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71)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71화(171/200)
#171화
한판수 회장은 베란다에 앉아 넓은 자신의 농장을 보았다.
높은 곳에 위치에 훤히 보였다.
늦은 오후 해가 지고 있었다.
기분 좋은 선선한 기온이 느껴졌다.
테이블 위에 있던 자신의 전화기가 울렸다.
낯선 번호.
“박수길이요.”
갑작스러운 전화에 한판수는 당황스러웠다.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잘 지내셨습니까? 어르신.”
“미국 생활은 어떤가?”
“여유롭습니다. 와인 농장이나 가꾸며 좋은 것 편히 지냅니다. 자연을 벗 삼아 여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박수길.
그의 비웃음이 눈앞에 그려졌다.
“개 버릇 남 주나, 차라리 개가 똥을 끊지. 그러다 일찍 죽어.”
이제 자신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
“그런데, 어쩐 일입니까?”
“안부가 궁금해서 전화했네.”
“거짓말이 많이 늘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하인선과 천성한, 그리고 이석의 관계를 어떻게 알았나?”
“그게 중요합니까?”
“그건 아니네. 내 말은 확실하냐는 거지.”
“검사하면 될 걸 굳이 저한테 전화하신 이유가 뭡니까?”
박수길은 대답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검사하면 되는데…… 위험이 컸다.
“크흠, 그런데 비밀을 알린 이유가 뭔가?”
“되지도 않는 혈통을 들먹이며 황제가 되겠다는 미친놈을 막아야죠.”
“나보고 이석 회장을 막으라고?”
“아니요. 결국은…… 윤정훈이 막을 겁니다. 제가 그걸 보낸 이유는…… 목숨 걸고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뭘 말인가?”
“우리가 믿었던 그 모든 게 한낱 부질없는 겁니다.”
“뭔 소리야?”
“핏줄, 혈통, 황족, 사대부…… 종놈도 재벌이 되는 세상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한판수는 전화를 끊었다.
“불쌍한 사람, 쯧.”
혼잣말을 한 그는 고개를 들었다.
‘붉은색이 저리도 다채롭고 아름다울 수 있다니.’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대지에 붉은 황혼이 쏟아지고 있었다.
탐욕과 복수를 상징하던 색은 그 옛날 어머니의 저녁상을 떠올리는 그리움으로 변했다.
“아빠, 밥 먹어. 김치찌개 끓였어.”
자신을 찾는 딸의 목소리.
옷깃을 여민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진수성찬이 눈 앞에 있었다.
“유라야, 매일매일 이렇게 차리면 안 힘들어?”
“힘들긴, 요리가 취미인데.”
“고맙다. 딸!”
“됐고, 많이나 드세용. 아 그리고 내일 인터뷰하러 온대.”
“쓸데없이.”
한판수의 이마에 옅은 주름이 그려졌다.
“전 재산 기부했으면 사진 하나는 찍어야지.”
“아깝지 않냐?”
“전혀.”
“그런데 아빠는 이석의 부친이 천성한 장관인 거 어떻게 알았어?”
“냄새 때문이지. 천성한의 몸에 나는 향수와 하인선의 몸에 나는 향수가 같았어.”
“아빠가 냄새를 그렇게 잘 맡을 줄 몰랐는데…… 그리고 그 잘생긴 은수 씨가 하인선과 이헌의 아들인 거야?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그거? 세 사람이 똑같이 생겼는데. 이헌, 하인선, 정은수.”
고개를 갸웃했다.
가족은 항상 마주보기 때문에 서로 닮는다.
증오와 배신으로 얼룩진 세 사람이 서로 닮은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유라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떨쳤다.
창밖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한유라의 쓸데없는 상념을 모두 빼앗아 버렸다.
넋을 놓고 저물어 가는 황혼을 지켜봤다.
포근한 어둠이 곧 감싼 대지.
한적한 시골의 여유로운 풀벌레가 소리를 높여 운다.
부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아, 그 윤정훈은 아직도…… 사귀겠지?”
“그만 잊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거야!”
“그런 거 아니야!”
한유라의 날카로운 살기가 한판수를 쏘았다.
***
“대표님.”
“아……. 미안, 하 여사님이라고?”
한판호와 통화를 생각하던 박수길은 비서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네, 지금 들어가시라고 할까요?”
“그래, 들여보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짙은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하인선이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이리로 앉으시지요.”
하인선은 소파에 앉았다.
다리를 꼬며 팔짱을 낀 그녀.
매서운 눈초리로 박수길을 노려보았다.
“아직까지 유언장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게…….”
박수길은 얼버무렸다.
천지회를 위해 지금 공개할 수 없다.
친자 확인 소송을 하면……조직의 치부가 드러난다.
짜증이 난 그녀는 팔짱을 풀고 손바닥으로 팔걸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퍽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여사님”
박수길은 그녀의 표독스런 눈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눈앞에 까딱거리는 그녀의 발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살에 매끄러운 피부, 고운 종아리가 눈길을 끌었다.
‘하, 여전하구만. 천성한 새끼가 부럽군!’
박수길의 시선은 멈출 줄 몰랐다.
아래에 있던 시선이 위로 올라와 노골적으로 그녀의 원피스 속으로 파고들었다.
‘남자들이란.’
자신을 훑어보는 끈적한 시선을 확인한 그녀는 다리를 풀고 손을 무릎 사이에 두었다.
그만 체통을 지키라는 신호였다.
“으흠.”
헛기침을 한 다음 다시 그를 노려보았다.
“말씀을 해 보세요. 유언장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확인이라니요. 도대체 뭘 말입니까?”
유리를 긁는 듯한 하인선의 목소리.
날카로운 드릴이 머리에 박히는 듯한 두통이 밀려왔다.
조직을 위해 참고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여사님.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다 천지회를 위해서입니다.”
“됐어요. 유언장 가져오세요.”
“안 됩니다. 공증을 선 변호사가 한 명 더 있습니다. 그리고 이헌 님께서 100일 뒤에 공개하라고 하셨습니다.”
“뭐? 100일요? 그리고 공증한 변호사가 또 있다구요?”
“그 사람, 여기 소속 아닙니까?”
“……그게”
불길한 대답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는 사무실을 이리저리 배회했다.
“그게……라니요? 대답이 왜 그렇죠. 그 변호사 어디 있어요? 당장 데려와요.”
“신화그룹 법무팀에 있습니다.”
“뭐요? 신화그룹 법무팀? 이런 병신같은 영감이…….”
하인선의 새하얀 피부가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도톰한 입술을 잘근잘근 짓이기는 그녀.
“이, 이……, 밥 처먹고 할 줄 아는 게 계집질 말고 뭐야?”
하인선의 목소리가 방안을 뒤흔들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박수길의 책상을 쓸어버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책상 위의 있던 모든 것이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퍽
‘대표 변호사 박수길’
크리스털로 제작된 명패도 산산조각 났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박 영감. 일을 이딴 식으로밖에 처리 못 해? 스타그룹이 주는 밥에 빌어먹고 사는 주제에 시킨 일도 제대로 못 해?”
박수길은 대답하지 않았다.
천천히 일어선 그는 하인선을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고개를 숙이며 굽신대던 그가 아니었다.
“말씀이 심하십니다.”
잔뜩 화가 난 그녀와 달리 건조한 목소리.
그는 부서진 자신의 명패를 내려 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이 오히려 불안을 만든다.
박수길의 한쪽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선을 넘었어.’
천지회의 친위대가 괴멸되었다.
이헌의 힘도 자취를 감추었다.
모든 힘을 잃은 계집년.
철부지 아들과 쓰러져 가는 그룹.
결국 가진 거라곤 잘난 몸뚱어리 하나밖에 없다.
박수길은 서늘한 표정으로 하인선에게 다가갔다.
“자네는…… 선을 넘었어. 질서를 어지럽혔어. 하인선, 네년은 절제를 몰라, 쯧. 천한 핏줄은 속일 수 없다더니, 감히 어디서.”
자신의 향해 오던 남자를 피해 뒷걸음치던 그녀.
– 짝
타는 듯한 열기가 볼에 전해졌다.
갑작스런 그의 손찌검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무, 무슨 짓이야.”
흉측한 그의 얼굴에 온몸이 굳었다.
“오, 오지 마. 저리 가!”
이미 전의를 상실한 그녀는 물러설 수 없는 곳까지 뒷걸음쳤다.
피할 수 있는 공간은 더 이상 없었다.
박수길의 얼굴이 바짝 다가왔다.
“흡.”
그의 손이 자신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악
“더러운 년, 천성한의 장난감이면 나도 가지고 놀아도 되지 않나?”
“무, 무슨 말이야?”
“아무도 모를 줄 알았나? 내가 유언장을 왜 공개하지 않는지 말해 줄까? 네 더러운 몸뚱어리 때문이야.”
자신의 몸에 바싹 붙은 박수길.
얼굴을 피해 고개를 획 돌렸다.
그의 몸이 더욱 밀착되었다.
끈적한 목소리가 촉수처럼 하인선의 귀를 파고들었다.
“친자 확인 검사를 하라더군. 친아들과 그의 부모에게 유산을 상속하라고 하던데…… 어떻게 공개할까?”
“……”
몸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유언장이 공개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어, 어떻게 해야 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박수길의 두 눈을 보았다.
활활 타고 있는 눈빛으로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자신을 노리던 뱀 같은 눈빛.
꼭꼭 감춰진 그의 욕망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글쎄……. 네년이 하기에 달려 있지. 유언장 같은 종이 쪼가리를 바꾸는 거야 식은 죽 먹기지.”
움켜쥔 박수길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어깨를 움츠린 그녀의 몸이 더 쪼그라들었다.
결정을 해야 한다.
“약속할 수 있나?”
잔뜩 움츠러든 몸에서 겨우 비집고 나온 기어가는 목소리였다.
“물론이지.”
“지키지 못하면…… 사지가 찢겨 나갈 거야.”
“이거 무서운데. 크크크.”
-똑, 똑, 똑
문밖에서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사님,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아. 신경 쓰지 마.”
하인선이 문밖을 향해 말했다.
박수길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을 가득했다.
천천히 방문을 잠근 그는 떨고 있는 여인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오래전부터 품어 왔던 자신의 탐욕이 드디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
정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여유롭게 먹고 마시며, 책도 읽고 잠도 푹 잤다.
혼자라서 아쉽지만 간만에 찾아온 망중한.
폭풍전야의 평화 같은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내년이면 뉴욕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돈이 씨가 마른다.
이미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모기지론의 부실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장기간의 주택 가격 상승은 부실의 증거를 애써 외면했다.
태풍이 아니라 허리케인이 올라오고 있었다.
한가로운 오후, 정훈은 임철수와 함께 공원을 산책했다.
정훈은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틈틈이 시계를 확인했다.
“슬슬 결과가 나올 때가 됐는데.”
“그죠? 오늘 담판을 짓는다고 했는데…….”
“어떨 거 같아?”
“당연히 인수하겠죠. 그것도 300억 달러에. 흐흐흐”
임철수는 정훈의 얼굴을 보았다.
자신은 불안해 손이 덜덜 떨릴 지경인데 저 자식은 한치의 불안함도 보이지 않았다.
“넌 어떻게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냐?”
“실패해도 되니까요.”
“뭐?”
“이미 50억 달러에 알리바바 주식을 40퍼센트나 확보했어요.”
“그렇지.”
“사실 그것만으로 목표를 달성했어요. 물론 스타그룹이 야후를 300억 달러에 인수하면, 흐흐흐.”
기분이 좋아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래, 알리바바 주식을 공짜로 받는 거지.”
“네, 완전 공짜는 아니고 천만 달러는 빼고요.”
“왜?”
“음지에서 노력한 사람에게 줘야죠.”
임철수는 고개를 갸웃했고 정훈은 다시 시계를 보며 먼 곳을 응시했다.
곧,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여유로운 자신과 달리 스타그룹은 정신없이 바쁘겠지.
신화그룹이 야후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는 기사가 반복적으로 올라왔다.
인수 금액도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200억, 250억, 오늘 아침에 280억 달러가 넘었다.
다급해진 스타그룹은 300억 달러를 베팅하기 위해 자금 마련에 분주했다.
정훈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레전드 컴퍼니의 자회사 중 하나인 골드문 컴퍼니.
그곳을 통해 200억 달러를 스타그룹에 대출했다.
의심을 살 수 있어 시중 금리보다 1퍼센트를 높였다.
담보로 스타그룹 주식을 요구했다.
스타그룹은 주저하지 않고 미끼를 물었다.
정훈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바로 받지 못했다.
잠깐 쳐다본 다음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지금은 좀 긴장되는데요.”
“녀석, 이제 좀 사람 같네. 받아 봐.”
“네,”
“윤정훈입니다.”
“…… 방금 300억 달러에 계약했습니다.”
정훈은 아무런 대답 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방금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합니다.”
조용한 목소리로 임철수에게 말했다.
목소리와 달리 백만 볼트를 넘는 짜릿한 쾌감이 척추를 관통했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
매번 느끼지만, 공짜로 먹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알리바바 주식 40퍼센트.
정훈은 하늘을 향해 어퍼컷을 날렸다.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야호! 야후를 인수했다.”
스타그룹이 쓰러져 가는 야후를 인수했다.
천지회와 스타그룹, 그리고 신청.
파멸의 시간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
정훈은 공원에서 바로 공항으로 갔다.
내일 아침은 집에서 먹고 싶었다.
다혜의 솜씨 없는 집밥이 생각났다.
전용기에 오른 정훈은 승무원에게 부탁했다.
“오늘은 레드 와인요.”
상냥한 웃음과 함께 정훈에게 핏빛 레드 와인을 건넸다.
타닌의 묵직하고도 쌉쌀한 맛이 입안을 파고들었다.
전화기를 꺼내 차영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타그룹 비서실장에게 천만 달러 입금하세요.”
“네.”
천만 달러로 수천억 달러 가치의 지분을 공짜로 얻었다.
“그리고 알리바바에 대한 홍보 기사 본격적으로 보내세요.”
정훈은 게리와 제임스의 얼굴을 떠올렸다.
알리바바의 진정한 가치는 수천억 달러다.
야후의 가장 핵심적인 보물을 50억 달러에 팔아 버린 멍청이들.
그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상상하긴 어렵지 않았다.
잠시 후 정훈이 탄 황금빛 전용기가 창공을 향해 솟구쳐 올라갔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