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loan shark king RAW novel - Chapter (839)
사채왕의 천재손자-839화(839/840)
#839
뭐가 문제인지 한번 찾아봐
박석의 출마 포기 선언 이후 중도당 내에서 경선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중도당의 단독 후보가 된 우영식은 여러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 냈다.
당연히 뒤에서 가장 고생한 건 명수였다.
정무 감각이 떨어지는 우영식을 밀착 마크해 그를 검사 우영식이 아닌 정치인 우영식으로 개조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여론 조사는 우영식의 압도적인 승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명수에게 우영식과 관련된 일을 맡긴 뒤 손을 뗐다.
“아, 이것도 이제 드디어 끝났네.”
KS그룹의 최우식이 쫓겨나고 윤현주가 정식으로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녀는 회장으로 취임하던 날, 바로 계열사 몇 개를 매각하겠다고 선언해 재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규제로 온몸이 꽁꽁 묶여 있는 단말기 사업을 가장 먼저 정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나와 약속한 대로 그녀는 단말기 생산 공장을 우리에게 매각했다.
“보스, 여기 인수 계약서.”
에바가 나에게 공장 인수 계약서를 넘겨줬다.
깔끔하게 정리된 계약서를 잠시 훑어본 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다. 에바 아니었으면 더 골치 아플 뻔했어.”
“보스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꼴인데, 뭐.”
겸손하다니까. 물론 전체적인 그림은 내가 그렸다.
하지만 전문가인 에바 덕분에 일이 더 수월하게 정리된 것도 사실이다.
“윤현주 관장의 비자금 돈세탁은 어떻게 되고 있어?”
“아직 계좌 여기저기로 계속해서 돌리고 있어. 미국 쪽 눈을 피해서 돌려야 해서 좀 시간이 걸린대.”
“그래? 그럼 빠르게 정리해서 넘겨줘. 그래야 깔끔하게 손 털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우리가 가진 KS그룹 주식도 때에 맞춰 넘겨주고.”
“오케이, 보스!”
“주식 정리는 어떻게 되고 있어?”
“시간을 오래 들여서 천천히 매도하려고 작업 중이야. 우리가 가진 걸 전부 던지면, 시장에 영향이 크게 갈 테니까.”
역시 능력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겨 둬야 한다니까.
에바가 운영하는 미래인베스트먼트에서 운용하는 금액만 수십억 달러였다.
한꺼번에 모든 주식을 던진다면 도미노처럼 주식 시장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아직 시장은 꽃놀이패지?”
“당연하지. 사실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어. 왜 보스가 주식을 정리하라고 하는 건지.”
아직 그 누구도 몇 년 후에 닥칠 경제 위기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예측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나오고 있었다.
당장 미국 연준부터가 그랬다.
닷컴 버블이 터지고 그다음 해인 2001년 연준의 에드워드 그램 리치 이사는 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의 리스크를 경고했고, 주택 시장의 거품을 우려하는 발언을 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현재의 시장에서 그 어떠한 반응도 이끌어 낼 수 없었다.
“지금 상황만 보면 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지?”
고개를 끄덕인 에바가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에바나 한경영, 둘 다 내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와 함께 걸어가는 사람인 만큼, 그녀에게 조금 더 힌트를 주기로 했다.
“내가 예측하는 미래는 곧 닥칠 거야. 동남아에서 시작된 작은 태풍이 동아시아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어. 그런데 그 여파가 사라지기도 전에 전세계에서 닷컴 버블이 터졌지.”
에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그걸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사람 중 하나였다.
“미국은 어쩔 수 없이 1년 만에 기준 금리를 5.5%에서 2%까지 내렸어. 유동성을 시장에 풀기 위해서 말이야.”
그런데도 나스닥 지수의 하락을 멈출 수는 없었다.
반 토막보다 더 크게 하락하고서야 진정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악몽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기준 금리의 하락은 주가 지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었다.
“그 충격을 뒤로하고 세계 경제는 성장하기 시작했어. 특히 중국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였지.”
“정상적인 움직임 아냐?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어. 기준 금리가 낮아진 만큼 시장에 풀리는 돈이 늘어나면 당연히 시장이 반응하지.”
뭐가 문제냐는 듯, 에바가 고개를 기울이며 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돈이 주식 시장으로만 흘러 들어갔다면 나도 이해하지. 하지만 진짜 폭탄은 그게 아니야.”
“잠깐. 주식 시장이 문제가 아니라고?”
에바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주식 시장이 아니면······. 설마 주택 담보 대출을 이야기하는 거야, 보스?”
이제야 내가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이해한 에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래. 주택 담보 대출은 미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의 경제를 뒤흔들 폭탄이 될 거야.”
좋은 집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였다.
미국 정부는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 시장으로 들어가기를 원했다.
그런데 기준 금리가 낮아지자 모여든 전 세계의 자본은 주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큰 착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주택 시장은 영원히 상승할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 파국의 시작이었다.
대표적인 예시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당장 옆 나라인 일본이 부동산 버블로 인해 무너졌으니까.
다행히 그때는 일본 하나의 위기로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글로벌 금융 시장은 동시성을 특징으로 한다.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다른 쪽에서 문제가 동시에 일어난다.
“주택 담보 대출이 그렇게 위험해? 전 세계의 경제를 무너뜨릴 정도로? 나도 미국의 주택 가격이 5년 만에 100% 이상 상승한 건 알아. 하지만 주택 보급률이 높아지고, 미국 정부도 계속 주택 보유를 장려해서 생긴 정상적인 상승이라는 게 월가의 판단이야.”
월가는 물론 대부분 투자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또한 문제였다.
에바 역시 메인 스트림에 속해 있기에, 그 범주를 벗어날 수 없었다.
뭐, 나 역시 저번 삶의 기억이 아니라면 에바와 똑같이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정상적인 상승으로 볼 수도 있지. 월가의 하이에나들이 뛰어들지 않았다면 말이야.”
“······보스.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 모든 걸 말해 줄 수는 없어. 시기가 문제라는 것 정도는 말해 줄게. 폭탄은 반드시 터질 거야. 그리고 그 충격은 닷컴 버블에 비할 바가 아닐 테고.”
확신을 담아 말하자, 에바가 경악했다. 여태껏 내 말이 틀린 적이 거의 없었기에 더더욱 놀란 듯했다.
“닷컴 버블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물론. 닷컴 버블은 그냥 생채기였다고 느낄 정도일걸.”
“주택 시장과 월가의 욕심이 합쳐져서 폭탄이 터진다······.”
에바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숙제야, 에바. 뭐가 문제인지 한번 찾아봐. 찾아내면 소원 하나 들어줄게.”
“뭐? 진짜지, 보스?”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한번 찾아봐. 뭐가 터질지 말이야.”
에바라면 금세 현재 시장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거다.
주택 담보 대출도 문제지만, 그 주택 담보 대출로 인한 각종 파생 상품이 더 큰 문제였으니까.
“우리에게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기회가 될 거야. 그러니 내가 지시한 대로 천천히 자금을 회수해.”
“그런데 확신한다면 숏에 베팅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작은 씨앗이니까. 그게 터지기 직전까지, 욕심껏 계속 키울 때까지 내버려 둬. 계속 쌓이고 쌓일수록 우리가 따먹을 과실은 더 커질 테니까.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내 말에 에바가 눈을 휘어 웃었다.
“알겠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천천히 정리 끝낼게. 그래도 올해 말이나 돼야 모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거야.”
“그 정도면 충분해. 내년부터 더 바빠질 테니까.”
에바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는 그녀를 돌려보냈다.
그녀를 보낸 뒤 바로 미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 찰리! 오랜만이야.
스티브 잡스가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출시 준비는 잘 되고 있어요, 잡스?”
― 이미 폭스콘에서 풀로 공장을 돌리고 있어. 하지만 출시일에 맞춰 원하는 물량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야.
“아, 그럼 한국에서 출시할 물량은 우리가 위탁 생산할게요.”
내 말에 잡스의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 오, 공장을 인수한 거야? 우리가 넌지시 찔러보긴 했었는데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더라고. 그 이후로 그냥 손을 뗐어. 아무리 찰리 네 부탁이라고 해도 감히 나를 상대로 그런 배짱을 부리다니. 내 아이폰은 절대 그 기업이 팔 수 없게 할 거야!
역시 뒤끝 있다니까. 내게는 보여 주지 않는 모습이지만, 그는 원래 쪼잔하기로 유명했다.
나는 화를 내는 잡스를 웃으면서 달랬다.
“하하. 거기도 당장 아이폰을 출시할 여력이 없어요. 그리고 이미 한국통신과 독점 계약을 맺었잖아요? 당분간은 그 통신사하고만 독점 계약이니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을 거고요.”
― 그건 이미 보고를 받았어. 좋은 통신사더군. 그런데 일본 쪽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제 슬슬 준비하고 홍보해야 하는 단계인데.
잡스의 말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땐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니까, 정말.
“요새 좀 바쁜 일이 있어서 신경을 많이 못 썼네요. 일단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발매가 우선이죠. 내년에나 일본 시장에 판매 시작할 거니, 좀 더 있다가 협상을 시작해도 되지만······. 바로 움직일게요.”
미국 단독 출시였던 아이폰은 미국과 한국 동시 발매 후 몇 개월 뒤 유럽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 보급될 예정이었다.
“중국 쪽은 걱정하지 말고요.”
― 중국 쪽은 통신사를 결정한 거야?
“아니요. 하지만 거긴 할 곳이 있어요.”
― 내 요구 조건을 전부 들어 주겠지? 그게 아니라면 나는 그 국가에 출시하지 않을 거야.
“물론 알고 있어요. 괜히 나 때문에 생산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미안해요.”
나는 스티브 잡스에게 폭스콘의 중국 공장을 잠시 폐쇄해 달라고 했었다.
그 때문에 아이폰의 생산 일정이 몇 달이나 뒤로 미뤄진 상태였다.
― 너무 마음 쓰지 마, 찰리. 내가 너를 위해서 뭐든 못 해 줄까. 나의 뮤즈인데.
일부러 과장되게 말하는 잡스 덕분에 큰 소리로 웃었다.
“고마워요, 잡스. 그러면 기술자를 파견해 줘요. 생산 설비를 고치려면 애플 직원이 직접 와서 진두지휘하는 게 더 나을 테니까요.”
― 좋아. 바로 보내겠네.
잡스와의 통화를 마치고 잠깐 생각을 골랐다.
이래저래 할 일이 많겠네. 정리를 마치고는 곧바로 마 실장을 불렀다.
“실장님. 중우그룹에 연락해서 곧 애플 직원이 방문할 거라고 전달해 주세요. 이번에 인수한 생산 공장 모두 아이폰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로 바꿔야 하니까요.”
“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소프트뱅크에 연락해서 아이폰 출시 문제로 만났으면 한다고 전해 주세요.”
“일본으로 직접 가실 겁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내가 움직일 필요가 있나?
“아쉬운 사람이 와야죠. 그쪽이 직접 오라고 하세요. 아니면 다른 파트너를 구할 거라고도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보스.”
아직 소프트뱅크는 통신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손정의가 아이폰을 일본에 팔고 싶다고 애플에 여러 차례 연락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하지만 애플은 그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았다.
“손정의 회장이 며칠 만에 날아오는지 봅시다.”
한때 자산이 100억 달러가 넘어서며 일본 최고 부자로 불린 손정의였지만, 닷컴 버블의 붕괴 이후 대처를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자산 규모가 10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게다가 그가 투자했어야 하는 중국 시장에 내가 먼저 투자하면서 그의 성공 신화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닷컴 버블 붕괴 당시 소프트뱅크의 시가 총액의 90%가 날아가자 온갖 언론들이 그의 경영 능력을 문제로 삼으며 공격했다.
한국계 일본인이 일본 최고의 부자로 불렸으니, 그들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했을지 안 봐도 뻔했다.
음습한 일본 언론들은 그의 몰락을 기뻐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손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김 사장님.”
손정의는 연락을 넣은 지 하루 만에 한국을 찾았다.
“예상보다 일찍 찾아오셨네요.”
“일본에 아이폰을 독점으로 보급할 수 있는 권한을 김 사장님이 가지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애플에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던데요.”
“내가 손 회장님을 상대로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일단 앉아서 천천히 대화를 나누시죠.”
그는 불확실한 정보만을 가지고도 한달음에 한국으로 달려왔다.
이건 그만큼 그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의미였다.
< 뭐가 문제인지 한번 찾아봐 > 끝
< 이게 내 조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