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34)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34화(34/200)
#034화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기온.
며칠간 이어진 한파 때문에 곳곳에서 터져 나간 수도가 사람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하지만 하늘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어르신, 도련님이 사고를 제대로 친 것 같습니다.”
“뭐 어쩔 수 있나. 혈기 왕성한 나이니 사고도 좀 치는 거지.”
현정옥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다친 사람은 없고?”
“네, 오히려 사람들을 많이 구했습니다. 돈도 많이 아끼고.”
“녀석, 운이 참 좋은 것 같아.”
“글쎄요, 운보다는 실력 같습니다. 마치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 손자라 칭찬을 자제했는데 듣기 좋은 내용이었다.
“몇 수 앞을 내다본다라?”
“그날 도련님이 지시하지 않았다면, 조합장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 다행이야, 내심 걱정했거든. 내 손자란 놈이 좀 모자란 놈이 오는 건 아닌지.”
현정옥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동안 창밖을 바로 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네 생각은 어때? 이제 슬슬 움직여도 되겠나?”
“이제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도 슬슬 움직일까?”
“네. 맛보기로 시작하시겠습니까?”
“그래, 이번 일 정도면 그쪽도 분위기 정도는 파악했겠지. 섭섭지 않게 대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까지 참은 게 있는데…….”
“네, 착오가 없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일단 미래 중공업부터 상장할까요?”
“그래,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 않은데.”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적성은 완전히 발을 뺀 거야?”
“적성이 빠지고 헤븐그룹의 헤븐건설이 들어왔습니다.”
“헤븐그룹이라……. 밀리지 않겠다는 건데.”
“네.”
“정훈이를 위한 힘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만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철거업체 하나 인수해. 앞으로 쓸데가 많을 것 같아.”
“알겠습니다. 그럼 기존에 있는 애들도 그쪽으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야지.”
현정옥은 불현듯 떠오른 듯 물었다.
“참, 시공사 선정은 언제야?”
“다음 주 수요일입니다.”
“가능할 것 같나? 내가 좀 힘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 헤븐그룹까지 참전하면.”
“그게……. 일단 한번 지켜보시죠”
자신의 손자를 믿는 만호를 보니 흡족했지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수천 억의 사업비가 걸려 있는데……. 지켜보자고? 자네 좀 변한 거 같은데.”
“도련님 실력이 워낙 좋으니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래? 한번 기다려 보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재밌겠는걸?”
현정옥은 책상 위에 있는 액자를 집어 들었다.
‘현중아, 현주야. 우리 정훈이 잘 지켜 줘.’
지난날 허무했던 패배와는 분명 달랐다.
현정옥은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손자의 미래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
정훈은 오랜만에 은수와 시내에 나왔다.
정신없이 바빴지만, 자신과 놀아 달라고 툴툴대는 은수 녀석 등살에 쉴 수가 없었다.
이럴 땐 잠깐 나가서 영화라도 보고 오는 게 훨씬 낫다.
“윤정훈 씨 맞으세요?”
서점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을 때였다. 건장한 남성이 자신에게 다가와 물었다.
심상치 않은 남자의 기세를 눈치챈 은수가 앞을 막아섰다.
살기를 가득 품은 은수의 눈빛에 남자가 흠칫 놀랐다.
“괜찮아, 은수야……. 누구시죠?”
“그게…….”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누군지도 밝히지 않고……. 호의도 없는 것 같아.”
날이 선 은수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해치려면 이름을 묻진 않겠지.”
정훈은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은수에게 말했다.
“괜찮으면 같이 좀 가 주시겠습니까? 저희 상무님이 뵙고 싶어 하십니다.”
남자가 명함을 전달했다.
“이봐, 그런 건 직접 오는 게 예의 같은데…….”
은수의 반말에 남자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이, 예쁜아, 말이 짧은데…….”
정훈도 표정이 어두워지며 이마를 짚었다.
하필이면 그 말을…… 자신도 말릴 수 없는 상황.
“예쁜아……?”
은수가 짧게 혼잣말을 했다.
“윽!”
순식간에 움직인 주먹.
‘으윽, 뭐지? 전혀 보이지 않았어.’
남자는 무릎을 꿇은 채 배를 감싸고 있었다.
섬뜩한 기분에 고개를 들었다.
두 번째 주먹이 그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그만, 은수야.”
“후우……. 못난아, 운 좋은 줄 알아.”
은수가 바닥에 놓인 손을 꾸욱 밟았다.
“으윽.”
“오늘 운이 좋네요. 그만하고 가죠. 어딥니까?”
힘겹게 일어선 그가 앞장섰다.
길 건너 2층에 있는 카페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었다.
2000년 웬만한 도시에 최소한 둘 이상은 있었던 익숙한 이름의 카페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모두 그들을 쳐다봤다.
잘생긴 정훈과, 예쁘게 잘생긴 은수는 어딜 가나 시선을 끌었다.
“은수야 넌 여기 있어.”
“나도 갈게. 위험하잖아.”
“여기서 위험해 봤자지……. 괜찮아 걱정 마.”
은수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고,
정훈은 남자를 따라 구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남색의 정장을 입은 20대 후반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천진혁입니다.”
먼저 일어나서 윤정훈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윤정훈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일을 제대로 방해하셨다구요?”
웃음이 참 해맑았다.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순수한 웃음.
그의 웃음을 본 순간 묘하게 등골이 서늘했다.
“방해가 아니라 바로잡은 거죠. 뭐든지 날로 드시려면 체합니다.
이번에도 제대로 체한 거 같은데요.”
그동안 경찰이 감시 중이던 적성은 이번 뇌물 사건을 계기로 압수수색을 당하며 제대로 털리는 중이었다.
“하하하, 그건 감사합니다. 뭐든 깨끗하게 하고 가야죠. 안 그래도 이번에 슬슬 정리하려 했는데 도와주셔서 잘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쓰다 버린 소모품이었군요.”
“당연한 거죠. 주제넘지만 하나만 가르쳐 드려도 될까요? 같이 갈 사람들 손에는 피 묻히는 거 아닙니다. 그런 건 1회용품으로 해결해야죠.”
자신들을 믿고 따르는 자를 1회용품이라 칭하는 남자.
그의 해맑은 표정이 섬뜩했다.
“보자고 한 이유는 뭡니까?”
“곧 있으면 시공사 선정 아닙니까? 선의의 경쟁을 위해서 인사하러 왔습니다. 선물도 하나 드리구요.”
“선의의 경쟁이라, 제가 하고 싶은 부탁을 먼저 하시네요.”
“뭐 아무나 하면 어떻습니다. 하하하. 여기.”
천진혁이 손짓하자 남자가 와서 선물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선물입니다. 한 번 풀어 보시죠.”
순간 싸한 느낌이 들었다.
정훈은 뭐가 나오더라도 긴장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리본을 풀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을 때 비릿한 냄새가 느껴졌다.
죽은 살의 썩은 향기가 코끝에 느껴졌다.
하지만 정훈은 반응하지 않았다.
‘침착해.’
한참을 본 정훈이 고개를 들었다.
“생각보다는 약소하네요.”
정훈의 무심한 얼굴을 본 천진혁.
‘뭐지? 이런 걸 보고 꿈쩍도 안 하네.’
그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저를 흔들 생각이면……. 여기서 손목 하나는 넣어서 왔어야죠. 우습게 보인 거 같네요.”
정훈은 천진혁을 보며 비웃었다.
“하하하.”
갑작스럽게 터진 그의 웃음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창가에 앉아 있던 은수도 불안한 시선으로 정훈의 자리를 보았다.
“이게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적수, 아니 경쟁자를 만난 것 같네요.”
“글쎄요. 그쪽은 그렇게 생각해도……. 저는 딱히 아닌 것 같은데요.”
정훈이 웃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의 인상이 순간 무섭게 일그러졌다가 펴졌다.
자신을 무시하는 게 분명했다.
기분이 상한 천진혁.
하지만 아버지의 가르침 대로 감정을 최대한 숨겼다.
다시 아까처럼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요. 저는 100억짜리 건설 회사가 어떻게 낙찰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큰 걸 먹으려다 아가리가 찢어질 수도 있는데……. 앞으로 얼마 안 남은 거 같은데 잘해요.”
“잘해야죠. 그럼 그날 궁금증을 풀어 드릴게요. 기대하시죠. 저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참, 선물 잘 받았습니다.”
정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훗, 이 정도가 우리 선물이라 생각했습니까?”
그의 말이 귀에 걸렸다.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자식들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
“궁금하면 오늘 뉴스나 한번 보세요.”
정훈은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벗어났다.
은수가 바로 뒤쫓아왔다.
“후우.”
긴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괜찮아”
은수의 걱정에 차분하게 대답해 주었다.
“응, 괜찮아. 집으로 가자. 빨리 돌아가야겠어.”
정훈은 그의 마지막 말이 신경 쓰였다.
선물상 자의 썩은 손가락보다 더 잔인한 짓을 벌일 그들의 악행이 걱정되었다.
***
“오늘 오전 철거업체 적성의 대표 이천식 씨가 산속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얼마 전 불구속 상태로 공갈 협박, 납치 및 뇌물죄 혐의로 수사를 받던 그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 관계자…… 중부시에서 이윤영 기자였습니다.”
뉴스를 보고 있던 천상수 회장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으음, 아까운 친구를 보냈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여기까지 꼬리를 밟힐 수 없으니.”
“네 회장님. 동생이 감사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습니다.”
“그래 자네 손으로 보내 줬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했어. 가 봐. 장례 준비하려면 정신없을 텐데.”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감사는 무슨, 만식아 나는 내 사람 쉽게 내치지 않아. 실수만 안 하면 끝까지 데려간다.”
“예.”
허리를 깊이 숙인 만식.
바닥으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아직은 복수 같은 거 생각하지 마. 지금은 보는 눈이 많으니까 조심해야 해. 일단 헤븐건설 하는 거 서포트 해. 나가봐”
“네.”
조심스럽게 뒷걸음으로 문을 나서는 만식을 본 천진혁.
“회장님, 기회를 더 줄 필요가 있습니까?”
“허, 녀석. 왜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런 말도 모르냐?”
“네? 듣긴 들었는데…….”
천진혁은 아버지의 어울리지 않는 말에 당황했다.
그는 언제나 돈과 권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저런 놈 또 구해서 키우려면 몇 년 걸릴 거 같니?”
“……10년은 걸리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렇지. 저런 녀석 잘 키우는 데 드는 돈이 수억이다. 끝까지 뽑아 먹어야지. 자기 동생도 제 손으로 보내는 놈이잖아. 뭐 제 딴에는 편히 보낸다는 명분이지만, 결국 저놈도 살아남아 호의호식하려고 한 거지.”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습니다. 아버지.”
“아들아, 사람을 잘 챙겨라. 그래야 네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지. 그게 일회용품일지라도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진혁은 그제야 왜 자신의 아버지가 그렇게 아랫사람을 챙기는지 이해가 되었다.
모두 언젠가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질 1회용 수저 같은 것들.
어쩌면 이쑤시개가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 천진혁이었다.
“윤정훈은 어떻더냐?”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왜?”
“잘린 손가락을 보고도 눈도 꿈쩍 안 했습니다.”
“그래? 하하하, 기절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인데……. 그런 놈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천상수 회장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더 크기 전에 확실히 제거해야 합니다.”
흡족한 대답을 들은 그는 인자한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확실히 해야지. 그런데…… 현정옥이 움직이는 것 같아.”
“네? 현정옥 여사가 중요한 변수입니까?”
“글쎄…… 모르지. 변수일지 아무것도 아닐지. 사실 그걸 모른다는게 더 큰일이다.”
“모른다면…….”
“말 그대로야. 아들이 죽고 10년 이상을 칩거하던 여인이 갑자기 세상 밖으로 튀어나왔어.”
“그럼 아직 세상 물정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보통은 그런데…… 현정옥이라 더욱 신경이 쓰이는구나. 현정옥이랑 윤정훈……. 그년 그거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집구석에서 가만히 있었으면 다행인데……. 만약 은밀하게 힘을 길렀다면…….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거 같아.”
“그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가 아는 게 없지 않냐. 그게 무섭다는 것이다. 베일에 싸인 그녀의 힘이.”
천상수 회장은 두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럴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촘촘한 감시를 뚫고 그녀가 힘을 키웠을 리는 절대 없었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한 줌의 불안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
“이봐 만호, 요새 정훈이 바빠?”
“아닙니다. 매일 공부만 하시던데요.”
“그래? 녀석 아까 방에 갔는데 안 보인던데.”
“아, 오늘은 약속 있다고 현수랑 나갔습니다.”
“어디?”
“그게…… 저한테도 말씀을 안 하셨습니다.”
“그래? 뭐 현수랑 같이 갔으면 걱정 안 해도 되겠네.”
“할머니, 시작했어요.”
거실에서 티비를 보던 은수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래, 가마. 자네는?”
“네, 저도 가야죠.”
만호도 눈빛을 반짝이며 그녀를 뒤따랐다.
화제의 드라마 <진실>의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나란히 앉은 셋은 큰 화면에 빠질 듯이 집중했다.
중부시에서 한 시간을 달려간 바다.
바닷가 앞에 영업을 마친 것 같은 낡은 식당에 정훈은 앉아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티비에서는 화제의 드라마 <진실>이 방송 중이었고 식당의 사장님은 주방에서 다소 이른 마감 청소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신선한 회 한 접시와 안줏거리가 놓여 있었다.
정훈은 시계를 계속 확인했다.
9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1시간이나 소식이 없었다.
꼭 만나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조합장 권율은 꼭 만나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재건축 시공사는 꿈도 꾸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 일.
하지만 상대를 알려 주지 않은 권율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어떤 사람이 나올까?
해가 되는 사람은 가급적 만나고 싶지 않았다.
뒷돈이나 비자금을 달라고 하면 큰일인데…….
“거의 도착했답니다. 정훈군.”
정훈이 권율 조합장을 쳐다보았다.
“도련님.”
은근히 말을 놓으려던 권율과 이를 전혀 허락하지 않는 정훈.
그는 호칭의 문제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직접 도련님으로 부르라 단호하게 말했다.
말을 놓으면 태도가 편해져 함부로 대한다.
말이 관계를 결정하는 법.
정훈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절대 말을 놓지 못하게 했다.
“누구시길레 이렇게 늦으십니까?”
“허허 보시면 압니다. 중부시에서 아주 중요한 분입니다.”
10시가 넘어서 식당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
벙거지 모자를 쓰고 두툼한 파카를 입은 노인이 들어왔다.
일어서서 그를 맞은 정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현직 국회의원이었다.
무소속 조용진 의원.
보수적이고 깐깐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청렴결백한 의원으로 신문 기사에 오르내렸다.
그런 자가 재건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의문스러웠다.
정훈의 얼굴을 본 조용진 의원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허허, 내 이거, 허허. 현정옥 여사가 올 줄 알았더니 노오란 햇병아리가 왔구만.”
조용진은 기분 나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저도 냄새나는 뒷방 늙은이가 나올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정훈의 말을 들은 조용진 의원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