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8)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48화(48/200)
#048
잠을 설친 홍영호 이사는 서둘러 회사로 출근했다.
입구부터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시계를 확인했다.
6시.
비상이라 모두 일찍 출근했다.
직원들의 메신저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현재의 걱정과 전망 등이 주된 주제였다.
하지만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어제의 미스테리한 주식 매각이었다.
신의 한 수가 된 전량 매도.
‘이게 말이 돼?’
‘몰라, 근데 진짜야? 어제 우리가 가진 주식 전량 매도했어?’
‘진짜. 어제 홍이사 미친 줄 알았는데.’
‘홍 이사 퇴직하면 점집 하나 여는 거 아니야?’
‘아니야, 그거 홍 이사가 아니라 사장님 긴급 지시래.’
‘뭐?’
‘헐.’
‘진짜?’
사내 메신저로 숙덕거리던 사람들 사이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야, 대박 기밀하나 더.’
‘뭔데?’
‘어제 사장님이 회사 계정으로 헤븐증권에서 발행한 실행가 500짜리 풋옵션 대량 매수했어’
‘얼마나?’
‘50억.’
‘뭐?’
메신저로 대화하던 사람들 몇몇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무안한 얼굴로 주변을 살핀 다음 자리에 앉았다.
그때 문을 열고 사장님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모두 일어나 크게 인사를 했다.
위기를 구한 지휘관에 대한 예우였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모니터를 보던 직원들 모두가 그를 보았다.
앞날을 정확히 예언하는 예언가를 보는 듯 경이로운 표정이었다.
사장실로 들어간 정훈은 인터폰을 누르고 말했다.
“모두 출근했죠?”
“네. 사장님.”
“임원들 회의실로 집합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장이 열리고 두 시간 동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시뮬레이션 했다.
두 주먹을 꽉 쥔 그는 자리에서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회의실에 모인 임원들의 표정도 직원들과 같았다.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훈이 회의실에 들어서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앉으세요.”
주변을 둘러본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국 주식 시장은 중단되었습니다. 유럽은 폭락했고 이제 곧 한국과 일본의 시장이 열립니다.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3% 정도 하락하면서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최준기 상무가 예측했다.
“홍 이사님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윤정훈이 홍 이사를 보았다.
어제의 일이 생각났는지 무안한 얼굴이었다.
“저도 3~4프로 하락한 채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도대체 어떻게 아신 겁니까?”
“크흠, 그건 아실 것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홍영호도 최준기 상무도 윤정훈 사장이 가진 비밀스러운 정보력이 더욱 궁금해졌다.
최준기 상무는 특히 저번 투자 대회가 생각났다.
‘투자 대회 때도 바로 전날 급등주로 바꿨어. 분명히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있어. 보통의 정보력이 아니야.’
최준기는 의심의 눈초리로 윤정훈 사장을 힐긋거렸다.
“자, 이제 돌아가면 아침에 몇 프로로 떨어지던 전량 매수하세요.”
“알겠습니다.”
“모두 긴장합니다. 오늘 오전 두 시간 동안 수천억이 오가는 판이 열립니다.”
“예”
모두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천억, 아니 수조가 걸린 거대한 기회이다.
지옥보다 더 처절한 전장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
9시가 시작되자 주식시장이 개장했다.
모니터를 보던 모두 한동안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12%. 역사상 최대의 하락 폭.
모두가 넋을 놓고 있을 때 누군가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신 차리고, 지금부터 어제까지 우리가 보유했던 종목 중 하한가에 있는 것들 다 쓸어 담아요”
윤정훈은 큰 목소리로 지나친 낙폭에 정신이 나간 브로커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제야 하한가에 있던 주식을 허겁지겁 줍기 시작했다.
“풋옵션 얼마예요?”
“지금 전체 다 해서 5천억입니다.”
그 말을 들은 브로커들의 고개가 그곳으로 전부 쏠렸다.
“어, 어제 50억에 사서 지금 5천억…… 100배입니다.”
정훈은 아쉬웠다. 자신이 미래에 본 기사에는 200배 수익도, 500배도 있었는데.
애써 욕심을 참고 100배의 수익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제 조금 뒤면 가격이 급락할 것이다.
차분히 시계만 보던 정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부 매도하세요.”
“조금만 더 있으면 6000억 찍을 것 같은데요.”
“욕심은 금물입니다.”
“알겠습니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매도주문을 내고 계약이 속속 체결되었다.
“다, 체결됐습니다. 사장님.”
거래를 마친 브로커들은 윤정훈 사장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그는 총탄이 오가고 육박전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도 차분하게 그곳을 지휘하고 있는 사령관 같았다.
믿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도 허락하지 않는 태산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주가는 서서히 오를 겁니다.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포에 빠졌을 때 탐욕을 부려야 돈을 법니다.”
“네.”
정훈의 짧은 한마디에 모두가 크게 대답했다.
지금 그의 말이 그대로 증명되었다.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일을 마친 정훈은 무심한 발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대기 중인 차에 올라탔다.
곽현수가 그를 보고 물었다.
“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
“종로에 있는 레전드 컴퍼니로요”
“알겠습니다.”
창밖을 보던 정훈은 문득 은수의 말이 생각났다.
현수 아저씨에게 무언가를 배운다고 했었다.
“참, 은수한테 뭘 가르치는 겁니까?”
“칼리라는 동남아 무술입니다. 옛날에 배웠는데 혹시나 필요할 수도 있어서요. 은수군이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아서 가르쳤는데 제법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쪽으로 재능이 있더군요.”
“은수가 스피드가 좋죠. 저보다 느리긴 하지만”
“네? 제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빠른 게 은수인데, 도련님이 그것보다 빠르다구요?”
“네. 제가 조금 더 빠르긴 합니다.
곽현수는 백미러로 정훈의 몸을 다시 한번 관찰했다.
속도보다는 파워에 강점이 있는 체구였다.
그런데 은수보다 더 빠르다면…….
순간 곽현수는 정보사 전설인 자신도 쉽게 제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기껏해야 고등학생.
수많은 전투 속에서 살아남은 자신과는 급이 다르다고 믿었다.
정훈은 자신을 백미러 흘깃거리는 곽현수에게 예전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칼리라는 무술은 어디서 배웠어요?”
정훈의 질문에도 곽현수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
그래도 거짓말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궁금했지만 그냥 모른 척 하기로 했다.
언젠가 그가 말할 때까지 참고 기다려 주는 것도 자신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 생각했다.
“최대한 밟아 주세요.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군요.”
“꽉 잡으십시오.”
곽현수는 레이싱 선수 못지않은 실력으로 수십 번의 칼치기를 한끝에 10분 만에 여의도에서 종로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로 들어간 정훈은 티비 화면을 보며 넋이 나가 있는 차영미와 이병석을 보았다.
“괜찮습니까?”
“나오셨습니까?
정훈을 본 그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지만 뒤숭숭한 표정이었다.
“어제 시킨 일은 다 했죠?”
“네. 레전드 컴퍼니에서 운용하고 있는 주식 전부를 매각했습니다.”
정훈은 이병석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임철수 사장님은 어디 가셨어요?”
“저기 계셨는데……. 화장실 가졌나 보네요.”
그때 사무실로 임철수가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왔구나.”
“어때요?”
“지난주 100억으로 산 옵션 가격은 200배 올랐어. 믿어지냐? 2조다 2조.”
“아마 2조로 행사되진 않겠죠.”
“물론. 내일은 3~5프로 정도 크게 반등할 거야. 그래도 최소 7~8천억은 버는 거야.”
“아쉽네요. 1조를 못 벌어서.”
“뭐?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다다익선 아닙니까?”
정훈은 씨익 웃더니 화제를 돌렸다.
“우리랑 계약한 회사들 손실은 얼마예요?”
“글쎄, 내일 종가를 확인해야겠지만 헤븐증권은 5~6천억, 동서증권 1~2천억, 일송증권도 그 정도일 것 같아. 그런데 동서증권도 그렇지만, 헤븐증권은 이거 못 갚을 거 같은데?”
“그룹 자금이 아직 남아 있지 않을까요? 싹싹 긁어모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저번에 무리하게 지원해서 자금이 씨가 말랐다고 소문이 자자해 파산은 거의 기정사실일 거야. 그리고 동서증권은 이 정도로 버틸 체급도 지원해 줄 그룹도 없어.”
정훈은 임철수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주가조작을 일삼던 헤븐증권과 동서증권을 증권가에서 몰아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동서증권은 4년 뒤에 작전세력과 결탁해 BTA 벤처 주가조작으로 수천억의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굴지의 대형 로펌을 선임한 덕분에 무혐의를 받아 냈다.
수만 명의 투자자가 눈물을 흘렸다.
정훈은 수만 명의 고통을 끝낼 수 있기에 나쁘지 않은 결과라 생각했다.
“크흠, 내 생각에는 헤븐그룹도 헤븐증권을 파산시킬 수밖에 없을 거야. 동서 증권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멀쩡한 회사를 파산시킬 수는 없죠.”
“파산시킬 수 없다면 무슨 생각이 있는 거야?”
“현금왕의 손자가 돈이나 벌려고 이런 일을 했겠습니까?”
정훈의 의뭉스런 표정과 입가의 웃음 본 임철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임철수의 눈이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설마, 너 이 자식?”
“흠, 사람들인데 자식은 좀…… 그렇지 않습니까? 아저씨. 흐흐흐.”
정훈은 자신의 계획을 알아챈 임철수를 보고 웃었다.
정훈의 생각에 감탄한 임철수도 크게 웃었다.
“알았어. 도련님아. 그래도 나도 네 아버지 현중이 생각해서 많이 봐주는 거야.”
아버지.
순간 지금 있었으면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선물 옵션 만기가 도래한 목요일.
헤븐증권에 일어난 피해 상황은 참혹했다.
레전드 컴퍼니와의 옵션 거래에서 발생한 피해액만 5천억 원.
그리고 주가 하락에 대한 피해도 심각했다.
특히 5천억은 1:1 계약이라 당장 물어 줘야 했다.
천진혁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장실로 들어갔다.
자신이 들어왔음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 아버지였다.
“저 왔습니다.”
“그래, 앉거라.”
천진혁이 본 아버지의 얼굴에는 근심보다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레전드 컴퍼니와 한 계약에서 얼마 날린 거야?”
“5000억 원입니다…….”
“후우, 급하다고 다 처먹더니 이 사달을 내는구나.”
천상수는 손으로 재떨이를 꽉 쥐었다.
그 모습을 본 천진혁이 흠칫 놀라며 몸을 웅크렸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용서는 아버지도 해 주고 싶어. 하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것 같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
천진혁은 아버지가 하는 말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누가 관련되어 있는 걸까?
“일송그룹 송철호 회장님, 인상이 참 좋으시지?”
“네.”
“그 웃는 인상으로 여럿 보내셨다.”
“네? 보내다니요?”
“말 그대로야, 눈앞에 본 것만 여러 번이야. 그렇게 황천길로 많이 보내셨어. 그래도 나는 끝까지 살아남았는데. 이제 내 차례인가? 후우.”
긴 한숨을 짓는 아버지를 보면서 천진혁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일송그룹에 아버지가 쩔쩔매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건 아니라 생각했다.
인자한 얼굴로 사람 좋기로 유명한 송철호 회장.
아버지가 단단히 오해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제가 어떻게든 수습해 보겠습니다.”
“가만히 있거라. 네가 한 실패가 이제까지 세 번이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 같다.”
“죄송합니다.”
“내 아들만 아니었으면.”
천상수는 손에 있던 재떨이를 다시 한번 꽉 쥐었다.
그 모습을 본 천진혁은 다시 한번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회장실을 가득 메운 적막 속에서 천진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손에 들린 크리스탈 재떨이를 계속 확인했다.
저것이 자신의 머리를 내리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불안한 순간에는 좋았던 추억, 행복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 마음이 한없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옛날에 엄마가 가르쳐 준 방법이었다.
천진혁이 공포 속에서 얕은 평온을 갈구하고 있을 때였다.
인터폰이 울렸다.
“회장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누구? 일정에 없는 사람 아니야?”
“네, 그런데 만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구야?”
짜증이 가득 묻은 목소리였다.
“레전드 컴퍼니 임철수 대표입니다.”
“뭐? 들어오시라고 해”
일말의 희망?
천상수는 피해 금액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넥타이를 다시 한번 고쳐맨 다음 문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문이 열리고 레전드 컴퍼니 임철수가 방으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회장님”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불쑥 찾아왔는데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철수는 천상수에게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다. 자리에 앉은 그는 천상수와 그 아들을 한 번씩 본 다음 입을 열었다.
“서로 바쁜 것 같은데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계약 문제 때문에 찾았습니다.”
임철수는 짙은 가죽 가방에서 갈색의 서류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천상수에게 그것을 전달했다.
“이게 뭡니까?”
“저희 레전드 컴퍼니 오너께서 요구하신 사항입니다.”
천상수의 입술이 바짝 말랐다.
침 삼키는 소리만 들려왔다.
미약하게 떨리는 그의 손이 봉투 안에 있는 서류를 천천히 꺼내고 있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