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4)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14화(113/201)
114화 최후의 승자
양 팀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스페인은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쥔 채 한국의 빈틈을 노렸고 한국은 버스를 세웠다.
연장전 전반은 지루했다.
스페인은 한국의 빠른 역습을 생각해 섣불리 들어가지 않았다.
계속 볼을 돌리며 흔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굳건히 버텼다.
스페인의 노림수를 최대한 막아 내며 악으로 깡으로 버텨 냈다.
서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아 내며 스페인 선수들의 위치를 계속해서 확인했다.
중앙으로 꾸역꾸역 들어와 플레이를 펼치는 스페인 선수들.
측면은 윙백들이 벌려주고 언제든지 공을 받을 위치에 있었다.
후안 마타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플레이메이킹에 주력했다.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은 나왔으나 득점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아직까진 괜찮아.’
후안 마타도 정말 많이 뛰었다.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동력을 다하면서 침투보다는 패스 위주로 플레이 했다.
후반전 막바지에 교체로 들어온 이케르 무니아닌이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체력이 떨어진 동료들은 무니아닌의 플레이를 맞춰 주지 못했다.
침투 패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자 어느새 무니아닌도 서하의 벽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게 됐다.
“좋아! 이대로 버텨!”
“끝까지 집중하자! 영원아! 왼쪽!”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다.
연장전 전반은 스페인의 독무대였음에도 역전골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이 잘 틀어막은 것도 있었지만, 스페인의 공격이 무뎌진 점도 한몫했다.
“아드리안을 빼지 않았다면 크로스 공격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스페인 감독은 모레노의 한 방을 믿고 아드리안을 뺐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모레노는 김영원과 홍석후 조합에 완전히 지워졌으니까.
카드는 모두 다 소모한 상황.
양 팀에게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 낼 힘이 부족했다.
스페인도 스페인이지만, 한국도 써먹을 공격 카드가 없었다.
손호민을 빼면서 재미를 봤던 뒷공간 침투를 써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까.
박재영과 진우원을 써먹으려고 해도 체력이 따라 줄지 미지수였다.
‘괜히 감독님께서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려는 게 아니지.’
두 사람이 헌신적으로 수비에 가담해 주었기에 스페인의 공격을 틀어막을 수 있었다.
골을 넣기 위해 위치를 높인다?
두 사람이 빈 공간으로 스페인 선수들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개치고 다닐 거다.
그러니 불확실한 공격보다는 확실하게 지키는 것이 이득이었다.
서하는 무니아닌의 드리블을 몸으로 밀어내며 공을 멀리 걷어 냈다.
넘어진 무니아닌은 주심에게 반칙이 아니냐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주심은 고개를 저었다.
스페인의 스로인을 선언했다.
서하는 억울해하는 무니아닌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안 걸렸잖아.”
“후우.”
무니아닌은 고개를 흔들며 서하의 손을 잡고 벌떡 일어났다.
서하는 무니아닌의 등을 두드려 주며 다시 위치를 잡았다.
무니아닌이 공을 받으러 움직이자 빠르게 달라붙어 밀어냈다.
“아악!”
무니아닌은 앞으로 넘어졌다.
서하는 무니아닌을 보지 않고 아쉬운 얼굴로 자리로 돌아갔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탈취해서 역습을 노려봤겠지만, 코케가 한발 빨랐다.
코케는 안전하게 공을 뒤로 돌리며 측면 전개를 지시했다.
무니아닌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서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무니아닌을 바라봤다.
“엄살이 너무 심하잖아.”
무니아닌은 말없이 일어섰다.
서하가 커버할 수 없는 위치로 슬그머니 움직여 공을 받았다.
진우원은 무니아닌이 돌아서는 걸 막지 못하고 뒤를 내주고 말았다.
“진희야! 막아!”
장소룡의 외침에 교체로 들어온 김진희가 재빨리 앞으로 나와 무니아닌을 막아섰다.
무니아닌은 드리블 돌파로 김진희를 벗겨 내려 했지만, 의욕이 넘친 나머지 방향을 읽히고 말았다.
김진희는 무리하지 않고 발을 뻗어 공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서하는 흘러나온 공을 잡고 빙글 돌아 코케의 압박을 빠져나왔다.
“오오오오오오!”
관중들의 환호성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서하는 전방을 빠르게 훑었다.
공을 받을 사람이 없었다.
교체로 들어온 김보영과 남태휘가 받아 줘야 했지만, 두 사람은 제대로 위치를 잡지 못했다.
‘사이드로만 가 줘도 됐을 텐데.’
서하는 공을 몰고 올라갔다.
스페인 선수들은 서하에게 달라붙지 않았다.
거리를 두고 에워 쌌다.
전방으로 패스를 뿌리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았다.
“후우.”
도와주는 선수들이 없었다.
다들 서하만 바라봤다.
결국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공을 받은 김영원은 모레노에게 압박받자 전방으로 길게 찼다.
주심은 휘슬을 불었다.
삐익! 삐익! 삐이익!
연장전 전반이 끝났다.
양 팀은 소득을 얻지 못하고 연장전 후반전에 돌입했다.
“음?”
스페인 선수들의 위치가 변했다.
한국의 역습에 대비해 3선에 머무르며 밸런스를 잡아 주던 하비 마르티네스가 올라왔다.
센터백인 이니고가 역할을 대신하며 굉장히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공격 숫자가 많아지자 무니아닌과 후안 마타가 받던 압박이 줄어들었다.
무니아닌과 후안 마타 그리고 코케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한국의 압박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사람 봐! 사람! 공 보지 마!”
“위치 잡아! 야! 뭐 해!”
진우원과 오재선이 동시에 압박했지만, 후안 마타는 상체 페인팅으로 속인 후 빠져나와 패스했다.
툭.
2선까지 올라온 하비 마르티네스는 과감하게 중거리 슈팅을 가져갔다.
깜짝 놀란 장소룡은 손을 쭉 뻗어 공만 간신히 쳐 냈다.
“오우우우!”
스페인에게 기세가 넘어갔다.
한국은 좀 더 촘촘하게 옭아매려 했으나 스페인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자 쉽지 않았다.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공간 줄여! 서하야! 좀 더 아래로 내려와!”
김영원의 외침에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이브백 라인과 간격을 좁혔다.
우선 활개 치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다행히 긴급 땜빵은 잘 먹혔다.
하비 마르티네스는 무리하지 않고 측면으로 공을 보냈다.
패스 템포가 굉장히 빨랐다.
툭. 툭. 툭.
세 번의 패스가 이뤄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초.
타이트하게 압박했음에도 스페인 선수들은 쉽게 풀어 나왔다.
“오우우우우!”
측면에서 공을 받은 후안 마타는 오재선의 압박에도 가볍게 툭 찍어 올려 뒷공간으로 보냈다.
모처럼 호르디 알바가 파고들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모레노가 니어 포스트로 달려와 발로 툭 건드렸지만, 홍석후가 발로 커팅하는 데 성공했다.
짝짝짝!
한국을 응원하는 팬들은 홍석후의 결정적인 수비에 박수를 보냈다.
“석후야! 정말 잘했어!”
“나이스 플레이!”
서하도 엄지를 치켜세우며 김영원과 빠르게 대화를 나눴다.
“형, 스페인이 측면 뒷공간하고 하프 스페이스를 노리고 있어요. 여기에 대비해야 해요.”
“알겠어. 우리가 좀 더 빠르게 움직일게.”
서하는 스페인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걷어 냈다.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스페인의 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한국은 막고 또 막았다.
“버텨야 해! 다들 집중해! 우원아! 측면 봐! 같이 압박해 줘!”
홍인수 감독은 마지막까지 선수들의 수비 위치를 잡아 줬다.
또다시 하비 마르티네스의 중거리 슈팅이 나왔다.
이번에는 골대를 맞고 관중석으로 넘어갔다.
스페인 관중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3분! 3분 남았어!”
“얘들아! 정말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버티자!”
서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두 다리가 떨렸다.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뛰고 또 뛰었을 뿐이다.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다.
이번 공격만 막는다면 승부차기로 끌고 갈 수 있었다.
승부차기는 강팀, 약팀 상관없이 공평한 승부였다.
정확히는 멘탈과 집중력 싸움.
서하는 코케의 패스를 오른쪽으로 넘어지면서 발끝으로 차단했다.
넘어진 자세로 왼발로 공을 차 박재영에게 패스했다.
박재영은 등을 진 채 받았다.
뒤에서 강한 압박이 들어왔음에도 버텨 냈다.
서하는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 소리쳤다.
“멀리 걷어 내!”
박재영은 즉시 사이드로 공을 걷어 냈다.
포물선을 그리며 관중석 근처로 떨어지는 공.
주심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양 팀 선수들은 자리에 주저앉거나 잔디에 누웠다.
서하는 전자였다.
딱 한 번 공을 찰 수 있는 힘만 남겨 두고 있었다.
툭. 툭툭. 쏴아아아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연장전에 올 줄 알았던 비가 승부차기를 앞두고 쏟아지자 양 팀 감독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선수들도 비를 반기지 않았다.
실수가 많이 나올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많이 오진 않네.”
시야를 가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서하야! 감독님이 부르셔!”
손호민의 외침에 서하는 벤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홍인수 감독은 선수들을 다 모이자 키커들을 호명했다.
“1번 박재영, 2번 남태휘, 3번 김영원, 4번 진우원, 5번 윤서하.”
빗소리만 소음을 일으킬 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선수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홍인수 감독을 바라봤다.
홍인수 감독은 선수들을 한 명씩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고 오늘 정말 멋진 경기를 보여 준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승부차기는 운이야. 우리가 진다면 우리 운은 여기까지고 이긴다면 운이 좋은 거지. 그러니 부담 가지지 말고 지더라도 동메달 결정전 있으니까 실패해도 박수 쳐 주고. 성공하면 기뻐해 줘. 그거면 돼. 자! 대한민국 파이팅 한번 외치고 가자. 대한민국!”
“파이팅!”
선수들은 저마다 기운을 불어넣으며 외쳤다.
“가자! 한번 해 보자!”
“좋아! 할 수 있어!”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 골대를 바라봤다.
서하는 조금은 긴장한 얼굴로 스페인의 첫 번째 키커를 지켜봤다.
스페인의 첫 번째 키커는 후안 마타였다.
장소룡은 호흡을 크게 한 후 이리저리 팔을 저었다.
삐익!
후안 마타의 발이 공에서 떠났다.
장소룡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반대편 골망이 흔들렸다.
“우와아아아아!”
스페인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내심 실패하길 바랐던 한국 선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박재영의 등을 바라봤다.
“우우우우우!”
스페인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박재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코를 훔쳤다.
삐익!
박재영은 흔들리지 않고 슬금슬금 걷다가 가운데로 가볍게 찼다.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 데 헤아는 완벽하게 속아 넘어가며 실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좋아!”
“와! 재영이 형 미친 거 아니야?”
“저기서 어떻게 파넨카 킥을 해?”
어쨌든 넣었으면 됐다.
서하는 안도하면서 박재영과 하이 파이브 했다.
파르르 떠는 박재영의 손.
서하는 모르는 척 넘겼다.
“일단 고비는 넘겼고.”
첫 번째 키커의 성공 이후.
양 팀의 키커들은 모두 성공시키며 3 대 3 동점을 만들었다.
소나기 때문인지 골키퍼들이 막기 어려운 듯 공의 방향조차 잘 잡지 못했다.
이제 네 번째 키커 차례.
스페인의 키커는 코케였다.
심호흡을 한번 한 코케는 빠르게 달려와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땅!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오는 공.
“우와아아아아!”
코케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걸어 나왔고 장소룡은 포효하며 팀의 사기를 높였다.
한국의 네 번째 키커는 진우원.
진우원은 차분한 얼굴로 오른쪽 골문 구석으로 넣으며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양손을 번쩍 든 진우원.
한국 선수들은 환호성을 보내며 기뻐했고 스페인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스페인의 마지막 키커 차례.
하비 마르티네스는 깔끔하게 왼쪽 하단으로 차 넣으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한국의 마지막 키커는 윤서하.
서하는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도 차분하게 공을 향해 걸어갔다.
많은 사람이 서하를 향해 응원과 야유를 보냈지만, 서하는 조용히 귀를 닫고 공과 골문 그리고 데 헤아만 바라봤다.
“후우.”
긴장을 풀고자 내뱉은 한숨은 아니었다.
습관처럼 숨을 고르고는 공 앞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데 헤아가 혀를 내밀었다가 다시 숨기며 장갑을 비볐다.
서하는 슬쩍 오른쪽을 바라봤다.
데 헤아가 살짝 오른쪽으로 미세하게 움직였다.
“…….”
데 헤아의 노골적인 시선.
서하는 기꺼이 승부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익!
서하는 가볍게 달려와 오른쪽 상단을 향해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찼다.
데 헤아는 기다렸다는 듯 몸을 날렸지만, 워낙 공이 빠르고 막을 수 없는 궤적으로 날아갔다.
탕!
골대를 맞은 공, 중력에 따라 아래로 떨어졌다.
툭.
공은 라인 안으로 떨어지며 바운드 되며 골망을 흔들었다.
“우와아아아아!”
서하는 그대로 돌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한국의 결승전 진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