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cash king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88)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88화(88/200)
#088화
“천지회 선거 때문이지.”
“그럴 줄 알았네. 나도 이번에 출마할까 하는데……. 한번 제대로 싸워 보자고.”
“자네가? 농담이 지나치구먼.”
“아니야, 이번 선거에 이겨서 나도 내 아버지처럼 천지회의 수장이 되어야지.”
“그래? 그럼 제대로 한번 붙어 보자고. 대신 총장이랑 장관 자리는 포기해야 할 거야.”
한판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푸하하, 알았네, 이 사람아. 그럼 내가 물러나지.”
“원, 실없는 농담을 하기는, 요즘 한가한가 봐……. 이봐 현철이, 우리가 자네를 총장이랑 장관까지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어. 대신 그다음은 자네 능력이야. 천심이라 해야 하나?”
“니미, 천심은 언론에서 만드는 거지. 개, 돼지들이 무슨 생각이 있다고!”
박현철의 웃음에 한판수도 웃음으로 화답한다.
“차장검사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닌데.”
“그래? 뭘 이 정도로…… 흐흐흐. 돈 많은 재벌 회장님, 오랜만에 차장검사 회포나 한번 풀어 주시죠?”
“오랜만에 거나하게 마셔 볼까? 좆 판사님 시간 되려나?”
“그놈이야 부르면 거절할 놈이 아니지.”
“좋지. 그럼 갈까?”
박현철의 집을 나온 그들은 자신들의 아지트가 있는 강남으로 갔다.
그들은 텐프로 같은 룸살롱을 선호하지 않았다.
얼굴이 알려지는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근본 없이 돈만 있는 천한 것들과 어울리는 게 태생적으로 싫었기 때문이다.
천지회 회원들만 올 수 있는 밀실에서는 그럴 위험이 없었다.
모든 것이 가능한 장소이면서 동시에 보안에도 최고였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서로 폭탄주를 권했다.
몇 차례 술이 돌았고 거친 손길은 충분히 매끄러운 살결을 탐했다.
한판수가 물었다.
“좆 판사님은 언제 온대?”
“곧 도착할 거야. 열심히 뛰어오고 있겠지.”
박현철이 양옆에 끼고 있던 여자들에게 눈짓하자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윤정훈은 어떻게 할 거야?”
“어떡하긴 처리해야지.”
한판수가 손으로 목을 그었다.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언제 어떻게 할 거냐는 거지.”
박현철이 역정을 냈다.
“허허, 자네가 제대로 했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 텐데. 잊었나? 누구 때문에 윤정훈이 살아 있는지?”
한판수는 비릿한 웃음과 함께 박현철에게 면박을 줬다.
“크흠, 그때 그 병신 같은 놈들만 아니었으면 제대로 처리했을 텐데.”
“그러게, 블랙 요원들로 했으면 깔끔했을 텐데 괜히 일만 지저분하게 만들고.”
“그럼 이번엔 자네가 한번 보여 줘. 안 그래도 그놈이 일송그룹을 나누기로 한 약속도 어기지 않았나. 복수는 제대로 해야지. 혹시 아나 그놈이 가진 회사도 먹을 수 있을지?”
그 말을 들은 한판수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윤정훈이 가진 일송 그룹과 대기업에 육박하는 회사들, 신화조선해양, 중공업, 증권.
돈 되는 게 너무 많았다.
한판수는 입술을 움직여 입맛을 다셨다.
“더 커지기 전에 정리하긴 해야 하는데, 괜히 정권 초에 문제 일으켰다가 덤터기 쓸 수도 있어서.”
“그런 걱정하지 말게. 검찰과 법원이 자네를 팍팍 밀어줄 테니.”
“그래? 그럼 시작해 볼까? 천지회 키즈 출신 블랙 요원들로 해야겠군. 참 그분 의중은 어때?”
“글쎄, 윤정훈을 친다는 데 반대하시진 않겠지. 일송의 복수도 해야 하잖아.”
“그렇긴 한데 왠지 걸리는 게 있어서”
“뭐가?”
“마음만 먹으시면 쓸어버리실 수 있는 분이 굳이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 게…….”
“재롱잔치 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설마…….”
“그냥 귀찮아서 그러시는 거 아닐까? 아니면 우릴 시험하는 걸지도. 누가 먼저 그를 없앨지 보고 계실 수도 있지.”
“흠, 아마 그런 거겠지!”
한판수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그 녀석을 천지회로 끌어들이려는 건가?’
눈을 감은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근본 없는 놈.
우리와 어울릴 처지가 아니었다.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고 확신했다.
고귀한 혈통의 그분이 그런 천박하고 더러운 생각을 할 리 없다.
“내가 빨리 정리하겠네. 기대하게. 그놈 목을 베서 여기 가지고 오지.”
“흐흐, 상상만 해도 오싹한걸.”
박현철은 앞에 놓인 술을 비웠다.
그때 밀실의 문이 열리고 조재욱 부장판사가 들어왔다.
“어, 좆 판사 왔어?”
박현철이 손을 들어 인사했다.
“야, 좆 판사라니, 어디 검사 나부랭이가 하늘 같은 판사님 오셨는데 일어서지도 않고. 기립 몰라? 기립!”
“니미, 검사 나부랭이라니. 우리 조 판사님도 조사실 한 번 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술이나 주세요.”
조재욱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찾는 것이 있었다.
“우리 예쁜이들은 어디 가고.”
“어, 저기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번에 그 아이 불렀지?”
“그래, 불렀어.”
그 말을 들은 조재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참, 자네 일송 장학생들 어떻게 처리할 거야?”
“이제 일송이 사라졌으니 우리가 관리해야지.”
“그래. 저번에 그 친구, 머리도 있고 눈치가 있어서 우리 칼로 쓰기 좋아 보이던데.”
조재욱 판사가 묻자 박현철이 대답했다.
“강철중이?”
“몰라, 내가 이름을 어떻게 알아. 하여튼 그놈 잘 키워 놔. 몇 번 쓰고 버리기에 딱 좋아 보였어.”
“물론 그래야지. 자 한잔하지.”
“됐네. 난 남자가 따르는 술은 안 마셔! 이제 불러.”
조재욱은 박현철을 보고 재촉했다.
“어휴, 흐흐흐, 야 다들, 들어와.”
문밖을 향해 크게 외치자 여인들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잠깐 멈췄던 그들만의 술자리가 즐겁게 다시 시작되었다.
***
애플 인수를 확정한 다음부터 정훈은 국내에 있는 IT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매입할 생각이었다.
이미 몇몇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병석과 차영미를 통해 괜찮은 회사들을 물색하고 있었다.
“게임 업체를 중점적으로 인수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게임요?”
이병석의 제안에 정훈은 약간 당황했다.
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임 좋아하지 않으세요? 요즘 인터넷 게임, 포커 고스톱도 엄청 인기인데.”
“제가 게임 할 시간이 없잖아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니.”
정훈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요즘은 리니지가 최고지만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죠.”
은수가 외치자 이병석도 차영미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그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저 녀석이 요즘 책 대신 빠져 있는 것이 게임이었다.
그것도 여자 친구인 스칼렛과 함께 거의 매일 피시방에서 데이트하고 있었다.
“그래, 은수 네가 게임 잘 알겠다. 너 제일 좋아하는 게임 열 개 읊어 봐.”
그 말을 하자마자 은수의 입에서 게임 이름이 줄줄 나왔다.
“이병석 씨, 은수가 말한 게임 만든 회사 중 인수할 수 있는 곳을 뽑아 주세요. 꼭 인수가 아니라도 투자도 좋아요. 혹시 넷모바일, 엔티소프트, 네이슨과 나이버, 드래곤 스튜디오에 아는 사람 있어요?”
정훈의 말에 이병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표정이 왜 저럴까?’
씁쓸한 표정이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네, 다 압니다. 저기 창업자들과 친한 편입니다.”
“그래요? 드래곤 스튜디오는요?”
“거기는……. 좀 그런데요.”
차영미가 주저하는 이병석 대신 입을 열었다.
“거기가 우리 오빠 아이디어 뺏어 갔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드래곤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게임이 병석이 오빠 아이디어였거든요. 그걸 허락도 없이 출시한 거죠. 치사하게, 아무리 그래도 술이라도 한잔 사야 하잖아요. 그런데 완전 안면박대예요.”
“그래요? 그런 회사는 가만두면 안 되죠”
드래곤 스튜디오는 2004년 미라클 포스라는 밀리터리 FPS 게임을 출시하고 그게 대박을 터트린다.
아직은 처우가 열악한 중소 개발사, 본격적으로 성장하지 않아 인수하기에 제격이다.
거기다 우리 소중한 직원이랑 원한도 있다니 정훈은 잘 됐다고 생각했다.
“이병석 씨 드래곤 스튜디오 인수할 수 있도록 한 번 진행해 보세요.”
“네? 제가요.”
“그럼요. 아는 사이잖아요. 가서 잘 이야기해 보세요.”
“네.”
이병석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마지못해 대답했다.
***
며칠 뒤 이병석은 드래곤 스튜디오의 천지훈과 약속을 잡았다.
천지훈을 만날 생각에 기분이 저절로 나빠졌다.
그 자식의 무례한 말과 잘난 채가 이미 눈앞에 그려졌다.
‘저런 자식은 내 밑에 들어오면 자근자근 밟아 줄 텐데.’
부질없는 상상을 한 이병석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드래곤 스튜디오의 문을 두드렸다.
“어, 병석아!”
‘재수 없는 새끼’
이병석은 천지훈을 보자마자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는 뻔뻔함 그 자체였다.
아이디어를 훔쳐 갔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하든지 양해를 구하든지 해야 하는데, 완전 철면피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다.
이병석의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이병석을 본 천지훈은 과장된 표정으로 반갑게 인사했다.
명함을 꺼내 그에게 전했다.
‘드래곤 스튜디오 CEO 천지훈.’
“아, 난 지금 명함이 없는데.”
“그래? 아직도 평사원인가 보네. 너 나이면 못해도 과장은 달아야 하는데. 안됐다. 그래도 열심히 해. 너 머리는 안 좋아도 끈기는 있잖아.”
천지훈은 웃는 얼굴로 무례하게 말했다.
“후, 그래 내가 끈기는 있지.”
“전화를 대충 들었는데 인수라고?”
“응, 우리 회사에서 괜찮은 게임 회사 인수하려는데 넌 어때? 혹시 팔 생각 있어?”
“당연하지. 우리 목표가 회사를 잘 포장해서 제값에 파는 거잖아. 너희 회장님 돈 많냐? 나이는 어떻게 돼?”
“나이 22살인가? 21살인가. 하여튼 많이 어려.”
“뭐야? 재벌 3세 그런 거야? 이거 돈 많은 호구 아니야?”
“아니, 그건 아니고…….”
이병석이 얼버무렸다.
“야, 그런데 너 돈 많은 호구 밑에서 일하면 개발자 인생 망해. 개발자로 실무 능력을 열심히 쌓으며 살아야지. 돈 좀 준다고 그러면 큰일 난다. 전문성을 키워!”
천지훈이 다짜고짜 지적질이다. 쓸데없는 오지랖은 천하제일이었다.
“그래. 전문성.”
‘아이디어나 훔치지 마, 이 새끼야!’
이병석이 속으로 외쳤다.
“얼마 정도 생각한대?”
“10억 정도 예상하시는 것 같은데.”
천지훈의 눈빛이 반짝였다.
10억을 말하는 거면 20억 정도를 매수 금액으로 보고 있다.
20억. 자신의 드래곤 스튜디오 가격으로 딱 맞았다.
솔직히 10억에도 팔 수 있었다.
돈줄은 막히고 훔쳐 올 만한 아이디어도 없는데 잘 됐다 생각했다.
“야, 너희 회사에 나 좀 소개해 주라. 친구 좋은 게 뭐냐? 나 이 회사 팔고 새로 창업하려고.”
“가격은 얼마나 생각하는 거야?”
“30억 정도면 좋은데 25억도 좋아.”
“글쎄, 가격 차이가 좀 큰데. 내가 한번 말씀드려 볼게”
“좋아.”
“병석아 너 와이셔츠에 김칫국물 묻었다. 에휴, 왜 그러고 사냐? 나도 친구들에 비해서 못 나가지만 너도 참 큰일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넌 옛날부터 남 지적질은 정말 잘해. 네 와이셔츠에 시커먼 짜장 튀었다.”
“뭐? 나 점심때 짜장면 안 먹었는데.”
“옛날에 그랬다는 이야기야.”
참다못한 이병석이 소심하게 복수했다.
“하여튼 새끼, 속은 좁아서. 내가 인마, 다 너 잘되라고 지적하는 거야. 나 아니었으면 아직도 말단 개발자로 빌빌대고 있었을걸?”
‘내가 오늘 저놈 죽이고 감옥에 가야 하나?’
이병석은 참을 수 없는 살의를 느꼈지만, 깊은 심호흡으로 화를 억눌렀다.
“일단 회장님께 전화해 볼게.”
“그래. 네가 신경 좀 써 줘.”
이병석은 전화를 걸어 정훈에게 보고했다.
금액을 이야기하자 좋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계약하러 오신다고 했다.
“뭐? 이야, 너희 회장님, 진짜 추진력 대단한데.”
“그렇지. 유명한 분이야.”
정훈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드래곤스튜디오 천지훈입니다.”
“반가워요. 회사를 판다구요?”
“네, 25억에 지분 100퍼센트 전부 양도하겠습니다.”
“가격은 괜찮네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6개월 동안 같이 일해 주세요. 만약 사표 쓰면 10억 반납하는 조건으로 하죠.”
“그럼 그동안 급여는 어떻게 됩니까?”
“이사급으로 세후 연봉 1억 맞춰 드릴게요”
천지훈의 입이 벌어졌다. 세후 연봉 1억이면…… 대기업 부장도 이만큼 받기 어려웠다.
“흠흠, 제가 바쁘지만, 원하신다면 좋습니다. 지금 당장 계약서 쓰시죠.”
천지훈은 계약서를 바로 적고 싶었다.
최고의 대우였다.
비록 사장에서 이사로 직위는 내려가지만, 돈은 더 받는다.
그리고 25억의 매각대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
세부적인 조율을 한 다음 계약서에 서명했다.
천지훈의 계좌로 25억이 입금되었다.
계약이 완성되었다.
“저기 신임 사장님은 언제 오십니까?”
“신임 사장요? 여기 있잖아요”
“아, 직접 경영하시려고요?”
“아뇨.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할 순 없죠. 여기 이병석 씨가 할 겁니다.”
정훈이 옆에 서 있던 이병석을 가리켰다.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그.
“저요? 저 말입니까?”
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프로그램 개발자에 게임 개발 경력도 있으시잖아요. 아이디어도 좋고.”
“아무리 그래도.”
“네, 병석이는 마음이 약해서 못 해요.”
천지훈의 말을 들은 정훈은 인상을 구겼다.
“크흠, 아무리 게임 회사지만 기강이 형편없네요. 다시 부르세요. 병석이라뇨.”
“네?”
천지훈이 당황했다. 조금 전까지 하대하며 우습게 보았던 병석이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어처구니없는 상황.
사표를 쓰려니 10억이 날아간다.
‘젠장’
“이병석 사장님은 마음이 약해서…….”
“글쎄요.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정훈은 넋이 나가 있는 병석을 불렀다.
“이병석 사장님. 잘 할 수 있습니까?”
“네? 그게……. 자신 없으면 천지훈 씨를 사장으로 임명할게요. 그럼 이병석 씨는 그 사람 밑에서 일하면 됩니다. 옛날처럼 무시당하면서요.”
“아, 절대 안 됩니다.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좋네요. 그럼 잘해 보세요. 오전에 여기, 오후에는 레전드 컴퍼니로 출근하면 될 것 같은데요”
“네. 알겠습니다.”
정훈은 이병석의 눈 속에 숨어 있던 날카로운 기운을 보았다.
사람 좋아 보이던 이병석이 얼마나 철저하고 집요한지 보여 주길 기대했다.
천재 프로그래머들은 대부분 그런 성향이다.
집요한 꼼꼼함.
이병석도 마찬가지였다.
“병석아……. 잘 부탁해.”
천지훈이 반말을 지껄이자, 이병석의 눈이 타올랐다.
“천 이사, 예의를 지켜!”
흠칫 논란 천지훈이 뒷걸음쳤다.
“네, 사장님.”
“그럼 잠시 후 진행 중인 프로젝트 보고할 수 있도록.”
“네? 지금……요?”
“그럼 지금 당장 해야지. 천 이사 각오해. 내가 천재 프로그래머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 주지.”
이병석의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앞에는 비 맞은 생쥐처럼 바들바들 떠는 천지훈이 있었다.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이병석 사장님, 리더쉽을 발휘해서 회사를 장악하세요.”
“네 회장님.”
이병석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잔인한 집요함과 꼼꼼함, 그리고 완벽주의가 묻어 있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엄격함.
그가 드래곤 스튜디오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기대되었다.
윤정훈을 배웅하러 나온 이병석은 정훈에게 깊숙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회장님”
“왜 그러세요. 부담스럽습니다.”
“영미가 이야기했죠?”
“흠흠, 뭐 그러더라고요. 저 친구한테 쌓인 게 많다고. 오해는 마세요. 저 회사 괜찮아서 사는 겁니다. 이병석 사장님이 분풀이하라고 산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제 목표는 당연히…….”
“세계 제일의 게임회사, 블리자드를 뛰어넘겠습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진지함이었다.
“네, 그겁니다. 세계 제일, 글로벌 넘버 원. 참 아까 말씀 못 드렸는데 스톡옵션으로 주식 5퍼센트 있습니다.”
이병석의 눈에 물기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병석의 이마가 바닥에 붙은 것처럼 숙였다.
충성을 맹세하는 그를 두고 정훈은 집으로 돌아갔다.
집 안에 들어가자 할머니가 정훈을 불렀다.
***
“어르신, 만호입니다.”
“그래 들어와.”
“다름 아니라, 도련님 땅 때문입니다.”
“그게 왜?”
“여기저기서 팔라고 난리를 부려서요. 도련님 의중도 궁금해서요. 직접 개발하실 건지. 아니면 팔 건지. 그리고 어르신 의중도 궁금합니다.”
“내 생각이 중요한가? 정훈이 녀석 생각이 중요하지.”
“네, 저도 그런 거 같은데 통 말씀을 안 하시네요.”
“그런데 요즘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야? 수도를 옮긴다는 거.”
“네, 이번 대통령이 그쪽을 행정 중심 수도로 삼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미 계획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습니다.”
“천지회 녀석들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수도를 옮기면 자신들 세력도 뺏기는 건데.”
“네. 맞습니다. 어쩌면 이미 그쪽에도 그놈들 세력을 많이 심어 놓았을 수도 있죠.”
“그건 그렇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한번 이야기해 보지!”
“네, 어르신.”
정훈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정옥이 큰 소리로 정훈을 불렀다.
“정훈아! 정훈아! 이리 좀 들어와 보거라.“
현금왕의 천재손자, 재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