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9)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09화(108/201)
109화 런던 올림픽 (1)
런던 올림픽 B조 첫 경기.
대한민국 VS 멕시코.
아테네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만난 양 팀의 A매치 상대 전적을 살펴보자면 멕시코가 5승 2무 4패로 근소하게 앞서 나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올림픽에서는 단 한 번도 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선지 멕시코 선수들은 지긋지긋한 악연을 끊어 내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물론 한국 선수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승 후보인 스페인을 꺾으며 자신감이 부쩍 오른 상태였다.
방심은 금물이라지만, 선수들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서하였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했고 공을 잡으면 무언가 보여 줄 거라는 기대감이 항상 있었다.
서하는 선수들의 과한 기대에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순간을 즐겼다.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고 부담감이 짓누를수록 슈퍼스타는 더욱 빛나는 법이었다.
서하는 부모님이 경기장을 찾아왔다는 메시지에 간단한 답장을 남긴 후 기선우 옆에 섰다.
주장인 구재칠이 선수들을 슥 보고는 입을 열었다.
“첫 경기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다들 떨지 마. 긴장하지 말고.”
“네가 떠는 것 같은데?”
“이거 수전증이야. 수전증.”
와일드카드로 뽑힌 선수들이 농담을 던지며 긴장감을 풀어 줬다.
후배들은 웃고 떠들며 긴장을 덜어 냈고 팀에 녹아들었다.
‘분위기는 괜찮네.’
그동안 준비해 온 것들을 경기장에서도 보여 준다면 충분히 멕시코를 잡을 수 있었다.
“한번 가 보자!”
“좋아! 좋아!”
서하는 살짝 긴장한 손호민의 등을 가볍게 때려 주며 말했다.
“침투, 마무리 이것만 기억해.”
“침투, 마무리.”
“어리바리타지 말고 형이 해야 할 일만 머릿속에 기억해. 그러면 잘 풀릴 거야.”
“오케이. 그런데 넌 안 떨리냐?”
서하는 피식 웃었다.
“난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니야.”
“그래, 너 잘난 거 누가 모르겠냐. 아무튼 뭐, 고맙다.”
두 사람은 서로의 옆구리를 치며 마지막으로 로커 룸을 나섰다.
* * *
[사랑하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2 런던 올림픽 B조 조별 예선 첫 경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를 중계하게 된 HBS 스포츠의 캐스터 김윤하입니다.] [해설 심훈기입니다.] [드디어 그날이 왔군요.] [하하하. 그렇습니다. 정말 중요한 날이죠. 한국 축구의 미래가 걸린 경기니까요.] [맞습니다. 미래가 걸려 있죠! 심훈기 위원님께서는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사실 우리나라의 전력이 멕시코를 앞서고 있거든요. 그래서 종합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의 승리를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역시 그렇군요!] [올림픽 대표 팀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윤서하 선수의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서하 선수가 대표 팀에 끼치는 영향력은 어마 무시하거든요.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모든 부분에 관여하기 때문에 윤서하 선수가 멕시코전에서 잘 풀린다? 그러면 낙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방금 영국 중계진에서 결과를 예측했는데 한국이 이길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이유는 역시 심훈기 위원님과 같습니다.] [하하하! 같은 의견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중요한 건 선제 득점이라고 할 수 있죠. 멕시코는 흐름을 타는 팀입니다. 한번 흐름을 타면 다득점이 나오거든요. 그러니 흐름을 타지 못하게 막아야 해요.] [그렇군요! 우리 태극 전사들이 집중해서 첫 경기를 무사히 치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 관중석이 거의 꽉 찼네요. 한국과 멕시코 팬보다는 현지인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아마 뉴캐슬 팬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진우원 선수가 이번 시즌에 뉴캐슬에서 정말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오늘 팬들이 진우원 선수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온 것 같네요.] [오, 뉴캐슬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있고 아스날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정말 많이 보이네요!] [하하하! 윤서하 선수의 인기도 무시하지 못하죠!] [자! 대한민국의 선발 라인업이 나오고 있네요. 키퍼는 정소룡, 윤석형, 김영원, 홍석후, 김장수 선수가 포백 라인을 책임지겠습니다. 기선우, 박정운 선수가 중원 조율을 맡았고 손호민, 윤서하, 진우원이 2선, 마지막으로 박재영 선수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왔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선발 라인업이죠. 스페인 평가전에 나온 라인업 그대로 들고 나왔습니다.] [홍인수 감독의 자신감이라고 봐도 될까요?] [하하하! 스페인을 잡았으니 자신감이 없을 수 없겠죠!] [심훈기 위원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자! 이어서 멕시코의 선발 라인업을 말씀드리겠습니다.]서하는 박재영과 함께 서클 라인 안으로 들어와 공 옆에 섰다.
박재영은 손을 허리에 올려두고 서하에게 말을 걸었다.
“서하야, 뒤로 돌릴 거지?”
“시원하게 뚫어 볼까요?”
“아냐. 무리할 필요는 없어.”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심을 바라봤다.
주심은 손목시계를 슬쩍 보더니 휘슬을 불었다.
삐익!
박재영이 서하에게 공을 내줬다.
멕시코 선수들이 맹렬하게 달려들자 서하는 공을 뒤로 쭉 뺐다.
센터백인 김영원이 공을 잡았다.
김영원은 공을 툭툭 건드리며 시간을 끌다가 멕시코 선수들이 압박하자 왼쪽 측면으로 패스했다.
윤석형은 바로 손호민에게 내줬고 손호민은 다시 돌려주며 압박에서 벗어났다.
초반부터 멕시코 선수들이 강하게 전방 압박을 걸어왔지만, 한국은 차분하게 패스로 풀어 나갔다.
“형! 패스!”
기선우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페랄타의 압박을 턴 동작으로 벗어난 후 서하에게 패스했다.
서하는 반쯤 오픈한 상태에서 공을 받았다.
멕시코 선수들이 달려와 압박하자 왼발로 가볍게 앞으로 나왔다.
멕시코 선수들은 즉각 서하의 움직임에 따라 나왔다.
서하는 방향을 앞으로 바꾼 후 상체를 부드럽게 돌리며 오른발로 공을 길게 찼다.
“……!”
순식간에 두 명 사이를 비집고 나오자 관중석에서 우렁찬 함성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
“윤! 윤! 윤! 윤!”
서하는 홈에서 뛰는 기분을 받으며 빈 공간을 향해 질주했다.
공을 길게 차지 않았다.
약간의 여유를 두고 주변 상황을 빠르게 확인했다.
멕시코 수비 숫자는 대략 여섯.
왼쪽 사이드에는 손호민, 오른쪽 사이드에는 진우원이 넓게 벌려 주며 뛰었고 최전방에는 박재영이 굳건히 버텨 주고 있었다.
중앙으로 쭉 밀어 주며 센터백들을 끌고 가는 솜씨가 경험 많은 스트라이커다웠다.
동료들이 넓게 벌려 주고 밀어 주자 자연스레 서하에게 공간이 만들어졌다.
“막아! 아니! 지연시켜!”
멕시코 선수들은 우왕좌왕하며 서하를 어떻게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멕시코 수비 라인이 급격히 무너지자 서하는 드리블 속도를 끌어올렸다.
조금 더 빠르고 달려들기 좋게.
멕시코 선수들을 유인했다.
서하가 멕시코의 미들 서드까지 올라오자 멕시코도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무턱대고 달려들지 마!”
“측면! 측면으로 돌리게 해!”
멕시코 감독의 외침에 선수들이 긴 방황을 끝내고 자세를 잡았다.
두 명의 미드필더가 중앙을 막고 측면을 열어 줬다.
속이 훤히 보이는 수비였다.
하지만 서하는 멕시코의 의도에 당해 줄 생각이 없었다.
서하와 눈이 마주친 박재영이 센터백들 사이에서 앞으로 튀어나오며 소리쳤다.
“서하야!”
서하는 멕시코 미드필더 사이로 공을 넣어 주고 왼쪽 하프 스페이스로 뛰었다.
멕시코 선수들이 당황하며 서하의 움직임을 쫒는 사이.
앞으로 나와서 공을 받은 박재영은 등을 지고 버텨 내며 원터치 패스로 서하에게 돌려줬다.
서하는 왼쪽 사이드를 슬쩍 보고는 공을 잡지 않고 흘려 줬다.
툭.
손호민이 달려와 흘려 준 공을 잡고 하프 스페이스를 침투했다.
서하는 멕시코 풀백이 손호민을 쫒지 못하도록 은근슬쩍 몸으로 진로를 방해했다.
“때려!”
손호민은 왼발로 차기 좋게 건드린 후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다.
발등에 제대로 얹힌 슈팅.
“아.”
힘이며 속도며 정말 훌륭했지만, 방향이 좋지 못했다.
멕시코 골키퍼는 제자리에서 공을 잡지 못하고 양손을 앞으로 위로 뻗어 쳐 냈다.
“오우우우우!”
관중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손호민은 머리를 감싸 쥐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재영이 손호민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격려했다.
“정말 잘했어! 다음에도 쫄지 말고 자신 있게 차. 알겠지?”
“네, 알겠어요.”
멋진 연계 플레이에 이은 손호민의 슈팅은 초반 흐름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은 주도권을 쥐고 서하를 중심으로 멕시코를 흔들었다.
조별 예선에서부터 형편없는 수비를 보여 줬던 멕시코는 한국의 파상 공세에 애를 먹었다.
역습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측면은 계속 열렸고 중앙은 서하의 단독 콘서트였다.
서하는 멕시코 선수들의 공간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탕!
“오우우우!”
박재영의 발리슛이 골대를 맞고 위로 넘어가자 멕시코 벤치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서하가 순간적으로 로빙 스루 패스를 넣어 주고 박재영이 마무리.
멕시코 수비는 두 사람의 움직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서하야!”
박재영은 멋진 패스를 넣어 준 서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서하도 따봉으로 답해 주었다.
이후에도 한국은 계속해서 멕시코의 골대를 위협했다.
“아오! 저게 안 들어가냐.”
진우원의 회심의 헤딩슛이 멕시코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서하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벌써 전반전 37분.
아직까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과정은 중요하지만, 이제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할 때였다.
서하는 선수들에게 지시했다.
“장수 형, 더 올라갈 수 있어요?”
“지금보다 더?”
“네, 제가 뒤를 커버할 테니까 더 적극적으로 올라가서 크로스 시도해 주세요.”
“좋아! 해 볼게.”
“우원이 형, 형은 장수 형이 올라갈 때 중앙으로 들어와 주세요.”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멕시코는 약팀이 아니었다.
서하를 중심으로 짧게 풀어 나가는 패스 플레이에 조금씩 적응하는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새로운 공격 전개가 필요했다.
전반전 막바지, 양 팀 선수들의 집중력이 내려갈 때였다.
가장 많이 실점이 나오는 시간대.
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툭. 툭툭.
가볍게 공을 몰다가 기선우와 패스를 주고받았다.
오랜만에 기선우의 롱 패스가 손호민에게 전달되었다.
손호민은 멕시코가 강하게 압박하자 무리하지 않고 뒤로 돌렸다.
풀백인 윤석형을 거쳐 다시 서하에게 공이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우.”
한국의 공세를 견딘 멕시코의 수비는 꽤 견고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경험이 많은 카를로스 살시도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빈틈은 많아.”
멕시코의 수비 라인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박재영의 영리한 움직임, 양 윙어의 침투, 풀백들의 전진성 그리고 서하의 변칙적인 플레이.
몸으로 깡으로 막아 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이제는 쐐기를 박아 줄 때였다.
서하는 왼발로 공을 툭툭 건드리며 멕시코 선수들을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
멕시코 선수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서하를 바라봤다.
이블 지니어스, 코리안 지단 등 여러 별명이 있었지만, 오늘은 이블 지니어스였다.
자신들이 가장 까다로워하고 막기 힘든 공격 패턴으로 괴롭혔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들었다.
완전 악질이었다.
툭툭툭. 툭툭.
두 번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손호민이 순간적으로 박스 안으로 침투했지만, 멕시코 풀백이 잘 따라붙었다.
손호민의 원패턴은 더는 먹히지 않았다.
박재영이 슬쩍 앞으로 나오자 센터백 하나가 바로 붙었다.
진우원도 막히고 지원하러 온 박정운과 풀백들도 강하게 압박받자 서하에게 남은 수는 많지 않았다.
멕시코 선수들은 서하에게 달라붙지 않았다.
달라붙어도 공을 뺏어 내지도 못하고 공간만 내주게 됐던 터라 아예 자리를 지키는 쪽으로 선회했다.
“재미있네.”
나오지 않는다면 나오게 만들어야 했다.
서하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다가 순간적으로 골문을 바라봤다.
거리는 꽤 멀었지만, 공간은 약간 열려 있었다.
골키퍼의 위치도 오른쪽으로 살짝 쏠려 있었다.
서하는 공을 살짝 굴려 각도를 알맞게 조정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천천히 공이 구르자 제 자리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다.
“……!”
서하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에 깜짝 놀란 멕시코 선수들이 몸을 날려 경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워낙 빨랐다.
공은 소음을 뿜어내며 센터백의 어깨 위를 지나 왼쪽 상단 구석을 강타했다.
뒤늦게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실점을 막을 수 없었다.
“우와아아아아!”
엄청난 중거리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서하는 손호민의 팔을 뿌리치며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카메라가 다가오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세리머니를 완성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