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27)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27화(27/200)
#027화
정훈의 전화에 기분이 상한 만큼 걱정이 된 철수는 만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저 철수입니다.”
“어, 웬일이야?”
“정훈이, 아니 그 도련님 뭔 일 있습니까?”
“아니, 별일 없는데. 왜 그래?”
“갑자기 지금 만나자고 해서 안 된다고 하니까, 글쎄 이제 올 필요 없다는 겁니다.
아니 내가 이 포트폴리오 준비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휴지 쪼가리로 만들어 버리네요. 그래서 제가 열이 받아서, 저도 모르게 현중이 이야기를 해 버렸어요.”
“뭐? 허허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오래 감출수도 없잖아.”
“그건 그런데…….”
“그런데 도련님이 오늘 만나자고 했으면 중요한 이유가 있을 거야. 아무 이유 없이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분이 아니거든. 고등학생이지만 속이 아주 깊어. 괜찮으면 시간 내서 한번 만나 보는 게 어때?”
“그게 오늘 중요한 선약이 있는데…….”
“글쎄, 뭐 자네 판단이지만……. 잘 생각하게.”
“알겠습니다.”
임철수는 신경이 쓰였다.
곤경에 빠졌다는 정훈의 말이 귓속을 떠나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는 현금왕 현정옥의 유일한 손자.
어떻게든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중을 닮은 정훈을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에잇, 이 새끼.”
그리고 시원하게 욕했다.
만나면 욕이나 시원하게 할 수 있으면…….
그는 옷걸이에 걸린 양복 상의를 들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차를 운전해 최대한 빨리 중부시로 갔다.
***
해가질 무렵 정훈의 집 앞에 도착한 철수는 벨 누르기를 주저했다.
여사님도 같이 생활하고 있어서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부담스러웠지만 어차피 만날 수밖에 없다.
용기를 낸 임철수는 긴장된 손으로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접니다. 어머…… 어르신, 철숩니다.”
“그래? 들어와.”
항상 차가웠던 지난날과 달리 오늘은 따뜻한 목소리였다.
넓은 잔디밭을 지나 깨끗하게 새로 수리한 집의 현관 앞에 섰다.
침을 한 번 삼킨 다음 큰 숨을 쉬었다.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선 그녀를 보고 당황했다.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행복한 얼굴이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그래, 잘 왔다. 철수야. 오랜만이구나.”
“네.”
“잠깐 앉아 있거라. 내 마실 것 좀 내어 오마.”
“아닙니다. 어머…… 어르신.”
“녀석,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는 거냐?”
“……아닙니다. 어머니.”
그녀는 철수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미안했다. 너 보면…….”
“알고 있습니다. 이제 현중이 아들도 돌아왔으니…….”
“그래. 잠깐 있어라.”
“네”
10년 만에 보는 얼굴.
그동안 많이 늙으셨다.
그래도 옛날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그때는 항상 차가웠는데, 지금은 늙어도 웃고 계셨다.
‘이게 다 개싸가지 손자 녀석 때문인가? 어휴 내 그 녀석을…….’
현정옥 여사가 주방에서 직접 차를 내어 왔다.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좋아 보이십니다.”
“좋다마다, 찾지 못할 줄 알았는데……. 정말 좋구나, 정말.”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다행입니다. 어머니.”
“그래, 오늘은 어쩐 일이야? 정훈이 때문이냐?”
“네, 그런데……. 이제 괜찮으십니까?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철수는 지난날의 실수가 마음에 걸려 되물었다.
“녀석, 그런 실수는 누구나 하는 사소한 거야. 다만 내가 널 보지 않고 싶어서 한 핑계였어. 알다시피 너를 보면 현중이 생각 때문에 마음이 안 좋았어.”
현정옥은 잠깐의 침묵 끝에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철수야, 내가 미안했어.”
철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도 금쪽같이 소중한 아이가 있다.
부모에게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나이가 되었다.
상상할 수 없는 그녀의 고통이 이제야 이해되었다.
“내 정신 좀 봐, 정훈이 불러 줄 테니 앉아 있어.”
“네, 어머니.”
잠시 뒤에 정훈이 방에서 나와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안 오실 줄 알았는데요.”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제 방으로 가시죠.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요.”
현중과 친구임을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화가 나서 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친구 아들에게 존칭을 하기도 그렇고 도련님께 반말을 하기도 그런 애매한 상황이었다.
“앉으시죠.”
정훈은 침대에 앉았고 철수에게 의자를 내어 주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 그래. 그러자꾸나.”
“예상하고 있었지만 역시, 아버지 친구분이셨다면서요,”
“어떻게 예상했어?”
“저희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대에 만호 아저씨랑 막역한 사이, 그리고 저를 보는 표정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뭐? 허허허,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구나.”
잘 감췄다고 생각했는데, 정훈이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오늘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오실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에 그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안 올 수가 있냐?”
“……”
정훈이 본론을 말했다.
“마카오에 은행이 있습니다. 사설 은행인데 거기 제 아버지가 제게 남긴 유산이 있습니다.”
그때 철수의 머릿속에 생각이 났다.
“그래, 네 아버지가 잠깐 마카오를 갔었어. 미래를 위한 씨앗을 심는다고 했어.”
정훈은 그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여기에 그것을 찾을 수 있는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있습니다.”
임철수는 봉투를 열어 안에 적힌 숫자들을 확인했다.
“너희 아버지랑 어머니 그리고 네가 태어난 날이구나.”
“네.”
살짝 고개를 끄덕인 정훈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걸 찾아 주세요.”
“나를 믿는 거냐?”
“네.”
“네가 직접 가도 되지 않나?”
“아직은 움직이고 싶지 않습니다.”
‘움직이고 싶지 않다.’
정훈의 눈을 바라보았다.
말할 수 없는 사연과 결연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내가 이걸 들고 사라지면 어떻게 되지?”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아저씨 품에 들어가겠죠. 그게 행운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겠죠.”
“녀석……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데……본 지 얼마 안 되는 나에게 부탁해? 멍청한 거냐 대범한 거냐? 아니면 사람을 그만큼 믿는 거냐?”
정훈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했다.
“제 운을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친구를 믿는 거죠.”
“허허허, 돈 앞에서는 가족도 믿을 수 없는 법인데, 너무 순진한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럴 리가요. 전 상황을 믿습니다.’
임철수는 계좌에 얼마가 있어도 돈을 가지지 못한다.
일단 직업이 남의 돈을 굴리는 사람.
남의 돈을 욕심낼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뭐 1조 정도면 흔들릴 수도 있겠지.’
그리고 만호 아저씨가 추천한 아버지 친구, 신뢰할 만한 사람인 건 분명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그는 나와 같은 좋은 물주를 그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는 기반이 없는 상황, 그는 나를 이용해 한국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저는 스스로 운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운을 믿고 싶습니다.”
“녀석. 철없는 18살의 입에서 나오는 말 같지 않네. 쩝.”
임철수는 한동안 봉투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만 가 봐야겠다. 내일 출발하려면 바쁘겠구나. 마카오에서 전화하마.
참 만약 돈이 있다면 한국으로 가져올까? 아니면……”
“돈은 미국으로 보내고 아저씨는 한국으로 오시면 돼요.”
“음……. 미국을 통해 한국에 돈을 넣겠다는 거구나.”
“네. 조금 복잡해도 그렇게 하려구요.”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겠는데. 그쪽은 내 전문이니 잘됐네. 내 실력 한번 제대로 보여 줄게. 기대하렴. 아주 깔끔하게 처리할 테니.”
“감사합니다.”
“감사는 돈 받고 하는 게 좋겠지?”
임철수는 밖으로 나가려다 걸음을 멈췄다.
“아, 내 미국식 이름은 데이비드 임. 혹시 미국에서 보면 그렇게 부르면 돼.”
깜짝 놀란 정훈.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전설의 투자가 데이비드 임.
2001년 월가에 등장해서 내가 죽기 전까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올린자다.
그 레전드 투자자의 한국 이름이 임철수라니.
“네.”
정훈은 아직 돈도 받지 않았지만 기분이 날아갈 것같이 좋았다.
***
정말로 임철수 아니 데이비드 임은 다음 날 마카오로 출발했다.
그리고 도착한 그는 돼지은행에 가지 않았다.
“정훈아, 일단 여기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 거야. 그 돈을 미국으로 보낼게. 너 원하는 회사 이름 있어?”
“음… 레전드로 해 주세요.”
“뭐, 레전드? 풉, 전설이라……. 좀 많이 유치한 거 같은데.”
“그렇긴 한데, 전설이 되어야죠. 그냥 이걸로 할게요.”
“그래, 레전드 컴퍼니. 입에 착 달라붙긴 하네. 그리고 너 영어 이름 있어야 돼.”
“그건…… 로버트 윤으로 할게요. 흔한 게 좋을 것 같아요”
“짜식 너 페이퍼 컴퍼니 좀 만들었냐? 흔한 이름으로 해야 추적을 피하기 쉽거든. 하여튼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는 타고났구나. 그럼 바이, 레전드 대표이사 로버트 윤. 진행 상황 봐서 또 전화할게.”
그는 오랜만에 진행하는 일이라 신이 난 목소리였다.
문득 정훈은 아저씨의 출장비가 걱정되었다.
“잠시만요, 아저씨. 저 출장비는 어떻게…….”
“어, 후불이야. 대신 이자가 높아.”
“큭, 알겠습니다.”
그는 첫인상처럼 가벼워 보였지만 또 그렇게 모든 일을 경쾌하게 진행하기 시작했다.
일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빠르게 진행되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 30분 정훈의 전화벨이 울렸다.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는 당연히 데이비드 임이었다.
“어, 나야. 오전에 레전드 컴퍼니도 설립했다. 이제 돼지은행에 뭐가 있는지 확인할 거야. 이거 긴장되는데…… 흐흐흐.”
“제가 긴장돼야지 아저씨가 왜 긴장돼요?”
“그게 혹시라도 1 조원이 있으면 들고 튀려고.”
“참, 잘도 그러시겠네요. 1조든 10조든 안 그럴꺼 아니까 괜히 약 올리지 마세요.”
“쩝, 재미가 없네. 애가 놀리면 발끈하는 맛도 있어야지. 알았어. 오후에 전화할게.”
“네.”
“그런데 회사 형식이랑 이름은 어떻게 할 거야?”
“형식이라고 하면…… 본사를 말씀하시는 거죠?”
“응.”
“세금 문제가 있으니까 마카오를 본사로 하고 미국을 자회사, 그리고 한국을 손자회사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허허허.”
“문제 있습니까?”
“아니, 그런데 너 진짜 고등학생 맞아? 아니면 이쪽 방면에서 일한 적 있냐? 전문가 냄새가 너무 나는데.”
“네? 아니 그냥…… 뉴스에서 봤습니다. 다들 그렇게 한다던데요.”
“그래? 왜 나는 못 봤지? 내가 너무 게을러졌나?”
‘그게, 미래에 나오는 뉴스니까요.’
2014년 전 세계 언론인들이 참여한 ‘룩셈부르크 프로젝트’를 통해 다국적 기업들과 대부호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탈세를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적극 활용해 온 것이다.
그때 세금이 0원인 조세 회피지역들, 룩셈부르크, 케이맨 제도, 마카오 등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동시에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했는지 그 방법이 낱낱이 드러났었다.
“허허, 녀석 욕심이 날 만큼 똑똑한데, 너 법대 가지 말고 경영학과 가.”
“글쎄요. 그건 생각해 볼게요. 오후에 전화 주세요.”
“그래. 알겠다.”
점심을 먹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다.
창밖은 햇살이 가득했지만 영하의 날씨.
따뜻한 집안의 온기 덕분에 겨울이 더 이상 춥지 않았다.
지난날 언제나 괴로웠던 겨울이었다.
언제나 얇았던 옷, 친구들의 두툼한 옷이 항상 부러웠다.
“깜짝이야, 하, 이 새끼 노크 좀 하고 들어와.”
“미친, 노크 같은 소리하고 있네. 언제 우리가 이런 집에 살았다고 다 같은 공간에 같이 있었는데.”
은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점프하며 누웠다.
“왜 여기 싫으면 나가도 상관없는데…….”
정훈의 협박.
은수가 쓸쓸한 듯 말했다.
“아니, 싫은 건 아닌데……. 내 방이 있으니까 좋으면서도 심심하고……. 왜 옛날에는 고개만 돌리면 네가 있었는데. 넌 계속 공부만 하고, 요즘 너무 심심해.”
‘하아, 미친 새끼 누가 들으면 애인인 줄 알겠다.’
“가서 할머니랑 놀아.”
“할머니도 일하느라 바쁘시대. 나는 누구랑 노냐? 아 쓸쓸한 정은수,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떠도는 쓸쓸한 겨울 나그네 같구나.”
‘겨울 나그네? 미친, 겨울 노숙자겠지.’
정훈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은수를 향해 경고했다.
“야, 개소리하지 말고 거기서 조용히 책 볼 거 아니면 나가. 나 공부해야 돼.”
정훈의 눈치를 본 은수가 슬그머니 시집을 폈다.
그리고 30분도 지나지 않아 코를 골기 시작했다.
정훈은 그런 그를 한심하게 보면서도 초조하게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휴대폰을 여러 번 확인했지만 오지 않았다.
네 시까지는 참을 만했다.
하지만 다섯 시를 넘었을 때부터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긴장한 정훈과 달리 은수는 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전화가 올 때가 되었는데……. 전화를 하고도 남은 시간인데.’
정훈은 울리지 않는 전화기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