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51)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51화(51/200)
#051화
자산 규모 7조 원의 대한중공업은 국내 최대 중공업 기업이다.
대형 설비와 선박용 엔진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한전에 발전용 설비를 독점적으로 납품하고 있었다.
시장 경쟁에서 독점이라는 달콤한 과일을 가진 거대 기업.
정부 출자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공기업 경영 정상화를 명분으로 시장에 던져졌다.
많은 사람이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할머니도 생각하셨어요?”
“아니, 아직까지 제조업 인수는 생각하지 않았지. 이 나이에 공장 사서 뭐 하려고.”
“한국전력에 독점 납품하는 회사라면 괜찮은 조건 아니에요?”
“녀석, 여자 보는 눈은 없어도 회사 보는 눈은 있구나. 독점 기업이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지.”
“네? 여자 보는 눈이 별로였어요?”
현중은 무엇보다 여자 보는 눈이 없다는 할머니 말이 신경 쓰였다.
“흠흠, 아니다 말이 헛나왔구나. 다혜야 너무 이쁘지. 꼭 인형 같더구나.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대한중공업 인수전은 돈으로만 되는 게 아닌데.”
“그래서 한번 움직여 보려구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현정옥은 자신감 넘치는 손자의 표정이 좋았다.
7조에 달하는 기업의 인수를 재밌다고 말하는 그 자신감.
나이가 든 자신은 걱정이 앞서는데 젊은 손자는 미래를 더 꿈꾸고 있었다.
“재미있을 것 같으면 해야지.”
“네, 한번 재밌게 놀아 봐야겠어요.”
“녀석, 놀다니…….”
현정옥은 손자를 한 번 본 다음 빙긋 웃었다.
“그래, 한번 놀아 보거라. 대신 너무 무리하진 말고.”
할머니의 허락이 떨어졌다.
“네.”
기쁜 마음으로 이사장실을 나가려 할 때 할머니는 정훈을 다시 세웠다.
“아, 내 정신 좀 봐. 정훈아 내가 너 성적 확인했는데.”
“당연히 만점이죠?”
“어, 그래 만점이야.”
“그런데 내일 나오지 않아요?”
무덤덤한 내 표정에 오히려 당황한 그녀.
실망한 기색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재미가 없어. 네 녀석은. 좀 화들짝 놀라고 해야 할미가 재미가 있지.”
“열심히 노력한 대가죠. 만점인 줄 알고 있었어요. 할머니 그동안 저 도와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고맙긴 녀석.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오히려 정훈이 덕분에 안 그래도 많은 내 재산이 쑥쑥 불고 있다. 나도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정훈은 할머니를 보며 활짝 웃어주었다.
손자의 미소,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때 이사장실의 전화벨이 크게 울렸다.
처음엔 차분하게 전화를 받던 현정옥은 점차 들뜨기 시작했다.
“왜 이리 전화를 안 받아? 다름 아니라 저번에 자네 손자 들어간 학교가 서울대 무슨 과?”
현정옥은 상대방의 대답을 듣더니 말을 이었다.
“아니, 우리 손주가 이번에 서울대 법대에 원서를 쓸까 해서 뭐 좀 물어보려고 했지. 자네 손자도 서울대 법대인 줄 알았는데, 내가 착각했네. 끊음세.”
할머니는 서울대보다는 법대를 강조하셨다.
그녀의 환한 얼굴에서 10년 묵은 체증이 순식간에 내려가는 게 보였다.
“누구예요?”
“저기 명동에 돈 좀 만지는 놈 있어. 저번에 손자 놈이 서울대 갔다고 어찌나 자랑하던지. 턱걸이로 들어간 학과도 서울대라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꼴이 얼마나 재수 없던지.”
“오늘 제대로 먹이셨네요.”
그사이에 또 전화가 왔다.
“어, 자네 손자 서울대 아니었어? ……아니야? 우리 손자가 이번에 수능 만점을 받고 서울대를 들어갈 거 같아서 뭐 좀 물어보려고 했지……. 응 미안해.”
최근 들어 가장 기쁜 얼굴이었다.
“흠, 너 법대 입학은 기정사실이지?”
“수능 만점 받은 사람이면 거기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 그래, 가서 쉬거라. 아 내일 인터뷰 있을 거니까 잘 준비해.”
“인터뷰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현금왕의 손자가 수능 만점을 받았어. 언론사에서 지금 난리다.”
자신이 생각해도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정훈은 이 기회를 어떻게 써먹을지 생각해야 했다.
***
“이순호.”
“네.”
“정은수.”
“네.”
이름이 불린 학생들이 앞으로 나가 자신의 성적표를 받았다.
“앗싸.”
성적표를 받은 은수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야 몇 점이야?”
“150점.”
은수는 욕심이 없는 아이처럼 매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선생님은 정훈의 이름을 불렀다.
“윤정훈, 만점.”
교실 앞으로가 만점이 적힌 성적표를 받았다.
친구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한 턱 쏴, 한 턱 쏴.”
친구들의 외침에 정훈이 크게 외쳤다.
“햄버거 쏜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동시에 뒷문이 열리며 햄버거를 가득 든 사람이 들어왔다.
학생들 책상에 고급스러운 냄새를 풍기는 녀석들이 놓였다.
전 학년에 햄버거 세트를 돌렸다.
중부시에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에 1300개의 햄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양이 너무 많아서 학년별로 나눴다.
1학년 로테리아, 2학년 막도날드.
3학년은 특별히 서울에 있는 고급 수제 버거, 크라제 버거를 준비했다.
3학년 학생들 각자의 책상에 마련된 고급 수제 버거.
수제 버거를 처음 본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껍고 신선한 다진 고기 패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지난 1년 동안 고생한 3년 전우들을 위해 현금왕의 손자가 준비한 선물이었다.
햄버거 하나에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훈은 1500만원이란 적은 돈으로 2000여 명의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한 예수님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오후에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너무 많으면 정신도 없고 효과도 떨어질 거라 생각해서 정훈이 미리 부탁해 세 곳으로 줄였다.
방송국 1, 신문사 2곳.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 냈다.
예상되는 질문이었고 예상을 넘어서지 않는 답변이 오갔다.
지루한 시간이 끝이 나고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앞으로의 진로가 궁금합니다.”
“법대에 진학해서 법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현금왕의 손자라면 경제학이나 경영학과를 선택할 줄 알았습니다. 법대에 가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서울대 법대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엘리트들이 있다고 해서요.”
“엘리트가 모인 곳에 가고 싶은 이유는요?”
“진짜 천재를 보여 주고 싶어서요. 흐흐흐.”
인터뷰를 하던 기자들이 피식하고 웃었다. 정훈도 웃었다.
“농담이구요. 아시다시피 저는 현금왕의 손자입니다. 돈은 써도 써도 불어나고 있죠. 그래서 돈을 벌기보다는 먼저 제 그릇의 크기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천재들 사이에서 과연 저는 어떤 수준일까? 전 그게 너무 궁금하거든요”
“아…… 그렇군요. 역시 생각이 남다르시네요. 이제 진짜 마지막으로 급격하게 성적을 올린 비결이 뭡니까? 듣기로는 1학년 때도 전교 1등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뒤에서요”
정훈은 잠시 뜸을 들인 다음 입을 열었다.
“음, 빚 때문입니다. 돌려받을 빚이 생겨서요. 그때부터 미친 듯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목표가 생기니까 뭐든지 재밌어지더군요.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서 빚 갚으려고 열심히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 빚쟁이분한테 고마워해야 하네요.”
“하하, 네. 빚쟁이가 사람은 아니지만요.”
정훈은 기자들을 둘러보았다.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루했던 인터뷰가 드디어 끝이 났다.
9시 뉴스에 방송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기자들은 짐을 챙겨 사라졌다.
***
느긋하게 9시 뉴스를 보던 송철호가 혀를 찼다.
“쯧쯧, 저놈 말하는 것 좀 봐.”
“거들먹거리는 것이 아주 재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자신감에 차 있구만. 저 나이 때는 저래야지.”
“어르신은 저놈이 마음에 드는가 봅니다?”
“크흠, 그게 아니라 아까워서 그러는 거지. 사라질 재능과 기세가 아깝잖아.”
“그건 그렇습니다. 어르신.”
한참 동안 정훈의 인터뷰를 보고 있던 송철호에게 한현동이 말했다.
“회장님, 대한중공업 인수전이 곧 시작됩니다. 정부에서도 우리를 밀어주기로 확약이 됐습니다.”
“공개 입찰이잖아. 그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아.”
“그게 정부에서도 특혜 시비 때문에 함부로 할 수가 없답니다.”
“약해 빠져 가지고 옛날처럼 탱크로 싹 밀면 되는데 설설 기기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한 송철호에게 한현동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영업 이익이 아주 높은 독점 기업입니다. 인수한 뒤 제대로 뽑아낼 수 있습니다.”
송철호 회장이 한심한 듯 비서실장 한현동을 보았다.
“현동아, 제값 주고 사는 짓을 왜 해. 싸게 사서 제대로 뽑아 낼 생각을 해야지. 좀 더 후려칠 방법을 생각해 봐.”
“공개 입찰인데…….”
“현동아, 물건에 하자가 있으면 살 거야 말 거야?”
그제야 송철호의 의중을 파악한 한현동.
“알겠습니다. 그쪽으로 시나리오 준비하겠습니다.”
“좋아. 조영진 의원은 어떻게 됐어?”
“그쪽에서 거절하고 있습니다.”
“뭐? 무소속 나부랭이가, 별것도 아닌 주제에…….”
송철호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안기부에 처 넣어서 전기 좀 먹여 주면 끝날 것들이 민주화됐다고 설치는 꼴이 참, 이게 나라냐? 현동아?”
“그냥 무시하고 진행해도 되지 않습니까?”
“무시하고? 조영진이 대한중공업 노조를 잡고 있는데 어떻게 무시를 해.”
송철호의 큰 목소리가 회장실을 크게 울렸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최대한 빨리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현동아, 조영진을 찍지 말고 주변을 흔들어. 사돈의 팔촌까지 뒤져 봐. 그럼 분명히 똥 냄새가 지독한 곳이 있어. 확실해”
“예.”
송철호는 답답했다.
자신의 마음에 들게 일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윤정훈 같은 자식이 있었으면 하는 헛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송철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오랜만에 황금동 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무실에 들른 조영진.
침울해 있는 권율을 보았다.
“이봐, 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축 늘어지면 어떡해.”
“의원님, 양 당이 이렇게까지 많은 돈을 쓸지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래? 아직 멀었구만. 조금 더 지나 봐.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쏟아부을 텐데.”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실력으로 이겨 봐야지.”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는 있지만 확장력이 부족합니다. 다른 당처럼 하부 조직을 꾸려야 좀 밖으로 뻗어 나갈 텐데, 그걸 하려니 돈이 필요하고.”
“돈이 없으니 악순환이구만.”
“에휴, 그래도 어쩌겠습니다. 뚜벅이처럼 해 봐야죠. 이왕 뛰어든 거, 끝까지 가야 되지 않습니까?”
“당연하지 이 사람아, 내가 자네 그 끈기와 집념을 보고 선택한 거 아니겠나? 사람들이 알아봐 줄 시기가 오니까 조금만 더 노력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그럼 오랜만에 소주나 한잔할까?”
“네, 의원님. 그럼 옛날 생각도 할 겸 족발, 보쌈으로 할까요?”
“허허, 좋지…….”
권율은 전화기로 가 자주 시켜 먹는 맛집으로 전화를 걸었고 조영진은 리모컨을 눌러 티비를 틀었다.
9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수능 만점자와의 인터뷰를 본 조영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수능 만점까지? 천재란 저런 건가?’
“이봐, 율이. 뉴스 좀 봐.”
“저 윤정훈 도련님 아닙니까?”
“그렇지. 허허 수능 만점이라니……. 믿어지나?”
“저렇게 방송에 나오는데 어떻게 못 믿겠습니까?”
“천재란 저런 걸 두고 말하는 건가?”
조영진이 나즈막이 물었고 권율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의원님.”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였다.
재건축 이야기에서 시작해 국회의원 당선까지 서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늦은 밤 두 사람의 술잔이 오고 가는 재건축 사무실의 전화기가 갑자기 울렸다.
깜짝 놀란 권율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요?”
권율이 조영진 의원을 보았다.
“윤정훈 도련님입니다.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요”
“갑자기…….”
조영진이 눈을 감고 잠깐 생각을 했다.
권율 조합장이 처한 상황은 오직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선택을 해야 한다.
만나서 부탁할 것인가?
눈을 뜬 조영진이 입을 열었다.
“저번에 본 그곳에서 만나자고 해.”
***
겨울바람보다 몇 배는 더 차가운 바닷바람이 정훈의 볼을 때렸다.
지난번 만난 장소로 약속을 정한 조영진 의원 때문에 먼 곳까지 와야만 했다.
장소를 이렇게 은밀한 곳에 정한 걸 보면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아직도 확신할 수 없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쉽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자리에 앉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는 이상 확실한 건 없었다.
정훈은 긴장된 마음으로 낡은 횟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저번처럼 사장님은 무뚝뚝하게 인사를 했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성격처럼 투박하지만 신선한 회와 맛있는 음식들이 상위에 가득 차려져 있었다.
눈앞에 두고도 먹을 수 없었다.
약속 시간보다 늦은 사람 때문에 슬슬 짜증이 올라오려 할 때 조영진 의원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늦은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제가 좀 일찍 왔습니다.”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인사한 다음 자리에 앉았다.
정훈은 소주를 따서 그에게 한 잔을 권했다.
가득 찬 술잔을 본 그는 잠깐 생각을 한 다음 한 번에 들이켰다.
“앉자마자 술을 권하는 걸 보니, 술로 내 생각을 흩트리고 싶은 거 아닌지 모르겠어, 허허. 내가 생각을 깊게 해서는 안 되는 모양이구만”
“아닙니다. 어르신.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정훈은 조영진을 보며 슬며시 웃었다.
조영진도 궁금한 표정으로 정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