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3)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13화(112/201)
113화 리벤지 매치 (2)
길고 길었던 전반전이 끝났다.
서하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후반전 생각에 여념이 없었다.
막바지에 나온 서하의 환상적인 치달에 이은 득점은 후반전에는 볼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천운이 따라 줬다.
“하아.”
서하는 아직도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박스 투 박스.
일직선으로 달렸다면 이 정도로 지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공을 몰며 머릿속으로 정확한 타이밍과 볼 컨트롤로 상대 선수의 태클 타이밍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신경 써야 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무리가 가는 행위였다.
전반전 중반에 나왔다면 탈진해서 남은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테니까.
‘어쨌든 도박이 통했어.’
남은 시간에 체력을 회복하고 수비에 전념한다면 버틸 만했다.
문제는 스페인이 어떻게 나오냐에 달려 있었다.
신나게 공격하다가 실점한 스페인. 후반전에는 보다 더 정교하게 빈틈을 찾아 노릴지 모른다.
전반전에도 위협적인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으니까.
장소룡의 신들린 선방이 아니었다면 실점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버티면 된다… 서하는 선수들을 둘러봤다.
‘다들 지쳐 있네.’
4일마다 치러지는 단기 대회라 체력 회복이 더뎠다.
특히 풀백들의 과부하가 심했다.
김장수와 윤석형은 측면 수비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오버래핑 하며 공격에도 도움을 줬다.
4경기 연속 풀타임 출장에 스페인전 전반전까지 강철 체력이 아니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다.
“서하야, 바나나 먹을래?”
서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우원이 바나나를 던져 줬다.
서하는 바나나 껍질을 깐 후 달콤한 과육을 입으로 가져갔다.
우물거리며 단맛을 음미하고 있을 때 손호민은 바닥에 드러누웠다.
“나 죽겠네.”
“형이 왜 죽어. 엄살 피우지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손호민은 주변 눈치를 보다가 슬쩍 상체를 일으켰다.
선배들은 손호민의 말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다들 지친 얼굴로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으니까.
휴식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탁탁.
서하는 두 볼을 가볍게 때리며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웸블리 스타디움은 만석이었다.
다른 나라 경기였음에도 뼛속부터 축구로 새겨진 영국인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무적함대가 작은 바람에 삼켜지는 경기를 놓칠 수 없을 테니까.
자이언트 킬링까지 한 걸음.
“후우.”
삐익!
운명을 가를 후반전이 시작됐다.
스페인은 공을 천천히 돌렸다.
실점했음에도 여유로운 척 볼을 돌리며 한국의 수비를 체크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굳건했다.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측면이면 측면, 중앙이면 중앙의 공간을 빠르게 틀어막았다.
상대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강하게 압박했다.
“더 빠르게 압박해!”
“우원아! 내려와서! 더, 더! 좋아!”
전반전보다 적극적으로 압박에 나서자 스페인 선수들은 오래 공을 소유하지 않았다.
정교한 원 터치 패스 플레이로 한국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사이드 막아!”
“뭐 해! 뚫리잖아! 가서 막아!”
장소룡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의 위치를 잡아 줬다.
오늘 장소룡의 브리핑은 나쁘지 않았다.
서하는 다리를 쭉 뻗어 후안 마타의 스루패스를 차단했다.
아드리안이 뒤에서 달려와 강하게 압박하자 몸을 빙글 돌며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사이드가 비었어.’
생각한 즉시 오른쪽 사이드로 공을 보냈다.
김장수는 가슴으로 공을 받아 진우원에게 패스했다.
진우원은 하비 마르티네스의 힘에 밀려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삐익!
“괜찮아! 잘했어!”
“다들 좋아! 집중력 유지해!”
“서하야! 좀 더 중앙으로!”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반전 15분 동안 소득이 없자 스페인은 첫 번째 교체 카드를 가져갔다.
전반전 내내 서하를 괴롭힌 아드리안을 빼고 모레노를 투입했다.
좀 더 세밀하게 풀어 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긴 교체 카드였다.
나쁘지 않았다.
모레노 투입 이후 스페인은 완급을 조절하면서도 빈틈이 보이면 사정없이 쑤셨다.
이스코와 후안 마타는 중앙으로 들어와 플레이메이커처럼 플레이 하며 한국 수비진을 괴롭혔다.
윙포워드들이 내려와서 측면 수비에 가담하자 스페인은 꽉 막힌 측면을 공략하기보다는 중앙으로 공을 배급했다.
하지만 서하와 장우영 조합은 공간들을 메꾸며 스페인의 패스 줄기를 차단했다.
구재칠은 침투하는 코케를 마크하며 빈틈을 메워 줬다.
스페인이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막히자 공격이 돌아가지 않았다.
모레노는 스텔스 기능을 장착했고 이스코와 후안 마타의 메이킹은 나오지 않았다.
“우영이형! 뒤! 좋아!”
최전방 선수들의 존재감이 사라지자 잔뜩 웅크리고 있던 서하와 장우영에게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측면으로 보내!”
서하는 손호민에게 공을 뿌려 주며 스페인의 뒷공간을 노렸다.
수비 라인을 올렸던 스페인은 손호민의 침투를 막기 힘들었다.
“막아!”
스페인 선수들이 다급히 복귀했지만, 손호민은 굉장히 빨랐다.
서하가 손호민을 생각해 정확한 위치에 떨궈 줬던 터라 속도를 줄여서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대로 받으면 됐다.
순식간에 사이드를 돌파한 손호민은 욕심을 부려 슈팅까지 가져갔지만, 임팩트가 걸리지 않았다.
데 헤아는 손쉽게 공을 쳐 내며 팀을 구해 냈다.
“아오!”
손호민은 굉장히 아쉬워하며 자신의 발에 분통을 터트렸다.
조금만 더 침착했다면 충분히 추가 골이 나올 수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공격수가 골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직무를 유기하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한국은 죽기 살기로 버텼고 스페인은 계속해서 공략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20분 정도.
한국은 미친개처럼 뛰어다닌 구재칠과 장우영을 차례대로 불러들이고 남태휘와 김진희를 투입했다.
센터백인 김진희를 투입해 쓰리백으로 돌려 수비를 강화했다.
버스를 선택한 홍인수 감독.
“나쁘지 않은 판단이야.”
한국은 아예 박재영까지 3선으로 내려 완전히 걸어 잠갔다.
이제 20분 동안 버티면 된다.
창끝이 무뎌진 스페인에게 남은 공격 카드는 많지 않았다.
가끔 후안 마타의 스루 패스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기도 했지만, 한국에는 장소룡이 있었다.
오늘만큼은 듬직한 수호신이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스페인은 이스코를 빼고 무니아닌을 투입해 공격을 외쳤지만, 한국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추가 시간은 4분.
“버텨! 좀만 더 버티면 돼!”
“집중해! 얼마 남지 않았어!”
스페인은 정말 다급해졌다.
짧은 패스로 가져가지 않았다.
박스 안으로 길게 때려 넣었다.
어떻게든 세컨드 볼을 차지해 골을 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들의 머릿속을 집어삼켰다.
이건 공포였다.
또다시 한국에게 무릎을 꿇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심.
서하는 다른 걸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공을 막을 뿐이었다.
삐익!
탈진한 김장수 대신 교체로 들어온 오재선이 후안 마타를 걸어 넘어뜨렸다.
오재선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주심은 단호했다.
스페인에게 프리킥이 주어졌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야! 이것만 막으면 돼!”
“서하야! 좀 더 왼쪽으로! 더더! 그래! 거기!”
서하는 박재영과 함께 벽을 만들었다.
박재영은 눈을 감고 기도했다.
“형, 눈은 떠야죠.”
“미안. 후우. 긴장돼서 그랬어.”
두 사람은 바짝 붙었다.
스페인의 키커는 후안 마타.
골문과의 거리는 상당히 멀었다.
마타의 어깨에 많은 짐이 달려 있었다.
조국에게 주어진 마지막 공격에서 득점하지 못한다면 패배였다.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스페인 팬들은 두 눈을 감고 동점골이 나오길 기도했고 한국 팬들은 이대로 끝나길 바랐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자 후안 마타가 손을 들었다.
박스 안이 혼잡해지고 서하와 박재영은 높이 뛸 준비를 마쳤다.
후안 마타는 혼전 상황을 보며 달려와 벽 옆으로 패스를 보냈다.
“……!”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스페인의 세트 플레이에 당황한 한국 선수들은 우왕좌왕했다.
박스 밖에서 공을 잡은 무니아닌은 오재선이 다급히 달려 나오자 공을 몰아 반대편으로 달렸다.
“안 돼!”
무니아닌을 따라잡으려 했지만, 오재선의 반응속도가 늦었다.
무니아닌은 순식간에 박스 안으로 들어와 니어 포스트 상단을 향해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워낙 코스가 좋아 장소룡조차 손도 뻗지 못하고 실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출렁!
“우와아아아아아아!”
기적적인 동점골에 스페인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었다.
동점골의 주인공, 이케르 무니아닌은 환호성을 지르며 유니폼을 벗고 라인을 따라 달렸다.
그대로 스페인의 벤치로 들어가 감독에게 안겼다.
한국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열정이 가득한 스페인의 세리머니를 바라봤다.
서하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구름 낀 하늘을 바라봤다.
“비가 오겠네.”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뚝뚝 떨어질 듯 날씨가 구렸다.
서하는 축제 분위기가 된 스페인 벤치를 바라봤다.
아쉽지만, 이건 스페인이 잘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멋지게 살렸으니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연장전, 이제는 체력 싸움이 아니라 정신력 싸움이었다.
삐익! 삐익! 삐이익!
“우와아아아아!”
팬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양 팀 선수들은 벤치로 향했다.
교체 카드를 모두 소모한 양 팀은 부상자가 나오지 않길 바랐다.
다행히 한국은 부상자가 없었다.
체력적인 문제는 사소했다.
서하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잔디에 앉아 물을 마셨다.
벤치에 앉아 있던 동료들과 코치진이 나와 선수들의 다리를 마사지해 줬다.
한창 마사지를 받고 있을 때.
홍인수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 모으고 지시를 내렸다.
“연장전은 별거 없어. 누가 먼저 지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거야. 우리는 버티고 또 버티면 돼. 난 승부차기까지 생각하고 있으니까 반드시 골을 넣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은 버려.”
“알겠습니다!”
반말이 편해졌는지 홍인수 감독은 한결 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더 뛰어줘야 해. 태휘, 보영 그리고 재선이, 너희들이 힘들다고 덜 뛰면 동료들이 힘들어져.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알겠어?”
“알겠습니다.”
“좋아. 쟤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야. 그러니 버텨.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냥 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한 번 더 뛰어 봐야지 않겠어?”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승전은 웸블리 스타디움, 3, 4위전은 밀레니엄 스타디움이었다.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뛰고 싶은 건 당연했다.
상대가 브라질이라 해도 말이다.
“절대 기죽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자, 파이팅 한번 외치고 해 보자.”
홍인수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크게 호응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한국 진형으로 선수들이 걸음을 옮겼다.
스페인 선수들도 질 수 없다는 듯 큰 목소리를 냈다.
“쟤들 기가 살아났네.”
“동점골 넣었잖아.”
“뭐 그렇지. 서하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진우원의 물음에 서하는 고민도 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정직하게 해야지.”
“역시 답은 그것뿐인가.”
삐익!
연장전 전반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