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4)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72화(103/201)
72화 나폴리 (1)
아스날의 챔피언스 리그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05/06시즌 아스날 역사상 최초로 준우승을 거둔 이래로 16강 두 번, 8강 두 번, 4강 한 번으로 명성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조별 예선에서는 패왕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과 달리 토너먼트에서는 무력한 모습을 많이 보여 줬다.
물론 16강에서 만나는 팀들이 전성기 바르셀로나, 분데스리가 패왕 바이에른 뮌헨이라 대진운이 최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세리에 A 소속인 나폴리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앞서 만난 팀들보다는 훨씬 상대하기 수월한 팀이었다.
에딘손 카바니, 에세키엘 라베시, 마렉 함식의 삼각 편대의 위력은 굉장했지만, 그뿐이었다.
훌륭한 공격진과 달리 리그에서 실점이 굉장히 많았다.
아스날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이번 시즌은 목표는 당연히 리그 우승이지만, 챔피언스 리그 8강 이상 성적도 원했다.
16강 상대가 나폴리로 정해지면서 보드진에서는 챔피언스 리그 성적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는 벵거도 마찬가지였다.
조별 예선 패왕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나폴리로 정해진 순간부터 철저하게 분석해 왔으니까.
다른 때와 다르게 오늘 로커 룸 분위기는 굉장히 뜨거웠다.
벵거는 다시 한번 선수들에게 나폴리의 전술을 인지시켰다.
“나폴리는 스리백을 사용하는 팀이지. 스리백의 가장 큰 약점은 측면으로, 나폴리는 리그에서 측면에서 시작되는 공격을 막는 데 많은 애를 먹었고 전반기 동안 30실점을 기록했네. 우리는 측면 공략에 적극적인 팀이니 좀 더 적극적으로 측면을 공략해야 하네.”
벵거는 리그에서 조금씩 빈도를 높이던 비대칭 전술을 버리고 과감하게 풀백들을 전진시켰다.
나폴리 삼각 편대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라인은 높게,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가둬 두고 패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변화를 주되 기존 전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을 주도하고 서하를 중심으로 빈 공간으로 침투해 공략하는 전술.
서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우리가 해야 할 1순위는 강한 압박이네. 나폴리의 센터백들은 발이 느린 편이고 압박에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 주니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해 저들이 잘하는 플레이를 못 하게 해야 해.”
“알겠습니다.”
반 페르시, 벨라, 로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로빈, 파올로 칸나바로가 나폴리 공격의 시발점이니 발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게.”
“보스, 맡겨 주십쇼.”
자신감이 넘치는 반 페르시의 대답에 벵거는 피식 웃었다.
“좋네. 오늘 경기는,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경기가 될지도 모르네. 그러니 후회 없이, 팬들을 생각하며 뛰어 주게.”
말을 마친 벵거는 코치들과 함께 로커 룸을 빠져나갔다.
반 페르시와 주장단은 선수들을 중앙으로 불러 모았다.
“길게 말하지 않을게. 힘들더라도 놈들보다 한 발 더 뛰고 먼저 움직여야 동료들이 편해져. 나 혼자 뛴다는 생각은 버리고 함께 뛰고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 경기에 임하자. 알겠지?”
반 페르시의 연설을 들은 서하는 손을 슬쩍 올리며 되물었다.
“로빈, 오늘따라 말 잘하네. 혹시 아내가 대신 써 줬어?”
동료들이 피식거리며 정말이냐고 묻는 표정을 짓자 반 페르시는 헛웃음을 흘렸다.
“내 생각 맞고 내 머릿속에서 흘러나온 거니까 의심하지 마. 윤, 너는 주장의 권위 좀 살려 주고. 매번 내가 말할 때 태클을 거냐.”
“미안. 궁금해서 물어봤어.”
“궁금한 것도 많네. 자자! 다들 오늘 경기도 즐겁게 즐기자.”
선수들의 환호성에 맞춰 홈 팬들의 열성적인 함성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 * *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아스날과 나폴리의 경기의 중계를 맡은 HBS 스포츠의 캐스터 김윤하입니다.] [해설 심훈기입니다.] [늦은 시간에 경기를 시청해 주시는 해외 축구 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뜨거운 열기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오! 2012년도 들어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아스날이군요? 굉장히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네요!] [정확히는 12월부터 패배하지 않았죠. 경기력도 좋고 11월에 터진 위기 이후 팀이 더 단단해진 느낌이라 약점이 크게 두드러지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나마 약점이던 오른쪽 풀백도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그리스 국가 대표 팀 선수인 바실리스 토로시디스를 영입하면서 불안을 잠재웠죠.] [2경기에 출전해서 안정적인 수비와 적절한 공격 가담으로 벵거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죠?] [맞습니다. 바카리 사냐의 공백을 완벽하게 지워 버렸죠. 물론 아직 포백 라인과의 호흡이 부족하고 주전 윙포워드인 벨라와 연계가 부족한,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제 막 들어온 선수가 안정적으로 뛰어 주는 것만으로도 반쯤 성공했다고 볼 수 있죠.] [토로시디스가 뛴 경기에서 무실점이 나왔고요! 아! 이렇게 되면 미야이치 료 선수가 로테이션으로 밀리겠네요.] [포지션 변경 첫 시즌치고는 잘해 주었지만, 전문 풀백인 토로시디스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죠. 아마 다음 시즌에는 임대를 보내 경험을 쌓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런던 올림픽에 차출될 거라는 말이 있던데 아쉽겠네요. 아, 그러고 보니 윤서하 선수가 런던 올림픽 대표 팀으로 차출될 거라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심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서하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중원 장악을 할 수 있다는 점이죠.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볼을 뺏기지 않고 다양한 공격을 전개하는데, 우리 올림픽 대표 팀에 반드시 필요한 플레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군요. 셀틱에서 뛰는 기선우 선수와 호흡도 기대가 되네요!] [오늘 홍 감독이 윤서하의 경기를 보기 위해 런던에 와 있는데 오늘 경기를 보고 윤서하 선수를 어떻게 사용할지 정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자!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스날의 선발 라인업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도 포메이션은 4-2-3-1로 나왔습니다! 골키퍼는 보이치에르 슈체스니. 포백은 나초 몬레알, 로랑 코시엘니, 페어 메르테자커, 바실리스 토로시디스.] [예상했던 포백 라인이죠.] [계속해서 미켈 아르테타, 토마시 로시츠키가 허리를 맡고 클럽 레코드를 기록한 마르코 로이스, 우리 자랑스러운 태극전사 윤서하 선수가 공격을 주도하겠습니다! 오른쪽 윙포워드에는 멕시코의 신성, 카를로스 벨라가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리그 득점왕을 꿈꾸는 로빈 반 페르시가 나폴리를 사냥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아스날의 미드필더와 공격진이 굉장히 탄탄하고 무섭네요. 특히 마르코 로이스와 윤서하 선수의 호흡이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이어서 나폴리의 선발 라인업을 말씀드리겠습니다…….]서하는 호흡을 고르며 붉은 물결로 뒤덮인 관중석을 바라봤다.
오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팬들의 마음과 기대가 담겨 있었다.
팬들의 기대는 이미 지붕을 뚫고 하늘을 넘어 우주로 향했다.
칼링컵은 결승전에 올랐고 챔피언스 리그 16강 진출, FA컵 5라운드 진출 그리고 리그 1위.
빈약한 스쿼드로 버티다가 겨울 이적 시장에 3명의 선수를 데려오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퀄리티 있는 선수들 영입으로 아스날은 기세를 올렸다.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으로 팀을 떠난 주전 선수들이 있었음에도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자연스레 팬들의 기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리그 우승과 별개로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한을 풀길 원했다.
서하는 조금 회의적이었다.
“나폴리를 꺾어도 8강에는 바르셀로나가 기다리고 있겠지. 바르셀로나를 꺾으면 4강에서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자였던 첼시를 만나고. 쉽지 않네.”
“윤, 뭘 그렇게 중얼거려?”
“아무것도 아니야.”
서하는 꿀벌 유니폼이 아닌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로이스를 볼 때마다 조금 어색했다.
도르트문트=마르코 로이스.
충성도가 높은 선수고 분데스리가를 선호했던 터라 아스날로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메수트 외질은 아스날로 안 오려나.’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경기에 집중할 때였다.
왁스로 머리를 듬뿍 바른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자랑하는 마렉 함식이 서하를 조용히 응시했다.
서하도 독특한 펌으로 주목을 받고 있던 터라 괜히 마렉 함식이 신경 쓰였다.
서하는 두 볼을 가볍게 때렸다.
이제는 정말 집중할 때였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서하는 빠르게 공을 뒤돌리고 나폴리 진형으로 침투했다.
나폴리의 작은 미드필더 왈테르 가르가노가 빠르게 따라붙었다.
툭. 툭툭.
가르가노는 그냥 붙지 않았다.
팔로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신경을 긁어 놓을 심산이었다.
“윤!”
서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가르가노를 따돌리기 위해 측면으로 빠지며 로이스와 자리를 바꿨다.
하지만 가르가노는 따라붙었다.
자기 포지션을 버리더라도 서하를 집중해서 마크해야 한다는 감독의 지시가 있었는지 빨빨거리면서 서하 주위를 맴돌았다.
하지만 나폴리의 서하 봉쇄 작전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빠르게 패스해!”
“나이스 패스! 전진해!”
“공간으로 빠져!”
아스날은 나폴리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부드럽게 풀어 나왔다.
몬레알이 적극적으로 빌드 업에 개입해 아르테타에게 쏟아지던 압박을 덜어 주고 로시츠키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공을 받아 주었다.
중앙으로 이동한 로이스도 밑으로 깊숙이 내려와 관여하자 나폴리가 준비한 전방 압박은 쉽게 허물어졌다.
로이스의 원터치 패스를 받은 서하는 가르가노의 압박을 바디 페인팅으로 벗겨내려고 했다.
하지만 손으로 잡고 늘어지자 빠르게 생각을 바꿔 리턴 패스로 볼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가르가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히 서하에게서 떨어졌다.
서하의 패스를 받은 로이스가 독특한 드리블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첫 슈팅까지 가져갔다.
“오우우우!”
정말 아쉽게도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로이스는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서둘러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측면이 아닌 중앙.
“오늘 컨디션이 좋네.”
로이스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챔피언스 리그 첫 출전이었음에도 긴장감이 하나도 없었다.
선수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서하가 측면으로 빠져 공간을 만들어 주면 로이스가 빈 공간을 활용해 나폴리를 공략했다.
반 페르시도 무리하지 않았다.
나폴리 수비의 핵심, 파올로 칸나바로 바로 옆에 서서 온갖 어그로를 끌어 주었다.
“좋아! 나이스 패스!”
“계속 괴롭혀! 좋아!”
카를로스 벨라도 왼쪽 스토퍼로 나선 미겔 브리토스를 까다로운 움직임으로 괴롭혔다.
여기에 로시츠키는 괴칸 인러가 설치지 못하도록 매우 공격적으로 올라가 플레이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로이스에게 판이 깔렸다.
“또 잡게? 그거 안 통한다니까.”
“…….”
서하는 가르가노의 압박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타이트하게 물고 늘어진다면 한 발 앞서 원터치 패스로 풀어 나가면 됐으니까.
“……!”
가르가노의 대인 마크는 짜증나기 모기 정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방금도 몬레알의 사이드 침투를 보고 공을 받자마자 힐 패스로 내줘 완벽하게 측면을 무너뜨렸다.
“뛰어 들어가!”
“어서 잡아!”
대인 마크도 통하는 사람에게 써야 효과가 있지 탈압박에 자신 있는 서하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블록 수비로 서하의 플레이를 제한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인 수비였다.
“오우우우우!”
몬레알의 긴 크로스를 벨라가 헤딩으로 연결시켰지만, 골대 위로 넘어갔다.
조금 더 침착하게 자리를 잡고 헤딩을 가져갔다면 충분히 득점이 나왔겠지만, 아직 괜찮았다.
“아직 기회는 많아! 천천히 풀어 가자! 윤! 옆에!”
서하는 센터백 우고 캄파냐로를 강하게 압박했다.
발밑이 좋은 센터백이 아니라 그런지 조직적인 강한 압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젠장!”
결국 길게 걷어 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공은 아스날에게로 넘어왔다.
아스날은 거세게 몰아붙이며 나폴리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슈팅이 하나둘씩 적립되자 서하 봉쇄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나폴리 감독은 가르가노를 다시 중원으로 불러들였다.
자연스레 서하도 로이스와 자리를 바꿨다.
서하가 중앙으로 들어오자 공을 잡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로이스가 중앙에서 공을 잡았을 때는 드리블과 개인기로 풀어 나갔다면 서하는 팔색조 플레이가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
짧은 패스를 주고받다가 순간적으로 침투 패스를 넣었다.
드리블과 개인도 섞어 주었다.
브라질 선수들처럼 독특하게 드리블을 치는 로이스만큼은 아니지만, 타이밍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드리블로 나폴리 중원을 무력화했다.
워낙 패턴이 다양하니 나폴리 선수들은 서하가 공을 잡을 때마다 더욱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오우우우!”
서하의 로빙 스루 패스를 받은 반 페르시가 공을 멋지게 돌려세우고 오른발로 슈팅을 가져갔다.
하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 막혀 선제 득점을 넣지 못했다.
“아오! 저걸 막냐!”
“잘 차고 잘 막았네. 왜 노려봐?”
“아무것도 아니야.”
반 페르시는 입을 삐죽이고는 코너 에어리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