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1)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02화(100/201)
102화 불발
호텔로 돌아온 서하는 반 페르시의 이탈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은디아예는 소스가 부족하다며 반 페르시의 이탈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서하는 반 페르시의 이탈을 경험했던 터라 불안했다.
물론 은디아예의 말대로 이탈은 뜬소문에 불과할지 모른다.
“간절하게 원했던 우승 커리어를 이번 시즌에 달성했고 득점왕까지 거머쥐었으니까.”
팀을 향한 충성심도 절대적.
가끔 흔들릴 때도 있었으나 주장으로서 동료들을 잘 이끌었다.
자잘한 부상 없이 처음으로 50경기를 소화하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월드 클래스 공격수 반열에 올라섰다.
재계약한다면 아스날의 레전드로 등극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물론 걸림돌은 많지.”
반 페르시는 팀 내 최고 주급자로 재계약하더라도 이미 구단에서 정한 상한선을 받고 있었다.
반 페르시를 위해 주급 체계를 깰 수 있었지만, 빚이 많았던 터라 드라마틱한 상향은 없었다.
“주급이 1억 8000만 원이라고 했던가. 최대한 많이 받아도 2억 5000만 원 정도겠네.”
이렇게 올려도 라이벌 구단들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었다.
이번 시즌 반 페르시가 보여 준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최소 3억 원은 챙겨 줘야 했다.
여기에 각 종 수당에다 인센티브까지 얹어 줘야 얼추 맞았다.
더 큰 문제는 반 페르시를 노리는 구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말고도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유벤투스,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이 재계약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지.”
이건 꽤나 믿을 만한 소스였다.
이번 시즌 반 페르시보다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리오넬 메시뿐이었으니까.
빅 클럽들이 월드 클래스 스트라이커를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분명 밑 작업에 들어갈 터.
심란해진 서하는 탁자를 두드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구단을 믿고 기다려야 하나. 하지만 로빈이 만족하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거란 말이지.”
엄청난 활약을 보여 준 반 페르시.
하지만 구단에서는 서른 줄에 접어든 선수에 대한 과한 투자는 부담감이 클 거다.
빚을 전부 상환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으니까.
반면 반 페르시는 자신의 전성기에 더 많은 걸 이루고 싶어 했다.
더 많은 우승, 2년 연속 득점왕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
목표가 굉장히 높았다.
“분명 구단의 야망을 볼 거야.”
이번 이적 시장에서 포지션 보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반 페르시의 마음은 떠날지도 모른다.
“진짜 골치 아프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반 페르시를 만나 설득한다?
이건 최악의 수였다.
반 페르시는 유망주 시절부터 불같은 성격에 악동으로 유명했다.
가정을 꾸린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아직도 종종 화를 참지 못해 제멋대로 플레이할 때가 많았다.
한껏 예민해진 시기에 유망주가 재계약 문제를 거론한다?
자칫 사이가 멀어질 수 있었다.
서하는 고개를 흔들며 골치 아픈 문제를 뒤로 미뤘다.
지금은 유로 2012에 집중해야 했다. 멋진 경기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 * *
약 한 달 동안 치러진 유로2012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아쉽게도 이변은 없었다.
그나마 이변이라고 하면 체코가 포르투갈을 이기고 8강에 올라갔다는 정도.
그 외는 결과가 비슷했다.
결승전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체력 부족과 부상 문제로 무기력하게 4대0으로 패배했던 이탈리아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스페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으며 기어코 2대2 스코어를 맞췄다.
연장을 넘어 승부차기로 끌고 간 이탈리아는 카시야스의 선방 쇼에 막히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렇게 무적 함대 스페인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2년 연속 우승 팀으로 남았다.
최종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과정은 전부 달라졌다.
아스날 소속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고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은 선수들도 경기에 영향을 끼쳤다.
서하는 직접 이 경기들을 눈으로 담은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역시 보길 잘했어.”
축구 관람으로 휴가를 보낸 보람이 있었다.
서하는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런던은 여전히 날씨의 도시였다.
서하는 오는 듯 안 오는 듯 내리는 비를 손바닥으로 맞으며 우산을 펴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윤!”
파커가 차창을 내리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서하는 공항으로 마중 나온 파커의 호의를 무시하지 않았다.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재빨리 조수석에 앉았다.
“윤! 정말 오랜만이야!”
“안 본 지 한 달밖에 안 됐어요.”
“그래도 매일 붙어 다니다가 이렇게 만나니까 좋잖아. 안 그래?”
서하는 피식 웃었다.
“맞죠.”
“얼굴을 보니 잘 쉰 것 같긴 한데 피곤하지 않아?”
“경기만 봤는데 피곤할 리가요.”
“하긴 널 보려면 경기장에 가야한다는 말이 있었으니까. 축구만 보지 말고 도시 좀 구경하지.”
“괜히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바쁘기도 했고요.”
파커는 핸들을 부드럽게 돌리며 공항을 빠져나왔다.
“네가 바빴다고? 휴가 때 바쁠 게 뭐가 있다고 바빠?”
“이번에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잖아요.”
파커는 이마를 가볍게 때렸다.
“아 맞다! 그랬지! 워낙 바쁘다 보니 이 중요한 걸 잊고 있었네.”
“그래서 경기도 보고 호텔 피트니스 클럽에서 부지런히 몸을 만들며 알찬 시간을 보냈죠.”
“와! 벌써 3주밖에 안 남았네. 그럼, 소집은 언제야?”
“다음 주요. 런던에서 뉴질랜드하고 평가전이 있어요.”
“오! 런던! 이동하지 않아서 좋네. 그런데 뉴질랜드가 축구를 잘했던가. 모르겠네. 그래도 윤, 너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야.”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마트폰으로 런던 올림픽 대표 팀 최종 명단을 확인했다.
런던 올림픽 참가 최종 명단
GK : 장소룡, 오범연
DF : 윤석형, 김영원, 오재선, 홍석후, 김장수, 김진희
MF : 기선우, 김보영, 남태휘, 장우영, 박정운, 구재칠, 윤서하
FW : 박재영, 진우원, 손호민
이상 18명의 선수가 선발되었다.
‘명단은 거의 변하지 않았어.’
정확히는 두 명이 달라졌다.
백수동과 김연성을 빼고 서하와 손호민이 들어왔다.
서하는 자신의 합류보다 손호민의 합류가 굉장히 놀라웠다.
지난 시즌에 데뷔한 손호민은 함부르크의 원더보이라 불리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FIFA 선정 최고의 10대 유망주 23인에 뽑혔을 정도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나도 뽑혔었지.’
이러한 활약으로 2011년 아시안컵에 발탁되며 입지를 다졌다.
이번 시즌에도 활약이 이어 갔다.
30경기 8골 2도움을 기록하며 올림픽 대표 팀에 승선했다.
최고의 데뷔 시즌을 보낸 서하만 아니었다면 더 주목받았겠지만, 18살이라는 나이에 유럽 무대에서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것만으로도 재능은 입증한 셈이었다.
이미 해외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두 사람을 한국의 미래라며 이번 올림픽 대표 팀을 향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서하는 손호민이 미래에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의 승선이 매우 반가웠다.
서하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우리를 놓고 많이 비교했지.’
처음에는 서하가 압도적으로 위상이 높았지만, 부상 이후 서서히 격차가 줄어들었다.
손호민이 토트넘으로 이적하고 서하가 유리 몸이 되자 위상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대표 팀에서 호흡을 맞추며 브라질 월드컵 8강을 견인했던 터라 내적 친밀감은 컸다.
아스날이 아니라 토트넘으로 이적했을 때는 섭섭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빠르게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겠어.’
손호민이 좋아하는 플레이는 이미 완벽하게 숙지해 둔 상태였다.
몇 번 공을 주고받다 보면 자연스레 적응될 테니 문제없었다.
서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
“응?”
[아스날의 유명 스트라이커 재계약 불발? 선수는 더 많은 주급을 원해.]갑작스러운 재계약 불발 소식에 당황한 서하는 기사 내용을 읽고 안심했다.
언론사가 더 선이었으니까.
믿을 만한 언론사가 아니었다.
기사 내용도 별 것 없었다.
모두가 알고 우려하는 내용들만 잔뜩 적혀 있었다.
더 선에게 낚여 버린 아스날 팬들은 무척 화가 났는지 대부분 댓글에 욕이 달려 있었다.
삭제된 댓글들도 수두룩했다.
서하는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뒤로 간 후 스포츠 사이트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였다.
공신력이 높은 기자들의 기사들이 빠르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속보! 아스날, 로빈 반 페르시와 1차 재계약 협상 불발!] [이반 가지디스 단장,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을 뿐. 천천히 조율해 나갈 것.’] [반 페르시 에이전트,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반 페르시는 아스날을 사랑하고 여전히 남고 싶어 한다.’] [아르센 벵거, ‘그는 아스날 선수, 누구에게도 내줄 수 없어.’]“하아.”
“무슨 기사인데 한 숨을 쉬어?”
“반 페르시 재계약 불발 기사요.”
서하의 말에 파커는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뭐,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재계약 불발은 더 선에서 내보낸 기사인데 한 시간 후에 온스테인의 기사가 나왔어요. 1티어 기자들도 전부 기사를 실었고요. 파커는 뭐 들은 거 있어요?”
“돌아가는 상황은 대충 알고 있지. 하지만 접촉은 다음 주라고 했는데. 왜 벌써 접촉한 거지?”
“로빈 계약 기간이 정확하게 1년 반 남았죠?”
“아마 2년일걸? 하지만 1년은 정식 계약이고 구단이 1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 있을 거야. 정확히는 단장님과 감독님만 알고 계셔서 자세하게는 몰라.”
“왜 급하게 진행하려는 걸까요?”
파커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확실치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확실하진 않은데 이번 겨울에 선수들을 좀 데려왔잖아?”
“마르지뉴하고 토로시디스가 들어왔죠.”
“맞아. 하지만 구단에서는 겨울 이적 시장에서 돈을 쓸 생각이 없었어. 구단 성적을 보고되겠다 싶어서 과소비한 거지.”
“욕심이 생겼군요.”
“보스의 요청도 있었지. 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선수 보강은 필수라고. 고심 끝에 보드진은 보스의 의견에 동의했고 마르코 로이스를 비싼 가격에 데려왔어.”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생각하지 못한 지출에 구단 재정이 악화된 건가요?”
“심각할 정도는 아닌데 계획에서 틀어진 건 분명해. 이자를 상환하고 나면 남는 게 얼마 없거든.”
“아! 이번 이적 시장 예산이.”
“많지 않지. 좋은 선수를 데려오려면 팔아서 데려와야 할 거야.”
“최악이네요.”
“맞아. 최악이지. 로빈은 구단의 야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잖아. 돈이 되는 선수들을 팔면 분명 재계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야.”
서하는 파커의 의견에 동의하며 차분하게 정리한 말들을 꺼냈다.
“구단에서는 로빈이 들먹이기 전에 돈을 많이 줘서 마무리 지으려는 생각이겠네요.”
파커는 자신과 똑같이 생각한 서하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윤, 너 정말 16살 맞아?”
“이제 곧 17살이 되죠. 아무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거네요.”
“그래도 최악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프랑스 리그 득점왕 출신인 올리비에 지루를 데려왔잖아.”
서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
“왜 그렇게 봐?”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루가 마음에 안 들어? 물론 빅 리그에서 뛴 경험이 없는 선수지만, 5대 리그에서 득점왕도 해보고 샤막보다는 포스트 플레이에도 능해서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참았다.
파커는 어깨를 으쓱하며 페달을 밟았다.
“아무튼 구단에서도 다 생각이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
“알겠어요.”
서하는 눈앞으로 다가온 런던 올림픽에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