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6)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46화(46/200)
#046화
눈을 떴을 때 모처럼 찾아온 상쾌함.
오랜만에 개운하게 잠에서 일어났다.
천진혁은 오늘 운이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날씨는 무더웠지만 화창했고 출근길 교통 체증도 거의 없었다.
직원들의 표정도 평소보다 더 밝아 보였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격려가 힘이 되었다.
지난번의 1000억보다 5배 많은 수익.
불이 날 만큼 뜨겁고 무더운 오늘은 화끈하게 5000억을 벌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모든 게 좋았던 아침이었다.
천진혁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모, 모르겠습니다.”
화를 낼 시간도 없었다. 어서 멈춰야 했다.
화면에 집중한 채 프로그램 매매를 멈추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지금 손실이 얼마야?”
“천억입니다.”
불과 5분 만에 벌어진 일.
지금까지 해킹에 대비해 보안에 많이 투자했다.
더욱이 전설의 해커인 자신이 지키고 있는 이곳.
하지만 상대의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프로그램이 왜 계획과 다르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BHC 증권에서 쏟아져야 할 매도 주문이 왜 헤븐증권에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서 오는 놈들이야. 어서 추적해!
천진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네.”
다급히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누구도 어디서 시작된 공격인지 찾을 수 없었다.
“아직이야?”
“이제 거의 다 됐습니다.”
“이 멍청한 자식들아, 그거 찾는게 그렇게 어려워?”
“도련님. 그게…… 공격 위치가 헤븐증권입니다.”
“뭐? 내부자 소행이라고?”
“말이 돼?”
다시 한번 모니터를 본 사내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그게, 이 방에 있는 컴퓨터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썅, 장난해? 도대체 어느 컴퓨터야?”
천진혁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머뭇거리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게……. 도련님 컴퓨터입니다.”
온몸이 얼어 붙은 천진혁은 다급히 화면을 보았다.
다급히 키보드를 두드려 파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의 컴퓨터에서 활동중인 악성 코드를 발견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도대체 누가? 흔적도 없었는데. 할리퀸?’
아니다.
지난번 그녀의 승리는 그저 우연일 뿐.
항상 자신에게 패배했던 할리퀸이 이렇게 완벽하게 승리할 수 없었다 .
도대체 누군지 생각할 없던 천진혁.
힘이 잔뜩 들어간 그의 주먹이 부르르 떨었다.
키보드를 세차게 내리친 다음 소리쳤다.
“젠장, 당장 서버 전원 꺼”
“아, 안 됩니다. 그러면 증권 프로그램이 먹통이 됩니다.”
“상관 말고 꺼.”
“그게…….”
“뭐야, 내 말이 말같지 않아?”
천지혁이 자신의 컴퓨터 본체를 발로 짓밟으면서 광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비상전원으로 연결되어 있어 꺼지도 않습니다.”
“으아아아아!”
괴성을 지른 천진혁은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를 집어 들어 바닥에 세차게 내리꽂았다.
***
종로의 빌딩 숲 한 곳에 위치한 넓은 사무실에는 변변한 소파도 하나 없었다.
임시 사무실 같은 그곳에는 책상 몇 개와 모니터만이 보였다.
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레전드 컴퍼니의 두 직원.
이병석과 차영이가 모니터를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
“지금 이익이 얼마죠?”
윤정훈 사장이 그들의 뒤에서 느긋하게 물었다.
“3500억입니다.”
“여기서 멈추실 거 아니죠? 최소한 1조는 가셔야죠, 존경하는 사장님”
차영미가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저도 그러고 싶네요. 최소 10배는 갚아야 하는데…… 그런데 그러면 아예 파토 날 수도 있어요. 적당히 배부르게 먹죠. 9배, 콜.”
“풉, 콜.”
차영미가 기분좋은 웃음과 함께 따라 외쳤지만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 와중에서 비정상적인 선물 옵션 계약은 계속 체결되고 있었다.
헤븐증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주문의 95%를 이곳에서 받아먹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주워 먹으려고 군침을 흘리고 있지만 거래소와 가까운 곳에서 광케이블로 무장한 이곳을 속도에서 이길 수 없다.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먹는 법.
광케이블 속도가 제공하는 남들보다 빠른 호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른 자동 매수.
레전드 컴퍼니는 쏟아지는 주문을 가로채고 있는 중이었다.
주식 시장에는 스캘퍼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의도 증권거래소와 가까운 오피스텔에 자리 잡고 광케이블로 무장한 사람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주문하고 먼저 매도해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올리는 자들.
전설에 의하면 30만 원으로 한 달에 7000천만 원 그리고 6개월 뒤에 12억을 번 사람도 있었다.
정훈은 지난 삶에서 경제지에서 본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5200억 계약 됐습니다.”
“오케이. 선물 옵션이 만기되는 오늘 헤븐증권 놈들 얼굴이 궁금한데.”
“저두요 궁금하네요. 그 사이코 해커 자식 표정이 어떨지요. 사장님 죄송한데 서버에 조금만 장난쳐도 됩니까?”
차영미가 눈빛을 반짝였다.
정훈은 눈빛에서 이미 그녀의 의중을 읽었다.
“안 돼요. 절대로.”
“왜요?…… 사장님 제발 살살 할게요.”
“절대 안 됩니다.”
절제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쳇, 말씀만 하시면 서버실을 완전히 조져 버릴 수 있는데”
“크흠, 우리 건데 왜 망치려고 해요. 잘 아껴서 주워 올 건데.”
그의 말을 들은 차영미의 눈이 커졌다.
“헤븐증권한테서 돈만 받는 거 아니에요?”
“당연히 아니죠. 돈은 이미 많은데 돈으로 받아서 뭐 해요? 회사를 받아야지. 전 돈도 좋지만 회사도 좋아합니다. 흐흐흐.”
정훈의 입술이 길게 늘어졌다.
“아니, 우리 갚을 돈도 있잖아요. 천억”
“그거 배후가 헤븐증권이잖아요. 헤지펀드로 위장하고 있지만 뻔하잖아요. 서로 퉁 쳐야죠. 그럼 8천억이네. 8천억이면 헤븐증권 매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사장님 목표였어요?”
“그럼요. 돈보다는 회사. 회사에 딸린 인적, 물적 자원들, 흐흐흐.”
당한 것을 아홉 배로 갚아 준 정훈은 개운한 기분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긴장한 얼굴로 모니터만 보고 있는 이병석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고민 있습니까?”
“아닙니다. 너무 쉽게 이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쉽게 이기고 복수하면 좋은 거죠,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이병석이 물끄러미 정훈을 보았다.
그의 눈에서 불안을 확인한 정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좋은 길로 가는 겁니다.”
“좋은 길요?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겁니까?”
“글쎄요? 맞다, 틀리다…… 기준은 누가 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이게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거죠. 헤븐증권이 그동안 해 왔던 주가 조작들 아시잖아요?”
“네, 영미랑 제가 확인한 것만 5개가 넘었습니다.”
“그런 자들이 금감원 조사도 받지 않는 건 이유가 있겠죠?”
“……설마 뒷배가 있다는 겁니까?”
“…….”
정훈은 이병석에게 대답하지 않고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
“사장님, 이거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말씀 드리지만 책임은 제가 집니다. 그게 제 역할입니다.”
모든 책임을 진다는 윤정훈 말에 이병석은 안도했고 차영미도 신뢰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 슬슬 마무리할까요?”
정훈의 말을 들은 차영미와 이병석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흔적을 지워야 할 시간.
언제나 마무리를 깔끔하게 맺어야 뒤탈이 없다.
마지막 엔터키를 누른 차영미가 외쳤다.
“끝.”
“깜짝이야.”
사무실 한쪽 구석 빈 책상에 엎드려 자던 은수가 차영미의 큰 목소리에 잠이 깼다.
부스스한 얼굴을 일으킨 은수는 그녀를 보고 습관적인 미소를 지었다.
정은수의 타고난 교태를 본 정훈의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갔다.
‘아유, 저 자식은 괜히 따라와서.’
“에이, 놀랐잖아요. 누나!”
은수의 말을 들은 차영미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 보는 누나라는 소리에 어깨가 들썩이는 걸 겨우 참았다.
“저기, 사장님 저 친구는 누구에요? 연예인이에요? 어떻게 저렇게 생겼어요.”
그녀의 들뜬 목소리와 달리 불편한 기색을 보인 이병석은 이마를 찡그린 채 은수를 보았다.
“아뇨. 바보요. 바보. 하는 일 없이 쫓아다니는 놈팽이예요.”
“예? 하는 일 없어요? 그럼 여기서 일하면 되겠네요.”
“일은 무슨 와서 잠이나 자는데……. 야, 그만 처 자. 밤에 안 자고 뭐 하길래”
“나 졸라 피곤해. 현수 아저씨랑 계속 스파링하잖아. 이상한 기술도 계속 가르쳐 주고. 피곤해 뒤지겠다. ”
“현수 아저씨가 왜?”
“몰라, 내가 재능이 있대.”
“무슨 재능?”
“몰라, 비밀 요원으로의 자질이 있다는데, 이렇게 잘 생겨서 될지 모르겠다.”
“풉, 비밀 요원은 개뿔”
정훈은 은수의 말을 비웃었지만 ‘비밀 요원’이란 단어가 신경 쓰였다.
그리고 수행비서인 곽현수의 인생이 조금 궁금했다.
은수는 홀쭉해진 배를 만지며 정훈에게 다가갔다.
“야, 배고픈데 컵라면이나 먹으러 가자.”
“이게, 여기가 학굔 줄 알아?”
“그럼 짜장면 시켜 줘.”
“제가 바로 주문할게요.”
은수의 말을 들은 차영미는 어느새 전화기를 들어 중화요리를 주문했다.
그런 그녀를 본 정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이병석이 불쾌한 표정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
헤븐그룹의 사장단 회의가 시작되었다.
굳은 표정의 천상수는 말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반짝이는 크리스털 재떨이에는 이미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었다.
“대책은?”
“지금 레전드 컴퍼니가 산 옵션은 BHC 증권 계좌를 통해서 이뤄졌습니다. BHC 증권에 이번 옵션을 산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부탁하는 게 어떻습니까?”
“만나면, 그다음은?”
“양해를 구하고 해지를 요청해야 합니다. 구천억입니다. 회장님.”
“뭐? 장난해? 기자들 앞에서 계약 이행을 큰소리친 내가 이제 와서 가서 비굴하게 잘못된 계약이니까 좀 물러 주세요. 이러면 좋겠어? 장난하는 거야? 누굴 병신 만드는 거야, 이 새끼야!”
반짝이는 재떨이가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황급히 피한 그는 고개만 숙인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혁아.”
“네, 회장님.”
“손실이 구천억이냐?”
천진혁은 대답할 수 없었다.
다만 곧 있을 상황에 대비에 온몸에 힘을 잔뜩 넣었다.
“대답을 해야지, 아버지가 물었으면.”
“네, 회장님. 구천억입니다.”
“네 놈 몸에 있는 장기를 팔아도 갚지 못할 돈이구나.”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휴우.”
천상수가 긴 한숨을 쉬었다.
“지금 그룹에서 당겨 올 수 있는 현금이 얼마나 있어?”
“7천억 정도 됩니다.”
“그럼 천억만 남기고 6천억 전부 헤븐증권으로 보내”
“회장님. 그러면 그룹 전체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임죄가…….”
“야 이 새끼야!”
꽝하는 소리와 함께 천상수의 천둥 같은 목소리가 회의실을 흔들었다.
“뚝배기 깨질래, 배임죄 받을래? 골라 봐.”
“죄송합니다.”
깊은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다스린 천상수는 천천히 눈을 떴다.
“후우, 그렇게 처리해. 이제 다들 나가.”
모두 일어서서 회의실을 나갈 때 천상수가 천진혁을 앉혔다.
“넌 남거라.”
“네.”
간결히 대답하고 천상수 옆에 앉은 천진혁의 두 눈엔 공포가 가득했다.
“구천억이 중요한 게 아니야. 진혁아. 네가 모르는 게 많이 있다. 헤븐증권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거야. 우리 목숨이 거기에 걸려 있어. 지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비도 너도 다 죽는 거야. 쥐도 새도 모르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잘해야 한다 아들아.”
천진혁은 당황했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세한 건 알 거 없다. 아비를 살리고 싶으면, 그리고 너도 살고 싶으면 헤븐증권을 정상화해야 해.”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분명 윤정훈이 배후에 있을 거야. 그날 정말 께름칙했었는데……. 개자식.”
천진혁은 아버지의 얼굴에 서려 있는 공포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저런 공포를 심어 준 걸까?
답 없는 의문에 빠져 있을 때 넋이 나간 표정의 천상수가 일어섰다.
휘청이는 발걸음으로 회의실을 나갔다. 그런 아버지를 본 천진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윤정훈 이 자식’
그의 입에서 피보다 진한 증오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
“정훈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
오랜만에 만난 임철수의 표정에는 호기심이 가득 했다.
“난 아직도 안 믿겨. 우리 레전드가 어떻게 그 많은 옵션 계약을 다 체결한 거야?”
“당한 대로 갚아 준 것뿐인데요. 헤븐증권은 어때요?”
“파산 위기라는 소식이 파다해.”
“그럼 곧 싼 값에 시장에 나오겠네요. 저희가 싸게 인수하죠.”
임철수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아무래도 그건 물 건너간 거 같아. 이미 헤븐그룹에서 6천억을 지원했어. 하한가 가던 주가도 반등 중이야.”
“네? 정말요? 흠……. 아저씨 아무래도 전 정말 운이 좋은 거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냐?”
정훈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임철수가 당황한 채 물었다.
“아니 못 먹게 됐는데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저씨, 상대가 판돈을 더 마련해 왔어요. 그럼 어떻게 해요?”
“뭐? 판돈을 준비해 왔다고? 너 설마.”
임철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흐흐흐……. 또 싹싹 발라먹어야죠”
정훈의 말을 들은 임철수는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같은 방법은 안 통할 건데.”
“같은 방법은 하수나 쓰는 거죠. 그리고 헤븐증권이랑 BHC 증권은 같은 피해자 아닙니까. 해킹에 의한 불공정한 계약의 피해자. 그래서 지금 둘 다 돈이 없죠.”
“그렇지 BHC 증권도 지금 자금 사정이 안 좋다고 소문이 파다하던데.”
“그래서 제가 무리수를 던질 겁니다.”
“무리수라? 뭘 할 건데?”
정훈이 일어서 밖을 보았다.
8월이 지나고 9월이 된 지금.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여전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훈은 그 더위 사이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9월이다.
“아저씨, 헤븐증권 50억, 동서증권 30억, 일송증권 20억씩, 주가 지수 풋옵션 매입하세요. 9월 13일 목요일 만기로.”
정훈의 말을 들은 임철수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뭐? 갑자기 그걸?”
정훈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100억 날리는 거 아니야?”
“글쎄요. 뭐 날리면 날리는 거죠. 현금왕의 손자인데, 그 정도는 껌값이죠.”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