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77)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77화(77/200)
#077화
“기껏 찾아와서 실없는 소리나 하나?”
박 회장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5조? 500억도 빌려줄까 말까 하는데 5조?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건가?”
“아닙니다. 필요한 돈이 5조입니다.”
주먹을 쥔 박회장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네 이노오옴!”
정훈을 보았다.
그의 입술이 살짝 올라가 있었다.
속에서 화가 치솟았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자신의 기세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정훈을 본 박 회장은 화를 내도 소용없음을 직감했다.
숨을 고른 다음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유를 말해 보거라.”
정훈은 박 회장을 보았다.
과연 명동 사천왕의 대장다운 기세였다.
저 기세와 자신이 가진 돈으로 많은 이들의 무릎을 꿇렸을 것이다.
대부분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이들.
불리한 처지, 호랑이 같은 저 기세 때문에 아마 더 뜯겼을 거다.
1억을 빌려 달라고 하면 5천만 원 빌려줬을 것이다.
하지만 2억을 빌려 달라고 하면 1억만 빌려준다.
그래서였다.
일단 빌려 달라는 돈을 5조로 말하면 기준점이 5조가 된다.
이제 5조라는 기준점에서 협상이 시작되었다.
“선재중공업 인수뿐만 아니라 선재종합기계 인수에도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5조가 필요하진 않아.”
여전히 씩씩대고 있었다.
“그건 은행에서 부채 탕감했을 경우입니다. 부채 탕감 없이 인수하면 운영 자금도 필요합니다. 조선업은 덩치가 큽니다. 적자가 나면 수천억은 기본입니다. ”
정훈의 말에 박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채는 탕감될 거야. 최소 50퍼센트.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확답을 받고 싶습니다.”
“내가 확답할 수는 없지만 천지회 놈들도 탕감을 원하니 그렇게 될 걸세.”
“강성노조도 문제가 됩니다.”
정훈은 계속해서 선재중공업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건 자네 하기 나름 아닌가? 이미 신화미포조선이랑 신화중공업이 무분규를 선언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들과는 신뢰가 있으니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선재중공업과는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리스크가 큽니다.”
박 회장의 눈썹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얼마를 원하는 거야?”
“얼마를 빌려주실 생각입니까?”
“네 놈 돈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냐?”
“지금 이것저것 사서 돈줄이 꽉 막혔습니다.”
“크흠, 좋다. 내 오천억까지는 융통해 줄 수 있다.”
“안 됩니다. 그럼 저는 빠지겠습니다.”
“이놈이……!”
박 회장의 얼굴이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제가 가진 회사들의 자금 사정도 생각해야 합니다. 선재중공업 인수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가 천지회 놈들이 치고 들어오면 회사들이 공중분해 될 수 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해 주십시오”
“크흠”
박 회장은 정훈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닌 말로 검찰, 국세청에서 치고 들어오고 은행에서 대출을 회수하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난날 인터내셔널 그룹이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졌었다.
“그래. 그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여전히 박 회장은 정훈을 노려보았다.
입 안에 고여 있던 침을 삼켰다.
“1조! 그게 내가 마련할 수 있는 최선이다.”
“2조는 준비해야 합니다. 그게 제 마지노선입니다. 회장님”
정훈과 박 회장의 시선이 날카롭게 교차했다.
불꽃이 튀고 있었다.
정훈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려고 일어났다.
“좋다, 2조. 대신 담보는 네가 가진 모든 회사다.”
“좋습니다. 담보를 그렇게 하시면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박 회장의 손바닥이 테이블을 세차게 내려쳤다.
“뭐? 조건 2조를 빌려주는데 조건을 걸어?”
“제 모든 것을 건 인수전입니다. 너무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조건이 뭐냐?”
“담보를 제가 가진 회사 전체로 하는 대신 무이자로 하겠습니다.”
“뭐? 무이자?”
박 회장의 얼굴은 너무 타올라 숯처럼 시꺼멓게 변했다.
“아니면 인수 완료 후에 3자 배정 유상증자로 드리겠습니다.”
정훈은 무이자란 최악을 먼저 던지고 다음으로 나쁘지 않은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면 대개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후, 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받으마.”
“감사합니다. 박 회장님.”
“나가 있거라.”
“네.”
정훈이 얼굴 가득한 미소와 함께 밖으로 나가자 박 회장은 전화를 걸었다.
“나야, 오랜만일세. 잘 지내는가?”
“정훈이가 왔네. 우리 한번 만나야 하지 않겠나?”
“그래. 내가 중부시로 내려가겠네”
전화를 끊은 박 회장은 거실로 나갔다.
손자뻘 되는 아이들에게 물 한 잔만 대접한 게 마음에 걸렸다.
“일어나거라 저녁도 되었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꾸나.”
곽현수는 깜짝 놀랐다. 자린고비 박 회장에게 처음으로 얻어먹는 식사였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맛있는 거 사 주세요.”
은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걸 본 박 회장은 다시 한번 속으로 생각했다.
‘그 아이, 하인선이랑 정말 닮았어, 정말.’
***
중부고등학교는 현정옥이 인수한 이후로 신화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지역 단위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전국 단위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로 변경했다.
얼마 전 리모델링을 완료하였고 인근의 주택을 사 기숙사도 새로 지었다.
등록금과 기숙사비도 전액 무료, 수준 높은 강사진을 구성하며 순식간에 전국 최고의 명문고로 발돋움했다.
교장실 앞 화단을 정리하던 현정옥의 귀에 낯익은 영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현 여사.”
고개를 돌리자 명동 박 회장이 있었다.
“언제 왔나? 왔으면 전화하지”
“현 여사, 다 늙어서 무슨 일을 벌여? 쉬엄쉬엄 살 것이지.”
“이 정도면 천천히 하는 건데, 들어가지. 내 자네가 좋아하는 커피 믹스 타 주지.”
둘은 이사장실로 들어갔다.
현정옥은 그가 사랑하는 커피 믹스를 진하게 내려 테이블 위에 놓았다.
“정훈이가 왔다고?”
“2조를 빌려 달라고 하던데, 2조가 옆집 개 이름도 아닌데 참 그 녀석 배포하고는.”
박 회장이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래서?”
“빌려줬지.”
현정옥의 눈이 커졌다.
“자네가 2조를 빌려줬단 말이야? 자네 성미에 담보는 다 확보했을 거고……. 그런데 2조를 마련하려면 자네 손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손해 안 보고 저놈들 무너트릴 수 있나? 나중에 자네 손자가 회사를 잘 불려 주면 손해는 안 보겠지.”
“그럼 손해는 안 보겠군.”
“언제 손자 바보가 된 거야? 너무 믿는 거 아니야?”
“내가 믿는 게 아니고 요즘 기사가 그렇게 나오고 있잖아. 재계의 신성, 다크호스 뭐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던데.”
현정옥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뭐 손자 없는 놈 서러워서 살겠나?”
“내 손자 자랑 들으러 온 건 아닐 거고 용건이 뭔가?”
“그게……. 자네 언제까지 손자 재롱만 구경하고 있을 건가? 힘을 보태야 하지 않나?”
“힘도 없는 내가 나서 봐야 도움이나 될까?”
“자네가 여자라서 힘은 없지만, 돈은 제일 많지 않나.”
“거참 되지도 않는 개그는 여전하구만.”
“힘을 모으세. 이번엔 저번과 다르네.”
“지난번이라, 자네가 아들을 잃고 내가 자식과 며느리를 잃고…….”
박 회장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때와 달라.”
“아니, 같아. 그때도 자네는 언제나 성급했네. 지금도 나는 성급하다고 생각해. 정훈이가 나서서 참는 거지 아니었으면 뜯어말렸을 걸세.”
“선재중공업을 시작으로 헐값으로 나온 부실기업을 정상화하면 곧 그들을 쓸어버릴 수 있네. 힘을 합치세.”
현정옥은 고개를 가로저은 다음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자네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성급하게 하고 있어”
“그래? 그럼 자네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겁에 질린 채 있는 건가?”
현정옥과 박 회장의 눈빛이 강하게 부딪혔다.
“이봐, 시비 걸러 온 거야?”
“그건 아니야, 같이 해야 하네. 이번엔 분명 달라. 우리가 가진 힘도 지난번보다 훨씬 거대해졌네.”
“허허, 저들도 더 거대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이봐, 상황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
“쯧쯧, 명동에 있는 자네 정보가 그렇게 어두워서 영.”
현정옥은 책상에서 서류 하나를 가져와 그에게 전했다.
“읽어 보고 내용은 기억에서 지워.”
“뭔가?”
“저들이 궁극적으로 하려는 일이지!”
서류를 확인한 박 회장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방산 회사를 모조리 사들여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건가?”
“실제로 전쟁을 일으키진 않겠지. 그건 자멸이니. 하지만 위기를 지속하면 그들이 얻는 게 많아지지 않겠나? 이걸 막는 게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야. 나의 일이 있듯 자네의 일도 있을 거라 생각하네. 물론 우리 손자의 일도.”
“크흠, 몰랐구먼. 자네가 은밀히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어. 이거 내가 또 미안하구먼”
“괜찮네. 오랜만에 왔으니 밥이나 먹고 가게.”
“내가 도와줄 일은 없나?”
박 회장이 조심스럽게 묻자 고개를 저었다.
“은밀히 진행하는 게 나아. 그리고 나는 우리 손자 정훈이의 최후의 힘이 되어야지.”
“그래, 조심해야 하네. 현 여사”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함께한 후 헤어졌다.
현정옥은 잠들기 전 다시 한번 지금까지 한 일을 되새겼다.
방위산업에 없어서 안 될 핵심 기업들을 샀다.
작고 관심 없지만 대체 불가능한 회사.
그것이 결국 커다란 기계를 멈출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잠들었다.
*
일송그룹 송지호는 아버지를 명으로 한호그룹 한판수 회장을 찾았다.
화약 제조로 돈을 벌어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
방산, 중공업, 백화점, 건설 등 다른 재벌처럼 문어발처럼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지호야”
“회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선재중공업 인수 때문이라고”
“네, 천지회 일이라 되도록 돈을 모아 인수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송지호의 말에 한호그룹 한판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일송의 일이지 어떻게 천지회의 일이냐? 일송그룹의 확장이니 일송의 일 아니냐?”
“그렇긴 합니다. 자금 자정도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꼭 인수하셔야 한다고 하니”
“인수를 안 할 수도 없긴 하지. 지금 가격이 공짜나 다름없는데”
“그래서 회장님께 제안하셨습니다. 선재중공업을 인수하면 선재기계인수 전에서 한호를 밀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래? 그건 확실한 거지?”
“네, 계약서 작성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좋아, 그 정도면 내가 충분히 지원할 만하지. 얼마를 지원해야 하는 거지?”
송지호의 입이 바싹 말랐다.
아버지가 지시한 일을 성공시키고 싶었다.
“1조 원입니다.”
한판수의 눈이 커졌다.
“1조 원? 어림도 없다. 일송이 한호그룹 돈으로 선재중공업을 인수할 거면 차라리 내가 하지”
“회장님, 천지회 수장의 의중입니다. 대의를 위해 따르라 부탁하셨습니다.”
“크흠, 5천억 지원 할 테니 그리 전하거라. 그리고 천지회가 일송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님을 꼭 새기거라. 네 아버지처럼 다 가지려 들면 반발이 심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선재중공업, 다른 놈들이 눈독 들이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중공업에 강성노조, 잦은 사고로 대부분의 회사가 손을 젓고 있습니다.”
“흠, 그건 그렇지. 그런데 저번 사고가 인명 피해가 없던데. 그렇게 유도한 거냐?”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도 다친 사람이 없다……. 배후가 있는 거 같은데?”
“아닙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일송의 일이니 내가 이래라저래라하진 않으마. 내 경험상 분명히 배후가 있어. 그렇지 않고는 인명 사고가 있기 마련이야.”
“알겠습니다. 회장님 충고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송지호는 의심 많은 노친네의 충고에 슬슬 짜증이 났다.
“참 담보는 어떻게 하신다고 하셨느냐?”
“지주회사 일송의 지분 30퍼센트입니다.”
한판순의 얼굴에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그건 나쁘지 않구나. 법무실 통해서 계약 진행하거라.”
“네, 회장님 그럼 가 보겠습니다.”
한호그룹 한판수 회장은 방을 나가는 송지호를 보았다.
저놈도 분명 천지회의 차기 수장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자기 아들과 몇 명이 더 차기 수장의 후보였다.
누가 천지회를 차지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
자산관리공사 최인수 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산업은행장의 압박이 심각하다고 해결을 부탁했다.
자리를 마련하라고 했다.
정훈은 일부러 약속 시간보다 늦었다.
가장 권력이 강한 자가 제일 늦게 자리에 들어가는 법이다.
산업은행장이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 그가 권력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착각이다.
돈이 권력이다.
정훈은 신화증권 맞은편에 있는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신화증권 수익률 대회에서 1등을 해 직원들 회식을 했던 장소였다. 오마카세로 유명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예약된 방으로 들어갔다. 최인수 사장과 산업은행장 모두 이미 도착해 있었다.
“윤정훈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크흠,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사람을 기다리게 해서 쓰나?”
말도 짧고 어리다고 시비를 거는 게 살짝 거슬렸다.
한 번은 참는다.
“차가 좀 막혔습니다.”
식사가 들어오고 술이 몇 차례 오고 갔다.
산업은행장의 위상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당연히 정훈의 인내를 시험하듯 선을 몇 번씩 넘나들었다.
정훈의 인내심이란 둑에 금이 갔다.
그리고 결국 둑이 무너지고 말았다.
정훈이 질문을 던졌다.
“산업은행장님 임기는 얼마입니까?”
“3년이지. 이제 1년 반 남았구먼.”
“그럼 1년 반 지나면 이름도 모르는 옆집 할아버지랑 같겠군요.”
“뭐야!”
“예의도 눈치도 없는 거 보니 더 뒷방 늙은이가 더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자리를 주선한 최인수 사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정훈은 술병을 손에 들었다.
술을 한 잔 따른 다음 잔을 비웠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산업은행장을 보았다.
“잔이 비었네요. 행장님.”
정훈의 의도를 파악한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얼굴은 붉게 타올랐다.
“요새 젊은이들이 10억을 주면 살인도 한답니다. 행장님 얼마 주면 한 잔 따르렵니까?”
“네 이놈!”
천둥 같은 고함이 방안을 가득 메웠지만, 정훈도 밀리지 않았다.
“천만 원?”
“이천만 원?”
금액이 하나씩 올라갔다.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