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3)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04화(102/201)
104화 뉴질랜드 평가전
올림픽 대표 팀 소집일.
서하는 살짝 기대에 부푼 얼굴로 트레이닝 센터에 들어갔다.
서하가 모습을 드러내자 진우원이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했다.
“서하야!”
“형,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긴. 지난달에 한 번 봤잖아. 그런데 집에서 가장 가까운 녀석이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원래 약속 장소에서 가까이 사는 사람이 늦는 법이잖아요.”
진우원은 서하의 목에 헤드 록을 걸며 장난을 쳤다.
두 사람이 친분을 과시하자 하나둘씩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애들한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만나서 반갑다.”
“이야! 실제로 보니까 화면으로 볼 때보다 훨씬 인물이 좋네!”
서하는 국가 대표 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어린 서하가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 줬다.
서하도 선수들의 배려를 느꼈지만, 왜 잘해 주는지 알지 못했다.
이유는 얼마 가지 않아 밝혀졌다.
진우원은 서하를 데리고 감독실을 향하다가 주변을 슬쩍 살폈다.
아무도 없자 조심스레 귓속말로 속삭였다.
“네가 병역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거든.”
“네? 제가요?”
진우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론도 그렇고 팬도 그렇고 네가 이번 시즌에 보여 준 퍼포먼스를 반만 보여 줘도 올림픽 메달은 문제없다고 생각하잖아. 우리들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고.”
“너무 낙관적인 생각인데.”
진우원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렇게 볼 수 있는데 솔직히 우리 전력 높은 편이잖아. 네 앞에서 자랑하기 좀 그렇지만, 이번 시즌에 34경기 14골 4도움으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가졌다고. 나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뛰는 애들도 다 성적이 좋잖아.”
“그렇죠.”
서하는 소집 전에 확인한 유럽파 선수들의 성적을 떠올렸다.
먼저 모나코에서 아스날로 이적하지 않고 릴로 이적한 박재영부터 확인했다.
박재영
소속 LOSC 릴
35경기 18골 7도움
박재영은 릴에서 에당 아자르와 좋은 호흡을 보여 주었다.
득점의 절반을 아자르가 떠먹여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워 먹는 것도 실력이지.’
아무튼 전년도 우승 팀 릴은 이번 시즌에 리그 2위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따내며 나쁘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물론 에당 아자르의 이적으로 전력 유출은 불가피하게 됐지만, 박재영은 유럽 진출 이후 커리어 하이를 작성할 수 있었다.
‘프랑스 리그와 어울리는 선수야.’
서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박재영에 대한 평가를 마쳤다.
진우원이 말한 대로 다른 선수들의 성적도 훌륭했다.
기선우
소속 셀틱 FC
42경기 7골 6도움
구재칠
소속 아우크스부르크(임대)
27경기 7골 2도움
손호민
소속 함부르크
30경기 8골 2도움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당장 서하만 해도 전 세계 선수들을 모아놓아도 메시와 호날두를 제외하면 견줄 선수가 없었다.
언론이나 팬이나 김칫국부터 마시는 게 당연했다.
“물론! 우리가 너만 의지하지는 일은 없을 거야, 인마! 형들이 자존심이 있지! 아우에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겠어?”
“떠넘겨도 상관없어요. 익숙하거든요.”
“하여간 말은 잘해요. 들어가 봐. 감독님이 기다리고 계시니까.”
진우원은 서하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며 자리를 떠났다.
서하는 가볍게 노크하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홍인수 감독이 기다렸다는 듯 서하를 반갑게 맞이했다.
“휴가는 잘 지냈나?”
“네, 푹 쉬었어요.”
“중계 화면에 많이 잡히던데.”
“호텔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본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두 사람은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3일 후에 뉴질랜드와 평가전을 치르고 4일 후에 스페인과 최종 평가전을 치를 것 같네.”
“스페인이요?”
홍인수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없던 예정이었지만, 스페인 축구 협회 측에서 먼저 제안했고 영국 축구 협회에서 경기 장소를 대여해 줘서 협회 측에서는 거부하기 어려웠네.”
“그렇군요.”
서하는 달라진 미래를 실감하며 스페인의 전력을 떠올렸다.
정말 강력했다.
향후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이끌어갈 선수들이 즐비했다.
물론 런던 올림픽에서는 광탈로 체면을 구기지만, 실력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스페인도 조별 그룹에 편성된 일본전 대비책으로 한국이라는 예방 주사를 선택했던 터라 양 팀 모두 윈윈이었다.
“스페인 협회 측에서는 자네를 무조건 출전시켜 달라고 요구했네. 워낙 강력하게 요구해서 무시하기 어려웠네.”
“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해해 줘서 고맙네. 그래서 말인데 뉴질랜드전에는 무리해서 선발로 내보내지 않을 거야.”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에 부상으로 소집 해제 됐던 터라 홍인수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을 상당히 많이 신경 썼다.
“물론 후반전에는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내보낼 수 있으니 언제든지 뛸 수 있게 준비해 두게.”
“알겠습니다.”
* * *
오랜만에 벤치에서 시작한 서하는 홀가분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의 옆에는 손호민이 앉았다.
이번 올림픽 대표 팀에 승선한 선수들 중 십대는 두 명이었다.
서하와 손호민으로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손호민은 특유의 미소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서하를 툭툭 건드리며 귀찮게 굴었다.
서하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손호민은 심드렁한 얼굴로 돌아와 경기장에 입장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뛰고 싶다. 진짜 뛰고 싶다.”
“후반전에 뛸 수 있을 거야.”
“그랬으면 좋겠네.”
손호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벤치에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형들이 포진해 있었으니까.
초반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흐름이었다.
탄탄한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박재영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받아 주고 돌려 주며 뉴질랜드 수비진을 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신중했다.
단단하게 지키는 데 집중했다.
한국은 뉴질랜드의 밀집 수비를 깨지 못하고 고전했다.
이번 시즌 굉장히 좋은 성적을 거둔 박재영과 진우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기선우의 롱 패스 정확도는 괜찮았으나 효율적이지 않았다.
‘경기 템포가 너무 낮아. 이러면 밀집 수비를 뚫기 힘들어.’
한국은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전진 패스보다 후방으로 볼을 돌리는 모습이 많이 나왔다.
답답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자 손호민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렇다고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
주변을 슬쩍 바라봤다.
눈치를 살피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뉴질랜드가 단단히 준비했네.”
“그러게. 측면으로 뚫으려고 해도 중앙으로 침투하는 선수가 없어.”
“재칠이 몸이 무거워 보여.”
“재영이형이 받는 압박을 분산해 줘야 하는데.”
선수들이 조심스레 의견을 내며 대화를 나누자 답답했던 손호민이 나서려고 했다.
이를 눈치 챈 서하는 손호민의 입을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린 조용히 있자.”
손호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흐름은 지루하다 못해 보는 맛이 없었다.
유효 슈팅 한 번 나오지 않는 실망스러운 전반전이 40분 내내 이어지자 홍인수 감독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왼쪽 윙으로 출전한 남태휘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구재칠이 침묵하니 답이 없었다.
그래도 오른쪽 라인은 훌륭했다.
전반전에 나온 위협적인 장면은 진우원과 풀백인 김장수가 모두 만들어 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득점이 필요했다.
“아오!”
“진짜 아깝네. 좀만 깔아 차지.”
모처럼 기선우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 위로 뜨고 말았다.
양 팀 통틀어서 전반전에 나온 가장 위협적인 슈팅이었다.
졸전을 펼치는 양 팀.
결국 전반전은 득점 없이 끝났다.
그래도 로커 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밀집 수비에 고전했지만, 경기 주도권을 잡고 있었으니까.
주장 완장을 찬 구재칠과 와일드카드로 뽑힌 선수들도 힘을 불어넣으며 승리를 다짐했다.
후반전도 전반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판박이를 보는 듯 양 팀의 색깔은 명확했고 한국은 뉴질랜드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했다.
‘어렵겠네.’
오히려 공격 패턴이 읽혀서 뉴질랜드 선수들이 막기 수월했다.
빈틈이 눈에 보이는데.
정말 잘 보이는데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감독의 전술이 뻥 축구라 그런지 공격이 정말 무기력했다.
“어우우우!”
“저게 안 들어가서 다행이다.”
가끔 나오는 뉴질랜드의 역습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후반전도 어느덧 15분이 흘렀다.
아직까지 양 팀은 득점이 없었고 지루한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
조용히 있던 손호민이 서하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속삭였다.
‘서하야, 아스날 어때? 좋냐?’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음, 좋아. 훈련장도 쾌적하고 트레이닝 센터 시설도 잘 갖춰져 있거든. 무엇보다도 밥이 괜찮아.’
‘영국인데 음식이 맛있다고?’
‘영국도 영국 나름이지. 그런데 그건 왜 물어?’
손호민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너랑 한 팀에서 뛰어보고 싶어서. 우리 훈련 때 잘 맞았잖아.’
‘하긴 나쁘지 않았지.’
‘내가 아스날로 가면 죽여주는 패스를 매 경기마다 받을 수 있을 테니 득점왕은 따 놓은 당상 아니냐? 반 페르시 득점왕도 네가 만들어 줬잖아.’
‘반 페르시가 워낙 잘 차서 그래.’
‘어? 난 아니라는 거야?’
‘아니, 내 말은. 아니야. 됐다.’
서하는 대화를 포기했다.
이 이상 말하다가는 손호민의 페이스에 말려들 테니까.
손호민도 분위기를 살피다가 뉴질랜드의 날카로운 역습 전개가 펼쳐지자 재빨리 마무리를 지었다.
‘됐다. 아무튼 형이 갈 테니까 어디 가지 말고 딱 3년만 기다려. 알겠지?’
‘형이 로이스 밀어낼 수 있…….’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국의 골망이 출렁이고 있었다.
장신 스트라이커인 크리스 우드의 선제 득점이었다.
뉴질랜드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뻐하자 벤치 분위기는 급격히 냉랭해졌다.
막내 라인인 두 사람이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을 때, 김태호 수석 코치가 다가왔다.
“서하야, 나갈 준비해.”
“알겠어요.”
뉴질랜드를 상대할 방법은 이미 머릿속에 입력해 둔 지 오래.
서하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축구화를 고쳐신었다.
올림픽 대표 팀으로서 첫 번째 출전 경기였지만, 긴장되지 않았다.
어서 필드로 들어가 답답한 흐름을 부숴 버리고 싶었다.
“부럽다.”
“형도 출전할 수 있을 거야.”
서하는 손호민을 위로하며 대기심 옆에 섰다.
홍인수 감독이 서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전술을 지시했다.
전술이라고 해봤자 별것 없었다.
연계 플레이로 뉴질랜드의 측면을 뚫으라는 지시뿐이었으니까.
서하는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를 주억거리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삐익!
구재칠이 주장 완장을 박재영에게 넘기고 서하에게 다가왔다.
구재칠은 서하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며 말했다.
“조심해서 뛰어.”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발로 잔디를 밟았다.
동료들에게 전달 사항은 없었다.
이 답답한 흐름을 바꾸려면 완전히 뜯어고쳐야 했으니까.
진우원은 서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서하야, 어떻게 할까?”
“형이 하고 싶은 대로 움직여요.”
“정말 그래도 돼?”
서하는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꺾고는 양팔을 휘두르며 말했다.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이야! 그거 든든한데?”
두 사람의 대화에 박재영이 다가와 씩 웃었다.
“오! 아스날에서 보여 준 플레이를 눈으로 볼 수 있겠네.”
“형, 훈련장에서 봤잖아요. 그게 다예요.”
“그래, 힘들면 볼 돌려도 되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
“맞아. 나 오늘 폼 괜찮거든? 나한테 공 줘라. 내가 다 해 줄게!”
“그럴게요.”
두 사람의 격려를 받은 서하는 코너 에어리어 앞에 섰다.
이번 올림픽 대표 팀 키커는 서하로 낙점되었다.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훈련장에서 보여 준 날카로운 킥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었으니까.
“후우.”
뉴질랜드 문전은 사람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치열한 자리싸움이 일어나는 가운데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서하는 손가락 두 개를 폈다.
훈련할 때는 10번 차서 10번 모두 성공한 세트 플레이였다.
역할을 부여받은 선수들이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서하는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온 진우원에게 내주고 밖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진우원을 지체하지 않고 서하에게 패스했다.
박스 안까지 침투한 서하는 왼발과 오른발로 가볍게 툭툭 치며 뉴질랜드 선수를 쉽게 벗겨 냈다.
연이어 달려드는 상대 선수를 똑같이 벗겨 낸 후 비어 있는 반대편 사이드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기선우가 있었다.
원래는 넘겨줘야 했지만.
슈팅 각도가 활짝 열려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서하는 왼발로 오른쪽으로 툭.
가볍게 차 놓고 반박자 빠른 타이밍에 오른발로 감아 찼다.
골키퍼는 멍하니 슈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공은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파 포스트 상단으로 빨려 들어갔다.
출렁!
“우와아아아아!”
천금 같은 동점 골이 서하의 발끝에서 나오자 동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서하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서하는 동료들의 팔을 뿌리치며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갔다.
촤르르륵!
무릎 세리머니를 펼치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표 팀 데뷔전 데뷔 골.
교체로 들어온 지 2분 만에 터진 동점 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