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1화(10/201)
11화 7월의 끝자락
어느덧 7월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서하가 리저브 팀에 올라온 지도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리저브 팀은 1군으로 올라가기 전 담금질하는 장소답게 유스 아카데미보다 체계적이고 세션이 다양했다.
적응은 문제없었다.
강도 높은 1군 훈련도 경험했는데 리저브 팀 훈련을 견디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서하는 훈련이 즐거웠다.
입에서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몸이 아플 때는 신경이 곤두서서 집중하지 못했지만 건강한 몸으로 훈련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서하와 달리 리저브 팀은 초상집이었다.
세르주 그나브리, 헥토르 베예린, 존 토랄 이외에도 새로운 선수들이 빠르게 합류했다.
이에 따라 방출되거나 임대를 떠난 선수들이 점점 많아졌다.
같이 지낸 선수들이 대거 물갈이 되자 기존 선수들은 불안해했다.
22살인 샘은 우울한 얼굴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난 어떻게 되려나.”
“샘, 제안 들어온 거 없어?”
샘은 풀이 잔뜩 죽어 있었다.
“있을 리가. 난 특별한 재능도 없고 무색무취한 풀백이잖아.”
“너 정도면 챔피언십에서 뛸 기량은 되지 않아?”
“그랬으면 임대 제의가 왔겠지. 하아. 지금부터라도 리그 1이라도 알아봐야 할까?”
“조금만 더 참아봐. 딱 전반기까지만 기다렸다가 겨울 이적 시장을 노려보는 건 어때? 그때도 제의가 들어오지 않으면 입단 테스트 알아보면 되지.”
“그러는 편이 좋겠다.”
샘뿐만 아니라 나이가 찬 선수들도 자신의 미래를 걱정했다.
서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여기서부터는 갈림길이지.’
사실 리저브 팀까지 올라왔다면 결코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재능이 없다면 리저브 팀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재능은 상대적인 법.
잘하는 선수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작은 재능일 수밖에 없다.
좌절하고 그만둘 것인지.
현실을 인정하고 나아갈 것인지.
서하는 샘이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해주고 싶었다.
주변이 우울해지자 그나브리는 눈치를 보다가 슬쩍 말을 꺼냈다.
“다들 힘들어하네.”
“며칠 사이에 많이 바뀌었잖아.”
“우리야 아직 어리고 이제 막 들어왔으니 기회는 많이 주어지겠지만, 쟤들은 아니긴 하지.”
토랄의 말에 두 사람은 공감했다.
리저브 팀에서 10대는 4명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20살을 넘겼다.
유망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나이는 보통 17~23세 사이.
유망주라는 딱지를 떼는 순간 철저한 평가를 받게 된다.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면 방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임대.
샘을 비롯한 리저브 팀 선수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프림퐁은 무슨 기분일까?”
“그냥 좋지 않을까?”
“사진 보니까 잘 지내던데.”
최근 프림퐁은 1군으로 콜업되어 리저브 팀을 떠났다.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으나 그동안 가깝게 지냈던 사이가 떠나니 기분이 묘했다.
세 사람은 프림퐁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서하로 넘어왔다.
“윤은 걱정하지 않아서 좋겠다.”
“맞아. 벤필드 감독님이 엄청 칭찬하셨잖아. 얼마 전에는 아카데미 총괄까지 와서 관찰도 하고.”
“내 생각에는 프림퐁이 아니라 윤이 콜업됐어야 했어.”
“맞아. 윤은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선수들 마음만 꺾는다고.”
“그러고 보니 친선 경기가 생각나네. 윤이 이틀 전에 보여줬던 스루 패스 기억해?”
“아! 중앙선에서 포백 라인을 무너뜨리는 그 패스 말이지?”
베예린의 질문에 그나브리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그 패스를 받았잖아. 윤이 패스한 공이 내 발에 닿았을 때 느꼈어. 이 녀석은 우리와는 다르다는 걸.”
서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난 네 움직임을 보고 준 거야. 네 오프 더 볼이 좋지 않았다면 그 패스는 나오지도 못했어.”
“그래?”
“패스는 주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도 중요하잖아.”
“흐흐흐. 맞아. 그렇긴 하지.”
서하는 얼마 전에 열렸던 두 번의 친선 경기를 떠올렸다.
상대는 뉴캐슬 2군과 웨스트햄 2군이었다.
벤필드 감독은 가장 어린 서하를 선발로 내보냈다.
우려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서하는 오랜만에 뛰는 실전 경기였음에도 긴장하지 않았다.
늘 하던 대로 플레이했다.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고 템포를 조절하며 빈틈을 공략했다.
빈틈이 보이면 슥 패스를 넣었다.
그러자 적이 알아서 무너졌다.
‘2골 3도움이었나. 4도움이었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하는 패배한 선수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절망, 공포, 무력감.
그들은 슈팅 한 번 때리지 못하고 두들겨 맞다가 끝났다.
그 중심에는 서하가 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서하는 3선까지 내려와 경기를 조율했다.
서하가 공을 오래 소유하자 동료들은 서하에게 모든 걸 떠넘겼다.
서하는 불평하지 않았다.
기꺼이 반겼다.
벤필드 감독은 이런 서하의 플레이를 막지 않았다.
마음껏 펼치도록 내버려뒀다.
공수에서 완벽하게 활약한 서하는 MVP를 독차지했다.
친선 경기의 여파는 서하의 삶에 변화를 주었다.
지금까지는 진성 구너들과 구단들만 서하를 주목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지역을 넘어 누구나 아는 특급 유망주로 발돋움했다.
자연스레 훈련장을 찾는 팬들과 기자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언론을 통제해왔던 구단은 조금씩 정보를 풀어 서하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갔다.
언론은 놓치지 않고 주는 대로 빠르게 낚아챘다.
[아스날의 윤서하는 누구인가?] [아스날의 특급 유망주, 웨스트햄 2군 경기에서 해트트릭 달성!] [윤, 경기를 지배하다.] [이제 16살이 된 윤, 구단에서 특별 관리해 온 축구 천재!] [아르센 벵거 감독,‘윤은 역대급 재능을 가진 선수! 하지만 1군 합류는 아직 일러’]사람들의 관심이 들불처럼 번지자 서하의 부모님은 연예인이 탄생했다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서하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한 번 겪었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윤하고 같은 포지션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
“윤하고 경쟁한다? 이적해야지.”
“난 축구를 그만둘 것 같아.”
서하는 부러움과 질투를 받으면서도 덤덤하게 바나나를 까먹었다.
이럴 때는 가만히 있어야 했다.
괜히 한 마디 했다가 안 좋은 소리만 들을 테니까.
***
오후 훈련을 마치고 주차장에 가자 파커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윤! 고생했어.”
“고생은요.”
“트렁크에 짐 실어.”
“네!”
파커는 외부인 출입 금지였음에도 계속 주변을 신경 썼다.
서하가 조수석에 앉자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사람들이 집 주소를 몰라서 정말 다행이야.”
“극성팬들 때문에요?”
“응, 네가 잘하면 열렬한 서포터가 되어주지만, 못하는 날에는 집 앞까지 찾아와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날리거든.”
서하는 기억을 샅샅이 뒤져봤다.
힘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욕설은 듣지 못했다.
욕보다는 동정심에 정신이 바사삭 무너진 경험이 많았던 터라 파커의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경기를 뛰고 나서 욕먹은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제가 잘하면 문제없겠죠.”
“참나. 도대체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실력? 아! 머리 그만 만져요!”
“내가 그런 말하면 안 된다고 했지? 그게 다 업보로 돌아온다고.”
“그래서 파커하고 대화할 때만 말하잖아요.”
서하는 파커의 손을 치우며 머리를 정성스레 손질했다.
원상복구는 어렵지 않았다.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손질을 마친 서하를 본 파커는 의심의 눈길로 바라봤다.
“윤, 갑자기 이상한 펌도 하고 혹시 몰래 여자 친구 만들었어?”
“주변에 여자가 없는데 어떻게 여자 친구를 만들어요.”
“정말 없어? 있으면 말해야 해. 그래야 구단에서 대처할 수 있으니까.”
“아 정말 없다니까요!”
서하가 언성을 높이자 파커는 씩 웃으며 부드럽게 핸들을 돌렸다.
“알겠어 믿을게. 그래도 여자 친구 만들면 꼭 알려줘야 한다?”
“당연하죠!”
“아, 그 머리말이야. 어디에서 했는지 알려줄 수 있어?”
물어보고도 민망한지 헛기침을 내뱉으며 묻는 파커.
서하는 진한 미소로 바라봤다.
“알고 싶어요?”
“알려주기 싫으면 됐어.”
“삐지시기는. 저희 집에서 오른쪽으로 두 블록 넘어서면 빵가게 있는 거 알죠? 그 옆에 가게에요.”
“아! 거기?”
“네, 거기서 펌 해달라고 하면 알아서 해줘요.”
“오케이! 자! 다 왔다.”
서하는 짐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오늘도 고마워요.”
“고맙긴. 내 할 일인데. 내일 아침에 보자.”
“넵!”
파커를 떠나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서하는 훈련복과 양말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다 보니 벌써 5시가 넘었다.
저녁은 샐러드와 생선이었다.
벵거 감독이 꾸준히 밀고 있는 식단으로 효과를 본 선수들이 꽤 많았다.
“매 시즌 부상으로 빠지던 반 페르시가 이 식단으로 바꾸고 나서 이번 시즌에는 풀타임으로 뛰지.”
부상 방지를 위한 식습관을 지금부터 길러둘 필요가 있었다.
마침 식재료도 구하기 쉬웠다.
부모님이 가게를 운영했던 터라 매일 신선한 식재료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직 성장기기 때문에 고기도 틈틈이 먹어줬다.
서하는 미리 삶아둔 계란을 5개를 모조리 위에 때려 넣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서하는 가방에서 전술지를 꺼내 읽었다.
어느 정도 소화가 되자 스트레칭을 해주며 밸런스를 맞췄다.
기구 운동도 조금씩 해주고.
시청각 자료도 틈틈이 봐줬다.
학업은 포기한 지 오래다.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1군 스쿼드에 들어가면 학교에 갈 일은 없을 테니까.
띠링!
[엠마누엘 프림퐁님이 윤서하님을 태그했습니다.]클릭해서 들어가니 중국에서 찍은 사진들이 잔뜩 있었다.
1군 선수들도 몇몇 보였다.
“경기에 뛰지도 못한 녀석이 뭐가 좋다고 자랑을 하는 건지.”
함께 태그당한 리저브 팀 선수들은 프림퐁을 굉장히 부러워했다.
프림퐁은 너희들도 곧 올 거라며 친구들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서하는 피식 웃으며 폰을 껐다.
“아시아 투어도 곧 끝나가네.”
애초에 말레이시아와 중국을 오가는 대장정이라 투어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진짜는 독일 캠프부터였다.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다.
캠프 명단에 들어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1군 스쿼드에 들어갈지 리저브 팀에 남을지 결정됐다.
“독일 원정 성적이 어땠더라.”
참가하지 않아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결과는 승리긴 했다.
정확히는 상처뿐인 승리.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시작부터 꼬이고 말았다.
이후 런던으로 넘어온 아스날은 보카 주니어스, 뉴욕 레드불스, SL 벤피카와 경기를 가졌다.
벤피카를 제외하면 자신보다 체급이 낮은 상대였다.
쉽게 이길 거란 전망과 달리 아스날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2무 1패였나.”
공격은 문제없었다.
3경기에서 6득점을 뽑아냈으니까.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를 품고 있던 수비에서 난리가 났다.
“빠른 역습에 무너졌지.”
프리 시즌을 망친 아스날은 리그에서도 정신 못 차리고 얻어맞다가 다급히 선수들을 영입해 약점을 보강했다.
서하는 검지를 두드리며 말했다.
“내가 1군에 합류한 시기는 10월 말. 데뷔는 박싱 경기 이후.”
10월 합류는 늦어도 너무 늦다.
리그 10경기가 끝났을 시기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굴욕을 당했던 경기도 지난 시점이었다.
시즌 초반에 처참한 성적을 내던 아스날을 생각하면 더 빨리 1군에 합류해야 했다.
박싱데이 이후에는 맨체스터 형제들의 폭주를 막기 어려웠으니까.
서하는 복잡해진 머리를 흔들며 훌훌 털어냈다.
“기다려보자.”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기회는 반드시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