
“설마, 그래도 선생인데”
“야 우리가 올바른 선생님이 절반만 있어도…….”
은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정훈도 충분히 경험한 일, 그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얼마나 많은 무시를 당했었나.
항상 우린 의심의 대상이었다.
누구나 평등해야 할 학교에서 언제나 계급과 서열의 제일 마지막에 있었다.
모든 멸시와 차별을 온몸으로 경험한 그들이었다.
“후우, 한다고 했으니 해야지. 실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정훈아, 너 너무 갑자기 변해서 걱정이다. 내기, 승부 이런 거 제일 싫어했잖아. 거기다 선생님이랑 내기라니…….”
“야, 성격 바뀐 지 반년이 넘었으면 이제 좀 적응해라. 응?”
정훈도 이제는 지겹다는 듯 투덜댔다.
“벌써 반년이 넘었나? 시간 참 빠르네. 내가 도와줄 건 없어?”
“음……옆에서 조용히 시집이나 보세요, 문학 소년님?”
“이 새끼가…….”
“걱정 안 해도 돼. 내 실력……아니다.”
정훈이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웃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은수는 쉽게 안심할 수 없었다.
비열함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경험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수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정훈의 국, 영, 수 실력은 이미 철중과 비슷했다.
철중도 혀를 내두를 만큼 빠른 속도.
자신의 실력을 완전히 드러내면 너무 주목받을 것 같아 조절하는 중이었다.
아직 모든 실력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숨겨진 능력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것이 싸움 실력이든 두뇌든…….
국어, 영어, 수학으로 진행될 재시험.
정훈은 평소처럼 준비하면 문제없을 거라 자신했다.
***
운동장을 지키고 있던 큰 나무들은 어느새 알록달록한 붉은 색 옷을 입고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정훈과 은수는 본관 앞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가을바람이 은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날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은수의 팬들의 눈에 하트가 저절로 그려졌다.
은수가 자신의 열성 팬에게 선물 받은 과자를 테이블 위에 풀었다.
팬 관리라며 자신을 보는 여학생들을 의식해 아주 천천히 과자를 먹었다.
반면 평소에도 먹을 것이 부족한 정훈은 과자를 빠르게 흡입했다.
멀리서 그들을 본 강철중이 황급히 달려와 물었다.
“야, 정훈아, 진짜야?”
“뭐가요?”
“오후에 교무실에서 재시험 본다는 소문?”
정훈은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을 증명하라네요. 성적이 뻥튀기처럼 올라서 커닝한 게 의심스럽다나?”
“커닝은 무슨, 나의 무공을 전수받은 하나뿐인 수제자면 당연한 걸”
모든 걸 무협에 빗대어 설명하길 좋아하는 강철중이 흐뭇한 표정으로 웃었다.
“크흠, 제 실력입니다. 뭐 형의 특별 과외 덕도 있지만.”
“잘났다 새끼야! 그런데 내가 가서 이야기해 줄까? 아무리 그래도 재시험은 좀 아닌 거 같은데.”
철중 선배가 이야기하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우리 학교 전교 1등에 타의 모범인 그의 말은 정훈의 말과는 무게가 크게 달랐다.
철중의 제안에 은수가 솔깃해했다.
“형, 지금이라도 가서 선생님께 말해 주면 안 돼요? 재시험은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 시험은 절대 공정할 수 없어요.”
“말하는 건 어렵지 않지. 그런데 시험이 공정하지 않을 리가…….”
철중이 의문을 표했다.
자신 앞에서는 모든 것을 올바로 처리했던 선생님들이다.
“우리 담임선생님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속은 편견이 가득한 사람이에요.”
“흠, 그래……내가 한번 말해 볼까?”
고민하는 철중을 보며 정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번에 넘어간다고 해도 계속 괴롭힐 것 같은데요. 어쩌면 더 비열하게 괴롭힐 수도 있어요. 그리고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해야 할 일도 있고요”
“응? 뭐가 하고 싶은데?”
정훈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 정훈은 자신감을 보이며 다시 말했다.
“그리고 믿지 못하면 믿을 수밖에 없게 해야죠. 그리고 이제 와서 뒷걸음치는 건 제 성격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풋, 야 원래 네 성격이 뒷걸음치며 구석에 짱박히는 건데…… 이럴 때 안 쓰고.”
은수가 정훈의 바뀐 성격을 다시 한번 지적했다.
그를 한번 쳐다본 정훈이 단호하게 말했다.
“쓰읍, 이번에 재시험 보는 게 깔끔할 거 같아요.”
“그래, 이번에 니 실력을 제대로 보여 주면 도움이 될 거야. 어쩌면 주변에서 더 많이 도와줄지도 모르고.”
철중은 내심 기대했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가 열심히 해 좋은 성적을 올렸다.
불우한 환경을 이겨 내고.
의심의 여지 없이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정훈을 격려하고 지지해 줄 것이라는 동화 같은 상상을 했다.
하지만 은수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현실은 동화와 달리 잔인한 법.
능력이 뛰어난 자들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근본 없는 자신들을 갑자기 튀어나온 바퀴벌레처럼 가차 없이 밟혔다.
그것도 꿈틀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밟혔었다.
은수도 정훈도 이미 몇 번을 겪었던 좌절.
그런데도 정훈이 다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려고 했다.
그래서 불안했다.
하지만 자신도 정훈의 이유 없는 자신감에 점점 동화되고 있었다.
조금씩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시기와 질투보다는 인정을, 그도 꿈꾸고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정훈이 무사히 재시험을 통과하길 바랐다.
정훈은 옆에 앉아서 허겁지겁 과자를 먹고 있던 철중을 보았다.
“사부님의 수제자, 강호를 제패하고 오겠습니다.”
입안을 가득 채운 과자를 황급히 삼킨 철중이 말했다.
“그래, 나의 수제자여. 내 더 이상 너에게 가르칠 것도 없다. 가서 천하를 통일하고 땅에 떨어진 협을 일으키거라.”
“예, 따거! 푸하하하. 그럼 가 볼게요.”
“응, 하나 틀리면 한 대다.”
그 말을 들은 정훈이 고개를 돌렸다.
“아, 오늘 시험 끝나고 특훈 어때요?”
철중은 황급히 고개를 숙인 채 과자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어서 가라고 손짓했다.
정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은수를 보며 철중이 말했다.
“열녀 났네, 열녀 났어. 너네 사귀냐?”
“미친, 누가 그런 개소리를 해요”
“야이, 씨 이게 어디서 형 앞에서 버릇없게…… 이것들이 아주 쌍으로, 선배의 참모습을 보여야 하나…….”
철중의 말에 은수가 한발 물러섰다.
“하아, 말이 그렇다는 거죠…… 정훈이랑 나랑은 공통점이 많아서, 헤헤 친하고 더 정이 가죠”
은수는 정훈이 잘할 거라 생각했다.
가진 능력을 드러내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그의 천재적인 능력을 은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공통점이라…… 싸움 잘 하는 거?”
“……그런 게 있어요”
은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정훈이 장학금 얼마라고 들었어? 그거 받으면 한 번 제대로 얻어 먹어야지.”
철중이 웃으며 말했다.
“재시험 통과 못 할 수도 있는데…….”
“훗, 정훈이가 통과 못 할까? 설마.”
철중은 정훈의 재시험 통과를 이미 확신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후우, 저번에 짜장면 먹은 그 집으로 다시 가자. 어때?”
“콜.”
은수가 그날의 그 감칠맛을 생각하며 외쳤다.
***
정훈이 교무실 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어, 정훈아”
윤리 선생이 그를 보고 아는 체 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 이야기 들었어. 오늘 재시험 본다고?”
“네”
“참 이번 윤리 시험 만점 받았더라. 축하해. 재시험도 잘 봐.”
“감사합니다.”
윤리 선생이 정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한 다음 지나갔다.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선생님의 시선이 자신을 향했다.
그리고 조용히 서로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저 중에 몇 명이 나를 믿을까? 30프로는 될까?’
이미 익숙한 의심들이다.
더 이상 저런 불신에 흔들리지 않기로 다짐했다.
자신이 지난 생에 간과했던 30 프로,
자기를 믿어 주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이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을 알아 주고 격려해 주던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비록 숫자는 작지만 그들의 신뢰가 더욱 중요했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돈보다 중요하다.
계획대로 된다면 돈은 차고 넘칠 예정이다.
그보다는 사람을 얻어야 된다.
생각을 정리한 정훈은 담임 선생의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선생님, 저 왔습니다.”
무심히 자리에 앉아 있는 담임은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그는 이제 예의상 하던 인사도 하지 않았다.
정훈은 딱딱한 그의 표정에서 긴장과 초조함을 느꼈다.
지난 3일 동안 최동수 선생은 담당 선생님들을 설득해 재시험 문제지를 만들도록 부탁했다.
물론 이사장 아들이라는 자신의 권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리고 문제를 매우 어렵게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에게 이번 일은 절대 질 수 없는 내기였다.
신념이 걸린 일이었다.
근본 없는 것들이 벌린 더럽고 추악한 것을 완벽히 까발리고 싶었다.
이번 재시험의 목표는 중간고사 영점을 만드는 게 아니다.
명문 사학의 위상을 더럽히는 몇몇 바퀴벌레를 솎아 내는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성공해야만 할 일이었다.
실패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공식적인 사과라…….’
다른 사람 선생들 앞에서 자신이 고등학생에게 머리를 숙이는 모습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
아버지 귀에라도 들어가는 날이면 바로 해고다.
명예를 중시하는 우리 아버지의 자존심을 더럽히는 짓이다.
한동안 생각에 잠긴 최동수 선생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저리로 가자.”
손으로 시험 볼 자리를 가리켰다.
“여기서 보면 된다.”
사람들이 오가는 교무실 한가운데, 누구나 자신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시험에 집중할 수 없는 이곳이 정훈의 시험 장소,
그리고 낮고 불편한 의자.
정훈은 담임선생의 얕은수에 `실소했다.
‘훗, 참 머리를 많이 쓰셨네. 그 머리를 다른 데 쓰지.’
어차피 어디에서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 여기 국어, 영어, 수학 시험지. 범위는 지난번과 동일하다. 그리고 난이도도 동일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네.”
시험지를 받아서 테이블 위에 놓았다.
“저번과 같은 성적이 나와야겠지”
“네”
짧게 대답한 정훈은 담임 선생을 보았다.
“저번과 같은 성적이 나온다면, 약속을 지키셔야 합니다. 공식적인 사과와 장학금.”
“뭐?”
최동수는 확답하지 않았다.
막상 일이 여기까지 진행되자 자신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재시험도 같은 성적이 나오면 슬그머니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때 그들 사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지리 선생이 끼어들었다.
“어머, 최 선생님 그런 약속을 하셨어요? 장학금이랑 공.식.적.인 사과요?”
그 말을 들은 선생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거짓말 할 수 없는 상황.
최동수 선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럼, 물론이지 공식적인 사과와 장학금……. 반드시 약속하지.”
이마를 찡그린 최동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기 선생님 수업 안 가세요?”
지리 선생을 쏘아봤다.
어느새 재시험 문제지를 본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최 선생님, 이게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그녀의 목소리가 커졌다.
“뭐긴요. 재시험 치는 거죠. 교무실인데 목소리 좀 낮추시죠.”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최동수
.
“이게 지금 고등학생이 푸는 문제예요?”
“그럼 고등학생이 풀지 대학생이 풉니까? 풉.”
최동수가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정훈이 지리 선생에게 부탁했다.
“잠시만요 선생님. 시험지 좀 볼 수 있을까요?”
지리 선생에게서 시험지를 받아 쓱 보았다.
최동수를 보며 슬쩍 웃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재미있겠네요.”
정훈의 웃음을 본 최선생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재미? 그래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번 볼까?’
“뭐어? 정훈아 이건, 수준이…….”
“괜찮습니다. 선생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지리 선생을 안심시켰다.
“흠, 학생이 괜찮다네요. 신경 쓰지 마시고 수업 들어가세요. 지.리.선.생.님.”
최동수가 굳은 표정으로 쏘아봤다.
“후우, 그래요. 정훈아 시험 잘 봐. 선생님도 응원할게. 그리고 지리 시험 만점 축하해”
그는 정훈을 보며 살짝 윙크를 한 다음 총총걸음으로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올해 들어 갑자기 바뀐 수업 태도에 관심을 가졌던 학생.
성적도 급격히 상승해서 가르치는 재미를 주는 착한 아이였다.
‘문제가 너무 심한데, 정훈이가 통과할 수 있을까? 후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 자신감은 뭐지?’
쉽지 않아 보였지만 그녀는 정훈의 자신감을 믿기로 했다.
‘만약 통과한다면, 최동수 선생 좀 덜 설치겠네. 이거 정훈이한테 한턱해야 거 아니야. 훗’
“그럼 시작해”
시험지를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네.”
정훈은 필기구를 꺼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의 비열한 술수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는 일.
‘선생님, 인생은 자신의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제대로 보여 드릴게요. 기대하세요. 훗.’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두뇌를 최대한 가동하기 시작했다.
***
“여기 있던 윤정훈 어디 갔어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최동수 선생이 시험을 감독한 수학 선생님께 물었다.
“다 풀고 갔어요.”
“훗, 반은 맞았습니까?”
비웃음 짓는 최동수와 달리 수학 선생의 얼굴은 이미 굳어 있었다.
“글쎄요…….”
그는 대답 대신 채점표를 그에게 전달했다.
최동수의 동공이 급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