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8)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18화(117/201)
118화 짧은 휴식
서하는 동료들과 격한 포옹을 나누며 고생했다는 말을 건넸다.
결승골의 주인공, 손호민은 자기 세상인 듯 잔디를 뛰어다니며 기뻐했다.
물론 다른 동료들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기쁨을 드러냈다.
서하는 담담한 얼굴로 울먹거리는 브라질 선수들을 바라봤다.
‘본인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경기는 오늘이지 않을까.’
아시아 국가에게 탈탈 털린 경기.
브라질 국민들은 충격을 넘어서 분노를 터트릴지도 모른다.
모든 면에서 한국에게 압도당했으니까.
서하는 고개를 숙인 브라질 선수들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네이마르는 서하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손을 잡고 일어났다.
별다른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서하는 네이마르의 등을 두드려 주고는 관중석으로 다가갔다.
동료들이 서하를 따라 관중석을 향해 걸어갔다.
“우와아아아아아!”
선수들이 박수를 보내자 팬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하며 응원가를 힘차게 불렀다.
웸블리 스타디움에 울려 퍼지는 응원가에 선수들도 함께했다.
코치진들도 합세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홍인수 감독은 환한 미소로 선수들의 등을 두드려 주며 포옹을 나눴다.
서하도 피해 갈 수 없었다.
홍인수 감독은 복수하려는 듯 더욱 강하게 안으며 서하의 입에서 곡소리가 나오게 만들었다.
우승 세리머니를 끝내니 시상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먼저 브라질 선수들이 나와 은메달을 받았다.
은메달을 목에 걸었음에도 브라질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브라질 선수들이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단상에서 내려가고 금메달 수상이 이어졌다.
“Republic of Korea!”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을 호명하자 관중석이 다시 한번 뜨거워졌다.
“우와아아아아아!”
한국 선수들은 활짝 웃으며 차례대로 단상에 올라갔다.
서하는 가장 마지막에 올라가 단상 끝에 자리 잡았다.
손호민이 싱글벙글 웃으며 서하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서하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형이라 참는다.”
“뭐? 이 자식이.”
“왔다.”
서하의 말에 손호민은 재빨리 자세를 고친 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수상자는 서하였다.
올림픽 위원장은 서하를 보더니 활짝 웃었다.
이어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며 손을 내밀고 서하는 당당히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서하의 목에 금메달이 자리 잡자 다시 한번 뜨거운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하는 금메달을 손에 잡고 미소를 지으며 관중들에게 화답했다.
“우와아아아아!”
“윤! 윤! 윤! 윤! 윤!”
퍼포먼스를 펼친 서하는 금메달을 입으로 가져가 살짝 깨무는 손호민을 바라봤다.
“형, 뭐 해?”
“금메달을 받았으면 한번 해 줘야지! 이야! 이거 진짜 금이네. 너도 한번 해 봐!”
“됐어. 형이나 많이 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서하가 농담을 던지자 손호민이 발작하며 소리쳤다.
“뭐? 이 자식이!”
“국가 나온다.”
“아오! 이걸 때릴 수도 없고.”
손호민은 궁시렁거리며 가슴에 손을 올렸다.
애국가가 흘러나오고 태극기가 스페인 국기와 브라질 국기를 지나 가장 높이 자리했다.
울컥하는 마음은 없었지만, 가슴이 살짝 뭉클했다.
국가 대표 선수로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시안 게임은 부상으로 낙마.
아시안 컵도 부상으로 낙마.
2014 브라질 월드컵은 8강.
‘이제야 국가 대표 선수로 첫 커리어를 달성하네.’
서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부상으로 점철됐던 날들이었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와 우승도 하고 올림픽 대표 팀 일원으로 금메달을 따니 기분이 참 이상했다.
이러다가 울컥하면 안 되는데.
“야? 우냐? 울어?”
손호민의 말에 서하는 조용히 옆구리를 꼬집어 줬다.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지자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서하는 짐짓 모르는 척 태극기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 * *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던 올림픽이 성대히 막을 내린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서하는 집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적당히 몸을 관리해 주고 피로를 푸는 데 집중했다.
영화나 드라마도 틈틈이 봐주면서 짧지만, 알찬 휴가를 보냈다.
“사실 외국으로 훌쩍 떠나 볼까 고민했지만, 그만뒀지.”
휴가를 즐기는 성격도 아니고 혼자서 즐기는 휴가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부르고 싶어도 다들 바쁜 프리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리저브 팀을 우승시킨 주역들이 프로 계약을 맺었다.
세 사람 중 에이스 역할을 했던 세르주 그나브리는 이번 아시아 투어에 참가했다.
번뜩이는 몸놀림으로 벵거의 눈도장을 찍은 세르주 그나브리는 당당히 1군으로 승격하며 두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용케 붙었네. 프리 시즌에 날아다녔나.”
헥토르 베예린과 존 토랄도 기량이 훌쩍 올라왔지만, 아쉽게도 자리가 없었다.
베예린이 뛸 자리에는 부동의 주전인 바카리 사냐가 버티고 있었고 후보인 바실리스 토로시디스,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존 토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카를로스 벨라, 시오 월콧, 헤수스 나바스와 주전 경쟁을 벌여야 했으니까.
반면 세르주 그나브리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2선 어디든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 활용 가치가 높았다.
서하에게 상담도 받고 에이스 역할을 부여받더니 기량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특히 오프 더 볼과 연계 플레이가 굉장히 좋아졌지.”
독일 국가 대표 팀에서 보여 줬던 퍼포먼스를 조금씩 보여 주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건드려 준다면 활짝 만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출전 시간이 중요하지. 읏차.”
서하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 폰을 확인했다.
아침부터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서하는 메시지들을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한 후 빠르게 훑었다.
[메이사 은디아예]오늘 아스날이 1군 스쿼드를 제출했어요. 업데이트된 스쿼드를 메일에 첨부해서 보냈으니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재계약은 거의 다 조율을 끝냈어요. 수당 문제만 조율하면 끝나니 좋은 소식을 가져올게요!
마지막으로 윤에게 한국 선수들 리스트를 받고 계약을 추진 중이에요. 제가 윤의 에이전트라고 하니까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더라고요.
서로 이야기가 통해서 나쁘지 않았어요. 상황도 선수들에게 긍정적이고 진출 타이밍만 잘 재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아요.
이미 몇몇 유럽 구단에서 선수들에게 접근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움직여도 괜찮지만, 겨울이나 내년을 노려 봐야 할 것 같아요.
들어보니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제의하는 팀들이 많이 없었거든요.
“하긴 이번 여름 이적 시장도 이 주밖에 안 남았지.”
올림픽이 일찍 열렸다면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 유럽 진출을 도모했겠지만, 지금은 끝물이었다.
선수 컨디션이 쭉 떨어지고 체력 부담감이 심할 시기였다.
또 첫 시즌에 유럽 무대를 적응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다.
“나나 우원이 형은 케이스는 정말 드문 편이니까. 특히 우원이 형은 특이 케이스지.”
첫 시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주전 경쟁에서 밀려 독일 무대로 쫓기듯 사라졌던 그였다.
하지만 뉴캐슬로 이적하고 출장 기회를 잡자 몰라보게 좋아졌다.
물론 2년 차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올림픽 금메달이 주는 경험은 무시하지 못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거야.”
반달 동안 함께 발을 맞추며 플레이를 가다듬었기 때문에 지난 시즌보다 좋아질지 모른다.
아무튼 유럽 진출은 신중하게.
또 단계적으로 밟아 나가야 했다.
서하는 은디아예가 계약하려는 명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데?”
은디아예가 언급한 선수들은 총 세 명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 팀의 핵심 수비 역할을 톡톡히 한 김영원과 윤석형 그리고 김장수였다.
전부 수비수라 의외였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6경기 동안 단 4실점만 하는 짠물 수비를 보여 주며 금메달까지 따냈다.
특히 멕시코, 스페인, 브라질을 상대로 1실점만 한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했다.
세 명 모두 유럽 무대를 열망했던 터라 서하는 흔쾌히 은디아예와 연결시켜 줬다.
물론 선택은 선수들의 몫이었다.
대화를 나눠 보고 비전이 있다면 함께 도전해 보고 아니면 말고.
“잘됐으면 좋겠네.”
은디아예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영국과 스코틀랜드로 빠르게 발을 넓히는 에이전트였다.
선수 만족도, 관계, 커뮤니티도 다 합격점이었지만, 서하는 은디아예의 안목을 더 높게 평가했다.
은디아예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세 선수였기에 어느 팀으로 갈지 기대가 됐다.
서하는 선배들이 잘 풀리길 바라며 메일함에서 은디아예가 보낸 데이터를 다운받아 확인했다.
12/13시즌 아스날 1군 스쿼드
1. 보이치에르 슈체스니(GK)
2. 나초 몬레알(DF)
3. 바카리 사냐(DF)
4. 페어 메르테자커(DF)
5. 토마스 베르마엘렌(DF)(C)
6. 로랑 코시엘니(DF)
7. 토마시 로시츠키(MF)
8. 미켈 아르테타(MF)
9. 슈테판 키슬링(FW)
10. 윤서하(MF)
11. 마르코 로이스(FW)
12. 올리비에 지루(FW)
13.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DF)
14. 시오 월콧(FW)
15. 마티유 플라미니(MF)
16. 아론 램지(MF)
17. 잭 윌셔(MF)
18. 세바스티안 스킬라치(DF)
19. 산티 카솔라(MF)
20. 헤수스 나바스(FW)
21. 우카시 파비안스키(GK)
22. 바실리스 토로시디스(DF)
23. 카를로스 벨라(FW)
24. 비토 마노네(GK)
25. 프랑시스 코클랭(MF)
26. 엠마누엘 프림퐁(MF)
27. 키어런 깁스(DF)
28. 세르주 그나브리(FW)
반 페르시가 떠나고 아스날의 10번은 서하가 달게 되었다.
“이렇게 받고 싶지 않았는데.”
서하는 조금 씁쓸했다.
반 페르시가 떠나는 걸 막고 싶었지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반 페르시는 라이벌 팀으로 떠났다.
망언을 내뱉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팬들은 실망스럽다며 반 페르시의 이적을 비판했지만, 조용히 떠났던 터라 그나마 덜 까였다.
반 페르시의 공백은 주장 선임까지 이어졌다.
부주장이었던 토마스 베르마엘렌이 주장 완장을 이어받았다.
몇몇 선수는 지난 시즌과 다른 번호를 부여받았는데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카를로스 벨라였다.
벨라는 11번을 달고 싶어 했던 마르코 로이스에게 등 번호를 양보하고 고가의 시계를 선물 받았다.
본인은 굉장히 만족해했다.
“잘 해결되었으니 다행이지.”
저주받은 9번은 새로운 이적생, 슈테판 키슬링이 이어받았다.
키슬링은 구단이 등 번호를 제안하기 전에 본인이 요청했다.
구단 인터뷰에서 저주를 깨는 데 필요한 방법은 득점하는 것뿐이라며 이번 시즌에 최소 20골을 넣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팬들은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키슬링이 저주에 빠지지 않을지 걱정했다.
9번을 거쳐 간 슈퍼스타들은 어김없이 저주에 허덕였으니까.
“오죽했으면 팬들이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무도 9번을 달지 않아서였다지.”
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었다.
9번이 사라지자 귀신같이 도메스틱 트레블이라는 역대급 커리어를 이뤄 냈으니까.
슈테판 키슬링과 함께 아스날의 최전방을 책임질 올리비에 지루는 12번을 받았다.
영입생인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는 13번을, 마티유 플라미니는 15번, 산티 카솔라는 19번을 받았다.
헤수스 나바스는 11번을 원했지만, 마르코 로이스가 차지하자 포기하고 20번을 가져갔다.
마지막으로 1군으로 올라온 그나브리는 28번을 받았다.
스쿼드를 확인한 서하는 다시 메시지를 체크했다.
중요한 메시지는 없었다.
진우원은 미성년자에게 이비자로 놀러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박재영은 마르세유에 놀러온 사진을 잔뜩 보냈다.
기선우는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었고 다른 선수들도 비슷했다.
런던 올림픽이 끝난 지도 일주일밖에 안 지났으니까.
서하에게도 섭외 요청이 쏟아졌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개막전이 코앞인 데다 회복에 집중할 때였다.
주어진 시간 동안 몸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했다.
예능 출연이나 CF는 독이었다.
새로운 메시지가 0으로 변하자 폰을 책상 위에 올려 뒀다.
메시의 국가대표 팀 유니폼 옆에 걸린 달력을 확인했다.
구단 트레이너가 만들어 준 프로그램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오전에 할 일은 몸 풀기 운동 후 3km 구보. 식단은 2식단. 1시간 뒤에는 가벼운 스트레칭.”
물론 서하에게는 애피타이저였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려던 서하는 검게 물든 아침 하늘을 보며 혀를 찼다.
딱 봐도 소나기였다.
“쏟아지기 전에 서둘러야겠다.”