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77)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77화(177/200)
#177화
박수길의 차가 빌딩 앞에 섰다.
운전기사가 문 열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박수길이 직접 문을 열고 내렸다.
빌딩 앞에서 그를 보고 넙죽 인사를 한 사람들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정훈은 안으로 들어간 그를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만약 다혜가 증거를 찾으러 들어갔다가 박수길에게 걸린다면.’
자신의 치부를 뒤지는 손녀는 더 이상 자신의 핏줄이 아니다.
아들도 내친 사람이 손녀도 내치는 건 당연하다.
곽현수가 침묵을 깨며 말했다.
“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니요, 일단 지켜보죠. 저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별일 있겠습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정훈은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지금 다혜는 뭐 하고 있어요?”
모니터에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글쎄요. 소리가 나는 거로 봐서는 뭔가를 계속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뭘 찾는 거지?”
모니터는 텅 빈 박수길의 자리만 비추고 있었다.
틈틈이 소리가 들리면서 다혜가 아직 거기 있다는 것만 알려주고 있었다.
“휴, 답답하네. 다혜 씨, 이제 그만하고 나오세요.”
손가락으로 모니터 앞을 톡톡 두드리던 차영미가 혼잣말했다.
“지금 박수 길 씨 어디 있어요?”
“진혁아!”
모니터 속 CCTV를 보고 있는 천진혁에게 물었다.
“이제 엘리베이터 타려고 해요.”
“멈출 수 있어요?”
정훈이 물음에 고개를 천진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잠시 동안은 가능할 거예요. 길어야 1분입니다.”
“일단 1분이라도 시간을 벌어야죠.”
정훈은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았다.
박수길이 안으로 들어갔다.
빌딩의 모든 엘리베이터가 일순간 멈췄다.
***
모네의 ‘수련’이 걸려있는 벽 앞에선 다혜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날 거대한 액자의 오른쪽을 손으로 만졌던 박수길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혜는 머리를 바짝 들이밀어 액자 틀을 유심히 보았다.
울퉁불퉁한 문양 속에 감춰진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드르륵
그림이 옆으로 밀리며 검은색 금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된 금고라 열쇠로만 되어 있었다.
조금 전 책상 서랍에서 찾은 열쇠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바짝 마른 입안.
그녀는 바짝 말라 찢어질 것 같은 입술에 침을 묻혔다.
입안에 거의 없는 침을 애써 삼켰다.
조심스럽게 열쇠를 돌렸다.
-철컥.
육중한 문이 앞으로 튀어 나왔다.
‘됐다. 이제 이 안에 있는 것만 가지고 나가면 된다.’
다혜는 문을 열고 안을 보았다.
큰 금고의 안은 텅 비어 있었다.
USB 몇 개와 서류 봉투만이 있었다.
서류를 뒤적여 이헌의 유언장을 찾았다.
자신의 옷 안 깊숙한 곳에 집어넣은 다음 USB도 옷 안으로 집어넣었다.
“휴”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온몸에 끈끈하게 붙어있던 긴장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런 다음 문을 닫고 그림을 원위치시켰다.
열쇠를 책상 서랍에 놓으려 할 때였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다혜는 재빨리 자신의 호주머니에 열쇠를 감췄다.
소파에 앉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잡지를 펴 무릎 위에 두었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
“엘리베이터는 왜 지랄인 거야?”
박수길의 노기가 꽉 막힌 공간을 가득 메웠다.
“죄송합니다. 지난달에 점검했는데, 다시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수길은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의 정강이를 강하게 찼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남자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퍽
-윽
“이 병신 새끼들은 일 하나를 맡겨도 이렇게 문제가 생겨. 지난달에 점검했으면 이런 일은 없어야지. 병신 같은 것들, 당장 교체해.”
“네, 죄송합니다.”
잠시 후 다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몸에 남아있는 통증도 잊은 채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어, 대표님. 박다혜 양이 안에 있습니다.”
비서의 인사도 무시한 채 문을 벌컥 열었다.
“할아버지.”
소파에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손녀가 앉아 있었다.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잡지를 보는 중이었다.
“다혜야, 어쩐 일이냐.”
“지나가는 길에 할아버지한테 인사할 겸 들렸어요. 얼마 전에 사무실 열어서 인사도 할 겸 안부 차 들렸어요.”
그녀는 자신의 가방에서 하얀색 명함을 꺼냈다.
박수길은 손녀가 전해준 명함을 보았다.
‘법무법인 동감 변호가 박다혜.’
동감? 유치한 젊은이들 장난 같았다.
“주위 사람들을 통해 소식은 들었다. 뜻이 맞는 사람들 함께 한다고?”
“네, 사무실 이름은 ‘동감’으로 지었어요.”
“동감이라, 좋은 이름이구나. 하지만 법률가는 항상 냉정해야 하는 거 알고 있겠지?”
박수길은 자신의 손녀를 타이르듯 말했다.
“네, 그렇긴 해도 제일 우선해야 할 건 공감과 동감이죠.”
박수길은 손녀의 말이 거슬렸지만 참았다.
그녀도 몇 년 더 재판을 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그런 감상이 얼마나 쓸데없는 건지.
제일 중요한 건 승리 그리고 전리품으로 오는 돈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 진리.
아직 경험이 일천한 자신의 손녀에게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 앞으로 사무실을 잘 꾸려서 이 해송을 넘어서는 로펌이 되거라.”
“네? 해송과 경쟁하는 그런 데가 아니에요. 그래도 할아버지 말씀은 새겨들을게요.”
다혜는 박수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참았다.
지금은 논쟁할 때가 아니다.
자신의 몸속에 불편하고 자리하고 있는 것들을 시급히 꺼내야 한다.
“그럼, 먼저 일어날게요.”
“벌써?”
“네, 사무실에 들어가 봐야죠. 생각보다 너무 오래 있었어요.”
“왔으면 차라도 한잔하고 가지. 도망치듯 가니 수상하구나.”
“네? 수상은 무슨요 하핫.”
다혜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몸을 움직일 때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신경 쓰였다.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았지만 다행히 눈치채지 못한 얼굴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쉰 다음 가방을 들었다.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게 마지막인 것 같아요, 할아버지.’
“저 가볼게요. 건강하세요.”
“그래, 종종 들리거라. 사무실도 지척인데.”
잠시 뜸을 들인 그녀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네.”
어깨에 멘 가방끈을 움켜쥔 다혜가 사무실 문을 나섰다.
자신을 향해 일어서 인사를 하는 비서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엘리베이터를 앞으로 가 초조한 기분으로 기다렸다.
도착 알림과 함께 문이 열렸다.
사방이 막혀있던 밀실의 문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벽에 있는 손잡이를 쥐었다.
도저히 서 있을 수 없을 만큼 다리가 떨렸다.
“휴, 다행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나와 1층 로비를 지나 건물 밖으로 나가면 모든 게 끝난다.
그러면 할아버지, 박수길의 추악한 가면을 벗길 수 있다.
다혜는 가면을 벗기기만 한다면 법조 카르텔의 굵고 단단한 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한 소리가 들렸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뿜은 그녀. 문이 열리며 멀리 밖을 나가는 거대한 회전문이 보였다.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디며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그녀를 막아섰다.
“박수길 대표님이 데려오라고 하십니다. 올라가시죠.”
다혜의 눈동자가 지진 난 듯 요동쳤다.
***
CCTV를 보던 정훈의 인상이 구겨졌다.
무사히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이 다혜를 데리고 올라갔다.
그녀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문제가 발생한 건 확실하다.
차영미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물었다.
“보스, 어떡해요?”
“어떡하긴요, 구해야죠.”
정훈은 그녀를 보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더 이상 생각할 필요없다.
위기에 빠진 게 분명하다.
그녀를 구한다.
문을 열었다.
차들이 바삐 오가는 차도를 건넜다.
깜짝 놀란 차들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다.
“야이, 새끼야. 눈은 집에 두고 왔냐?”
시끄러운 욕설이 귀에 박히고 크락숀을 요란하게 울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큰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했다.
박수길과 하인선이 결탁한 지금 조심하는 게 좋다.
정훈은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자 주변을 감시하던 보안요원들이 빠른 걸음으로 정훈에게 다가왔다.
“약속이 없으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퍽.
곽현수가 달려와 보안요원들을 제압했다.
왼쪽을 맡은 그.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경비들은 지현복이 막았다.
보안요원들은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내고 있다.
정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보안요원들 수준은요?”
“별 볼 일 없습니다.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날카로운 금속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깜짝 놀라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피했다.
‘뭐지? 보안요원들이 왜 칼을 들이밀지?’
놈을 뒤로 눕히며 발을 들었다.
정훈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온 남자의 턱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뼈가 부러지는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나가떨어졌다.
눈앞에 10여 명의 보안요원이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놈들은 보안요원이 아니다. 다혜가 위험하다.’
“누구냐?”
“알 거 없다.”
엘리베이터 안과 밖으로 대치한 상황.
날카로운 엘리베이터 경고음만 귀를 거슬리며 울어댔다.
정훈의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으로 차영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어요. 어떡해요? 지금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박창수에게 전화해 사람들을 불러요.”
곽현수가 차영미에게 말하자마자 화재 싸이렌이 울렸다.
“화재 상황입니다. 모두 건물 밖으로 나가 주세요. 해송의 직원들을 모두 계단을 이용해 건물 밖으로 나가주세요.”
안내방송을 들은 정훈을 입술을 깨물었다.
‘이것들이 작정을 했구나.’
일반인들을 모두 내보낸 다음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하려 하는 게 분명했다.
정훈은 눈앞의 상황에 집중해야 했다.
박수길의 사무실 안에 다혜가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건장한 남자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칼을 든 이놈들은 박수길의 보안요원이 절대 아니다.
남아있는 무력은 결국 ‘신청’이다.
이놈들을 제압할 방법은 지금은 김애월의 멱살을 쥐는 것뿐이다.
“차영미 씨.”
“네, 보스”
“박창수 씨에게 여기 말고 남산으로 가라고 하세요. 거기서 김애월을 사로잡으라고 하세요. 그럼 알아들을 겁니다. 그게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네?”
“어서요.”
“아, 알겠습니다.”
일단 시간을 벌어야 한다.
“두 분은 여기 있으세요. 저는 들어가서 이야기를 좀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두 사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됩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합니다. 저희가 길을 열겠습니다.”
“그럼 다혜는요?”
정훈의 질문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혜가 아니라도 똑같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버리고 갈 순 없습니다. 저는 반드시 구합니다.”
“저희가 구해보겠습니다.”
“목숨을 버릴 겁니까?”
그들은 대답 없이 눈빛만을 반짝였다.
그 눈빛은 이미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살 방법은 시간뿐입니다. 저를 믿으세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정훈은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가로막고 있던 남자들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그려졌다.
다혜가 사로잡혀 있는 박수길의 방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날카로운 살기를 내뿜는 자들이 자신을 에워싸며 함께 움직였다.
언제라도 날카로운 칼이 복부 깊숙이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문손잡이를 잡았다.
처음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며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다.
하지만 정훈은 믿었다.
평소에도 천신재를 감시하던 박창수는 주변에 뛰어난 조직원들을 배치했을 것이다.
‘신청’의 무력이 이곳으로 쏠린 상황.
천신재를 지키는 사람은 분명히 아무도 없다.
‘김애월’을 사로잡는다면 살길이 보인다.
손잡이를 돌린 다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파 상석에 앉아 있는 박수길 옆에 다혜가 있었다.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손녀를 죽일 셈입니까?”
정훈이 박수길에게 물었다.
“더 이상 손녀가 아니야. 내 것을 훔쳐 가려는 도둑년이지”
테이블 위에는 서류 봉투와 USB가 놓여있었다.
“네 놈이 시킨 것이냐?”
“그게 중요합니까?”
“하긴, 어차피 여기서 죽을 목숨이니 이젠 상관없겠지.”
“글쎄요. 과연 그렇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뭐?”
정훈의 말을 들은 박수길의 표정이 굳었다.
“네 놈의 그 혀도 같이 뽑고 싶군.”
“할 수 있으면요.”
정훈은 다혜 곁으로 가 옆에 앉았다.
덜덜 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시체만큼 차가웠다.
손의 체온으로 덮여 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때 정훈의 전화기가 울렸다.
동시에 박수길의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전화기도 요란하게 울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