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grandson of the loan shark king RAW novel - Chapter (840)
사채왕의 천재손자-840화(840/840)
#840
이게 내 조건입니다
손정의의 투자 전략은 다양한 인터넷 스타트업, 특히 미국 닷컴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는 방식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그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고, 그의 포트폴리오를 따라 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그의 신화는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무너졌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고, 소프트뱅크가 투자했던 많은 스타트업들이 파산했다. 그로 인해 그의 포트폴리오는 큰 손실을 보았다.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고점 대비 90% 빠졌고, 소프트뱅크 주주는 물론이고 그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맡겼던 야쿠자, 정치인, 그리고 일본의 큰손들이 그를 찾아와 그를 압박했다.
“저를 한 번만 더 믿어 주십시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IT 기업의 거품은 무너졌지만, 그 가능성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나를 믿고 더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 드리겠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을 모아 놓고 항변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를 질타했다.
“너 때문에! 너의 아집 때문에! 내 전 재산이 날아가게 생겼어!”
주주들이 그를 비난하고, 타박했으며, 보상을 요구했다. 손정의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꼿꼿이 선 채 경청했다. 여섯 시간 동안 이어진 질타가 끝나자, 주주들의 표정은 한결 누그러졌다.
그때, 한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우리는 남편 퇴직금을 몽딸 털어 소프트뱅크 주식을 샀어요. 천만 엔을 투자했는데 그게 99% 하락해 십만 엔이 됐을 때 우리는 절망했어요.”
대부분의 투자자가 그 할머니처럼 쌈짓돈을 모아 소프트뱅크에 투자한 사람들이었다. 그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주주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들었다. 그 노인이 일어나자, 모든 시선이 그 노인에게 향했다.
그는 소프트뱅크 2대 주주였고, 개인적으로 손정의에게도 돈을 맡긴 재력가였다.
“마사요시.”
“네, 어르신.”
“내 돈을 되찾을 수 있겠나?”
“무조건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내 돈을 되찾을지, 아니면 다시 또 실패할지 두고 보겠네. 마사요시 너를 한 번만 더 믿겠네.”
노인이 손정의를 믿겠다고 이야기하자, 다른 투자자들도 감화된 듯 너도 나도 동의했다. 화를 내던 투자자들이 손정의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일세. 내가 믿어 주는 건 여기까지. 계획대로만 된다면, 나는 더 투자할 의향이 있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여섯 시간이 넘게 이어진 주주 총회가 끝이 날 때쯤에는 주주 모두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주주들의 재신임을 받았지만, 그의 앞길은 아직 어두컴컴했다. 그가 선택한 건 초고속 인터넷 사업이었다.
손정의는 일본 최대 통신업체인 NTT보다 훨씬 빠른 서비스를, 그보다 절반도 안 되는 요금에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야심에 찬 출발이었지만, 회선을 대여해 줄 NTT부터 비협조적으로 나왔다. 고객들의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인식도 낮았고, 서비스 품질도 썩 좋지도 않았다.
이 모든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그를 외면했고, 증자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그는 미국 야후의 주식을 미국 본사에 넘겼다.
“나는 마사요시 너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어. 이만 그만두겠네.”
오랜 기간 손정의와 함께 일해 온 CFO인 기타와 요시나카가 등을 돌렸다. 그는 미래가 불확실한 초고속 인터넷에 회사에 운명을 거는 손정의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소프트뱅크 본사 일부분을 뚝 떼어 내 독립했다.
그의 퇴사는 많은 뒷이야기를 양산했고, 이로 인해 주식 시장에서 겨우 회복세로 접어들던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다시 내려갔다.
“가즈히토 부사장님. 나를 도와주십시오.”
손정의는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후지은행 부사장으로 은퇴한 가사이 가즈히토를 찾아가 읍소했다.
그는 고령이었지만, 일본 금융권에서 발이 넓은 마당발이었다.
그를 영입한 뒤 손정의는 자금을 마련하고, NTT의 협조를 얻기 위해 관련 정부 부처들을 찾아가 항의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적자가 쌓여 갔다. 매년 1,000억 엔의 적자를 보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적자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폭발적으로 성장한 야후 재팬 덕분이었다.
결국 그의 노력이 궤도에 올라섰다. 손정의는 일본 텔레콤을 인수해 더욱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그렇게 사업 3년 만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흑자로 돌아섰다.
그런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아이폰이었다.
“그래! 저거야! 저건 혁신이야!”
손정의는 바로 애플로 날아가 스티브 잡스에게 미팅을 요청했다. 그는 거절했지만, 다행히 팀 쿡과의 과거 인연이 있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폰의 아시아 독점권을 나에게 줘! 내가 아이폰의 성장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테니까!”
“나도 그러고 싶네만. 우리 보스가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하니 내가 방법이 없어.”
“대체 이유가 뭐야? 아시아에서 나보다 더 적임자가 누가 있다고! 일본, 그리고 한국, 거기다 중국까지 아이폰을 팔아 줄 수 있다고!”
“이유는 말해 줄 수 없어. 이만 돌아가. 아무리 나를 닦달한다고 해도 애플은 보스의 결정이 곧 법이야. 내가 그걸 바꿀 능력이 없어.”
“네가 아무것도 못 한단 말이야?”
“그게 현실이야.”
팀 쿡과의 만남에서도 아무것도 얻어 내지 못한 손정의는 이후로도 계속 애플에 연락했다.
“뭐? 한국과 미국 동시 발매?”
그러던 중 들려온 소식은 더 충격적이었다.
“일본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한국이라니?”
애플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뭐야, 마사오?”
충격적인 사실에 열을 내던 손정의가 애꿎은 비서에게 화를 냈다.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라 빠르게 보고를 해야 할 것 같아서······.”
“급한 일? 뭔데?”
“아이폰에 관련된 일입니다.”
“빨리 말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비서가 급히 말을 이었다.
“한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폰의 일본 독점권을 협상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 달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순간, 손정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이름이 있었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고 비서에게 물었다.
“김무혁 사장이야?”
“네, 그렇습니다. 아이폰의 동아시아 3국의 독점권을 김무혁 사장이 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사실이야? 애플에 확인해 봤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라······. 사실상 진실이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인데.”
“고작 한국의 투자자에게 그런 엄청난 권한을 준다니, 솔직히 믿음이 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을 우습게 아는 전형적인 일본인 중 하나였다.
“아냐, 진짜일 거야. 김무혁 그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능력이 충분해.”
“하지만······.”
“바로 비행기 예약해, 헛소리 그만하고.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아이폰을 꼭 우리가 손에 넣어야 해! 그래야 우리가 살아날 수 있어.”
“······알겠습니다.”
다음 날, 손정의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 *
나와 손정의는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일단 내가 일본에 아이폰을 판매할 독점권을 가진 건 사실입니다. 이건 그걸 증명할 서류입니다.”
나는 종이 한 장을 손정의의 앞으로 밀었다.
손정의는 그걸 급하게 집어 들어 읽어 내려갔다.
“······사실이군요. 그래서 나에게 줄 수 없다고 한 거군요.”
손정의는 허탈한 얼굴로 서류를 내려놓았다.
“직접 일본에 판매하기에는 힘들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통신사를 인수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한국인에게 그걸 넘겨줄 사람들이 아니죠.”
“맞습니다. 일본은 상당히 폐쇄적인 나라라서요. 특히 한국인에 대해서는 더욱.”
“누구보다 회장님이 그걸 온몸으로 겪으셨겠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그 권한을 넘겨 주시겠다는 겁니까?”
“조건만 맞으면요. 나보다 회장님이 더 적임자기는 하니까요.”
“조건이요?”
“일단 이건 애플이 통신사들에게 원하는 조건입니다.”
나는 서류를 손정의의 앞쪽으로 던졌다.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손정의는 상관없다는 듯 그 서류를 집어 들어 보기 시작했다.
한 장, 두 장, 뒤로 갈수록 손정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요금의 일정 부분을 애플에 달라는 요구는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 조건은 협상이 아예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미국 통신사는 물론, 유럽과 한국 모두 똑같은 조건이니까요.”
“이걸 모두 받아들였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만큼 아이폰은 놀라운 기기입니다. 어디 한번 보시겠습니까?”
나는 그의 선택을 도와주기 위해, 잡스가 나에게 준 아이폰 프로토타입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아이폰의 실물을 처음 본 그는 어린아이 다루듯 아이폰을 꼼꼼히 살폈다.
“프로토타입이라 출시 때는 많은 게 변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더 좋아지면 더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겠죠.”
아이폰을 살피는 그의 눈빛이 열망으로 빛났다.
“이건 혁신적이군요. 애플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단말기를 내놓겠습니까?”
한참이나 아이폰을 살펴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직접 보니 더 놀랍습니다. 몇 년은 앞서간 기기입니다.”
손정의의 보는 눈은 역시 정확했다. 내가 그의 투자처에 미리 투자해 기회를 놓쳤을 테니, 그 능력을 뽐낼 기회가 많지 않았을 뿐. 그의 미래를 보는 눈은 진짜였다.
“네. 따라 하는 기기들은 무조건 나올 겁니다. 하지만 아이폰을 이기는 기기는 수십 년간 나오지 못할 겁니다.”
손정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폰을 다시 나에게 건넸다.
아까와 다르게 그의 눈빛은 열기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중에는 이동 통신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폰의 독점권을 가져가더라도 이동 통신사가 없으면 남 좋은 일만 하는 꼴일 텐데요.”
“그건······.”
그가 머뭇거리며 말꼬리를 흐렸다. 나는 그의 머뭇거림에 웃으면서 말했다.
“보다폰 재팬의 인수를 준비 중이십니까?”
“아니······ 그걸 어떻게?”
“나라면 그럴 거 같아서요. 손 회장님이 다른 사람 좋은 일 해 줄 사람은 아니니까요. 욕심 많은 사람이잖아요.”
“하하. 아닙니다. 아이폰을 보자마자 예감했습니다. 미래는 이제 컴퓨터가 아니라, 이 작은 아이폰이 될 것을요. 그래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적은 돈이 아닐 텐데요. 보다폰 재팬을 인수·합병 하기 위해서는 못해도 2조 엔 정도가 필요한 거 아닙니까. 그럴 여유가 있습니까?”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유를 가장하는 손정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 마시고 나와 같이 인수하시죠.”
“네?”
“나와 함께 보다폰 재팬을 인수하자는 말입니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수익을 안겨 줄 이유가 있습니까? 내가 인수 자금의 절반을 부담하겠습니다.”
“······.”
“이게 내 조건입니다. 나와 함께하자는 것. 이걸 받지 않으시면 나는 다른 파트너를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같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에 손 회장님을 선택한 거일 뿐, 나는 다른 사람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일본의 사업가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손정의는 나의 속셈을 엿보듯 내 눈을 계속 뚫어져라 바라봤다.
나는 그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경영권에는 욕심이 없습니다. 그리 불안하시면, 보다폰 재팬을 인수할 SPAC을 만들어 거기 투자하죠. 지분은 내가 49%, 손 회장님의 소프트뱅크가 51%인 것으로.”
기업 인수 목적 회사인 SPAC을 설립해 안전하게 가자는 뜻이었다.
그렇게 하면 결국 보다폰 재팬을 인수하는 주체는 소프트뱅크가 아니라 그 법인이 될 테고, 그 법인의 지분 51%를 가진 소프트뱅크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우리가 가진 주식을 매각할 때 우선권을 소프트뱅크에 드리겠다는 계약서도 작성하겠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이런 거래를 눈앞에 두고 알아보지 못할 만큼 손정의는 바보가 아니었다.
아니,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는 그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건 사실상 강요였다. 그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니까.
< 이게 내 조건입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