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4)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44화(44/200)
#044화
“살려 주십시오. 사장님. 제발 부탁입니다.”
권영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럼 회사와 저에게 믿음을 보여 주세요.”
그 말에 권영수가 고개를 들어 윤정훈을 보았다.
‘기회를 주는 건가?’
정훈은 펜과 종이를 툭하고 던졌다.
모욕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한 모든 비리를 적으세요. 만약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면 당장 검찰에 고발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모욕을 참고 고해성사를 한다면 그를 달리 생각해 볼 작정이었다.
“적으시겠습니까?”
권영수는 갈등했다.
윤정훈 사장을 잠시 보았다가 펜과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헤븐증권으로 가면 어차피 문전 박대당한다.
어쩌면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서 목숨이 사라질 수도 있다.
여기 있으면 최소한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걸 밝히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일말의 희망에 전부를 걸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잡은 바짓가랑이가 자신을 구원해 주길 기도했다.
그때 윤정훈 사장의 목소리가 권영수의 귓가에 맴돌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지 않으면 적으세요. 그래야 살 수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살려는 드립니다.”
지금까지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최준기는 권영수가 자리를 박차고 나갈 거라 생각했다.
자신의 비리를 낱낱이 적으라는 제안.
자존심 강한 권영수가 윤정훈의 제안을 따르지 않을 건 불을 보듯 뻔했다.
이제 곧 이 난감한 상황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서 권영수가 사무실을 나가고 이 난감한 상황에서 끝나길 고대했다.
최준기의 눈이 커졌다.
‘설마’
권영수가 일어서지 않고 펜과 종이를 쥐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엎드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BHC 증권 부사장이 신임 사장에게 굴복해 있는 것도 믿기 어렵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치부인 비리를 낱낱이 적어 가고 있다.
최준기를 고개를 돌려 윤정훈 사장을 보았다.
권영수를 내려다보는 그의 담담한 눈빛.
큰 키지만 평소보다 더욱 커 보였다.
어떤 힘으로 권영수를 변화시켰던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최준기는 윤정훈이 뿜어내는 기세에 자신도 압도되어 있었다.
넋을 놓고 있던 최준기.
“최 상무님”
“예, 사장님.”
자리에 앉아 있던 최준기가 벌떡 일어나 대답했다.
“앉아 계세요. 최 상무님도 여기 권 부사장님처럼 지은 죄가 많습니까?”
“아닙니다.”
최준기는 조심스럽게 소파에 다시 앉았다.
그사이에도 권영수는 그대로 바닥에서 자기 죄를 고하고 있었다.
“여기 카드 있습니다.”
최준기 상무에게 카드를 건넸다.
“어디에 쓸까요?”
최준기는 방 안의 분위기 때문에 저절로 허리를 숙이며 받았다.
“길 건너 일식집 예약했습니다. 오마카세로 준비했으니 직원들이랑 맛있게 드세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이건 제 개인 카드입니다. 어제 개인적으로 약속한 거니 회삿돈을 쓸 수는 없죠.”
개인 카드를 내민 정훈 때문에 다시 한번 놀랐다.
삿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지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약속도 지키고 있었다.
자신은…….
직원들에게 돈 아까워 법인카드가 아니면 회식도 시켜주지 않았는데 이자는 달랐다.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최준기의 얼굴이 붉어졌다.
“최준기 상무님. 내일부터 부사장실로 출근하세요.”
“네?”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2등 했으니 승진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말입니다. 승진이면 다음 단계인 이사 승진 아닙니까?”
“제가 한 단계라는 말을 한 거 같진 않은데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미 최준기의 입이 귀에 걸렸다.
“하여튼 잘 부탁드립니다. 최준기 부사장님. 그리고 앞으로 올 신임 사장 잘 보필해 주세요”
“사장님은요?”
“저야 말씀드린 대로 임시직 아닙니까?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 다른 일 하러 가야죠”
“프로젝트가 뭡니까? 아직 시작한 것 같지는 않던데요.”
“이제 곧 시작합니다.”
정확하게 말해 주지 않아 궁금했지만 승진 때문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녁 쏘신 거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최진구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권영수 부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있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개죽음당하는 것보다는 개처럼 살면서 훗날을 도모해야죠. 권 부사장님은 이제 사원입니다. 백의종군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공로를 새우면 다시 임원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개로 비유한 윤정훈.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 생각했다.
개 같은 인생, 개처럼 살았다.
어쩌면 개보다 못한 인생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말입니까?”
훗날을 도모한다는 윤정훈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헛된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제는 너무 늦은 후회와 희망이다.
“저는 항상 약속을 지킵니다.”
권영세는 고개를 들어 윤정훈의 눈을 보았다.
자신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헛된 희망일지라도 그의 말을 한번 믿어 보고 싶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이제 제가 할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사장님과 회사를 위한 길이 뭔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믿겠습니다.”
믿겠다는 말이 권영수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자신을 믿어 준 사람이 지금까지 누가 있었는지?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무엇이든 잘하기 위해서 열심히 산 인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배신과 통수는 늘 곁에 있는 친구 이상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런 자신을 믿겠단다.
배신자를 믿는 사람…… 권영수는 혼란스러웠다.
어디까지가 그의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권영수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한 다음 방을 나갔다.
***
“어르신 도련님이 1등 하셨습니다.”
“뭐?”
현정옥의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정말 1등이야? 아니 그게 말이 돼?”
“그게 정말 1등입니다. 따상을 맞고 역전을 했답니다.”
“따상? 이틀 연속 상한가?”
“네.”
“천운이야 실력이야?”
“실력입니다. 생각이 깊고 항상 계획적으로 움직입니다. 절대 허투루 행동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운도 계속되면 실력입니다.”
“실력이라.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았는데…….”
현정옥은 손자의 실력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회사 분위기가 엄청 좋아졌습니다. 실력을 의심하던 사람들이 도련님이 1등 하자 의심을 거뒀습니다. 도련님의 기적 같은 역전을 본 사원들 사이에 뭐라도 해 보자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합니다.”
“회사 분위기까지 바뀌었다고? 녀석이 설마 그것까지 생각하고 투자 대회를 열었던 건 아니겠지?”
“그게……. 생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장직을 걸으셨겠습니까?”
현정옥은 믿기 어려운 듯 멍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무표정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린 정훈이는 다 계획이 있구나.”
“예, 다 계획이 있습니다.”
현정옥의 머릿속에 손자와 한 약속이 떠올랐다.
“만호, 금고에서 백억만 꺼내 와”
“만원 권으로 준비할까요?”
“그게 좋겠지. 상금은 현물로 손에 쥐여 줘야지. 아마 우리 손자는 아직 본 적이 없겠지? 만 원짜리 백억”
“누구도 본 적이 없을 겁니다.”
“허허허, 그렇긴 하지 현금 백억이라 나도 오랜만에 보는 거 같은데.”
“장소는 어디로 할까요?”
“차고에다 가져다 놔.”
“네 어르신. 다 들어갈지 모르겠습니다. 사과 박스로 한 70개 정도 되는 양인데.”
“꽉꽉 채워 봐.”
현정옥의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들뜬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힌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았다.
내리쬐는 뙤약볕이 푸른 정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불볕더위가 이미 기승을 부리는 7월.
더위 때문인지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날씨가 더워서 그랬나? 요즘 너무 피곤하구만.”
“어르신 동대문 가서 산삼 좀 구해 보겠습니다.”
“그래, 내거랑 아이들 거까지 좀 준비해 주게.”
거기까지 말한 현정옥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계속 틀리는 거 같아서 영 찝찝해. 생각이 좀 생각이 많아지네.”
“무슨 말씀입니까?”
만호가 묻자 현정옥은 조심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슬슬 은퇴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해서.”
“어르신도, 아직 한창 일하실 나이 아닙니까?”
“아니야, 정훈이를 봐. 그 나이에 재건축 수주에 스카이 출신이 수두룩한 증권사까지 제대로 휘어잡았어. 이제 슬슬 물러나도 좋을 거 같은데.”
“아닙니다. 절대 안 됩니다.”
현정옥은 만호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창밖만 바라볼 뿐이었다.
***
보직해임을 당한 권영수의 책상이 복도로 나왔다.
부사장에서 하루아침에 평사원으로 직급이 추락했다.
아랫사람들의 비아냥과 손가락질을 모르지 않았지만 이렇게 쫓겨나고 싶지 않았다.
비리로 얼룩진 인생이었다.
돈이 모든 것의 기준이었는데 자신이 지금 앉아 있는 것도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거지?’
돈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등 뒤로 지나가는 후배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누구 하나 자신을 걱정해 주지 않았다.
이게 증권맨 권영수의 30년 인생이었나 하는 회의가 밀려왔다.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권영수 사원 뭐 합니까?”
홍영호 이사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비웃는 표정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걱정하는 건가?’
평소 자신과 그렇게 티격태격했던 자.
“무슨 일입니까? 홍 이사님.”
“담배 한 대 피웁시다.”
“담배 끊었습니다.”
“스읍, 이사가 피우자면 피우는 거지. 어디 사원이. 따라오세요.”
“크흠.”
권영수가 일어나 홍이사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생각해 보니 임원 승진 이후로 처음이었다.
홍영호 이사가 자판기에서 믹스 커피를 뽑아 그에게 전했다.
“흠흠, 세상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사가 사원에게 커피도 뽑아 주고.”
“크흠, 장난은 그만하지.”
권영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홍 이사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권영수의 입에 물린 다음 불을 붙였다.
“후우.”
권영수가 긴 한숨과 함께 흰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권 선배님, 오랜만에 올라오네요.”
“그러게, 오랜만이야.”
멀리 보이는 여의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옛날에는 여기 와서 담배도 피우고 노가리도 까면서 농땡이 많이 쳤는데”
다시 연기를 빨아들인 다음 길게 내뱉었다.
“그랬지.”
“어떻게 할 겁니까? 이대로 퇴사하실 겁니까?”
“글쎄. 잘 모르겠네. 보직 해임에 복도에 오래 앉아 있으니 나가야 될 것 같은데.”
“글쎄요. 저는 기회를 준 것 같은데요.”
“기회는 무슨…….”
“저라면 파면에 검찰 고발입니다.”
“뭐?”
“생각해 보세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권 부사장님이 저번 해킹 사태와 관련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당연히 파면하고 검찰에 고발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어쨌든 회사 직원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형사 고소도 없고…….”
“그건 그렇지만.”
“저도 우리 사장님 속내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쉽게 포기하지 않는 분이에요. 일도 사람도. 아시죠? 투자대회에서 어떻게 역전했는지.”
“…….”
권영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헛된 희망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장님은 자신을 믿고 기대하고 있는 건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홍영호 이사가 다시 말했다.
“누가 자신을 믿어 주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선배님, 우리 회사에는 아직 선배님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아, 알겠네.”
“그럼 전 내려가 보겠습니다.”
홍영호가 내려가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30~40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 한잔에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동료들과 티 타임으로 일상의 행복을 느꼈던 오래전이 생각났다.
잊고 있던 행복.
믿고 의지하고 도와주고 끌어 주던 순간들이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눈을 감고 지난날을 생각하던 권영수.
입가에 머물렀던 미소가 사라졌다.
눈을 뜬 그의 얼굴에는 결심이 서려 있었다.
전화기를 꺼낸 그는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회장님, 권영수입니다.”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
할머니에게 100억을 선물로 받기로 했는데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정훈은 할머니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최근 들어 생각이 많아 보이셨다.
정훈이 거실로 나갔을 때 할머니가 쉬고 계셨다.
“할머니 티비 보세요?”
“그래. 공부하고 있었냐?”
“네.”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좋은 대학 안 가도 상관 없잖느냐.”
현정옥은 자는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손자가 안쓰러웠다.
“그래도 서울대 법대는 가야죠. 현금왕 현정옥의 손자인데…….”
“녀석 어찌 그리 예쁘게 말하는지…….”
현정옥은 손자의 말이 마음에 들어 사랑스런 표정을 지었다.
모처럼 웃는 그녀의 표정을 본 정훈이 용기를 냈다.
“저기 할머니…… 그 선물 말인데요. 너무 큰 돈이라 부담스러운 건 아니죠?”
며칠째 묻지 못한 걸 드디어 물었다.
1등을 했다.
내기에서 이겼으니 100억을 받아야 하는데 금액이 너무 커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며칠째 말도 못 꺼냈다.
혹시나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는 건 아닌지)걱정이 멈추질 않았다.
정훈의 걱정을 들은 현정옥이 피식하고 웃었다.
“녀석아 이 할미 별명이 뭣인지 잊었냐? 현금왕이다. 할미한테 100억은 껌 값과도 같은 거야.”
“네?”
100억을 껌 값에 비유하는 그녀의 스케일에 정훈은 깜짝 놀랐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약속은 지킬 게 분명하셨다.
“녀석 돈 못 받을까봐 걱정되는 모양이구나. 안 그래도 보여 주려고 했다.”
현정옥은 천천히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가자.”
“어딜요?”
“선물 받아야지.”
할머니가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셨다.
정원을 지나 차고의 문을 여는 할머니.
어두운 차고 안에서 익숙한 느낌의 냄새가 물신 풍겨 왔다.
‘뭐지 이 냄새는 분명 자주 맡았는데.’
할머니가 차고의 불을 켰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정훈은 놀라서 눈만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