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95)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195화(195/200)
#195화
움츠렸던 가슴이 펴졌다.
벅차오르는 감동이 척수를 타고 올라온다.
뒷방 늙은이처럼 황궁에 숨죽여 지냈다.
내 아버지는 실패했다.
나에게 실패란 없다.
신이 보내 준 인물이 눈앞에 있다.
명분이 없어서 집어삼키지 못했던 먹잇감.
반도의 조선!
알아서 무력 도발을 하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자신의 발밑에서 개처럼 꼬리를 흔드는 남자.
순간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왕국을 건설할 희망에 부풀어 있을 텐데. 쯧.
한국군이 우리 해양 순시선을 침몰시키면 전쟁이 시작된다.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은 비교할 수 없는 수준.
개전과 동시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서울을 점령한다.
그 옛날 우리의 동맹 나치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전격전으로 진행한다.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전쟁을 끝낸다.
그 다음 안정기를 거쳐 황궁을 청와대로 옮긴다.
대륙 진출의 꿈이 그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손끝이 떨릴 만큼 위대한 계획, 아버지의 꿈을 아들이 완성한다.
“천 장군, 고개를 드세요.”
신의 선물, 이 귀여운 개새끼가 우리를 위해 빌미를 제공할 것이다.
자신 앞에 머리를 조아린 채 꼬리를 흔드는 사내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대일본 제국의 영광을 위해 큰 희생양.
“이제 새 나라의 주인이 되실 분을 보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감사합니다. 천황폐하.”
권좌에서 일어섰다.
집사가 다가와 천성한 앞에 작은 교자상을 두었다.
위에 오래된 조선 백자 술병과 잔이 있었다.
낡고 오래된 하얀 빛깔.
아무런 장식도 문양도 없는 극단적인 단순함이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잔을 드세요. 조선에서 데려온 도공이 만든 국보급 문화재입니다. 조선에서는 관심도 없던 백자를 우리 일본은 이렇게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대일본제국 아래, 흠흠.”
속내를 들킨 뻔한 그는 헛기침을 한 다음 재빨리 말을 이었다.
“대일본제국과 함께 새 나라에 광명이 찾아올 겁니다. 대일본제국을 위해 새로운 조선을 만드세요. 이것이 내가 당신께 맡기는 사명입니다.”
“감사합니다. 천황 폐하.”
천성한의 감사 인사에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빈 잔을 들고 있는 천성한의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드세요.”
고개를 돌려 잔을 비운 다음 다시 머리를 조아린다.
“그럼 이만 나가 보세요. 그대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천황 폐하를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겠습니다.”
사냥개로 쓸 남자가 뒷걸음으로 나가자마자 손을 들어 집사를 불렀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이헌의 미망인이 무슨 연유로 찾아왔는지 궁금하군요.”
“네.”
잠시 후 검은색 원피스에 재킷을 걸친 그녀가 들어왔다.
“천황 폐하를 뵙습니다.”
조신한 목소리로 예를 표하는 그녀를 보았다.
신비로울 만큼 짙고 커다란 검은 눈동자를 잊을 수 없었다.
20년을 넘겨 숨죽이며 봤지만 늙지 않는 미모.
입안에 침이 고였다.
그녀가 자신을 만나려 한 이유보다 무릎 꿇고 있는 그녀의 하얀 다리가 더 신경 쓰였다.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 후 입을 열었다.
“어쩐 일입니까?”
“천황 폐하의 계획을 축하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대답 대신 재킷을 벗는 그녀.
끈으로 된 원피스를 입고 있어 감춰졌던 하얀 속살이 훤히 드러났다.
다시 입안에 침이 고인다.
“반도의 천지회를 위해 폐하께서 큰 도움을 주시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천장관이 큰일을 시작하기 전 성대한 연회를 부탁했습니다.”
“흠.”
연회까지?
천황은 혀를 찼다.
이제 곧 있을 사냥이 끝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천성한이 성대한 연회까지 준비했다니.
준비를 했다면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그런데 왜 천성한과 따로 온 거지?
의심이 싹을 틔웠다.
그리고 천성한은 왜 말이 없었지?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함께 알현할 것이지 이렇게 따로 온 이유가 있소?”
추궁했다.
“보안을 위해서입니다. 신화그룹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흠, 신화그룹?”
이해가 되었다.
막강한 정보력을 자랑하는 그들.
이번 작전의 최대의 적수.
그들의 눈을 피해야 한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다시 준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려 할 때였다.
하인선이 선수를 쳤다.
“이번 연회에는 천황 폐하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직접 시중을 들겠습니다. 그간의 노고를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 시중을 든다고?’
입술이 바짝 말랐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힐긋거렸다.
남몰래 훔쳐보던 여인이다.
‘최선을 다한다?’
그녀의 말을 해석하는 데 모든 생각을 쏟아부었다.
직접 시중을 든다는 단 한마디에 모든 의심이 사라졌다.
헌신한다는 건 분명히, 그녀의 진심이다.
“그렇게 합시다. 그럼 시간과 장소를 통보하세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벗어 두었던 재킷을 걸치고 일어선 그녀.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고상하고 우아한 자태.
이제 곧!
그는 문밖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좇았다.
***
도쿄 외곽 해안가의 최고급 비밀 료칸에 현양사의 최고위급 멤버가 모였다.
자위대 육, 해, 공군 막료장과 통합 막료장.
일본 내각 총리대신과 핵심 부처의 장관, 검찰총장과 대법원장 등 이십여 명이 조금 안 되는,
현양사를 이끄는 핵심들이었다.
모두 뜨거운 온천에서 몸의 긴장을 풀었다.
“도쿄 근처에 이렇게 좋은 료칸이 있다니 의외입니다.”
“허허, 이번에 새로 생겼다는군요.”
“오늘 연회가 기대됩니다.”
통합 막료장 다케오가 말했다.
“그런데 정말 오늘 천황 폐하께서 참석하십니까?”
총리대신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영광이 있습니까? 어서 목욕을 마무리하지요.”
“너무 조급해 마십시오. 오늘 밤은 아주 길 겁니다, 허허허.”
총리대신이 통합막료장을 보았다.
“준비는?”
“완벽합니다. 내일 새벽 출항합니다.”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 총리대신의 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됩니다. 한국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게 뭐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약속을 저버리다니요, 미개한 조선인을 개화하기 위해 우리 현양사가 나서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남자의 웃음에 모두 따라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노천탕에 울려 퍼지는 비린 웃음.
“한국 쪽에서는 국지 교전을 예상하지만, 우리는 단숨에 서울을 점령하고 한국의 항복을 받아 내야 합니다. 동시에 한국의 첨단산업과 중공업단지를 괴멸해야 합니다.”
“생각만 해도 즐겁습니다.”
“오늘 취하도록 마셔 봅시다. 앞으로 한동안은 술 마실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
총리대신은 이 자리에 모인 현양사 회원들을 살펴보았다.
자신과 함께 대륙 진출을 위해 함께하는 동지들.
그들과 함께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첨벙거리는 물소리를 일으키며 탕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출발합니다. 천황 폐하도 도착하셨답니다. 천황 폐하가 마련해 주신 오늘 연회에서 거나하게 놀아 봅시다.”
물 밖으로 나온 남자들은 목욕 가운을 걸친 채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 연회장으로 갔다.
***
늦은 밤.
도산대로 변에 있는 대형 빌딩.
스타그룹의 계열사 스타 디펜스의 본사로 사용하는 곳.
실제로는 천성한의 하나회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회사다.
천성한은 특전사령관의 문자에 기분이 언짢았다.
-장군님, 스타 디펜스 본사에서 9시에 연회가 있습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국지적인 교전이지만 어쨌든 전쟁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청와대를 접수하는 쿠데타를 일으킨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결전에 앞서 파티는 필요했다.
“하, 짜식들이 승리의 축배를 들어야지, 전쟁 전에 술은…….”
오늘이 아니면 언제 마실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일은 최소한 상의를 했어야 하는데.
천성한은 시간에 맞춰 스타디펜스에 도착했다.
로비에서 자신을 맞이하는 경호원의 얼굴이 낯설었다.
입구 경호원이야 수시로 바뀌곤 했으니 신경 쓰지 않았다.
건물 지하에 마련된 연회장.
하룻밤 끈적하게 놀기에는 사방이 뚫린 곳보다는 꽉 막힌 곳이 좋다.
육중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렸다.
단체로 자신을 향해 경례했다.
“충성”
연회장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였다.
절제된 손짓으로 그들의 경례를 받은 다음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허허, 이 친구들, 승리의 축배를 들어야지 전쟁을 앞두고 술이라니…… 하하하, 뭐 어쩔 수 있나 자리를 마련했으니 오늘 끝까지 마셔 보자구.”
천성한의 말을 들은 특수전 사령관 한덕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생각을 하는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천성한에게 물었다.
“천 장군님 연회를 마련하신 게 아닙니까?”
“뭐? 자네들이 마련했다고 문자를 보내지 않았나.”
“아, 아닙니다. 장군님이 보낸 문자를 보고 모인 겁니다.”
한덕수 사령관이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낸다.
“뭐?”
전화기를 열어 문자를 보여 줬다.
천성한의 귀에 거슬리는 현악 4중주.
“음악 꺼!”
거칠게 소리를 내질렀다.
연회장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침묵,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한 순간.
천성한의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자네들, 모두 내 문자를 보고 모인 건가?”
“네, 장군님. 무슨 일입니까?”
“자네들이 이 연회를 준비한 게 아니란 말이지?”
모두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장군님.”
얼굴에 식은땀이 조금씩 비치기 시작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 연회는 중단하고, 그곳을 접수한 다음에 한잔하도록 하지.”
그때 다시 중단되었던 현악 4중주 연주가 시작되었다.
천성한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음악 끄라고 했잖아, 이 새끼야!
다시 멈춘 음악.
첼리스트가 그를 힐끗 보고 다시 활을 잡았다.
“이 미친 새끼가?”
테이블 위에 있던 맥주병을 손에 쥔 천성한은 눈을 부라리며 첼로를 켜는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자신을 본 그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비웃는 듯한 표정.
‘미친 거야? 하여튼 이 개새끼들은 말귀를 못 알아 처먹어서 문제야.’
맥주병을 하늘로 올려 그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치려 손을 위로 올렸다.
내릴 수 없었다.
그의 뒤통수에 차가운 쇠붙이의 서늘한 촉감이 느껴졌다.
얼음처럼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
“거기까지. 두 손 높이 들어.”
익숙한 목소리였다.
자식같이 챙겨 주던 그 자식이 분명했다.
자신을 그림자처럼 지켰는데.
어느 순간 윤정훈의 가랑이 밑에서 개처럼 꼬리를 흔드는.
“지, 지현복 이 배신자 새끼가.”
천성한이 손에서 놓친 맥주병이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이 조각났다.
***
일본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저 안에 있다.
검은 조직 현양사.
제국주의에 망령에 사로잡혀 호시탐탐 대륙 진출을 꿈꾸는 어리석은 자들.
박창수는 그들을 없애야 했다.
그것이 자신의 숙명이다.
그것이 자신의 선조들이 겪은 수난과 고초에 대한 복수다.
오늘을 위해 신병규에게 부탁해둔 공간이 이 료칸이다.
이렇게 빨리 저들이 모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모두 하인선의 역할이 컸다.
그녀는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궁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한국에서의 사정에는 딱히 관심이 없던 그들.
그녀를 여전히 자신들의 편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준비한 특별한 만찬.
현양사의 회원인 일본 행정부의 관료와 군부의 최고위층이 모였다.
“후우.”
심호흡을 했다.
자신이 가진 무기를 점검한 다음, 조부가 남겨 주신 검을 쥐었다.
복수!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나.
자신이 해야 할 숙명이다.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아래로 축 처져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가방을 한 손에 들었다.
조부의 칼은 등에 멨다.
숨을 고른 다음 고개를 들어 앞을 향해 걸었다.
이제 곧 만날 죽음.
솔직히, 떨렸다.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였다.
박창수가 있는 곳까지 다가온 검은 세단은 조용히 그의 곁에 섰다.
갑작스러운 자동차의 출현에 흠칫 놀란 그는 품 안에서 있던 총을 손에 쥐었다.
운전석을 노려보며 총구를 올렸다.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당신이 왜?”
한국으로 돌아갔어야 할 그녀, 하인선이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