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화(201/201)
1화 프롤로그
“너무 앞으로 나가지 말고 라인 맞춰! 좋아! 사이드로 벌려줘!”
가벼운 몸놀림으로 측면 수비수를 벗긴 어린 선수는 곧바로 크로스를 올렸다.
박스 안으로 절묘하게 휘어 들어가는 공.
상대 골키퍼가 재빨리 뛰쳐나와 손으로 걷어냈다.
궤적은 괜찮았지만, 수비가 밀집된 공간으로 보냈던 터라 동료가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서하는 박수를 보내며 선수들에게 끝까지 집중하라고 소리쳤다.
“강하게 압박해! 볼 못 돌리게! 그렇지! 나이스!”
강한 전방 압박 후 탈취에 성공한 어린 선수는 구석으로 차 골망을 흔들었다.
벌써 팀의 다섯 번째 골.
유소년 리그를 폭격하는 팀답게 오늘도 다득점이 터져 나왔다.
서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는 어린 선수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었다.
경기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가두리 양식장처럼 가둬두고 상대를 끊임없이 패댔다.
서하의 전술은 심플했다.
빠른 패스와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유기적이고 창의적인 공격 전개.
“처음에는 다들 어려워했는데 이제는 제법 적응했어.”
수비 지역부터 차분하게 빌드업 축구를 머리와 몸에 이식시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때를 떠올리면 아찔했다.
선수들은 헤매고 성적은 개판이지 화려한 커리어가 없었다면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을 거다.
하지만 서하는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빌드업 축구는 사실 이제 현대 축구의 기본이었다.
제대로 익혀두지 못한다면 유럽은 물론 국내 리그에서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괜히 프로 리그에 오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한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었다.
서하는 근본부터 바꾸고 싶었다.
유럽 무대에서 경험한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아이들도 믿고 따라와 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커리어가 없었다면 힘들었겠지.”
서하는 아이들이 즐겁게 축구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삑! 삑삑!
경기 종료 5대0.
서하는 선수들을 칭찬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피드백해주었다.
“아직 움직임이 산만하니까 조금 더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해.”
“네!”
“넌 롱 패스를 너무 많이 구사하려고 해. 정확한 롱 패스는 좋은데 성공률이 높은 편이 아니잖아. 그러니 지금은 짧은 패스 위주로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봐.”
“알겠어요.”
“자자! 다들 오늘 경기 고생 많았고 정리하고 아이싱 받을 사람 받고 집에 가서 내가 나눠준 자료 있지? 잘 읽고 모레 보자.”
“네!”
“감독님!”
“왜?”
녀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헤헤. 사인 좀요.”
다른 아이들도 서로 사인을 해달라며 종이와 펜을 가져왔다.
서하는 흔쾌히 수락했다.
“부모님이 원하셔?”
“정확히는 아버지가요.”
“아버님 성함이?”
“이동건이요.”
“자. 됐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감독님 팬이셨대요!”
“그래? 진작 사인해달라고 하지.”
녀석은 또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전 감독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잘 몰랐거든요.”
“그럴 수도 있지.”
이 아이들은 고작 16살.
서하가 한창 이름을 날리던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들이었다.
녀석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 며칠 전에 우연히 감독님의 선수 시절 영상을 봤어요.”
“그래? 어땠어?”
녀석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화려했어요. 우리나라에 이런 선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정말 화려했어요.”
“맞아요! 게임에서는 왜 능력치가 이렇게 높지 싶었는데. 영상을 보니 말이 되더라고요.”
서하는 피식 웃었다.
“그러냐?”
“감독님! 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감독님이 엄청난 선수였다는 걸요!”
“맞아요! 쟤들이 감독님께 관심이 없어서 그래요! 어떻게 축구를 하면서 윤서하를 몰라?”
“그, 그런가.”
“자자!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다들 서둘러 정리하자.”
“넵!”
서하는 코치들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감독실로 돌아왔다.
“화려했다라. 그랬었지.”
서하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아이들의 말처럼 서하의 선수 시절은 화려했고 센세이셔널했으며 모두가 기대하는 판타지스타였다.
7살에 부모님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가 아스날에 입단.
축구 신동으로 불리며 연령대 아카데미를 빠르게 월반.
16세 103일 구단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우며 프리미어 리그 데뷔.
11-12시즌 22경기 6득점 10도움기록하며 올해의 영플레이어상 등 각종 상을 수여.
12-13시즌 리그 우승, FA컵 우승으로 더블 달성.
50경기 17득점 24도움.
한국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도움왕 달성.
한국의 지단이라 불리며 한국 국가대표팀에 승선.
13-14시즌 2연속 리그 우승과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 수상.
53경기 18득점 16도움.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그해 열린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라갔지.”
당시 나이 18세.
모두가 서하의 플레이에 찬사를 보냈다.
한국의 지단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처럼 서하의 아름다운 플레이메이킹은 유럽 무대를 뒤흔들었다.
신장이 작고 피지컬이 약한 정통 플레이메이커들과 달리 서하는 우아한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큰 키와 뛰어난 피지컬로 적극적인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패스, 템포 조절, 볼 전개, 창의적인 패스, 방향 전환, 뛰어난 테크닉과 볼키핑 능력, 킥력까지.
서하의 플레이는 지단을 떠올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차이점도 있었다.
지단은 수비를 약점으로 지목받았지만, 서하는 뛰어난 예측력으로 좋은 수비를 보여주었다.
기술과 테크닉은 지단이 우위.
수비와 체력은 윤서하가 우위.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였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비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14-15시즌 시즌 경기에서 인생을 바꾼 사고가 일어났다.
볼을 전개하려던 때 끔찍한 살인태클에 발목이 부러지고 말았다.
허연 뼈가 보일 정도로 꺾였다.
“…”
서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쓰러졌고 산소 호흡기를 착용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워낙 큰 부상이었기에 사람들이 두 번 다시 하늘을 날지 못할 거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어렸고 미래는 창창했다.
고된 재활을 거쳐 1년 반 만에 극적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쉬었는지 경기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마다하지 않았을 거친 몸싸움도 이겨내지 못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자 예전에는 보였던 패스 길도 보이지 않았다.
예술과도 같던 아름다운 플레이가 실종됐다.
“결국 스타일을 바꿨지.”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안정적이고 단단한 플레이로 바꿨다.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하며 경기를 이끌어나갔다.
그러자 플레이가 눈에 띠게 좋아지고 기량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자신감도 되찾았다.
지금부터라도 스타일을 바꾸고 적응해나간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꿈도 얼마가지 못했다.
“또 부상…”
이번에는 십자인대 파열이었다.
또다시 수술 후 재활에 들어갔다.
길고 고통스러운 날들.
서하는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서하는 끝내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1년 만에 그라운드 복귀.
서하는 또다시 스타일을 바꿨다.
부상을 방지하기 공을 오래 소유하는 스타일을 버렸다.
플레이를 간결하게 가져갔다.
“성공적인 변화였지.”
이번에는 아프지 않고 오래갔다.
기량은 평범해졌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충분히 통했다.
부동의 주전에서 로테이션을 오가는 선수로 전락했음에도 서하는 아프지 않고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팬들도 그의 부활을 축하해줬다.
하지만 부상 악령은 끈질겼다.
리그 후반기 시작과 함께 정강이를 다치며 스쿼드에서 이탈.
복귀 후 몇 경기 뛰지 못하고 햄스트링으로 이탈.
부상. 재활. 부상. 재활. 부상.
계속된 잔부상은 서하의 마음을 점점 갈아먹었다.
부상으로 점점 후퇴하는 기량.
그라운드에 있는 시간보다 병원과 재활 센터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정들었던 팀을 떠나야 했다.
“아스날을 거쳐 중위권 팀, 하위권 팀으로 내려가다가 영국을 떠나 변방의 리그로 돌았지.”
결국 출장과 부상을 반복하다가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서하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길고 긴 부상과 재활을 거치면서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스타일을 바꿔서라도 축구를 계속 하고 싶었는데.”
부상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유리처럼 변한 몸은 생활에도 지장을 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더는 축구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은퇴를 선언했다.
그 후 서하는 아스날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다.
뛰어난 축구 지능을 가진 서하는 코칭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코칭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구단 아카데미에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좋은 성적과 좋은 결과.
탁월한 지도 능력으로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며 명성을 높였다.
현재는 오랜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로 들어와 한국 축구를 위해 일했다.
짧지만, 화려했던 선수 시절.
서하는 종종 그 시절을 떠올리면 즐거움도 잠시, 후회와 씁쓸함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정말 부상만 아니었다면 반짝했던 선수가 아닌, 안타까운 선수가 아닌 최고의 판타지스타로 남을 수 있었는데.
잠시 추억에 잠겼던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도 현재는 사라지고 과거로 사라질 뿐, 시간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달렸다.
서하는 마음을 다잡고 새로 나온 축구 논문을 읽으려 인터넷에 접속했다.
“메일이 또 쌓였네.”
며칠 전에 정리해줬는데 한 눈을 팔면 금세 쌓였다.
서하는 숫자 49를 눌렀다.
구단에서 온 업무 메시지도 있었고 매니지먼트에서 온 메시지도 있었다.
대부분은 쓸모없었다.
서하는 중요 메일을 분류하고 나머지를 휴지통으로 보내려던 중.
특이한 메일을 발견했다.
[시간을 돌리고 싶으신가요?]누가 보냈는지 적혀 있지 않았다.
장난으로 보낸 메일인가.
시간을 돌리고 싶다니.
왠지 자신을 저격하는 제목이라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기분과 별개로 그런 꿈은 꿔본 적이 많았다.
“돌리고 싶다면 돌리고 싶지.”
사람은 늘 후회하며 살아간다.
서하도 마찬가지였다.
과거를 바꿀 수만 있다면 악마와 손잡을 의향도 있었다.
서하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메일을 전부 읽고 확인하는 스타일이라 수상한 제목이 적힌 메일을 클릭했다.
“어?”
갑자기 눈이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번쩍였다.
서하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