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29)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29화(29/200)
#029화
데이비드는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기를 쉽게 받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는 은수가 그를 재촉했다.
“왜 안 받아요? 빨리 받아요.”
“잠시만.”
크게 심호흡을 하는 그.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이 전화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
정훈이 데이비드를 보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일단 왔으니까 잘 될 거예요. 뭐 안 되면 관광 왔다고 생각하면 되죠.”
“허허, 녀석 그게 그렇지 않아. 내 자존심이 걸린 일이야. 처음 하는 일인데 무조건 잘돼야지.”
“잘될 겁니다. 전설의 투자자 데이비스 임.”
“푸하하. 웬일이냐?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도련님이 칭찬을 다 하고, 자 그럼”
데이비드의 유창한 영어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안부를 주고받는 듯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러다가 점점 얼굴이 굳었고 마지막에는 이마에 주름이 가득했다.
정훈은 수능을 준비하며 동시에 비즈니스 영어까지 공부했다.
덕분에 그의 말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능력을 감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 번 더 시도해 봐.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갈 순 없어. ……. 그래, 고마워. 나중에 통화하자고.”
데이비드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를 끊은 다음 애써 크게 웃었다.
“하하하, 한 번에 되는 건 잘 없지. 다시 한번 해 보라고 했으니 저녁쯤에 연락 올 거야.”
“네, 아저씨. 그럼 우린 관광이나 시작하죠.”
데이비드의 얼굴이 갑자기 흙빛으로 변했다.
“뭐? 호텔가서 자는 거 아니야?”
자세히 보니 피곤에 찌들어 있는 얼굴이었다.
그와 달리 정훈과 은수는 청소년, 돌도 씹어먹을 나이였다.
“잠은 비행기에서 충분히 잤잖아요.”
온몸이 피곤에 절여진 그와 달리 스무 살도 안된 두 남자의 눈은 아직까지 빛나고 있었다.
피로가 몰려왔지만 힘을 내기로 한 그.
“그럼, 호텔가서 샤워라도 하고 나오자. 근처에서 점심도 먹고.”
“네. 그래요.”
***
“여기구나.”
“파스타 좋아하세요?”
“꼭 그런 건 아닌데 만호 형님이 가 볼 만한 식당 리스트를 뽑아 주셨어. 그리고 가봐야 할 곳도.”
“아, 그럼 꽤 유명한 집이겠군요.”
“그렇지. 들어가 보자.”
격식 있어 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데이비드가 자신의 이름을 대자 전문가 같은 웨이터가 우릴 자리로 안내했다.
따로 시키지도 않았는데 미리 준비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곤하시다면서 이건 언제 시키셨데요?”
“내가 아니라 만호 형님이 시켜 주신 거야. 우린 맛있게 먹기만 하면 돼.”
“네.”
“잘 먹을게, 정훈아. 너 아니면 내가 언제 이런데 와 보냐? 흐흐흐.”
데이비드가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럼 많이 드시고 이번 일 잘 부탁합니다.”
“크흠, 이 녀석이 음식 안 넘어가게…….”
우리가 티격태격하는 것을 본 은수
.
“맛있게 먹겠습니다.”
큰 소리로 외친 다음 먼저 나온 스프를 마시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나온 샐러드도, 그리고 메인 요리인 스테이크를 허겁지겁 채운 은수와 정훈.
아직 부족한 표정으로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더 시켜 먹었다.
그 모습을 본 데이비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지막 디저트를 먹고 있을 때 정훈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 채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기름진 스테이크가 들어가서…….
은수가 정훈의 상태를 보고는 자주 있은 일처럼 손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정훈의 눈에 화장실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 저 끝에.”
“고마워, 잠깐 갔다 올게요.”
“어휴 더러운 새끼.”
은수는 우아하게 와인 샤베트를 한 스푼 떠먹으며 말했다.
멀어져 가는 정훈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
“어, 아임 쏘리.”
“아임 쏘리, 아임 오케이.”
급하게 뛰어가다가 앞사람과 부딪혔다.
그의 얼굴을 본 정훈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밀려오는 통증에 이마를 찡그린 채 앞으로 한걸음씩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폭탄의 공포.
빨리 해체해야 한다.
3초를 남기고 다행히 제시간에 앉았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폭포 줄기가 한동안 쏟아져 내렸다.
흐뭇한 웃음을 지은 채 눈을 감고 하늘을 날았다.
그때 아까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분명 그 사람인데…….’
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까 부딪힌 그가 분명했다.
인터넷 동영상으로 여러 번 강연을 봐서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경쟁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하지 마라. 독점하라’
그의 독특한 주장.
호기심 때문에 인터넷 동영상으로 찾아보았다.
어느새 바깥 소리에 완전히 집중한 정훈.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대부분은 알아들었다.
일단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다.
투자자 중 하나가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IT 버블 붕괴로 대출금 만기 연장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정훈도 그의 사업도 급격한 IT 버블 붕괴로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쉽게 투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투자를 거부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전화를 끊고 화장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안이 조용해 졌을 때 정훈도 조심히 나와 자리로 돌아갔다.
“데이비드, 그쪽에서 분명 우리 투자 제안을 거절한다는 거였죠?”
“응, 지금까지 투자받은 게 많아서 필요 없다고 하던데.”
“친구분께서 한 번 더 컨택한다고 했죠.”
“응, 한 번 더 할 거야. 안 되면 될 때까지 해야지.”
정훈은 아까 들었던 내용을 곰곰이 생각했다. 어쩌면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흠, 어쩌면 오늘 될 수도 있겠네요.”
“뭐?”
“잘 될 것 같다고요. 느낌이 좋아요.”
“그러면 나도 좋겠다. 에휴.”
식사를 마친 그들은 식당에서 나왔다.
“자, 그럼 이제 뭐 할까? 밥도 먹었으니 들어갈까?”
“아니요. 이제 시작인데요.”
은수가 눈빛을 반짝였다.
정훈도 가고 싶은데가 있었다.
“데이비드, 우리 금문교 가요. 어때요?”
“흠, 좋아. 나도 거기 안 가 봤는데 잘됐네. 대신 졸음운전 할 수도 있다.”
피곤하다고 어필했지만 그도 내심 가 보고 싶어 했다.
“그럼 근처에서 커피 한 잔만 사서 가자.”
“네.”
향긋한 커피를 손에 든 데이비스와 아이스크림을 든 은수,
그리고 아이스 초코를 마시는 정훈.
셋은 차를 타고 골든게이트 브릿지, 금문교로 향했다.
시간은 아직 세 시가 채 지나지 않았다.
운전을 하던 데이비드가 제안했다.
“금문교는 해 질 녘이 좋아. 그러니까 시간도 보낼 겸 해안 쪽으로 달릴게.”
은수의 눈이 더없이 커졌다.
“네.”
귀가 찢어지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야이.”
“헤헤.”
자신도 무안했는지 히죽히죽 웃고 있다.
정훈은 죽빵을 날리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샌프란시스코 해안 도로를 달렸다.
창밖에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가 끝없이 펼쳐졌다.
정훈은 끝이 보이지 않은 바다를 하염없이 보았다.
은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보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였다.
바다의 아름다움에 취해 아무 말 없이 보기만 했다.
금문교
골든게이트 브릿지, 오렌지색 두 개의 주탑으로 이루어진 현수교로 왕복 6차선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랜드 마크. 많은 관광객으로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다리를 걷기 시작했을 때 이미 하늘은 붉어져 있었다.
하늘은 시시각각 변하며 뜨겁게 타기 시작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석양이 주는 풍경에 정신을 잃었다.
은수는 다리 난간에 붙어 하염없이 하늘만 보고 있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걸 보고 정훈은 어이가 없었다.
‘저건 미친 감성인가?’
“정훈아, 어린 왕자가 하루에 44번 석양을 본 게 이해가 돼.”
은수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지껄였다.
하지만 정훈도 알고 있었다.
다시 보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것을.
석양의 한가운데를 보던 정훈의 시야에 갑자기 박다혜가 그려졌다.
깜짝 놀란 정훈이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뭐야, 갑자기 생각나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렇게 싫지 않았다.
한참 앞서 걸어가던 데이비드가 갑자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야아, 됐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뒤돌아 정훈을 향해 뛰었다.
숨을 헐떡이던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후우, 내일 보재. 내일 약속 잡았어.”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손을 높이 들었다.
“정훈아, 너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
“헤헷, 제작 잘 될 거라고 했잖아요”
“그래, 얼른 들어가자. 가서 체크할 게 많아.”
“네, 데이비드 괜찮아요? 안 피곤해요?”
“괜찮아, 커피 한잔 더 먹으면 돼.”
“이미 10잔은 마신 것 같은데.”
“뭐 아직 많이 안 먹었네. 하여튼 빨리 가자”
타는 노을을 뒤로 하고 우리는 산호세에 있는 호텔 발렌시아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
데이비드는 서류를 꺼내 검토하기 시작했다.
은수는 조용히 시집을 보다 코를 골기 시작했다.
정훈은 그를 위해 커피와 도넛을 사다 주었다.
깊은 밤까지 그는 쉼 없이 서류를 확인하며 전략을 세웠다.
정훈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잠에 빠졌다.
***
“데이비드, 여기서 잔 거예요?”
테이블에 엎드려 자고 있는 그를 발견한 정훈.
“어, 마지막으로 한 번 체크한다는 게 그대로 잠들었네.”
크게 기지개를 켰다.
정훈은 그를 보며 전설적인 투자자가 될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제가 커피 좀 사 올까요?”
“아니 괜찮아, 너무 많이 마셨어. 아침 먹어야지. 만호 형님이 밥 잘 챙겨 먹이래.”
“어린아이도 아닌데……. 할머니도.”
“고마운 줄 알아, 짜식. 아침 먹으러 가자. 순부두 어때?”
“네? 미국에서 무슨 순두부예요?”
“녀석, 미국에 한국 사람들 얼마나 많이 사는데 한식당이 없을까? 내가 이미 다 수배해 놨다.”
“정말요?”
종일 느끼한 것만 먹어서 매콤한 것이 먹고 싶었다.
그럼 빨리 은수 깨울게요.
미국에서 먹는 순두부찌개에 신이 난 정훈이 은수를 깨워 샤워실로 보냈다.
“캬아, 데이비드 여기 맛집 인정. 정말 최고예요.”
“그러게. 지금까지 먹은 순두부찌개 중에 손에 꼽을 만큼 맛있네.”
“그래서, 한 그릇 더 어때요?”
은수의 요청대로 한 그릇을 더 시켜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아침 겸 점심을 순두부찌개로 해결한 우리.
은수는 쇼핑몰로 혼자 구경을 갔고 데이비드와 정훈은 엑스닷컴 사무실이 있는 산호세로 이동했다.
***
1998년 맥스 레브친, 피터 틸, 루크 노섹, 컨 하워리에 의해 공동 창업된 모바일 기기의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칸피니티에서 시작된 온라인 송금 서비스 페이팔.
2000년 일론 머스크의 온라인 뱅킹 회사 엑스닷컴과 합병하며 내년 2001년 페이팔로 이름을 바꾼다. 아직은 엑스닷컴이 회사 이름이다.
피터 틸이 CEO로 있다.
약속은 오후 세 시였다.
정훈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은 오전에는 예민해도 오후에는 느긋해진다.
그래서 계산도 좀 느긋하게 한다.
호텔을 나와 산호세에 있는 건물의 입구에서 섰다.
여기에 내년에 페이팔로 이름을 바꿀 엑스닷컴이 입주해 있었다.
정훈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데이비드도 긴장된 얼굴이었다.
조사를 하면서 성장성이 아주 높은 회사임을 직감했다.
버블 붕괴라는 상황이 아니라면 투자할 엄두도 못 낼 만큼 잘 나갈 기업.
하지만 급격하게 얼어 버린 돈의 흐름.
다급한 건 언제 말라 죽을지 모를 저들이다.
800만 달러를 손에 쥔 정훈은 생각했다.
절대로 쉽게 주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발라먹을 수 있는 부분 뼈까지 싹싹 발라 먹기로 작정했다.
“들어갈까요?”
정훈의 말에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긴장된 첫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서서히 걸음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