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4화(4/200)
#004화
강철중.
박다혜와 쌍두마차로 미친 검사의 계보를 잇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이다.
강철중과 박다혜는 라이벌이었다.
선의의 경쟁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이 경쟁하듯 잡아넣은 정치인과 기업인을 줄 세우면 운동장을 두 바퀴 반쯤 돌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이봐 윤정후니 씨, 잡범님. 반성 씨발 많이 아니, 졸라 하셨습니까?”
큰 키의 떡 벌어진 어깨가 검사보다는 형사가 더 어울릴 얼굴이었다.
입에 욕이 많은 걸 보면 어쩌면 전직 조폭일 도 몰랐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용히 살겠습니다.”
불편한 다리로 복수해 보려고 남의 영업장에서 설치다가 영업 방해와 폭행으로 잡혔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었다.
성공적으로 복수하며 남자답게 은퇴하고 싶었는데…….
불편한 다리 때문에 비웃음과 함께 조리돌림 당했다.
굴욕적으로 경찰차 뒷좌석에 실려 유치장과 구치소를 전전하다 여기까지 왔다.
미친 검사 강철중. 조폭 잡는 검사라 당연히 1년 이상을 생각했다.
없는 죄도 완벽하게 꾸며 내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어이, 윤정후니 우리 후배 새끼님. 그 다리로는 이제 은퇴해야 되는 거 알지?
이제 병신된 거 인정하지? 사람이 분수를 알아야 돼. 응? 수학을 못했으니 분수를 알 턱이 있나. 크크크. 너 거기서 더 설쳤으면 내장까지 썰려서 바닥에 다 쏟았을 거야.”
“조용히 살겠습니다. 검사님. 죄송합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연신 죄송하다 읊조렸다.
수치스럽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래야 형량을 한 달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
정훈은 고개를 살짝 들어 그를 보았다.
비슷한 나이가 분명해 보였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좋은 대접 받으며 성공적으로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자신과는 완벽하게 반대에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 앞에 앉은 그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말하면서 흥분하는 스타일인가?
“씹새야 그러다 뒤지면 개죽음이야.
병신같이 소모품으로 죽는 거라고.
1회용품 몰라? 은수처럼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거야.
우리 오래오래……. 똥칠할 때까지 살아야지. 안 그래?”
은수의 이름을 들은 정훈이 고개를 들었다.
“은수를 아십니까? 지금 어딨어요?”
철중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 반성문 10장 쓰고 집에 가 있어. 이제 은퇴하는 거야.”
옆에서 지켜보던 검찰 수사관의 눈이 커지기 시작한다.
“네? 아니 그게 무슨”
내가 아니라 검찰 수사관이 물었다.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고개만 두리번거렸을 뿐이다.
“기.소.유.예. 오늘 선배가 기분이 안 좋다. 내 싸랑 다혜 씨한테 또 차였거든.
그런데 여기 딱…….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가라 후배 새끼님”
“감사합니다. 검사님.”
실감이 나지 않아 그 말만 하고 일어섰다.
그러자 검찰 수사관도 일어서 나를 제지하려 했다.
“그냥 놔둬요. 한 번 더 기회를 줘야지. 저 다리로 뭘 하겠어요”
“아니 검사님. 징계 먹을 수도 있어요.”
“풋, 이미 징계 종합선물세트 아닙니까? 너덜너덜한 게 내 인사기록인데……. 오늘은 그냥 자비를 베풀고 싶네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때 등 뒤에 들린 그의 비수 같은 한마디.
“야 윤정훈. 고아라고 다 너나 은수처럼 사는 거 아니다. 너보다 못한 다른 사람들도 열심히, 잘 사는 사람 많아. 그렇게 살지 마.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그의 말은 비수가 되어 정훈의 귀에 박혔다.
‘개새끼, 자존심 상하게. 내가 고아인 건 어떻게 알았지? 그리고 은수를 어떻게 아는 걸까. 근데 은수 이 새끼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지.’
자존심이 상해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살기 않기 위해서 정말 나는 사무직으로 이직했다.
물론 불편한 다리 때문에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된 것도 사실이다.
지하에 있는 도박장 청소 일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했다.
새로운 환경, 어둡고 칙칙한 냄새나는 지하실이 아니라 밝고 환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얻은 일이 신용정보회사, 채권추심회사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받은 회사.
아무것도 몰랐지만 열심히 살았다.
그렇지 않으면 1년 뒤에 해고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모르는 경제와 법률 용어, 권리 관계 등을 밤을 새우며 공부했다.
타고난 기억력을 더 이상 감추지 않았다.
그 덕분에 정훈은 회사에 빠르게 적응했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그는 징계를 무릅쓰고 정훈을 기소유예 했다.
‘이유가 뭘까? 정말 그날 기분이 나빠서였을까?’
그것보다는 불쌍한 학교 후배에게 인심 한번 쓴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징계란 징계는 다 받은 막장 검사였으니.
그를 미워했던 건 분명 자격지심 때문이었겠지?
나와 같았지만 비교도 할 수 없는 다른 삶.
그럼 이제 미워할 이유가 없다.
현금왕 현정옥의 손자는 좀 더 마음이 넓어야 한다.
***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박다혜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잔뜩 긴장한 몸이 풀어지며 급격한 피로가 몸 여기저기에서 느껴졌다.
가방을 싸고 있을 때 같은 학원을 다니는 철중이 왔다.
강철중은 가방을 싸고 있는 그녀를 넋을 읽고 쳐다보았다.
‘아, 진짜 예쁘긴 하네. 입만 착하면 괜찮은데……. 뭐 미래 검사의 아내라면 거칠어야지. 흐흐흐.’
참 예쁜 얼굴에 공부도 자신의 뒤를 잇는 전교 2등.
미모와 지성, 그리고 집안까지 미래의 신붓감으로 손색이 없다.
평소와 다르게 조금 수척해 보인다.
‘오늘은 좀 피곤한가?’
“다혜야, 괜찮아? 피곤해 보이는데, 혹시 그 날?”
수척해 보인 박다혜가 강철중을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딱딱한 신발 앞코로 무릎 아래를 짧고 강하게 찼다.
강철중의 정강이에 불이 났다.
“윽, 윽…… 윽”
강철중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한 발로 펄쩍뛰며 낑낑댔다.
“오늘 몸이 좀 안 좋아. 집에 먼저 갈게. 학원 선생님께 말해 줘”
“하… 후… 어. 그래 알겠어. 바래다 줄게.”
어두운 운동장을 가로질러 갈 때 박다혜의 눈앞에 윤정훈과 정은수가 눈에 보였다.
‘생각해 보니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네.’
박다혜의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자신을 온전히 위로해 준 사람.
이기적인 자신의 가족과 달랐다.
자신을 꼭 안은 그의 품에서 따뜻한 위로를 느꼈다.
은수 말로는 보육원 원장 아들 김현수 때문에 힘들다고 했었다.
아빠의 권력을 등에 업고 갖은 패악질을 한다고 했는데….
‘김현수한테 저러면 저 아이는 괜찮을까?’
정훈은 자신에게 가장 거대한 권력에 맞선 것이다.
은수 말로는 윤정훈은 세상 귀찮은 게으름뱅이에 방관자를 자처하는 아이라고 했다.
항상 은수 옆에 있던 그 얼굴.
그의 얼굴은 우울하고 공허한 눈빛이 왠지 모르게 신경 쓰였었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그 눈빛 때문에 사실 은수보다 윤정훈을 더 힐끗거렸었다.
오늘 정훈이 아니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그에게 오늘 일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해야 했다.
“철중아, 거기 앞에 가는 애 윤정훈인데……. 쟤 좀 불러서 거기로 데려와.”
“저기? 은수 옆에?”
“응.”
“너한테 잘못한 거 있어? 그럼 내가 혼내 줄게.”
윤정훈을 적대적으로 쏘아보던 강철중이 입을 열었다.
박다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데리고만 와.”
미심쩍은 표정을 지은 강철중이 앞으로 뛰어갔다.
“야, 거기”
***
“철중아, 자리 좀 비켜 줘”
“응? 아니……. 저 녀석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그런 애 아니야.”
고갯짓하며 눈을 흘기자 강철중이 조금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녀는 한 번 더 쳐다보며 쓰읍하는 소리를 냈다.
결국 철중은 그들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 만큼 멀리 가야만 했다.
우리 학교 퀸카, 박다혜가 앉아 있다.
큰 눈, 오똑한 콧날에 작은 얼굴.
완벽한 비율의 미인에 공부는 전교 2등이다.
1등은 방금 전 그 강철중.
모든 것을 갖춘 우리 학교의 전설들이다.
‘나를 왜 부른 거지? 후우 지난 생에서는 눈도 마주친 적 없었는데.’
정훈이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녀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를 보았다.
한 동안 둘의 시선이 말없이 교차했다.
아까 창고에서 맡았던 향기가 정훈의 코끝에서 느껴졌다.
‘이건 무슨 꽃 향기지?’
“정훈아, 오늘일은 비밀이야. 너와 나만 아는 거야.”
“네.”
정훈이 손을 들어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살짝 웃는 그녀를 보니 이제 괜찮아 보였다.
웃는 모습이……. 못생기진 않았다.
“그리고…… 고마워, 정말.”
정훈은 박다혜의 감사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래서 사람이 사람을 돕는 건가?
그것보다는 박다혜가 하는 말이라서겠지.
우리 학교에게서 제일 이쁜 여자가 자신을 향해 고맙다고 인사했다.
남몰래 지켜보던 그녀가 자신을 보고 웃었다.
기분이 찢어지게 좋았지만 무뚝뚝해 보이고 싶은 윤정훈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별거 아니에요.”
“너, 아니었으면 큰일…….”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까 기억이 다시 생각난 걸까?
“크흠. 악몽은 잊어버리세요. 미친개는 잡아 족쳤으니 이제 괜찮아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 불렀어.”
“그럼 오늘 제가 도왔던 것처럼 다음에 저를 도와주세요”
“뭐? 뭘 도와줄까?”
“지금 말고, 언젠가 다음에요.”
박다혜는 혹시나 부담스러운 부탁을 할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곤란한 부탁은 하지 않을게요. 혹시나 해서 만들어 놓은 거예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모르실 수도 있지만 저 고아거든요……. 그래서요”
“아…… 미안…….”
“아니요. 괜찮아요.”
“음, 밥 살 시간은 없을 것 같은데……. 하지만 다음에 언젠가, 꼭 도와줄게. 그때 말해”
“네. 감사합니다.”
한층 밝아진 얼굴로 그녀가 웃었다.
“하아…….”
빛이 났다.
그녀는 얼어버린 윤정훈을 무심히 지나쳤다.
그러고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강철중을 데리고 교문 밖으로 사라졌다.
***
짧은 봄방학이 지나고 겨울인 듯 봄인 듯 어정쩡한 기온과 함께 2학년이 시작되었다.
밥 사 줄 시간이 없다던 박다혜는 정말 서울로 전학을 가 버렸다.
김현수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냈다.
나를 보면 피하기 급급했다.
더는 누군갈 괴롭히지도 않았다.
자주 오지도 않았다.
나는 스스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공부에 집중했다.
36살의 나이 동안 공부를 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마지막 회사 생활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그때 읽었던 신문 덕분에 언어와 사회탐구는 쉽게 해결되었다.
영어도 외우고 또 외우고, 그리고 또 외우니 감이 생기고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들었다.
남들과는 다른 포토그래픽 메모리는 매우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놈의 수학은, 생각보다 잘되지 않았다.
과외를 받고 싶었다.
옆에서 이상한 책만 읽고 있는 은수가 아니라 수학 문제를 한 칼에 해결하는
초절정 수학 고수가 있으면 하는 상상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학, 그 과에 가야한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야 라면 분다. 먹어”
시집에 정신을 팔린 은수에게 말했다.
“어, 그래”
“야, 너는 시가 그렇게 좋냐?”
시 이야기에 은수의 눈에 빛이 났다.
“그럼. 내 영혼의 양식이지. 이 따위 인스턴트 라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지. 근데 정훈아?”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은수.
“너 정말 시한부 인생……그런 거야?”
“뭔 개소리야?”
“아니 왜 신성한 편의점에서 맛 떨어지게 재수 없는 수학책을 꺼내냐고. 그러다 정말 죽을까 봐 형님이 걱정이 많다”
“좆 까세요. 형님, 안 풀리니까 보는 거지”
“그러니까 니가 왜 그걸 푸냐는 거지. 작년엔 산수만 해도 먹고산다고 거들떠도 안 보던 놈이”
“후우, 그러게 내가 왜 그렇게 살았지.”
정훈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만 새어 나왔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비상한 머리 덕분에 빠르게 따라잡고 있었다.
“야, 책 덮어. 보기만 해도 라면 맛 떨어진다.”
컵라면 뚜껑을 열고 한 젓가락을 입안에 욱여넣은 은수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짜식이 형님 공부하는데 돕지는 못할망정, 어디 수학 고수 없나.”
젓가락을 들고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2분 만에 하나를 다 먹은 그들.
허기진 배를 가득 채우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창밖을 보았다.
눈앞에 강철중이 지나가고 있었다.
“저기 있네 수학 고수.”
“뭐? 저 선배?”
“응 우리 학교 전교 1등에 수학경시대회에서 상도 받았지 아마”
“넌 그런 건 어떻게 귀신같이 아냐?”
“나야 친구도 많고 인기도 많아서 듣는 게 많지.”
“잘났다. 짜식아. 가자.”
편의점을 나와 밤길을 걸었다.
봄이자만 밤은 아직도 차가웠다.
보육원으로 돌아가는 이 무거운 길도 2년만 있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은수야, 뛰어갈까?”
“좆 까, 귀찮아”
나는 은수의 엉덩이를 발로 세게 찼고 앞으로 달렸다.
엉덩이를 어루만지던 은수가 쫓아오기 시작했다.
“너 이 새끼, 잡히면 죽는다”
역시 단순한 녀석이다.
한참을 은수에게 쫓기며 달리고 있을 때였다.
“야이 새끼 너 잡히면 죽어”
눈앞에 세 명의 고등학생이 다급히 도망가는 한 명을 쫓고 있었다.
세 명은 거칠기로 유명한 근처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쫓기는 쪽은 우리 학교 학생이다.
가까운 거리라 금방 잡혔다.
그리고 어두운 골목으로 끌려가고 있다.
‘모른 척 하는 게 낫겠지?’
괜한 일에 끼어들면 공부할 시간만 줄어든다.
“정훈아, 저기 철중 선배 아니야?”
옆에서 유심히 보고 있던 은수가 입을 열었다.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가로등에 얼굴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어, 철중 선배다.”
“강철중?”
그를 도와야 한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