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200)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200화 (완결)(200/200)
#200화
정훈은 비행기 안으로 건들거리며 들어오는 강철중을 보았다.
강철중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여, 우리 아우님.”
정훈은 그를 처음 본 날을 생각했다.
자신을 후배님이라 부르며 비아냥댔던 그였다.
손에 쥔 사건 파일을 흔들면서 경멸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 보던 눈빛.
잊을 수 없었다.
어쨌든 모든 것의 시작은 그였다.
이전 삶에 있었던 강철중의 조롱과 멸시에서 모든 게 시작했다.
분노는 무기력한 삶의 힘찬 엔진이 되었다.
그 덕분에 좀 더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았고 결국 현정옥을 만났다..
폭발과 함께 끝날 줄 알았던 삶은 두 번째 기회를 움켜쥐었다.
두 번째 인생은 천지회라는 거악과 자신의 투쟁이었다.
피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첫사랑 다혜를 얻었다.
여린 주먹으로 뒷골목을 전전하다 끝내 사라진 은수를 구했다.
자신을 조롱하고 멸시했던 철중은 가장 신뢰하는 벗이 되었다.
이전 삶에서 천지회에 의해 뒤틀린 삶을 살아야 했던 차영미와 지현복을 구했다.
천지회의 중심이었던 박현철은 참회의 길을 걷고 있다.
천진혁도, 마찬가지다.
은수의 어머니, 하인선도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결국……, 자신감이었다.
혼자라고 생각해 모든 것을 미리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 자신이 혼자가 아니란 걸 알았다.
사실 이전 생도 절대로 혼자가 아니었다.
외롭지 않게 곁을 지켜주던 은수, 멀리서 나를 지켜보던 다혜도 있었다.
다만 눈감은 채 스스로를 고립시켜 주변을 살피지 않았을 뿐이었다.
눈을 뜨자 모든 게 달라졌다.
정훈이 여기까지 온 것은 현금왕의 손자였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눈을 뜨고 비로소 주변을 살펴봤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정훈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그려졌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았다.
‘저 눈빛은 조롱하는 건데.’
“우리 후배님, 어디 아프십니까? 실실 쪼개고 그래, 약 사 줄까?”
“크흠, 아니, 아니야.”
강철중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석을 잠깐 내려다보곤 정훈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는 잠깐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휴, 이제 다 정리된 건가?”
그의 말에 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끝난 거 같아.”
“정말, 고생했다. 거악을 척결하고 신화그룹이라는 제국을 건설했어. 너 아니면 불가능했을 거야.”
강철중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잠깐 침묵한 그, 눈동자가 붉어지며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았어. 아버지도……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강철중이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화제약에서 개발한 신약으로 임상시험 한 거 들었지? 기대할 만한 것 같던데.”
“그래, 아버지도 깨어나시겠지.”
창밖을 보던 강철중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념을 털어 버리려는 듯 머리를 살짝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간다. 너는 끝이지만 나는 이제 시작이야. 하여튼 씨발, 졸라 고맙다. 일거리 잔뜩 줘서.”
“형, 원한다면 더 줄 수 있는데.”
“아서라. 참 네 장인어른한테 너도 낚시 좋아한다고 했다. 크킄!”
“뭐? 괜찮아. 형 난 그분 전화번호 차단했어.”
“하, 뭐? 이 졸라 냉정한 새끼. 간다.”
강철중과 함께 수갑을 찬 이석이 사라졌다.
모두가 떠나고 혼자 남았다.
창밖으로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정훈의 귀에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네, 비서실장님.”
“준비 다 됐습니다. 기다릴게요.”
“금방 갈게요.”
전화를 끊고 비행기에서 내린 정훈은 백마처럼 빛나는 하얀 부가티를 탔다.
-부우우웅
엔진의 굉음이 격납고를 때려대자 외벽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공항을 벗어난 정훈은 생각보다 빨리 회사에 도착했다.
회장실로 들어가며 경쾌하게 소리쳤다.
“커피 한 잔, 진하게!”
***
이병석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회장님의 지시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중이었다.
10조의 돈이 들어왔다.
그 돈을 천지회와 하나회, 그리고 스타그룹에 의한 피해자들에게 분배하는 프로그램이다.
영미가 명단을 제공했다.
진혁이가 도왔는데도 쉽지 않았다.
이건 프로그램을 짜는 게 아니라 계좌번호와 금액을 입력하는 단순노동이었기 때문이다.
“휴, 다했다.”
이병석이 얼굴에 가득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잠시 후 천진혁이 입을 열었다
“네, 다시 한번 확인했는데 다 맞아요.”
“고생했어, 진혁아.”
“아니요, 형이 고생했죠.”
천진혁이 이병석을 보고 미소 지었다.
아직도 어색한 웃음이지만 아주 많이 나아졌다.
이병석은 고개를 돌려 곁에 있던 영미를 보았다.
졸고 있었다.
“영미야!”
이름을 부르자 영미가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영훈아!”
그녀의 입에서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 나왔다.
창가에 앉아 바깥만 쳐다보던 지현복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영미야 괜찮아?”
“아, 괜찮아. 오빠, 나 귀신 꿈꿨또.”
잠에서 깬 그녀의 혀짧은 말.
같은 공간에 있던 지현복과 천진혁의 얼굴이 폐차장에서 눌린 자동차처럼 하얗게 납작해졌다.
하지만 이병석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게 더 무서웠다.
“어, 우리 영미. 괜찮아?”
그녀를 달랜다.
“엉, 이제 괜찮아. 꿈에서 영훈이 귀신 봤어. 오빠보고 살 빼래, 그리고 요즘 바쁘대, 천성한 꿈에 들어가 그놈 괴롭힌다고 바쁘데. 그러니까 이제 괜찮대.”
“아, 그래. 영훈이 자식 누나 닮아서 잔인하구나. 역시 피는 못 속이네.”
“컥!”
이병석의 얼굴이 종이짝처럼 구겨졌다.
“미, 미안.”
정강을 세게 차인 그가 발을 동동거리며 구석으로 도망갔다.
그녀는 자신을 힐긋거리는 지현복을 보았다.
“영훈이가, 미안하대.”
“뭐, 뭐가요? 죽은 놈이 뭐가 미안해요?”
자신의 두 손을 본 지현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날 못 나가서, 그리고 괜찮대. 네 잘못이 아니래.”
“네?…… 아…….”
그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고개를 돌려 창밖만 바라보는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적막한 순간.
차영미가 큰소리로 말했다.
“자, 다 됐지? 그럼 회장님께 전화한다.”
“넵.”
감정이 메마른 천진혁만이 아무일도 없었던 듯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
정훈은 소파에 앉아서 최상급 원두를 갈아서 내린 커피를 마셨다.
깊고 고소한 향이 코 끝에 느껴졌다.
묵직한 쓴맛이 입안을 점령했다.
카페인이 혈관을 타고 흐르며 지친 세포들을 다시 일깨운다.
“정말 향이 일품이군요.”
커피에 일가견이 있는 곽현수가 감탄한 표정으로 맛을 평가했다.
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표정을 지은 그를 보았다.
그 옆에서 미간에 주름을 잔뜩 그린 은수가 투덜댔다.
“윽, 이걸 왜 먹냐? 차라리 콜라를 마셔!”
시답지 않은 소리라 무시했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차영미와, 노트북을 든 이병석, 그리고 천진혁과 지현복이 있었다.
“들어오세요.”
정훈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나란히 앉았다.
지금까지 곁을 지켜준 사람들.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박창수 씨는요?”
질문을 하자마자 문을 닫으며 자리에 앉았다.
“늦었습니다.”
정훈은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 여기까지 함께 하느라 고생 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대로 눈빛을 교환했다.
지난 시간이 기억 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였다.
감격스러워 목이 메였다.
어색해지려는 순간 차영미가 말했다.
“흠, 아직 안 끝났어요. 회장님. 방심하지 마세요.”
그녀가 주의를 줬다.
“네. 아직 끝이 아니죠.”
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병석이 노트북을 정훈에게 내밀었다.
“엔터 키만 누르면 이석의 모든 돈이 피해자들에게 갑니다.”
“만든다고 고생했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정훈은 천천히 노트북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검지로 엔터키를 눌렸다.
아주 작은 힘만 필요했다.
‘로딩 중’이란 화면이 뜨고 10초도 되지 않아 ‘완료’ 메시지가 떴다.
“끝났나요?”
“네, 모든 돈이 스타그룹의 피해자들에게 갔어요. 이석과 천지회는 이제 절대 재기할 수 없을 것에요.”
맥이 빠진 기분이었다.
천성한을 처단하고 이석을 감옥 넣고 그가 빼돌린 모든 돈을 피해자들에게 분배했다.
정훈이 두 번째 삶을 시작하며 꿈꿨던 복수가 마무리 되었다.
완벽하게!
순간 허무했다.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복수였다.
목표를 완성한 순간 자신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자신의 원동력은 복수였으니.
질주하던 자동차가 멈춰선 순간의 적막함과 공허가 정훈을 감쌌다.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았다.
“흠, 그럼 이만 마치죠.”
자리에서 일어난 정훈이 나지막이 말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사람들 모두 일어나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했다.
복수를 완성한 정훈에게 경의를 표했다.
정훈도 생사를 함께한 전우들에게 진심어린 예의를 갖췄다.
조용히 사람들이 빠져나간 텅 빈 회장실.
칠흑 같은 어두운 창밖을 보았다.
한참을 응시하고 있을 때 따뜻한 온기가 손에 전해졌다.
다혜였다.
“네가 자랑스러워.”
정훈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무 말 없이 어둠이 깔린 창밖만 응시했다.
침묵을 깼다.
“모두 끝난 거 같아.”
다혜는 정훈을 보았다.
긴 싸움을 이겨 낸 그의 얼굴에서 승리자의 영광이 보였다.
그리고, 쓸쓸해 보였다.
“아니, 끝이 아니야. 얼마 지나지 않아 천지회와 하나회 같은 사람들은 또 다시 고개를 내밀 거야.”
“그래, 다혜, 네 말이 맞아. 어쩌면 지금도 은밀히 숨어 있을지 모르지. 그들과 맞서는 게 내 운명일 지도.”
“아니, 너의 운명은 우리 셋이 행복해지는 거야.”
다혜는 정훈의 손을 자신의 아랫배로 천천히 가져갔다.
자신 안에서 약동하는 미약한 움직임을 그가 느끼길 바랐다.
***
신화병원 VIP실.
병실을 지키며 티비를 보던 한연주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담당 주치의 선생님의 회진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는 그녀의 인사에 간단하게 목례를 한 다음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신약을 쓴 지 이제 한 달이 다 되어 가네요. 이런 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아……”
침묵이 흘렀다.
서로가 알고 있는 말이었기에 굳이 입 밖으로 꺼낼 필요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주치의가 나가고 한연주는 눈가에 밴 물기를 황급히 닦아 냈다.
아직 끝이 아니다.
그의 심장이 멈추지 않는 한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연주는 남편의 손을 꽉 쥐며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여보 오늘 철중이 티비에 나온데.”
대답은 없었다.
평온한 그의 얼굴을 보며 쓸쓸하게 미소지었다.
어제 철중이 전화를 했다.
오늘 티비에 나올 수도 있다고 꼭 보라고 신신당부했다.
검사가 왜 티비에 나오냐고 물었다.
자신이 담당하는 사건의 선고가 있는 날이라 했다.
아들이 담당하는 사건.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과 국민들이 주목하는 재판.
하나회를 통해 쿠데타를 꿈꾸던 천성한.
천지회의 주인이자 자신을 황제라 칭한 이석.
쿠데타를 통해 황실을 재건하고 대한민국을 손에 넣으려던 미치광이들에 대한 재판이 있는 날이다.
두 사람에 대한 1심 선고가 오늘이다.
리모컨을 눌러 티비를 켰다.
뉴스 속보가 나왔다.
“조금 전 천성한 전 장관과, 이석 스타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담당 검사인 강철중 검사님을 잠시 모시겠습니다.”
티비 화면에 아들의 얼굴이 보이자 환한 웃음이 얼굴에 가득해졌다.
“여보, 철중이 나왔어. 철중이! 내 아들이지만 정말 잘 생겼어, 그죠?”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다.
혹시나 반응할 수는 없지만, 만약 의식이라도 깨어 있다면 쓸쓸하지 않도록 말 걸고 있을 뿐이다.
티비 속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성한과 이석이 사형 선고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역사적인 판결입니다.
천지회와 하나회라는 거악과 맞서 싸운 많은 사람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강 검사님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정치권에서 영입 제의가 있다는데 사실입니까?”
“여기서 말할 주제는 아니군요. 그럼 이만.”
티비 속 철중을 보던 그녀는 혀를 끌끌 찼다.
“하여튼, 저렇게 매너가 없다니까.”
질문을 하던 미모의 리포터에게 쌀쌀맞게 대하는 아들이 영 불만이었다.
“하여튼, 당신 닮아서 정말 큰일이야.”
그녀는 고개를 돌려 누워 있는 그를 보았다.
그리고,
기적처럼 그의 눈꺼풀이 미약하게 흔들리는 것을 확인했다.
한연주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천근만근의 무게를 이겨 내고 서서히 열리는 그의 눈이 보였다.
그녀가 소리를 지렀다.
“선생님! 여기요”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선생님!”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의 길고 긴 희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完)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