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54)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54화(54/200)
#054화
“안녕하십니까?”
세 번째 방문하는 바닷가 횟집.
40대 후반의 주인은 정훈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 다음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조영진과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한 길만 걷는 우직한 고집을 가진 그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이미 술상은 다 차려져 있었다.
조영진 의원이 오기로 한 시간이 30분이 지났다.
정훈은 초조했지만 그런다고 도움이 되지 않는 걸 알고 있었다.
겨울 바다의 거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철중 선배가 사시 2차에 합격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연락이 없다.
분명 합격을 들었으면 찾아와서 짜장면 먹으러 가자고 난리를 쳤을 사람인데…….
다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철중이 분위기가 좀 바뀌었어. 많이 어두워진 거 같아.’
생각이 깊어진 정훈.
철중 선배를 만나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봐, 어허. 자네 나 못 믿어?”
밖에서 조영진 의원이 버럭버럭하는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서로의 목소리가 커진 다음 조용해졌다.
정훈은 자신이 나가야 할 상황임을 직감했다.
‘드르륵’
바닷가 오래된 횟집에 어울릴 법한 알루미늄 문을 열었다.
끼익하는 문 여는 소리가 났다.
모두의 시선이 정훈을 향했다.
“윤정훈입니다.”
“크흠, 자네를 만나러 온 게 아니네. 친구랑 오랜만에 회포나 풀려 했더니 날파리가 끼었네”
이번에는 날파리 취급을 받은 정훈.
어떤 말로 대꾸해 줘야 할지 고민했다.
문득 앞만 보고 가는 코뿔소 생각이 났다.
“그래도 날파리라 다행입니다. 위원장님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코뿔소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할 비유였다.
“주변은 개의치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코뿔소 때문에 많은 사람이 다치지 않습니까?”
손 형수는 이마를 찡그렸다.
“자네 뭘 알고 하는 말인가?”
“국제컨설팅이 준비 중입니다.”
“뭐?”
당황한 표정이었다.
국제컨설팅, 노조파괴 전문기업.
이 시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노동조합 파괴로 악명을 떨친 컨설팅 회사.
정훈은 지난 삶에 있었던 대한중공업 참사가 다시 생각났다.
극한 대치 중이던 노사의 대립이 폭력 사태로 발달했다.
경찰은 일부러 방관했고 공장 안은 백병전이 난무한 전쟁터가 되었다.
수십 명의 중상자와 함께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비극이었다.
“자네가 어떻게 그걸 알지?”
신문에서 봤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국제 컨설팅이 개입된 게 중요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조 더 나누시죠.”
“크흠, 어쩔 수 없군. 들어가지.”
자리에 앉은 손형수의 궁금한 표정은 무시한 채 그에게 술을 따랐다.
“급하면 체합니다. 어르신.”
“우리 쪽에서도 극비만 아는 사항을 자네가 어떻게 아는가?”
정훈은 어떻게 그걸 아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사실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사람들은 모르는 것을 과대 포장하기 마련이다.
그의 눈에 나의 정보력은 훨씬 더 커 보일 것이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손형수는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정보력을 갖춘 조직을 가질 수 있는 걸까?
“현금왕인 현정옥 여사의 손자분일세. 최소한 자네만큼은 알고 있을 거야”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국제 컨설팅 놈들은 작정하고 준비했습니다. 서로 심각한 피해를 볼 겁니다. 특히 조합원들이 치명상을 입을 겁니다. 조폭과 같은 국제컨설팅에 맞설 적수가 되지 않습니다.”
정훈이 경고했다. 하지만.
“크흠, 우리 대기업 노조를 무시하지 말게, 7,000명의 조합원이 버티고 있어. 경찰도 쉽게 어쩌지 못하지!”
그는 의미 없는 숫자의 힘만 믿었다.
그는 눈앞의 위협도 파악하지 못한 채 상대를 위협하며 포효하는 맹수 같았다.
자신들을 조여 오는 올가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국제컨설팅만이 아닙니다. 그 뒤에 있는 자들의 힘을 가볍게 여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들의 힘? 자네가 말하는 저들이 누구지?”
손형수도 소문으로만 들었다.
회사를 노리는 집단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실체가 없는 헛소문이라 치부했었는데…….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모르는 게 더 좋습니다. 노림수는 분명합니다. 폭력 사태를 유도한 뒤 여론전으로 조합을 압박할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노조 없는 회사, 얼마나 매력적인 매물입니까? 더욱이 노조 문제를 꺼내며 인수가를 낮춘다면 금상첨화겠죠.”
손형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50넘은 자신보다 20살이 채 되지 않은 것 같은 자의 말이 더 신뢰가 갔다.
그의 추론은 누가 보아도 논리적이었다.
“그럴듯한 논리 같군.”
“그리고 이건 시작입니다. 다음 단계가 있습니다.”
“다음 단계?”
손형수와 조영진이 궁금한 표정으로 정훈을 보았다.
“경영진의 횡령 문제가 터져 나올 것입니다.”
“뭐? 대한중공업은 감사원에서 공기업 감사를 받는 회사야, 천 원을 써도 영수증이 필요한 회자야, 횡령이라니.”
“횡령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있든 없든 관심사가 아니죠. 싸게 먹기 위한 제스처일 뿐입니다.”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못 믿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그런데 자네가 이렇게 날 보자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손형수의 질문에 정훈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
“제가 대한중공업을 가지겠습니다.”
깜짝 놀란 손형수는 정훈을 보며 눈만 깜빡였다.
“현정옥 여사가 아니고?”
정훈은 웃음으로 대신 대답했다.
“허허, 이거 원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구먼. 이유는 있는가?”
“제값을 치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욕심이 나서 그렇습니다.”
“욕심이라면?”
“얼마 전에 보셨겠지만, 수능 전국 1등을 했습니다. 만점이지요.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도 1등으로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미 발전기 터빈 부분은 국내 1위야.”
“저는 국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손형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자네 혹시 알고 있었나? 대한중공업의 원래 목표.”
“현산양행으로 시작했을 때부터 목표가 세계 1위 중공업을 목표로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허허허,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극소수의 사람들만 아는걸. 허허허.”
대한중공업의 전신은 현산양행이었다. 창업주가 세계 1위의 중공업 회사로 키우려고 창업한 회사였다. 하지만 군사정권의 경영합리화 조치로 공기업이 되었었다.
대한중공업 토박이 손형수는 다행히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영진 의원이 술잔을 채워 주자 단번에 비워 냈다.
“이봐, 영진이 자네도 이런 기분이었나?”
조영진도 대답 없이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우리 대한중공업 노동조합은 자네를 환영하.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자네라면 무조건 환영이지. 하하, 아니지 내가 잘 보여야 되겠구먼. 윤정훈 사장님.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손형수가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돈과 권력이 아닌 가슴 속에 품은 정훈의 큰 꿈이 그를 움직였다.
조영진은 다시 한번 정훈을 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성장할 수 있는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불과 1년 전에 만났을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그가 어디까지 갈지 더욱더 궁금해졌다.
정훈은 오늘 ‘손형수’를 얻었다.
앞으로 청렴함과 강직한 성품으로 무소속 국회의원을 두 번 한다.
세 번째는 선거 전 이유 없는 검찰 조사로 낙선해 정계를 은퇴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그는 훨씬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인재였었다.
정훈은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누군가에 의해 꺾여 버린 인재를 어떻게 하면 훨훨 날 수 있게 할지 상상했다.
***
주말 오전, 늦게까지 잠을 잔 정훈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논술 시험도 끝이 나고 얼마 전에 합격자 발표도 있었다.
생각보다 덤덤했다.
수능 만점이 떨어질 리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거실로 나가자 할머니가 통화하고 계셨다.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셨다.
최근 들어 부쩍 통화를 많이 하셨다.
서울대 법대에 자네 손자가 거기 다닌다고 하지 않았어? …… 아, 아니라고? 이거 미안하네.”
“아 우리 손자가 이번에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서 법대 들어간 자네 아들…… 응? 서울대 법대 아니라서 모르겠다고?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참 내 서울 가서 밥 한번 살 테니 그때 봐.”
때린 데 또 때리면 더 아픈 법이다.
지난날 당했던 상처가 깊었던 걸까?
할머니는 신이 나서 상대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었다.
행복해 보였다.
정훈은 행복한 표정으로 전화번호부를 뒤지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 은수는요?”
“은수 희망보육원에 간다더구나.”
“거길 왜요?”
“전화가 왔었어……. 유라? 유미인가?”
“혹시 유리 아니에요?”
“그래, 유리. 유리를 만나러 간다고 했어.”
유리가 갑자기 왜 전화했을까?
우리 학교 1학년인 유리와 은수가……
정훈은 궁금했다.
오늘 할 일도 없었다.
희망 보육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은수도, 유리도 그리고 함께했었던 동생들도 잘 있는지 궁금했다.
할머니의 손이 닿은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보육원은 정말 깨끗해졌다.
할머니가 인수한 이후로 그들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거쳤다.
비록 새로 짓진 못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상태였다.
정훈은 현관문을 안으로 밀었다.
“어, 정훈이 형!”
“정훈이 오빠!”
“오빠다!”
10살 민우와 12살 수아 13살 민수가 달려와 안겼다.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괜히 나만 벗어난 것 같은 죄의식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환하게 웃었다.
정훈은 그들의 희망이었다.
“잘들 지냈어? 이 꼬맹이들.”
“네.”
“혹시 은수 못 봤어?”
“은수 오빠? 아까 유미 언니랑 식당에 있던데.”
정훈은 식당이 있는 곳으로 가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손을 씻으려고 세면기 물을 틀었다.
따뜻한 온수가 나왔다.
문득 울컥했다.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차가운 물로 씻지 않아도 된다.
냉난방기도 확충해서 더 이상 추위에 떨지 않는다.
할머니에게 다시 한번 감사했다.
복도를 걷던 정훈은 비어 있는 원장실을 보았다.
새로 온 분은 전임 원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셨다.
항상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던 전임자와는 아주 달랐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손으로 이곳저곳을 만져 보며 옛날 생각에 잠긴 정훈.
하지만 좋지 않은 기억뿐이었다.
퀴퀴한 냄새만큼이나 불쾌한 기분들이 밀려왔다.
도망치듯 사라진 원장은 자신의 물건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아직도 그의 물건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정훈의 눈앞에 액자가 보였다.
구린 자들이 은밀한 것을 숨기는 장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뒤를 보았다.
‘설마.’
정말 금고가 있었다.
천천히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다행히 열렸다.
하지만,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중요한 건 다 가져갔겠지.’
밖으로 나가 식당 앞에 갔을 때 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어. 전해 줄게. 그런데 이제 곧 서울 가는데…….”
“괜찮아, 오빠.”
“나중에 서울 오면 꼭 놀러 와.”
“응.”
정훈은 식당의 문을 열었다.
“야, 여기서 뭐 해?”
“어, 니가 웬일이야? 아까 자고 있었는데”
“그냥 너 여기 있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한번 와 봐야 할 것 같아서”
“그래, 나도 한 번은 와 봐야 할 것 같아서”
은수는 그 말을 하고 손에 있던 상자를 유리에게 전했다.
그것을 받아든 유리는 잠깐 생각을 한 다음 정훈에게 다가왔다.
“오빠, 졸업 축하해요. 제 용돈 모아서 산 거예요. 비싼 건 아니지만.”
“아, 뭘 이런걸.”
“아니요. 오빠 덕분에 사는 게 너무 좋아졌어요. 그 전 원장이랑 김현수 때문에 너무 힘들었는데 쫓아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아 그랬구나. 다행이다.”
정훈은 자신이 한 일 덕분에 유리가 좋아졌다는데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준비했어요. 오빠에게 어울리지 않을 만큼 싼 거지만 그래도 선물하고 싶어서요“.
“선물은 마음이 중요한 거야. 고마워 잘 받을게.”
유미의 눈이 반달을 그렸다.
은수도 행복해 보였다.
“오빠!”
“형!”
“정훈이 오빠, 은수 오빠!”
아이들이 몰려왔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
시계를 보자 점심이 막 지났다.
“형이 오늘 밥 사 준다. 뭐 먹으래?”
“돈가스!”
“짜장면!”
“김밥!”
“떡볶이!”
먹은 싶은 것이 다 나왔다.
정훈은 아이들에게 모두 다 사 줬다.
각가지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아이들은 곧 작은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놀았다.
정훈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행복한 표정으로 구경했다.
그때 트럭 한 대가 굉음을 내며 들어와 보육원 입구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트럭을 보았다.
트럭 문이 열리고 최신 게임기와 노트북 상자를 본 아이들이 몰려들며 환호했다.
웃는 모습을 보니 즐거웠다.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또한 게임도 잘해야 인정받는다.
보육원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길 바라는 정훈의 선물이었다.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얘들아, 형 간다. 또 놀러 올게.”
“형, 놀러 와.”
“오빠, 자주 와.”
손을 흔들고 보육원을 나왔을 때 유리가 정훈에게 달려왔다.
“오빠, 이거요.”
“뭐야?”
“원장 금고에 있던 장부인데.”
“그걸 왜 네가?”
“옛날에 내가 빼돌렸어. 그 자식한테 복수하고 싶었거든요. 이제 사라진 마당에 나한테는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무슨 내용이야?”
“몰라요. 숫자도 많고 이해도 안 돼서 안 읽었어요. 한동안 숨겨 놓고 있었어. 잊고 있었는데 오빠 보니 생각나서 가져왔어요.”
“그래. 내가 한번 볼게”
유리가 주는 장부를 받아든 정훈.
안을 확인했다.
가계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숫자와 단체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집에 가서 제대로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정훈은 조합장이 과연 철수할까 생각했다.
지난날의 폭력 사태는 바로 오늘 밤에 일어났었다.
***
“조합장님,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뭐가?”
머리에 단결 투쟁 머리띠를 꽉 조이던 조합장이 되물었다.
“경찰들이 빠지고 있습니다.”
“뭐? 경찰이 왜 빠져?”
“진짭니다. 정문에서 연락이 왔는데 경찰 버스가 뒤로 빠지고 관광버스가 왔습니다.”
그 말을 들은 조직국장이 비웃었다.
“자식들, 졸았구먼. 웬 관광버스야? 관광이라도 간대?”
‘국제컨설팅.’
그들이 들어온다면 전쟁이다.
파업하는 것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조폭 같은 용역 깡패와 전쟁을 벌이려는 게 아니다.
‘전쟁.’
손형수의 머릿속은 이미 피로 물들 공장이 그려졌다.
손형수는 윤정훈의 말이 생각났다.
‘대한중공업 임원의 횡령 기사가 뜰 것이다.’
“이봐, 티비 켜 봐. 아니 인터넷 검색해 봐. 대한중공업 횡령 기사 뜬 거 있어?”
“네? 공기업인 우리 회사에서 누가 횡령해요. 쉽지 않을 텐데.”
“어서“.
손형수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놀란 그는 인터넷을 검색했다.
“어, 이게 뭐야, 대표이사 횡령과 분식회계 기사가 뜨고 있습니다.”
“뭐?”
선택해야 했다.
전쟁이나 후퇴냐?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모든 시나리오는 윤정훈이 말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경찰이 빠지고 조폭보다 더한 국제컨설팅이 선두에 섰다.
그들은 각종 흉기로 조합원들을 도륙할 것이다.
거기다 그가 예언자처럼 미리 알려 준 경영진의 횡령 기사까지…….
물러서야 했다.
자존심보다는 동료들의 안전이 중요했다.
하지만 자신을 보고 있는 대의원들.
파업했으면 조그마한 성과라도 있어야 하는데…….
손에 아무것도 쥔 것이 없었다.
빈손으로 후퇴를 감행하긴 쉽지 않았다.
그 순간 피식하고 웃는 손형수.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인수에 성공하면 세계 1위의 중공업으로 키우겠다는 그의 야망.
그거 하나였다.
거기에, 손형수도 베팅을 해야 했다.
시간은 흘렀고 결단을 내려야 했다.
– 우우웅.
손형수의 주머니 속에서 전화기가 울렸다.
“접니다.”
윤정훈이었다.
“모든 게 자네 말대로 되고 있군”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겠군요.”
“쉽지가 않네. 여기서 아무런 성과 없이 후퇴하기가…….”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동료들이 다치지 않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하지만 손형수는 쉽게 답을 주지 않았다.
초조한 시간이 흘러가며 전운은 더욱더 짙어지고 있었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