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7)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47화(47/200)
#047화
정훈은 임철수를 보며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굴에 깃든 장난기를 본 임철수는 배알이 꼴렸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금만 해도 1조가 넘는 돈을 가졌다는 소문을 가진 현정옥의 유일한 손자.
다 잃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임철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평소 알던 정훈과 너무 달랐다.
무턱대고 행동하지 않는 정훈이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봐. 네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백억은 함부로 갖다 버리기엔 너무 큰 돈이야. 막말로 옵션 하다가 한강 간 사람 수백 명이다.”
“옵션으로 천당 간 사람도 그 만큼은 있어요.”
“야, 농담이 아니라 이번 주 종합주가지수 600에 근접해 있는데 500짜리를 사면 리스크가 너무 크잖아. 다음 주에, 종합주가지수가 500 밑으로 안 내려가면 밑구멍 닦는 휴지로도 못 써. 그냥 사라지는 거야.”
“그건 다음 주가 되면 알게 되겠죠.”
“후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안 돼.”
임철수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 묻어 있었다.
여기서 한번 강하게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마지막으로 강하게 어필했다.
“안 돼, 절대 안 돼. 이건 정말 돈을 버리는거야. 네 아버지의 친구로 충고하는 거야. 정말로.”
“레전드 컴퍼니 대표이사님. 대주주가 누구죠?”
정훈이 단호한 목소리로 그에게 질문했다. 흠칫 놀란 임철수가 주저하며 대답했다.
“그건 너지만 지금은 네 아버지의 친구였던 사람으로 말하는 거야.”
“저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아들로서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닙니다……. 레전드 컴퍼니 대주주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임철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그와 정훈의 본질적인 관계를 직시한 순간이었다.
충고를 하려던 열정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모든 것이 차갑게 식었다.
“회사 소유자께서 돈을 소각장에 갖다가 넣으라고 말씀하시면, 그렇게 해야지. 그게 내가 할 일이지.”
“그렇게 비하할 필요 없습니다. 페이팔로 이름을 바꾼 엑스닷컴을 생각하세요.”
“그건……. 이거랑 상황이 다르잖아.”
임철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짜증이 배어 있었다.
“다르지 않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로 지금 30배의 이익을 봤지 않습니까?”
임철수는 정훈의 말에 눈만 깜빡이며 그를 보았다. 틀린 말이 없었다.
“다음 주에 결판나겠죠. 누가 이기는지.”
“나도, 네가 이기는 걸 보고 싶다.”
임철수가 건조한 목소리로 가방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런 다음 인사도 없이 방을 나가 버렸다.
정훈도 물러설 수 없었다.
일생 일대의 기회가 오는데, 아버지의 친구라는 족쇄에 묶여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 번쯤 그와 자신의 관계를 정확하게 각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임철수는 불쾌했지만 정훈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그 녀석이 보여 준 기적 같은 성과를 차분히 되새겼다.
재건축 수주만이 아니었다.
지난번 페이팔 투자로 수십 배의 이득을 보고 있었다.
내년에 상장하는 분위기 덕분에 장외에서 주가가 10달러 정도 하고 있다.
이미 30배의 수익률.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아니다.
더욱이 아직 미성년자인데……
그것 때문에 정훈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하지는 못해도 따르기로 했다.
아닌 말로 지금 있는 돈 다 날려도 큰 문제 없는 게 현금왕의 손자이지 않은가?
임철수는 생각을 정리한 다음 자신의 앞에 우뚝 솟아 있는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레전드 컴퍼니 대표이사 임철수입니다.”
“네, 동서증권 정성훈 이사입니다.”
서로 명함을 주고 받으며 간단하게 인사를 한 다음 정성훈 이사가 질문했다.
“괜찮겠습니까? 다음 주가 만기인데.”
“네…… 어쩔 수 없죠.”
“어쩔 수 없다는 건 대표님도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걸 원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저희 회사 소유주밖에 없을 겁니다.”
“대주주라면…….”
“있습니다. 돈이 썩어 넘치는 외국인이죠 뭐……. 자세하게 말하기는 좀 그렇고, 크흠.”
“알겠습니다. 말씀하기 곤란하시면 상관없습니다.”
“자 여기 법인 도장 찍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임철수가 도장을 찍는 모습을 본 동서증권 정성훈 이사는 남몰래 쾌재를 불렀다.
자신의 실적이 오르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도장을 찍는 임철수 대표를 측은히 보았다.
대표이사라도 대주주의 의견에 휘둘려 이번과 같은 허황된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
직장인의 비애가 느껴졌다.
“자,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철수는 서류를 챙겨서 서둘러 동서증권을 나왔다. 다음으로 일송증권으로 가 동일한 계약을 체결했다.
마지막 남은 곳, 헤븐증권이 있는 빌딩 앞에 섰다.
헤븐그룹 본사 안에 있는 헤븐증권.
그만큼 그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미 두 번의 비웃음을 겪은 임철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천진혁입니다. 반갑습니다. 전화로 요청하신 계약서는 이미 다 준비했습니다.”
천진혁의 얼굴을 본 임철수는 깜짝 놀랐다.
재벌가 로열 패밀리가 직접 나올 줄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직접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대표이사께서 직접 오신다고 해서 제가 나왔습니다. 50억이면 중요한 거래이지 않습니까?”
“감사합니다.”
천진혁이 임철수를 유심히 보았다.
의심갈 만한 점은 없어 보였다.
전형적인 대표이사의 느낌, 문득 드러나는 날카로우며 예리한 눈빛에서 그의 실력이 느껴졌다.
차분한 분위기가 자신감보다는 신중함이 돋보이는 얼굴이었다.
“정훈이는 잘 있습니까?”
임철수가 천진혁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누구 말입니까?”
“아,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했군요.”
“크흠, 이상한 질문이네요. 잠깐 서류를 다시 검토해야겠습니다.”
임철수는 불쾌한 듯 대답한 다음 서류를 검토했다.
정훈이 자신에게 미리 언질했던 말이 떠올렸다.
‘제 이름을 들먹이거나 저와의 관계를 캐려 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딱 잡아떼야 합니다.’
임철수는 미아리 고개에 좌판을 깔아도 될 만큼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정훈의 능력에 혀를 내 둘렀다.
“흐음…….”
천진혁이 임철수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의 얼굴에서 거래를 주저하는 게 눈에 보였다.
혹시라도 생각을 고쳐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 실례가 되지 않으면 서명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제가 회장님께 보고드릴 일이 있어서요.”
“아, 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바로 서명하죠.”
임철수는 천진혁이 주는 만년필을 받아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 모습을 본 천진혁은 쾌재를 불렀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 50억이라는 공돈이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이 자리에 나왔다.
지난번 잘못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 전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임철수가 나간 다음 천진혁도 회장실로 향했다.
푼돈이지만 그래도 심각한 자금 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50억.
아버지께 빨리 보고해야 했다.
“회장님. 진혁입니다.”
“들어와.”
천상수 회장은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는 그룹의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을 생각해야 했지만, 머리가 지끈거려 그럴 수 없었다.
“회장님 다음 주면 50억 생깁니다.”
“갑자기 50억이 어디서?”
“레전드 컴퍼니와 실현 가능하지 않은 옵션 계약을 맺었습니다.”
“레전드? 뭐 하는 데야?
“아직 알려진 게 없습니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헤지 펀드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투자 성향이 상당히 공격적인 것 같습니다.”
“대표가 도박을 좋아하나 보군. 그런데 그 실현 가능하지 않은 옵션 계약은 뭐야?”
천상수에게 계약 조건을 알려 주자 걱정스런 표정이 누그러졌다.
“다음 주에 종합주가지수가 10프로 이상 떨어져야 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내 인생에 그런 적은 없었지. 아암 없었어.”
천상수는 공짜로 50억을 챙길 생각에 입이 귀에 걸렸다.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
“설마 윤정훈과 관련 있는 건 아니겠지?”
“네, 슬쩍 물었지만 전혀 모르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조사했지만 조금도 관련된 점을 못 찾았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그룹 자금 지원으로 숨통을 텄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 주가 조작하기 좋은 놈들로 10개 정도 준비해. 이번엔 덩치를 좀 키워. 1000억씩 몇 번만 하면 이따위 위기는 쉽게 넘길 수 있어.”
“그래도 조심해야 하지 않습니까?”
“조심은 살아 있을 때나 하는 거고. 지금 인공호흡기 달고 있는 거 안 보여?”
천상수의 목소리에 짜증이 배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너무 급히 서두르는 아버지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헤븐증권의 상황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
전 부사장이자 현 직원인 권영수는 즐겁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복도에 있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홍영호가 그에게 믹스 커피를 가지고 왔다.
“선배님, 한잔하세요.”
“그래, 고마워. 안 바빠? 한직도 아니고 복도나 지키는 사람 커피까지 챙겨 주고?”
“바쁘죠. 그런데 바쁜 거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뭔데?”
“글쎄요? 아, 제가 어제 일송증권 박이사 한잔했는데 여의도에 미친 호구가 하나 나타났다는데요.”
“웬 호구. 무슨 말이야?”
권영수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게, 이번 주 종합주가지수 풋옵션에 백억을 건 헤지 펀드가 있답니다.”
“백억?”
“네. 동서증권이랑 일송증권이랑 헤븐증권이랑 계약했데요.”
“실행가가 얼마길래?”
“종합주가지수 500요.”
“푸훕, 그럼 벌써 다 날렸겠네. 이제 이틀 남았는데.”
“그렇죠. 아, 그런 호구가 우리한테 왔어야 하는데.”
“그러게, 아쉬워.”
홍영호 이사도 권영수 전 부사장도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호구를 발라먹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잘 알고 있는 그들이다.
“홍이사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윤정훈 사장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네, 사장님.”
권영수 사원의 책상에 기대고 있던 홍이사가 일어섰고 의자에 앉아 있던 권영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넙죽 인사했다.
“나오셨습니까?”
“네.”
“지금 몇 시죠?”
갑작스런 질문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시계를 확인한 홍 이사가 대답했다.
“한 시입니다.”
“그럼 지금 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주식 전부파세요.”
“네? 지금요?”
“네. 지금 당장요.”
홍이사는 윤정훈 사장의 말을 들었지만 차마 실행할 수 없었다.
“사장님, 그걸 다 쏟아 내면 거래소에서 난리가 날 겁니다.”
“그런 거 상관하지 말고 실행하세요.”
“…….”
정훈은 대답하지 않는 홍 이사를 쳐다보았다.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홍 이사도 웬만하면 사장의 지시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은 사장, 직원들 모두 저절로 따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전체 주식을 매각하라는 것은 창사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장의 지시라 실행은 해야 했지만 갈등했다.
“권영수 사원님.”
“네, 사장님.”
“만약 홍 이사님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만약이지만…… 팔아야죠. 뭔가 분명한 이유가 있으니 말씀하셨겠죠. 자신 있게 움직인다고 생각됩니다.”
정훈은 모범 답안을 제출한 권영수를 보며 생각했다.
‘아부를 생각보다 잘하는데?’
“크흠, 아무리 그래도 사장님,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홍 이사가 다시 한번 간곡하게 만류했다.
그때 최준기 상무가 지나가며 윤정훈에게 인사를 했다.
“다들 여기서 뭐 하십니까?”
“아, 잘 왔네요. 최준기 상무님. 만약 제가 지금 회사가 가진 주식 전부를 팔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전부 말입니까?”
최준기 상부의 동그랗게 뜬 눈으로 되물었다.
“네. 전량. 하나도 남김없이요.”
잠깐 생각한 그가 입을 열었다.
“팔아야죠”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한 홍 이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최준기 상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전부 다?”
“네.”
“거래소에서 난리가 날 건데. 의심을 살 수도 있는데.”
“그건 거래소 사정이고, 사기도 범죄도 아니니 상관 없죠.”
“이유가 뭐야?”
“그게…… 사장님 지시잖습니까?”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세 사람의 시선에 무안해진 홍영호,
윤정훈을 보고 크게 말했다.
“지금 당장 다 팔겠습니다.”
“굿.”
그 말을 들은 윤정훈은 짧게 한마디 한 다음 흡족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아니, 다들 왜 그래? 사장님 갔으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해 봐.”
“아니 뭘요? 팔라고 했으면 파는 거죠.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항상.”
최준기가 이유가 있다는 말을 한 다음 사라졌다.
“권 선배?”
“최상무 말이 맞아. 투자 대회도 그렇고 우리 사장님 하는 거 보면 항상 이유가 있어. 이해할 수 없지만 잘못된 적이 없으니 믿고 따라야지.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너무 비상식적이라서요”
“흠, 가끔 그런 비상적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우리는 그 사람들을 천재라고 부르지.”
그제야 홍영호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계를 본 그.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럼 가 보겠습니다.”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항상 잘 될 거야.”
“넵, 선배님.”
권영수 사원은 다시 복도에 있는 자신의 의자에 앉아 텅 빈 벽을 보았다.
그리고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하는 윤정훈 사장의 선택을 곰곰이 생각했다.
비록 그의 수를 알 수 없지만 태풍이 오고 있는 건 미약하게 그도 느낄 수 있었다.
윤정훈이란 천재의 움직임이 얼마나 큰 태풍을 몰고 올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
2001년 9월 11일 밤 11시부터 한국의 티비 화면 아래에는 속보 자막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미국 여객기 4대가 납치범들에 의해 동시에 납치됐다.
이 중 여객기 2대가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충돌했다.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110층짜리 두 빌딩이 붕괴하며 거대한 먼지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경악했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알카에다는 그들의 존재를 악마 같은 테러로 과시했다.
미국은 대형참사의 발생과 동시에 급락하는 주식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무기한 거래정지를 발표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