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27)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27화(127/200)
#127화
한판수는 신화그룹 회장실 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격세지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윤정훈의 허락이 필요했다.
여기서는 한호그룹 회장 한판수가 ‘을’이었다.
‘후, 적이지만 대단하긴 하구만.’
그는 불과 몇 년 만에 거대한 제국을 이른 청년이었다.
회장실 문이 열리며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나왔다.
비서가 한판수에게 말했다.
“들어오시랍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없는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세우려고 기를 썼다.
“무슨 일이십니까? 연락도 없이 찾아오시고.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미안하네.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랬어.”
한판수는 침을 한번 삼킨 다음 정훈에게 물었다.
“혹시 자네가 대원각을 밀어 버렸나?”
“무슨 말입니까? 대원각을 밀다니요?”
정훈은 우선 시치미를 뗐다.
그의 눈동자에 불안이 가득했다.
‘약점 잡힌 건가?’
대원각과 좋지 않은 관계처럼 느껴졌다.
“자네도 대원각 알지? 성북동에 있는 최고급 회원제 요정.”
“네, 할머니랑 간 적 있습니다. 술과 여자가 나오는 고급 요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자네도 남자니 아마 거기서 놀았을 거야.”
“아니요. 저는 그런 걸 체질적으로 싫어합니다.”
“흠, 역시 생긴 것처럼 재미없이 사는군. 쯧쯧.”
정훈을 보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요?”
“거기가 사라졌어. 흔적도 없이.”
“장사가 안 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요즘 소상공인들 힘들지 않습니까?”
“이봐, 거긴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더 큰 식당이야. 그리고 거기 배후에 있는 사람이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어.”
“천지회에서 운영하는 겁니까?”
한판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아니네. 그런데…… 그런데…….”
한판수는 정훈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하지 않았다.
“회장님, 제가 오늘 컨디션이 별로입니다. 방금 회의도 끝나서 쉬고 싶은데……. 이렇게 답답하게 구실 거면…….”
“크흠, 미안하네.”
눈치를 보던 한판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내가 대원각에서 작은 실수를 했네. 그걸 빌미로 천성한이 내 목을 쥐고 흔들지.”
“회장님 목을 쥘 정도면 큰 실수를 하셨나 보군요.”
한판수의 미간에 주름이 그려졌다.
정훈이 말을 이었다.
“대원각이랑 천성한 장군이 한패라는 겁니까? 천성한 장군은 천지회의 일원이지 않습니까?”
“그거야. 내가 궁금한 게. 천성한과 대원각이 어떤 관계인지 전혀 모르겠어.”
한판수의 말에 따르면 천성한이 대원각의 힘을 이용하고 있다.
“하여튼 그 무시무시한 대원각과 정 마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난 자네가 한 줄 알았지. 천지회에 버금가는 그들에 대항할 사람은 우리나라에 자네뿐이지 않나.”
“그게 회장님이랑 중요합니까?”
“중요하지. 한호 테크놀로지와 연기군 토지 매각 조건이 그거거든. 내 약점이 되는 증거를 찾아 없애.”
한판수가 베팅을 했다.
정훈은 저 베팅을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했다.
대원각에서 찾은 자료에는 한판수와 관련된 자료는 없었다.
‘어디로 갔을까?’
둘 중 하나.
천성한, 아니면 대원각의 배후.
“사실 한호 테크놀로지에 큰 관심 없습니다.”
“푸하하, 내가 아무리 늙었어도 무시하지 말게……. 자네가 신화조선해양의 방위사업부를 통해서 해군장성들에게 막대한 비자금을 제공하고 편의를 봐주는 걸 모를 줄 아나? 한호 테크놀로지를 쥐면 그보다 몇 배 큰 육군을 흔들 수 있어. 자네가 그걸 노리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다니요?”
“천성한에게 넘겨야지. 이미 내 목을 쥐고 나를 흔들고 있어. 적당한 가격으로 그에게 넘겨야지.”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괜히 재벌 총수가 아니구나. 흔들리면 안 된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회장님의 치부를 제가 찾으면 제가 회장님 목을 쥐겠네요.”
“하하하, 그건 상관없어. 자넨 그놈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자네 정도면 내가 흔들려 주지. 흐흐흐.”
능구렁이 같은 웃음을 한 한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묘하게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회장실을 나간 한판수는 그 자리에 멈춰섰다.
‘이건 천성한의 몸에서 나던 향수였는데…….’
고개를 두리번거린 그는 향기의 주인을 찾았다.
예쁘게 생긴 청년이었다.
‘설마 천성한의 성향이 저것이었나?’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예쁘게 생겼다.
‘훗, 아니야. 절대로 그럴 리 없어.’
머리를 가로 저었다.
한판수는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거 자네가 쓰는 향수인가?”
“네.”
“향이 참 좋군. 이 향수 어디서 살 수 있지?”
“에르메스 가면 살 수 있어요.”
한판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엘리베이터를 탔다.
‘에르메스 매장에 한번 들러야겠어.’
한판수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향수의 주인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어쩌면 천성한과 자신의 관계를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묘수일 수 있었다.
***
– 헉헉
수풀을 헤치며 도망쳤다.
곽현수의 몸에 힘이 거의 다 빠졌다.
그의 얼굴은 이미 땀이 흠뻑 젖어 있었다.
오랜만에 겪는 도망자 신세.
호흡이 가빠졌다.
힐긋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아직은 자신을 찾지 못했다.
눈앞의 풀숲이 거칠게 흔들렸다.
나무 뒤에 은밀히 몸을 숨겼지만 녀석은 귀신같이 자신을 찾아냈다.
다시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
자신을 쫓은 날카로운 이빨을 피해야만 지킬 수 있다.
풀숲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을 때 그만 넘어졌다.
이제 더 이상이 도망칠 힘이 없었다.
“휴 이제 끝이군. 어쩔 수 없지.”
눈을 감고 하늘을 보았다.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거대한 물체가 솟구쳐 올랐다.
곽현수는 고개를 돌리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바닥에 쓰러진 곽현수의 몸 위로 거대한 녀석이 올라탔다.
쓰러진 곽현수의 얼굴을 혀를 길게 내밀며 핥았다.
“그, 그만. 그만!”
품 안에 감췄던 사료를 다급히 꺼내 입에 갖다 댔다.
정신없이 흡인했다.
-냠냠냠.
“천천히 먹어. 코코.”
대원각 전 매니저의 애완견.
작은 개라고 생각하고 한국으로 보내라고 했는데 거대한 골든리트리버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운송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갔다.
코코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곽현수는 목을 감싸 안으며 손으로 머리를 쓸었다.
“천천히 먹어. 코코”
전 대원각 매니저 강소현이 코코를 찾아 숲으로 왔다.
백윤자로 알고 있던 그녀의 이름은 가명이었다.
본명은 강소현이라고 했지만 확신할 순 없었다.
그녀는 곽현수를 덮친 코코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
“여기 계셨네요.”
“네.”
“코코 이리와!”
코코는 큰 몸을 일으켜 그녀의 곁으로 가 몸을 비볐다.
코코의 머리를 쓰다듬자 꼬리를 흔들며 기뻐한다.
“혼자 다니면 위험합니다.”
“위험하면 현수 씨가 구해 주겠죠.”
“……”
곽현수의 굳어진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식사 안 했죠?”
“샌드위치 드세요.”
근처에 있는 호수가에 돗자리를 편 그녀.
주변은 조용했고 코코는 새들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완벽한 오후의 피크닉이었다.
“평화로워요. 수금재와 대원각에 있을 때는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거든요.”
“얼굴도 많이 편해 보입니다. 살도 좀 찐 것 같군요.”
-켁, 켁
작은 입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그녀는 곽현수의 예의 없는 말에 사레가 걸렸다.
“곽현수 씨, 특수부대 출신이라던데 모태 쏠로 부대 맞죠? 여자를 전혀 모르네요.”
“……. 흠, 흠.”
당황한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화제를 바꿔 칭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음식 솜씨가 좋으시네요. 맛있습니다.”
“눈치도 없고, 눈썰미도 없으시네요. 뉴욕제과라고 붙어 있는 게 안 보이나 봐요.”
강소현이 웃으며 핀잔을 주었다.
당황한 곽현수는 숨을 들이마시다 샌드위치가 목에 걸렸다.
-컥, 컥
숨이 막혔다.
위급한 순간.
그녀에게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
당황한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꺅, 어떡해. 제, 제가 어떻게 해야 해요?”
그녀를 자신의 뒤에 두고 그녀의 두 팔을 당겼다.
하임리히 법을 그녀가 알기를 기도했다.
“아, 하임리히.”
두 팔로 곽현수의 배를 강하게 압박했다
– 퍽
– 퍽
– 퍼억
입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샌드위치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곽현수는 횡격막을 움직이며 강하게 숨을 쉬었다.
등 뒤에서 자신을 안고 있는 그녀. 따뜻한 촉감이 느껴졌다.
그녀의 손을 잡았다.
“후우……. 죽을 뻔…… 했네요. 고마워요.”
“놀, 놀랐어요……. 혹시나 큰일이 나는 건 아닌지…….”
“덕분에 살았네요. 아니었으면 삼도천 건널 뻔했어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많이 놀랬나?’
현수의 등에 그녀의 얼굴이 닿았다. 따뜻한 물기 느껴졌다.
“살아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항상, 고마워요. 지켜 줘서.”
“제 일입니다.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마세요.”
“네. 코코도 덕분에 여기까지 올수 있었잖아요. 당신 보스가 다 이야기해 줬어요.”
“……. 제가 개를 좋아합니다.”
“알겠어요. 의미 같은 거 없어요. 대신 다치지 마세요.”
두 사람은 숲을 벗어나 창고로 돌아갔다.
은수가 둘을 보고 빙긋이 웃었다.
“누나랑 아저씨, 둘이 잘 어울리네요.”
“그지?”
활짝 웃는 강소현과 다르게 곽현수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거 아니야.”
순간 강소현의 표정도 싸늘하게 식었다.
당황한 곽현수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니, 제가 소현 씨가 나쁜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잠시만요, 은수야. 너 향수 어디서 샀어?”
“이거요? 에르메스에서 샀는데요. 왜요?”
“이 향수, 대원각의 주인이 쓰던 향수야!”
은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어머 이 향수 정말 좋아하시네요. 이거 쓰시는 분들은 다들 비슷하시네요. 엄청난 미남 미녀들만 쓸 수 있는 향수 같아요. 호호호.’
명품관 점원의 목소리가 은수의 귀에 메아리처럼 들렸다.
“대원각 주인요?”
곽현수가 되물었다.
“분명해요. 베일에 싸인 그녀가 쓰던 향수예요.”
***
“부르셨습니까?”
스타그룹 회장실로 들어온 천성한은 이석을 향해 인사를 했다.
“앉으세요.”
하인선이 이석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한판수 회장 요즘 어떻습니까?”
“특이 사항 없습니다. 술 먹고 골프 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한호 테크놀로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회사입니다. 육군 장성들이 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많습니다.”
“그거 말고요. 관심 없으세요?”
천성한의 눈이 커졌다.
‘저 말은 나보고 가지라는 건데.’
“한판수에게서 한호테크놀로지를 빼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룹의 뿌리 같은 회사라 애착이 상당합니다.”
“그래도 결국 돈 앞에 무릎 꿇겠죠. 올해 적자가 예상된다고 들었습니다. 차기 무기 체계 통합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겠군요.”
“네, 그거 수주 못 하면 크게 휘청일 겁니다.”
“잘됐네요. 그럼 차기 무기 쳬계 통합 사업은 AR 넥스원으로 보내세요.”
“정말입니까?”
“네, 그리고 한호 테크놀로지를 가지세요.”
“이유가 있습니까? 여사님.”
“육군을 장악하세요. 그 힘으로 우리 회장님이 훨훨 날 수 있게 해 주세요.”
천성한은 고개를 들어 하인선과 이석을 보았다.
세 사람의 얼굴에 하나의 욕망이 꿈틀대고 있었다.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천성한의 말에 이석과 하인선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아버지.”
이헌이었다.
방 안을 본 그의 눈썹이 꿈틀댔다.
“천 장관이 있었군요.”
“나오셨습니까?”
천성한은 일어서 머리를 조아렸다.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이석은 아버지의 얼굴에서 서늘한 살기가 느꼈다.
하지만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손에 들린 건, 사랑하는 아들을 위한 약이었다.
이헌은 무심히 이석에게 자신이 가져온 보약을 건냈다.
“빼먹지 말고 챙겨 먹거라.”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럼 다음에 봅시다.”
이헌은 약만 전해 주고 방을 나가 버렸다.
붙잡을 세도 없었다.
“아버지가 주신 약이냐?”
“네, 가끔씩 가져다 주십니다. 비타민이나 건강보조제, 보약 같은 걸 챙겨 주십니다.”
“무뚝뚝하지만 너를 생각하는구나.”
“네, 어머님.”
하인선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 보약 따위를 사 줄 위인이 아닌데…… 성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해’
하인선은 이석이 보지 않는 틈을 이용해 이헌이 가져온 약을 몰래 챙겼다.
“그럼 회장님, 저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네 어머님. 집에서 뵙겠습니다.”
“천 장관님도 같이 나가시죠.”
“네, 여사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나란히 섰다.
CCTV를 피해 손을 잡았다.
“이헌이 준 약 수상해요. 확인해 봐야겠어요.”
“알겠어. 내가 알아보지.”
문이 열렸다.
천성한은 멀어지는 하인선을 향해 깊게 인사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차에 탄 하인선은 자신의 핸드백에서 향수를 꺼냈다.
“향수가 다됐네. 에르메스로 가”
“네, 여사님”
하인선이 탄 차가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
“은수와 같은 향수를 쓰는 자요? 그 사람이 대원각의 주인이라는 건가요?”
정훈은 곽현수에게 물었다.
“네, 소현 씨가 그랬습니다.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같은 향수를 쓴다고 했습니다.”
“에르메스 향수일 텐데……. 은수 밖에 있죠?”
“네.”
정훈은 회장실 밖 소파에서 졸고 있던 은수에게 다가갔다.
“정은수.”
귀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은수가 벌떡 일어났다.
“네, 보스.”
“보스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눈을 깜빡인 은수는 입에 묻은 침을 닦으며 정훈에게 물었다.
“왜? 무슨 일이야?”
“너 향수 에르메스지?”
“응”
“한번 뿌려 봐. 향기를 기억해야겠어.”
“지금 없는데. 다 떨어졌어.”
“뭐?”
“네가 사지 말라고 해서 참고 있다.”
“그래? 그럼 지금 사러 가자.”
“지금?”
“지금.”
정훈은 엘리베이터로 가 버튼을 눌렀다.
“야, 빨리 와, 내가 사 줄게”
환한 얼굴을 한 은수가 재빨리 옷을 챙겨 정훈을 따라나섰다.
‘아침부터 운이 좋았는데 공짜 향수까지.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운전대를 잡은 은수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